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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평점 :
나는 [헤세로 가는 길]을 천천히 읽었다.
가능하면 더 느리게, 아껴서 읽고 싶었다.
헤세로 가는 길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서평 또한 곱씹고 곱씹으며 하루에 몇 줄씩 오래오래 쓰고 싶었다.
단시간에 써내는 서평이나 글에 죄책감이 드는 때가 있다.
그리고 써놓은 글보다 하지못한 말들이 더 많고 소중할 때도 있다.
내가 처음으로 열광하게 된 작가 헤세, 나의 생일보다 더욱 잘 기억하던, 7월 2일 헤세의 생일.
헤세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여름날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의 헤세 앓이를 보면서 함께 행복했다.
내가 가고 싶은 길들을 꼼꼼히 살피며 걸어준 것이 감사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한권의 책으로 묶어 준 것이
소중한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어느 장면에서는 눈물이 어리면서도 가슴가득 벅참으로 충만해졌었다.
헤세의 고향 칼프에서부터 여정이 시작된다. 작품의 곳곳에 투영된 어린시절의 풍경이 언뜻 보인다.
헤세의 동상도 있다니..반갑다.
작품에서 인용된 문장들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어려서 그의 책들을 본격적으로 읽을 때에는 헤세 명언집도 몇 권 가지고 있었고,
반복해서 명언집에 줄을 치면서 읽곤 했다.
잃어버린 그 책들이 떠올랐고..다시 헤세의 책들을 가져야 될 때라는 생각이 든다.
2부에서는 그의 작품을 함께 다룬다.
대표작 네 권을 칼 융의 심리학을 접목시켜 해석해 주는데 이 또한 큰 선물이 된다.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이전에 읽었던 느낌이 새롭게 되살아나면서도 훨씬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안목을 갖게 된다.
작품은 읽을 때마다 나 자신의 성숙도 또한 반영하는것 같다. 그래서 하나의 작품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데미안을 읽을때 저자가 나이가 들수록 흥미로운 캐릭터는 오히려 크로머였다고 밝히는 것에 공감할 수 있었다.
3부에는 헤세가 잠든 곳, 몬타뇰라로 향한다.
헤세의 집, 정원, 헤세 박물관, 그 옆의 작은 카페, 헤세의 풍경화로 만든 엽서와 카드들.....
헤세의 얼굴이 그려진 판넬을 걸어두고 싶다.
헤세의 따뜻한 품성을 여러 곳에서 느끼게 된다.
두고 두고 펼쳐보며 그의 흔적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마지막에 함께 읽으면 좋은 헤세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수첩에 다 옮겨 적었다. 곧 만나게 될 것이다.
'사진 및 그림 색인'이 실려 있는 것도 보너스 처럼 기쁨을 준다. 하나하나 찾아 보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헤세의 그림들, 제목도 알 수 있어서 반갑다.
헤세 루트, 나도 가보고 싶다. 소중한 버켓 리스트다.
그리고 저자의 또다른 헤세 루트가 기다려진다.
올 여름은 헤세에 흠뻑 잠겨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