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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핵 시대 - 전략과 위험, 그리고 새로운 무력 외교
폴 브래큰 지음, 이시은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며칠내내 여러 뉴스 프로그램에서 기사화되어 판단되고 재분석되는 ‘북한의 괌 주변 공해상의 미사일 공격‘에 때마침 조금 연관되어 있어보이는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습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반복되는 북한의 도발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매우 평온하고 평소와 다름없습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외부의 언론과 방송들은 이번의 북한 도발에 대해 연일 기사화하고 있습니다.
그럼 책으로 돌아가면서 저자인 폴 브레큰은 현재 예일대에서 정치학과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미국 최고의 교수 및 학자 300인 안에 뽑혔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명성이 있는 사람이니 미 국방부와 정부 쪽의 여러 연구를 해 온 듯합니다.
책의 제목인 ‘제 2차 핵 시대‘는 과거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첨예하고 극단적인 핵대결의 시대를 ‘제 1차 핵 시대‘ 이후의 세계를 뜻합니다. 물론 저자의 해석이죠. 이 제2차 핵 시대에 처음 시기에 대해서는 본문에 여러가지 상황이 나오는데 아마도 1991년 냉전이 끝나고 한참 지난 1998년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 이후를 뜻하는 듯합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핵무장은 한참 이른 시기이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은 여러 여건과 국익을 고려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언급에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핵무장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저는 미국이 자국의 핵폭탄을 이스라엘의 안보 차원에서 장기 대여 혹은 무상 대여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프랑스가 이스라엘의 연구용 원자로를 제공한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기폭 장치를 비롯한 핵무기 실험을 한 것은 나와 있지 않으나 아마도 프랑스가 사하라 사막 등지에서 한 자료들을 이스라엘을 위해 제공하지 않았나 추측해봅니다. 더욱이 이스라엘과 프랑스는 서로 동맹국입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여러 분류되는 용어들이 생소한데요. 저자는 국내 GDP 1조 달러 이상 국가들을 기준으로 일류국가라는 분류를 하고 있으며 나라의 경제 규모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을 전부 이류국가로 통칭하고 있으나 이 이류국가의 범위에도 여러가지 분류가 되는 듯 합니다. 일류국가는 성공적인 민주주의제도와 앞서 말한 경제 규모로 해석되어 보입니다. 일류국가에 언급되는 국가들은 미국, 일본, 인도, 중국, 브라질 등입니다. 반대로 파키스탄과 북한의 핵보유를 이류국가의 핵보유라 칭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1차 핵 시대 즉, 냉전 시대의 미소간의 핵대결을 먼저 설명하고 있는데요. 미국과 소련의 극심한 이념 대결에서 핵 위기는 여러 차례가 있었고 상호확증파괴라는 공포의 균형하에 양국의 정치인들은 우발적인 대결이 지구의 종말로 맞이하지 않기 위해 소위 ‘위기의 관리‘에 노력해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1차 핵 시대의 교훈을 8가지로 압축하며 그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NPT 체제에서 국제적으로 공인된 핵무기 보유 5개국 이외에 발생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와 전통적인 중동 지역 맹주라 볼 수 있는 이란과의 갈등 등 그 지역 정세에 대한 30년이 넘는 분석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란의 핵문제는 지난 오바마 정권에서 이상하게 해결이 되었지만 이스라엘의 핵보유는 반대로 미국의 묵인과 프랑스의 협력으로 이뤄졌으며, 미국은 혹시 모를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핵무장을 피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몇십년간 언급하지도 않았으며 이스라엘도 이런 정치적 상황을 알고선 이러한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생각합니다. 중동 내의 정치적, 군사적 상황이 용이하지 않은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폭격한 것처럼 이란의 핵시설을 제거하고 싶어했지만 이란에 대한 공격은 설사 미국이 개입한다 하더라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오바마가 중국과 독일 등을 끌어들여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안전이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주주의 국가로 과거 중국과의 국경 분쟁과 파키스탄과의 카슈미르 지역의 영유권 문제로 핵보유에 나섰고 파키스탄은 인도에 비해 경제력이 10분의 1도 안되는 처지에 인도와 사활적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 만이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줄 유일한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파키스탄의 핵보유는 거의 중국의 협력으로 이뤄졌으며 여기에는 미국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면서 파키스탄 내의 군 기지를 이용하고 협력을 위해 이러한 핵개발을 묵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인도와는 원자력협정을 맺어 인도가 비 NPT국가로는 거의 최초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파키스탄 핵개발과 관련해서 여지없이 압둘 카디드 칸 박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 당국도 인정했지만 이 칸 박사가 북한 핵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죠. 다만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일전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가 테러단체에 가장 유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는데요. 폴 브래큰도 역시 이 점을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요. 이 지구상의 약소국가가 몇기의 핵무기를 갖고 얼마나 용이하게 세계 최대의 강대국에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일례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역내의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안보 우려를 끼치면서 북한은 ‘미국 너희가 한국 일본을 폐허로 만들 각오가 되어 있느냐‘ 협박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마땅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또한 거의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대해 최소한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미국도 이런 중국의 입장을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다만 이에 관련하여 저자의 주장에 몇가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 일본의 핵무장을 막을 수는 없어보이고, 일본의 핵무장은 전적으로 일본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판단과 만약 일본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서유럽의 프랑스와 영국 같은 핵보유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핵무장은 한국과 대만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게 되는 것으로 이는 거의 대부분의 전세계 국제정치학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너무 안일한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거를 위해 선제적인 공격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데요. 그 이유는 선제 공격이야 말로 서울과 도쿄에 그나마 제한된 피해만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제일 우려하는 부분은 워싱턴이 서울과 도쿄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단독 행사에 나설 가능성입니다. 이 지역의 모든 국가는 한반도의 안정만을 바랄 뿐이지만 다만 북한은 이러한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위기의 게임‘을 하고 있지요. 아마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과 우리 정부는 한국을 배제한 미국의 결단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도쿄는 어쩌면 그것을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울은 그렇지 않지요.
끝으로 폴 브래큰의 이 책은 수정되어야 될 주장이 몇 가지가 있지만 1945년부터 요즘의 북한의 핵문제까지 70년이 넘는 기간의 핵과 관련된 정치학적 또는 외교, 군사적인 해당 국가들의 행위와 그 기민한 분석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합니다. 이제 제가 이 책을 보면서 인상이 남았던 부분은 중국이든 북한이든 얼마간의 사소한 핵폭탄 몇기 라도 이들이 얻을 것은 충분히 얻어냈다는 주장이 계속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물론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제가 우리 나라의 핵무장을 바라고 끄집어 낸 것이 아니라, 핵과 관련된 지난 국제 정치가 이처럼 비이성적이고 차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핵확산을 거의 국체로 여기는 미국 마저도 인도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의 핵을 묵인했으며, 지금도 국제 사회에 파키스탄의 핵은 매우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분단의 한복판에 그리 연일 벌어지는 저 북한의 위협 행위를 보면서 과연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될지 큰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