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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4명의 공저자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 글은 인류학자인 로버타 카츠, 언어학자인 세라 오길비, 역사학자인 제인 쇼, 사회학자인 린다 우드헤드가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밀레니엄 세대 (M세대)와 Z세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일종의 르포르타주입니다. 우리에게도 요즘 들어 mz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MZ세대가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유일한 세대로 이들이 작금의 이전 세대가 구축해 온 사회 체제와 정치 제도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 다음 세대와 그 이후 세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GEN Z, Explained"로 지난 2021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3년 1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글 말미에 연구 방법과 관련해, 인터뷰에 참여한 집단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있듯, 이 논저에는 2017년부터 18세에서 25세사이의 포스트 밀레니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즉, 주제를 위한 이곳의 주된 집단은 대학생들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20대 중반까지의 대학생들이 얼마나 MZ세대를 대표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인터넷 사용과 그에 따른 커뮤니티의 이용이 크게 학력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 세대의 인터넷 사용은 그만큼 접근성이 쉬운 상황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연구자들도 1장과 2장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덧붙이고 있는데요. 나이가 많은 70대 노인들이 인터넷에 대한 접근과 그에 따른 여러 방법들을 숙지하는 것이 10대나 20대들보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과 같이, 이 인터넷과 관련해 항시 스마트 폰과 노트북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10대와 20대들의 조건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인터넷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친밀도는 다른 여타 세대보다 상당한 것임은 거의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인터넷 세계를 온라인으로 규정한다면 직접적인 사람과의 대면을 통한 관계를 오프라인으로 규정해 볼 수 있을 텐데요. 약간 이른 결론일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MZ세대가 기성 세대가 우려하는 만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대칭적인 집중도에 있어 의외로 모든 사람이 균형잡힌 삶을 추구하려고 하는 것과 같이 MZ세대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면밀하고 균형적인 가치 추구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물론 기존 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 체제와 제도들 간의 불합리성과 비인간성과 관련해서 이들이 당연히 비판하고 개선 시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연대'와 '협력'이라는 가치는 다른 어떤 세대보다 이들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을 적극적으로 분리하기 보다는 모두가 긍정하는 사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사회 전체에 자신의 기여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력 들을 조화롭게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이 MZ세대에게 공통적으로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저들이 연구자들이 진행한 인터뷰에 있어 자신을 좀 더 포장하기 위한 의도에서 위선을 가장한 것이 아니라면 특히, 민주주의에 있어 저들의 순수한 의도가 어느 정도 사회 재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MZ세대에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정체성'이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좋아하고 그런 것을 삶의 지표로 두는 것이 이들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는데요. 오늘날 적잖은 언론 기사들로 접하고 있는 직장의 부조리한 문제 대한 MZ세대의 직접적인 비판과 그것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 퇴사를 감행하는 이들의 태도는 이러한 점을 대변한다고 여겨지는데요. 이 책의 1장에서 논증 되는 바와 같이, 현재 우리가 영유 하고 있는 이 사회 체제 자체는 이전 세대가 구축한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사회를 선택할 권리는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바로 기존의 세대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보다는 그저 이런 체제에 순응하고 익숙해 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적 정체성과 개인의 행복에 있어 가치 순위가 뚜렷하게 MZ세대와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인 일과 개인적인 공간, 사적인 가치에 보다 몰입하는 이들 MZ세대에 대해 기존의 세대가 보인 시각은 어느 정도 부정적이라 볼 수 있을 텐데요. 더욱이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이 개인의 삶을 타인에게 보일 수 있는 매체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삶의 지향을 더욱 오픈 할 수 있는 시간과 수단이 더욱 용이해진 것이 현재의 인터넷 환경의 나름 유리한 환경이 구축된 원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MZ세대에게 있어 '정체성'과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인터넷 환경의 '온라인 조건'은 이처럼 잘 맞물리게 된 것인데요. 저는 기성 세대들이 MZ세대에게 보이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잠시 접어두고 이 글을 통해 가장 주목하게 된 점은 바로 '젠더 정체성' 내지는 '젠더'였습니다. 소위 LGBQT로 소개되는 젠더성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퀴어, 트랜스로 풀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젠더성은 뒤이어 나오는 '미립자 정체성' MZ 세대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정체성이 무엇이 있는가에 따라 규정하는 지표들이 되기도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성소수자에 대해 별반 관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일찍이 로버트 달이 주장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에 있어 다원주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그러한 원리에 입각해 성소수자들 역시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그저 가벼운 원칙론자라고 밝히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논저에서 보이는 어린 대학생들이 성소수성과 젠더에 대한 꽤 면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이들이 기성 세대가 되어 구축할 민주주의가 어떨지 기대가 되었는데요. 다원성은 민주주의가 무조건 수호해야 할 가치로 그것을 내면화 시키고 체제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척도가 되는 것이 바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PC 즉,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극우와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오늘날처럼 대안적 사실과 같은 거짓과 다름없는 프로파간다에 너저분하게 휩쓸리는 사태 자체가 일종의 다원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런 다원성과 다원주의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과 그것의 위태로움은 이러한 사태를 맞이하고 있는 사회 내지는 국가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떳떳이 말할 수 없는 지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요기서 보여지는 M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젠더성을 언급하고 설사 아주 조그만 지표 밖에 없는 정체성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드러내고 규정하면서 더불어 타인까지 마찬가지로 존중하는 '인터넷 예의' 전반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연대'와 '협력'은 단순히 위르겐 하버마스의 독창적인 구호나 존 듀이의 시민의 성찰과 행동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국한되고 있지만 지금 온-오프 라인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삶을 위해 사회를 개선시켜 보고자 하는 MZ세대에게 있어서는 결코 멀리 있는 가치가 아닙니다. 아주 가깝게는 대학에서 온라인을 통해 스터디나 수업을 같이 진행하고 더 나아가 일반적인 '가족'이라는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진정한 가족'을 찾기 위해 벌이는 노력들도 기성 세대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매우 쉽게 받아들이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인식하는 진정한 오프라인의 연애 개념에 대한 본질이 점차 희미하게 변질되고 있지만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제도 자체가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될지도 모르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연대와 협력은 '모두가 함께 성공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다'는 MZ세대의 구호와도 연결되어 있는데요. 6장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기존 세대가 인정하고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는 많은 '권위'들에 있어 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꺼리는 MZ세대의 관념과 이러한 태도들을 통해 새롭게 자신들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여러 '미립자 정체성'들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온라인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지금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지만 많은 MZ세대가 SNS와 온란인을 통해 기존 정치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시도가 저로서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사실상 이 글의 결론이라고 볼 수 있는 7장에서는 온라인과 결합한 MZ세대가 자신들의 사회를 위해 외치는 여러 구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돌보고, 정체성 공동체에 공을 들이고, 타인을 포용하려 노력하고, 진정성과 합쳐 일하며, 합의된 권위를 지향하고, 유연한 조립식 구조를 선호하고, 환멸을 느끼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밈을 통해 같이 웃으면서, 궁극적으로 인류를 위해 투쟁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기성 세대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미흡한 면들을 서로 도우며 채워나가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MZ세대의 일면이 저는 부럽기까지 했는데요, 그럼에도 우리가 이 책을 조금 비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여기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미국의 명문대에서 수학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는 밝은 앞날이 보장되어 있는 (특수한) MZ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이기에 우리의 현재 상황과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MZ세대가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었는데요. 이러한 유연한 사고가 기반 되어 있기에 앞으로 이들이 주도하는 정치나 민주주의가 그래도 지금과 같은 철지난 극단주의에 경도 될 가능성이 그만큼 희박하다고 여겨지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신들이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 역시 저와 같은 기존 세대가 이들을 얕보거나 무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도 잠시 언급되고 있듯, 이들이 부족한 문해력과 더불어 책이 가져다 주는 좋은 것들을 어느 정도 접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는데요. 글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더욱 살찌운 MZ세대는 그만큼 사회의 지성적으로 두터운 시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겠죠. 그저 바라는 것은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학생들이 그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사회에 무언가를 남길 수 있는 세대가 되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문학평론가 메리언 울프는 우리 사회가 "깊이 읽는 행위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필수적인 능력을 유지시켜 주는 양질의 주의력을 점차 잃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한다
배움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얻으려고 교육받는 것이라면, 철학이나 문학을 공부하며 접하는 추상적 생각과 관념의 가치를 경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Z세대가 일상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보내며 일과 놀이를 끊임없이, 그리고 구분 없이 경험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일과는 무관하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 친해지는 새로운 종류의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이들이 정체성 선언에 유창한 이유를 하나 꼽자면, 여러 특성 중에서도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의 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합의가 세대 전반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고국인 한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보이는 모습과 미국 친구들에게 보이는 모습, 두 가지 온라인 정체성을 가졌다고 고백했다
정체성의 여러 측면에서 계속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노출되다보면, 진정한 자신 되기와 기대치에 부응하기 사이의 경계선이 흐려질 수 있다
Z세대는 다양한 범주의 언어 공동체에서 쓰이는 말들에 즉각적으로 접근하며 자란 최초의 연령 집단이다
대다수는 정치 시스템이 ‘어느 정도‘(영국 35퍼센트, 미국 27퍼센트) 개혁되어야 하거나 ‘많이‘(각국 모두 40퍼센트) 개혁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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