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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평점 :
에마뉘엘 토드는 프랑스 생제르망앙레 이블린 출신의 역사가, 인류학자, 인구학자, 사회학자로 자신의 전공 분야인 가족 구조와 인구학 뿐만 아니라 다수의 정치 에세이를 비롯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정치 체제 등의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는 파리1대학에서의 수학 후,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역사학과 관련된 박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이후 프랑스 르몽드의 문예부에서 일하다 다시 개인 연구를 지속하게 되는데요. 특히 1976년에 소련의 유아 사망률을 근거 소련의 붕괴를 예측한 것으로 인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유럽 통합과 관련된 유럽 연합 아이디어에 그는 상당히 비판적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이에 1992년에 EU가 실질적 유럽 연합의 기초로 설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국민투표를 강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월에 있었던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학살된 샤를리 에브도 직원들과의 연대 행진에 대해 토드는 "이것은 프랑스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내부의 인종차별적이고 반동적인 흐름을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비판을 가한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드는 유럽 통합주의에 반대하고 기존의 본질적인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인물로 읽혀지기도 합니다. 그의 이 책은 원제, "第三次世界大戦はもう始まっている"로 2022년 7월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2년 11월에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논저는 프랑스나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내 출간본이 중역본이 아님을 먼저 인지하시고 글을 일독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인 에마뉘엘 토드는 이 책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고 '이것이 전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인지하고 계시겠지만 전쟁의 근본 원인은 우선 NATO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NATO가 미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체적으로는 미국의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텐 데요. 그렇다고 제가 국제정치적 선악론에 기대어 미국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인 에마뉘엘 토드 역시 전형적인 현실주의적 입장에서 전쟁의 일어난 전후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이 책의 목적을 뒷받침 하고 있었는데요. 글 서두에서 저자는 국제정치에서의 현실주의자인 존 미어샤이머를 인용하여, 이 전쟁의 책임이 일정 부분 미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NATO의 동진과 관련해, 1990년 2월, 당시 베이커 국무장관이 고르바초프에게 "NATO를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는 확약이 이후 발트3국의 가입을 비롯한 실제적 동진으로 쓸모 없는 휴지 조각이 된 바가 있습니다. 더욱이 이라크 전쟁을 이끈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쥐락펴락한 네오콘들이 근본적으로 반러시아주의자 내지는 러시아에 혐오를 보이는 인물들로서 미국 정치권이 러시아에 대해 어느 정도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쟁의 정당성이 거의 결여된 결정임은 분명합니다. 또한 순수하게 러시아의 안보가 정말로 외부로부터 크나큰 위협을 받는 상황이거나 러시아 국민들의 안전이 실질적으로 위협 받는 상황도 아니고 특히나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문제는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함에도 이를 무시한 것은 푸틴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독일과 프랑스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와 더불어 NATO의 동진이 러시아의 안보에 어떻게 위협이 되는지 제대로 고심하지 않은 미국과 유럽 당국의 순진한 대처도 푸틴의 오판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또한, 러시아와의 방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행정부의 체제 모호성도 언급하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인들을 인간 방패로 삼아 미국이 러시아와의 대리전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저자는 사실상 결론 짓고 있었습니다.
이미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신들의 군사 위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각종 무기들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봉쇄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데요. 전쟁 발발 초기에 젤렌스키는 이 전쟁에 전유럽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은 일찍이 무산된 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온전히 전쟁의 참화가 집중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약간의 논외이기도 하지만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인구 유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저자인 토드는 언급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폴란드의 경우, 자국 내에 들어온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100만명을 넘겼을 정도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젤렌스키가 자국의 국민들을 통합하여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나 그가 유럽에 행했던 정치적 술수, 즉 "우크라이나 다음에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당신들이다."와 같은 주장들을 고려해 본다면 저자가 우크라이나 정권에 갖는 의구심 또한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토드는 젤렌스키가 실제 최고 통치자가 아니라 배후에 군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보였는데요. 지금과 같은 전쟁 상황에서 실권은 군부가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전쟁이 마무리 된 후에 과연 우크라이나 군부가 국내 정치에서 '평화적인 과거'로 돌아갈지는 어느 정도 의문입니다. 튀르키예의 에르도안의 일례를 생각해 본다면 전후 우크라이나 정국 자체가 혼돈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전세계 언론들은 작금의 전쟁을 소위 "자유 민주주의 대 전제 정치" 정도로 구도를 잡고 있는데요. 이는 우크라이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크게 어긋나지 않은 해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그들의 '자유 민주주의'가 허위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자유주의 과두제'라고 일컬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미국이 금권정치 하에 의회와 행정부 모두가 정치적 자금이 기반이 된 로비 정치의 실상이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충분히 이런 시각이 이해가 됩니다. 더욱이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반이 어느 정도 기업의 지배 하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마찬가지로 과두제의 단어도 쉽게 매칭이 될 텐 데요. 그래서 저자는 앞선 명칭은 "자유주의 과두제 대 권위주의 민주주의"로 마땅히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욱이 이들 자유주의 과두제 국가들이 민족주의적 경향까지 숨기고 있지 않은 것을 고려해 볼 때, 이는 국제 정치를 쉽게 선악론에 기대어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찍이 브레진스키가 언급한 대로 이런 국제 정치 자체가 '회색 지대'와 다름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저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후, 폴란드와 국경을 면한 우크라이나 서부에 상당한 수의 폴란드 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폴란드가 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폴란드의 행보가 자신의 가장 큰 관심이라는 것을 서두에 밝히면서 말이죠. 물론 폴란드가 '그런 정치적 무리수를 과연 감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앞선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령을 살펴봤을 때, 무조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취급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일전에 국민 국가의 탄생을 알린 베스트팔렌 조약 체제는 현재 다시금 민족주의적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의 대두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혹자들은 베스트팔렌 체제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언급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유럽에서 다시금 민족주의적 폐쇄성이 정치 논리로 부상하여 사회 전반을 인질 삼으면 제3차 대전은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국제 정치의 파국은 일종의 도미노 현상처럼 사소한 사건이 도화선이 되는 것처럼 저자가 우려하는 대로 3차 대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엇보다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미국이 자꾸 러시아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행위는 중국의 더 큰 개입과 조력을 러시아로 향할 수 있기에 자국 내의 반러 감정과 러시아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를 정치권이 좀 더 자제해 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특히 토드의 이 글을 통해 미국 내에서 러시아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큰 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여겨집니다.
-에마뉘엘 토드는 자신의 글에서 미국에 의한 대만 방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요. "항공모함 기술이 이미 쇠퇴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미국이 대만을 지키지 않는다 혹은 지키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아직 대만에 대규모 병력을 상륙할 자원이 갖춰지지 못해 대만 침공을 주저하고 있지만 몇 년 뒤에 군사적 현대화가 마무리 된 이후에는 시진핑이 대만 침공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만에서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중 양국은 서로 엄청난 군사적 피해를 입히고 끝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토드와는 달리 저는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어샤이머가 내린 최초의 결론은 "지금 일어나는 전쟁의 책임은 푸틴이나 러시아가 아니고 미국과 NATO에 있다." 이다.
당시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에게 1990년 2월 9일 미국의 베이커 국무장관이 "NATO를 동쪽으로는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고 전당했다.
직후 푸틴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강력한 국제기구가 국경을 접하는 것은 자국의 안전 보장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즉 이 시점에서 러시아는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러시아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 라인"임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과 영국의 지도와 훈련으로 재조직화되어 보병뿐 아니라 대전차포와 대공포까지 갖추었다. 특히 미국의 군사 위성 지원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1990년부터 1997년까지 미국인 고문의 도움을 받아 경제 자유화라는 난폭한 기획이 추진되었는데 러시아 경제와 국가를 파탄으로 이끌었다.
미국의 목적은 우크라이나를 NATO의 사실상 가입국으로 만들어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할 수 없는 종속적인 지위로 내모는 것이었다.
즉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인을 ‘인간 방패‘로 내세워 러시아와 싸우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견고하게 연대한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배신에 대해 우크라이나인의 반미 감정이 고조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은 지금까지 러시아와 체스 같은 게임을 계속해왔는데, 푸틴이 이렇게까지 결단을 내려 대규모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도전을 받아 미국도 상당히 놀랐을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수많은 연설에서 반복해서 요구하는 내용은 분명하다. 유럽을 전선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가 노리는 곳은 당신들의 나라다‘라며 유럽 여러 나라를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필사적이다.
정무차관 올리비아 뉼런드의 남편은 네오콘의 대표 논객인 로버트 케이건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세계 민주주의의 향방은 모두 미군에 달려 있다‘는 망상을 가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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