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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ㅣ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덫에는 일곱 개의 음표면 충분하다.”
파스칼키냐르의 수사학을 읽은 독자로서 작가의 반가운 책 <사랑 바다>가 도착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과 『음악 혐오』를 한데 모은 듯한, 파스칼 키냐르 소설 세계의 총화 17세기 예술가들의 기구한 삶을 통해 바라보는 이 덧없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관한 소설은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사랑 바다>가 암실문고에서 출간되었습니다. 17세기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 속에는 작가가 기존에 창조 혹은 재창조했던 인물들 『세상의 모든 아침』의 주인공 생트 콜롱브와 『로마의 테라스』의 주인공 조프루아 몸므가 등장하고 『사랑 바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랑베르 하튼은 이들로부터 이어지는 기존의 키냐르적 인물관을 계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17세기 예술가들의 기구한 삶을 통해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화가 몸므는 말한다. 몸이 영혼을 요구 한다고 그러나 몸은 영혼을 얻기 전에 하나의 이미지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익숙하면서도 마법 같은 주거로 삼고 그 주거를 영혼이라 부른다. 몸므는 안트베르펜에 있는 아브라함의 길고 아름다운 주거지의 큰 서재에서 하튼에게 말합니다. 에칭은 부식시키는 물을 카리킨다고 그런데 그 물이 골을 파는 힘은 칠필로 긁어 이미지를 만들 때보다 더 세고 자유롭다고 불행한 이에게 주어진 고난은 그에게 화사아을 입히기도 하고 그 화상은 강박적으로 지어진 집과 같다고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격정은 마리 에델이 몸므를 향해 다가가며 동판 작업을 하려고 청동 위에 올려놓은 손을 붙듭니다. 지금 나도 나이를 생각하면 생생해 지고 싶다고...

갑자기 더는 침묵도, 음악도, 언어도, 궁도 없었다. 오직 숲뿐, 신선하고 어렴풋하면서 더없이 오래되고, 끝없이 다양하면서도 아무런 형체가 없는, 모호한 숲의 노래뿐. ---p.250
17세기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 속에는 작가가 기존에 창조 혹은 재창조했던 인물들이 다시금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세상의 모든 아침』의 주인공 생트 콜롱브와 『로마의 테라스』의 주인공 조프루아 몸므입니다. <사랑 바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랑베르 하튼은 이들로부터 이어지는 기존의 키냐르적 인물관을 계승합니다. 묵직하고 심오한 그의 글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입니다. 그들은 권력과 불화하며 자신의 예술을 끝없이 이어 나갑니다. 그리고 <사랑 바다>에 그와 대조되는 존재들도 등장하는데 육체성을 사랑하고 세상을 감각 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계열을 대표하는 인물 두 명 중 한 명은 세상에서 등을 돌린 작곡가 생트 콜롱브의 여성 제자 튈린이며, 나머지 한 명은 마찬가지로 세상을 등진 판화가 조프루아 몸므의 아내 마리입니다. 세상과 불화하는 두 남성과 이어진 이 두 여성은 육체와 정신 모두 강렬한 에너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부터 왜 해방 시켜줬는지 이해는 할 수 없으나 때로는 좋아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도 행복일까요?
사랑이, 명백히,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랑으로부터 무엇이 남을까?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것들이 남는다. 한 세상이 남는다. 사랑을 끌어들인 움직임은 계속된다. 본질은 끝이 없다. 사랑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느 몸을 포식하는 것 이상의 행위다. 더없이 동물적이고, 더없이 주의 깊고, 더없이 호기심 많고, 더없이 탐욕스럽고, 더없이 열렬하며, 더없이 호기심 많고, 더없이 매혹적인 포식을 넘어선 행위, 그것이 사랑이다. ---p.316
음악가들이 연주하기 전에는 비범한 침묵이 깔린다. 게임에 몰두한 자들의 말 없고 움직임 없는 소란. 배에 앉아 팔을 든채 기다리는 어부들. 고요히 흘러가는 물 한가운데에 배에 앉아 오래도록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팔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따금 숨이 멎도록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나게 되며 책을 펼이면서, 책 안에 머물면서, 책을 읽음으로써, 사랑 바다는 우리에게 주는 철학적 선물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