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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책 표지가 정말 아름답다.
풀 색의 바탕에 매화인지 분홍색의 꽃이 그려져 있는데 표지 자체가 한 폭의 그림같아서 오래 감상해도 지루하지 않고, 향기가 날 것만 같다.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처음 시작하는 소개글의 연분홍 어렴풋한 바탕색도 너무 곱다.
이 봄에 읽기에는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자신의 계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편지로 주고받은 한시를 가려 엮은 책이다.
조선 후기 한문학을 전공한 저자는멋과 정이 가득한 그 시간으로 독자를 인도한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편지의 주인공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권필이 절친한 벗 구용을 양주 산속에 묻고 돌아오는 길에 쓴 시를 읽고, "어이하여 나는 지기를 잃고, 백발의 몸으로 세상에 남았는가?"라는 탄식을 들으면서 눈물이 난다.
젊어서의 절친한 친구들이 시간이 지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변해가는 모습이 때론 가슴 저리고, 때론 안타깝기도 하다.
2부의 가족같에,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주고받은 편지시들은 특히 진한 여운을 남긴다.
유배간 남편을 15년간 기다리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마는 아내의 시..
'병들거나 가난하거나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던 아내의 이른 죽음이 슬프다라는 말을 넘어선다.
마치 먹이 마르지도 않았을 것 같은 생생함이 그대로 남아있는 편지시들을 읽으면서
마음은 역사의 뒤안길을 서성이게도 되고, 주인공들의 마음을 짐작해보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도 한다.
마지막의 주고 받았던 선물들에 대한 시도 눈길을 끈다.
자신이 소유하고 싶은 것들을 청공(맑고 깨끗한 물품)이라 이르고, 무려 80여종의 청공을 적어놓았다는데 그 시절의 멋진 사람들이 과연 갖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이었을지 설레이기까지 하다.
요즘에는 위시리스트나 꿈의 목록 등을 적곤 하는데, 주고받은 선물들을 보며, 그리고 받은 선물에 감사하고 귀히 여기는 마음에 함께 기쁨을 느낀다.
책을 읽는 내내 깊은 몰입으로 여러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덧없고, 안타깝고, 아쉽고, 마음아프고....의연하고고도 때론 기쁘게..
시대와 더불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였던 선조의 숨결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