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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베어스 -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글로리아 디키 지음, 방수연 옮김 / 알레 / 2024년 8월
평점 :

“죽어 마땅한 곰이란 있을 수 없다.
모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곰과 동물은 한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족에 속한다고 여겨졌다.-첫문장
지구를 떠나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곰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 <에이트 베어스>는 살아남은 곰 여덟 종에 관한 자연 에세이입니다. 우리는 자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한편 자연의 왕들을 숭배하며 대단한 포식자들을 정복하려 노력해 왔지만 그들의 용맹에 굴복해야만 했고 그렇게 곰을 구경거리, 상품, 투자로 전락시켰습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서식지 소실, 먹이 부족, 종국에는 멸종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인간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진 곰들과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우리들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 서로가 함께 공존과 공생의 길로 나아갈 방법은 없을까 깊이 사유해 보기 좋은 책입니다.
곰은 수 천년 동안 우리 곁에서 힘들게 걸어 왔지만 앞으로도 나란히 걸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2100년이면 전 세계 인구수는 110억에 육박할 것이라고 하는데 인구가 한 명 늘때마다 자연계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농업 확대를 위한 산림 개간도, 지구를 덥히는 이산화탄소의 메탄 배출량도 증가할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들 역시 대형 포식동물을 두려워하며 말살하려 들지도 모릅다고 저자는 내다봅니다.
남아메리카 정글에 살지만 그 개체수가 적은 ‘안경곰’ 이 책의 첫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알기에는 곰은 겨울잠을 잔다고 알고 있었는데 남반구에 사는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적도 지방이라 낮 길이가 일정하고 기후가 온화하며 먹이도 풍부한 탓에 항상 기민하게 활동합니다. 수컷 안경곰은 무게가 150킬로그램 정도로 덩치가 큰 산맥을 제외하면 열대 안테스에서 가장 큰 동물에 속합니다. 그리고 안경곰의 큰 특징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산림파괴가 아니라면 우리는 안경곰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글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짐승은 새끼들에게 사냥법을 가르칠 때 인간을 죽일 때를 제외하고는 잡아먹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사냥도 인간 무리나 부족의 사냥터 밖에서 하도록 했다. 지금들이 자기들끼리 이렇게 말한 이유는 인간이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연약하고 방어 능력이 없으므로 인간을 건드리는 일은 정정당하지 못해서였다. ---p.117
반다브가르국립공원에 어둠이 내리면 인도의 느림보곰이 나옵니다. 느림보곰은 다른 일곱 종의 곰보다 인명 사고를 많이 내는 곰으로 2만 마리가 채 안되지만 지리적 요인으로 사람을 공격한다고 합니다. 곰의 세계에서 행색이 추레한 편으로 갈기처럼 길고 덥수룩한 머리털이 인도식 홍차인 차이를 태운 듯한 색의 구슬 같은 눈을 둘러싸고 몸에 난 굵고 검은 털은 사방으로 뻗쳐 있습니다. 폭력을 좋아하는 느린곰은 자식을 애지중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보살핌 없이는 생존과 번성이 어려운 ‘대왕판다’, 줄어드는 운무림 탓에 삶의 터전을 점점 잃어가는 ‘안경곰’, 웅담 채취 농장에서 비참하게 살아간 ‘반달가슴곰, 태양곰’, 숲 가장자리로 밀려나 파편화된 서식지를 배회하는 ‘느림보’, 먹이를 찾으려고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죽임을 당한 ‘미국흑곰’, 인간과의 잦은 충돌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모를 ‘불곰’, 온난화에 따른 해빙 감소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북극곰’ 이 책은 안데스산맥 운무림에서 인도 관목지대와 중국 대나무 숲을 거쳐 북극 해빙까지 네 개 대륙 곳곳을 직접 발로 뛰며 채록한 곰 생태 리포트입니다.
아이들은 어릴적 부터 애착 인형으로 곰을 많이 선호합니다. 곰을 직접 볼 기회는 없으나 곰은 우리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오는건 사실입니다. 베트남에서 웅담 채취로 감옥에 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과 2005년 곰사육 금지법이 발효된 이후로 곰 사육이 감소했으나 불법 행위는 국경을 넘어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멸종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전 세계 여덟 종의 곰들이 지금 직면한 위험은 무엇이며 생존이란 희망은 존재하는가에 대해 <에이트 베어스>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진솔한 책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