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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우연 - 과학 속에 숨겨진 이야기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형욱 옮김 / 글램북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책의 표지가 어찌나 귀여운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고 놀랍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이 나서 펼쳐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 귀여운 그림들에는 포스트 잇, 핸드폰, 보톡스, 전자레인지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읽어나가면서 그리 귀엽지만은 않다. 넘어서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과학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들에 어떤 비밀이나 내가 모르던 사실들이 있을까 하나씩 만나보았다.
총 21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밤중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번득이는 고양이의 눈, 그 번쩍이는 피막이 긴급한 위험을 느끼게 해서 내려보니 퍼시 쇼 자신이 역방향 질주를 하고 있었고, 그 고양이가 있던 벽 바로 뒤가 절벽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 사건으로 최대의 반사력을 가지면서도 망가지지 않는 반사식 도로표지병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결국 ‘고양이 눈(도로표지병의 상품명)을 만들어내고 성공한다. 그러나 일면, 그의 사생활은 기묘했다.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 다다른 과정도 놀라웠다. 생물학적 지식이 별로 없고,
특히 진화론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찰스 다윈을 새롭게 알수 있게 된 계기였다.
또한 진화론이 다윈의 시대에 전혀 새로운 이론이 아니었으며,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도 여러 학자들과 진화에 대한 해박한 글을 썼다고 한다.
“비글호가 제도에 정박해 있던 5주 중 다윈은 겨우 19일만 해변에서 자료 수집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방문했을 때 사실상 배운 것이 거의 없었다. 다윈은 오로지 후에 다른 사람들이 수집한 표본들을 발견된 섬에 따라 정리한 자료로 퍼즐의 각 부분들을 맞추기만 했을 뿐이다.”(본문 중에서)
이 글 뒤에는 “믿거나 말거나”라는 성우의 목소리가 깔려야 할 것만 같았다.
인간의 잔인함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내용들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했다.
‘파블로프의 개’도 그렇지만 ‘뇌엽절리술’은 분노를 느끼게 한다.
어설픈 외과의사의 실험, 뇌 후비기 등 다소 자극적인 소제목이 붙어있지만 내용은 훨씬 더 자극적이었다.
그 실험에 스러져간 희생자들이 가슴아프고, 인간의 오만함과 잔인함이 말문을 막는다.
여기에 실린 21가지 이야기 외에 또 얼마나 많은 숨어있는 이야기들이 있을지 아마도 상상을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만능시대인 것은 매한가지 겠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수많은 사람을 너무도 쉽고 가뿐하게 희생시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시 한번 놀라움과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