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소개로 처음 읽었던 철학사 책이 요한네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였다. 10년 전쯤이었다. 좋은 서양 철학사없냐는 질문에 책장에서 뽑아 주었다. ‘나 어려워라는 분위기를 뿜어대며 빨간색 표지의 벽돌 두께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상하권으로! 서양 철학에 관심 있다는 의사표현을 한 자존심 때문에 받아들고 펼쳐보았다.

 

상권은 고대와 중세, 하권은 근세와 현대를 다루고 있다. 시대의 개념과 정신을 설명하고, 그 시대의 철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편파적이지 않게 그 시대의 역사와 시대적 요구와 그로 인한 철학의 생성을 밝히려고 했다고 말한다. 더불어 당대 철학자 한사람 한 사람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철학사를 가볍게 개괄하고자 했던 나에게는 시련이었고, 결국 고대 철학부분을 넘어가지 못했다. 개론서보다는 철학 참고서 용도로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당시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가끔 궁금한 철학이나 철학자들을 알아보기 위해 들춰보는 참고서가 되었다. 특별히 고대와 중세부분에 도움을 받았다.

출간된 지 꽤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대학교재나 대학원 수험생들의 텍스트로 읽히고 있는 것 같다. 남편 역시 대학원 시험 준비를 위해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1987년 초판이 발행되었고, 집에 있는 책은 19975판인데, 2022년도에 개정 4판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서양 철학사 중 고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요한네스 힐쉬베르거는 이 책에 전 생애를 바쳤다고 소개되고 있다. 책을 대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현대에 재해석된 철학과 철학자들이나 현대 철학부분은 조금 빈약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거나 나에게는 넘치는 책이다. 지식이나 자료의 광범함으로 인해 항상 참고할 만한 책이다.


그 다음으로 대한 책이 러셀의 서양 철학사이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것 역시 남편이 들여온 책이다. 그 사이 사르트르 푸코, 들뢰즈와 같은 책들을 기웃거리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겨우 읽어내고도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깨달음이 쌓여 다시 단계적으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사이클은 모든 분야에서 반복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모든 철학사 책들이 그렇듯 러셀 역시 벽돌 책이다. 노벨 문학상 받은 저자라 기대가 컸으나,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항상 나랑 맞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었다. 그 시기 이렇게 두꺼운 책에 몰입하기에는 머리가 복잡했을 수도 있지만, 집중이 잘되는 문장들은 아니었다는 인상을 남기고 책장을 덮었다. 아무래도 그의 전공이 분석철학이어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문체가 현대적이지 않은 단점을 가진 힐쉬베르거 쪽이 훨씬 편하다. 러셀의 철학사는 자신이 지향하는 목표지점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철학의 생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익한 개론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시 들춰야 할 책이다.



드디어 내가 완주할 수 있는 서양 철학사를 찾았다.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 두 저자 모두 노르웨이의 철학자다. 역사와 정치적 경제적 배경 설명을 자세히 전달하고 있으며 그 상세함에 비해 양이 과하지 않아 독자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 대학 교양 수업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인기가 높아 스칸디나비아 지역과 유럽, 미국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및 정신분석학에 대해 꽤 많이 다루고 있다고 밝힘으로 기존 철학사 연구와 차별을 두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현대 철학으로 넘어가면서 접하게 될 듯하다. 아직 상권을 읽고 있지만 다른 철학사들에 비해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한 챕터 끝나고 몇 가지 정리 질문들도 쉽고 유익하다. 대부분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가야하지만.^^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시험 삼아 철학사 연표를 먼저 사고 책의 내용을 가늠해 봤다. 마침 도서관에 있어 빌려 일견하고, 맘에 들어 상권을 먼저 구입했다. 상권 1챕터를 자세히 읽어보고 하권을 샀다. 이제는 책 구입하는 데 생각이 많아진다. 책장을 장식하기에는 하드커버 합본이 좋겠지만,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상·하권으로 샀다. 휠쉬베르거, 러셀을 참고서 삼아 병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털링 P.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도 있으나, 오래된 책이고 한자가 독음도 달리지 않은 채 쓰여 있어서 바로 덮고 말았다. 이 책은 동서문화사에서 즐거운 서양 철학사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전자의 어려움들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철학자들이 많이 소개되어있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미국 철학자들도 목차를 장식하고 있다. 저자가 존 로크를 연구한 사람이라고 하니 영국 경험론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다른 책에 비해 얇지만 굳이 이 책까지 살펴볼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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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1-30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고르신 책이 그야말로 레퍼런스 책이었네요. 물론 4쇄를 찍을 정도면 그야말로 국내에서는 서양철학의 고전이 될 정도이지만! 철학은 저도 넘어야 할 산인데 참 어렵더라구요.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저도 이쪽을 눈여겨봐야하겠습니다. 그레이스님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4-03-28 17:27   좋아요 4 | URL
모두 알라디너님들께는 넘사벽은 아닐테지만, 전공자도 아닌데 여기에 골몰하려면 특별한 각오가 있어야 할듯요^^
감사합니다 ~

서곡 2023-01-30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윽 괴롭습니다 작년 러셀 서양철학사 중세까지 읽고 덮었는데...글차나두 해 바뀌고 재개를 언제 하나 고민 중이었답니다 ㄷㄷㄷ

그레이스 2023-01-30 17:27   좋아요 3 | URL
저도 기억나요.
서곡님 매일 올리고 계셨던거^^
그거 보면서 저도 언제 읽나 했던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재개하시길 기다릴께요~

Redman 2023-01-30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셀 서양철학사는 그다지 공부에 좋은 책은 아니에요(책 자체가 일종의 에세이기도 하고) 움베르토 에코가 책임 편집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시리즈가 공부용으로도 교양으로도 좋습니다.

그레이스 2023-01-30 17:45   좋아요 1 | URL
움베르토 에코의 서양철학사도 소개받았던 책입니다. 찾아봤는데, 넘 비싸더라구요. 세권으로 이루어져있고 권당 거의 8만원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알라딘에서는 왜 평이 안좋은지 모르겠어요.

레삭매냐 2023-01-30 1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 때 철학에 대해 알아 보고자
줄창 철학책들을 사 모은 적이
있으나, 읽지는 못하고 그냥 컬렉
션만으로 만족한 기억이...

존경합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3-01-30 17:42   좋아요 2 | URL
존경이라니요?@@
저도 문외한이다보니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청아 2023-01-30 17: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양철학사>합본 보다는 저도 두 권으로 나뉜 책으로 갖고 싶더군요!
그레이스님 책장 너무 멋있네요👍👍
저는 연대표만 있어요ㅋㅋㅋㅋ
이 페이퍼 찜~♡

그레이스 2023-01-30 17:51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하드커버 보기는 좋은데 막 읽기에는 이런 책이 나은 듯요.

모나리자 2023-01-30 18: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양철학사 저자도 여러 명 있군요. 이렇게 어려운 철학에 벽돌책을 도전하시다니 대단하세요. 그레이스님.^^
완독 화이팅이요~^^

그레이스 2023-01-30 19:44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그런 칭찬 아직은 제게 어울리지 않아요^^~

독서괭 2023-01-30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서양철학사 읽게 되면 소개해주신 이 책으로 시작해봐야겠어요. 남편분이 첨에 너무 전공자용을 추천해주셨군여 ㅎㅎ 끝까지 충분히 읽으실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3-01-30 19:55   좋아요 2 | URL

입문용으로 좋습니다.^^

얄라알라 2023-01-31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우아한 지성과 남편분의 다정한 초대...

한 가족이, 부부가
같은 책을 권하고, 공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네요.

저는 철학서하나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포스팅 보면 주눅드는데, 그레이스님께서도 낮은 자세로 소개해주시니 나중에라도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 이 이름은 도무지 외울 수 없겠어요 ㅎㅎ차라리 표지 그림으로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레이스 2023-01-31 06:37   좋아요 2 | URL
^^
너무 좋게 포장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 역시 초보인지라 주눅드실 일 없습니다.^^
저도 작가 이름은 군나르 시르베크만 외워요. 그것도 한참 걸렸구요. 닐스 길리에는 섭섭할듯요^^

희선 2023-01-31 0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러셀 철학사는 보급판이 나와서 저것보다 작더군요 그걸 사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말았습니다 번역이 안 좋다는 말이 있기도 해서... 그런 말보다 그저 보기 싫어겠지요 남편분이 서양철학사를 추천하셨군요 그런 모습 좋아 보이네요 그레이스 님은 어려웠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보시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3-01-31 06:40   좋아요 3 | URL
아!
보급판이 나왔군요.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건지 아님 러셀이 원래 그렇게 쓴건지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잘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감사해요 희선님~

건수하 2023-01-31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미나책>에서 군나르 시르베크의 서양철학사 추천하더라고요. 합본도 있었던 것 같은데, 분권된 책이 공부하기엔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그레이스님 완독하시길 응원합니다 ^^

그레이스 2023-01-31 09:50   좋아요 2 | URL
아!
그런가요?
반갑네요. 제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격려를 받는 것 같아 좋은데요!
예 합본 보다는 분권이 막 보기에 좋은듯요!

페넬로페 2023-02-04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철학까지 섭렵하시는군요~~👍👍

그레이스 2023-01-31 21:26   좋아요 1 | URL
그럴리가요.
초봅니다 초보요~^^

yamoo 2023-02-03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르베크의 책 아주 좋습니다. 저도 있어요. 저는 철학사책이 30여권이 됐는데, 이제는 약 10 여 권만 애지중지 하고 있습니다. 휠스베르거는 완전 기본서에요. 평이하고도 밀도있죠. 램브레히트 책도 평이합니다~
근데 시르베크를 보니 평이함에서는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다만 한권으로 편집하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레이스 님의 남편분은 철학을 전공하셨나봅니다~ 푸코 들뢰즈...ㅎㅎ 첨엔 어렵죠. 그치만 젤 어려운 책은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마지막으로 헤겔 <정신현상학> 이었습니다. 특히 정신현상학은 우리말 번역이 새롭게 번역되지 않는 이상 읽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어요..ㅎㅎ
그에비하면 휠스베르거는 소설 읽는 느낌이랄까요..ㅎㅎ

그레이스 2023-02-03 16:19   좋아요 1 | URL
야무님 레벨이 장난 아니신가 보군요
베르그송 저는 @@ 게다가 정신현상학!

시르베크에게 감사할 뿐이네요^^

서니데이 2023-02-0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2-07 23: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02-08 0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또 축하합니다 철학 언제쯤 알게 될지... 생각만 할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3-02-08 05: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얄라알라 2023-02-15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달의 당선작^^
매달 올라오는 개성 각각 소중한 페이퍼들 중에서 댓글 때문에라도 더 기억에 남은 이 포스팅!
당선이라니 더욱 기쁩니다. 축하드려요!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3-02-15 12: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
덕분이예요

가필드 2023-02-15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축하드립니당 🥳💐💗

그레이스 2023-02-15 17: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가필드님~~^^

thkang1001 2023-02-16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3-02-16 13: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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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전해지는 진심이 있고, 밝혀지는 진실이 있다. 그렇게 힘들일 필요 없이 서로의 마음이 전해져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와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작가에게 딴지를 걸고 싶다. 가끔은 힘들여 붙잡아야 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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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2-07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집 읽지 않고 100자평 봤을 땐,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그레이스님은 아래 지층까지 내려가서 보고 오셨군요^^ 저도 숟가락 얹는 기분으로 그레이스님 말씀에 고개 끄덕끄덕 해보고 지나갑니다^^

[밝은밤]에 이어, 전 작가님 두 번째 책으로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3-02-07 15:32   좋아요 1 | URL
쇼코의 미소 이후로 나오는 작품 다 읽어봤는데, 관계에 대한 태도 이젠 좀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투비 컨티뉴드 만들면서 북플 알림이 오지 않네요. 왠지 서재도 옛날만큼 북적이지도 않는것 같고. 알림 오는대로 들어가보지는 않지만 몇개의 알림이 왔다는 숫자가 쌓이면, 확인하고 나름 글쓰기 푸쉬도 받았는데, 독보적에 책 올리는 것도 잊고 잠듭니다.

투비는 일단 계정만 만들어 놓고 아이템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신 건 감사한 일인데, 북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조금 서운하네요. 새아파트 만들어놓고 수도 끊고 전기 끊고 이주를 강요당하는 느낌이랄까요ㅠㅠ. 언젠가는 떠날거니까 보수 안하는 집주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ㅠ

오늘 아침 ㄱㄹㅁㅇ 화재 뉴스를 보며 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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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01-20 0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새는 북플 하나만 볼 여력도 없는데 투비는 또 뭔가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계정은 만들어보고 ㅋㅋ 요새는 아무 생각없이 계정 만드는 일에 익숙해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알라딘이 다른 온라인 서재보다 더 마음에 드는 곳이고 이런 서재지기분들이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요. 결국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겠지요.

그레이스 2023-01-20 09:51   좋아요 6 | URL
저는 글쓸때도 그렇고 이런 계정 만들때도 그렇고 오래 걸리는 성격이라^^
적응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글쓰는 커뮤니티에서도 이런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자본주의의 속도와 공리주의의 권력 뭐 이런것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제가 넘 나갔나보다 하고 있습니다. ㅋ

건수하 2023-01-20 09: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앱을 두 개 다 깔면 서로 충돌이 있는가봅니다. 투비 앱 잘 안 쓰시면 지워보셔요 :)

물론 서재에 글이 좀 뜸한 건 아쉽습니다..

ㄱㄹㅁㅇ 화재.. 새벽에 그 길을 지나는데 불 켜진 차들이 많아서 왜 그런가 했었답니다 ㅠㅠ 큰 피해 없기를..

그레이스 2023-01-20 10:07   좋아요 3 | URL
투비앱 깔기 전부터 그래요;;
제 개인의 감상이었어요
떠오르는 생각을 적기만 하다가 북플에 직접 글쓴게 오래전이라 여기에 올려봤어요.

ㄱㄹㅁㅇ 화재
매해 반복되는데,,, 명절 전에 이런 일을 당해서, 넘 마음 아픕니다.

건수하 2023-01-20 10:08   좋아요 3 | URL
앗 그렇군요… 저는 북플에 구독자가 그리 많지 않아서 잘 못 느꼈나 봅니다..

새파랑 2023-01-20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해야되는데 요새 일폭탄을 받아서 책을 잘 못읽고 있습니다 ㅜㅜ

정말 알림도 잘 안오는거 같고 ㅋ

그레이스 2023-01-20 10:06   좋아요 2 | URL
여기서 열심히 활동하셨던 분들 투비에서 바쁘신가 싶으니 이웃집 다 이사가고 드문드문 집 지키는 동네 주민 느낌?!^^이 이런건가 싶어요 ㅎㅎ

일폭탄!
새파랑님 잘 마무리하시고 속히 여유를 찾으시길 바래요.

scott 2023-01-20 12:36   좋아요 2 | URL
전 양쪽 모두 오고 가고 있습니다
서재와 북플은 이제 책에 관련 된 것만
운영 할 려고

알라딘이 북플 기능 수리를 안하는지도 ^^

stella.K 2023-01-20 1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뭔가 둘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까지 서재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투비 만들었다고 마냥 신나지만은 않더군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도 결국 서재에만 끼적거릴 것 같습니다.ㅠ
정말 북풀 알림이라도...

그레이스 2023-01-20 13:03   좋아요 3 | URL
평소에는 알림소리가 신경쓰였는데, 없으니 불편한걸 알겠더라구요^^

페넬로페 2023-01-20 13: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가야하나요?
북플 하나만도 시간을 많이 뺏기는데 고민입니다~^
두 개에 다 글 쓰고 친구들 글 읽을 여력이 안되니 오히려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생각 같아서는 둘 다 외면하고 싶어요~~
투비 시스템이 뭔가 잘 모르지만 어떻게 감히 제 글을 유료화할 수 있을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3-01-20 19:16   좋아요 2 | URL
저두요
책만 읽고 싶을때가 있어요
ㅎㅎ
하지만 공개 글을 써야 는다는 말도 맞는듯요 ^^

책읽는나무 2023-01-20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 알림이 안오니까 많이 불편하긴 합니다.
수시로 들어와 확인해야하고...ㅜㅜ
확인한다고 했는데도 뒤늦게 발견해서 허둥지둥 할 때도 있구요^^
예전엔 알림을 끌까? 고민도 좀 했었거든요.
넘 북플에 매여 사는 것 같아서요.
근데 강제 알림이 꺼지니까 이게 편한 건지? 불편한 건지? 감을 못잡겠네요.
저도 투비 왔다 갔다 하면서 일주일을 고민고민하다가 슬쩍 글을 하나 올려보긴 했습니다만~ 재밌기도 하구요. 근데 저같이 손발이 늦는 사람은 글 하나 올리는데도 시간 많이 걸리거든요. 북플에서도 사실 혼자 세월아 내월아~~ ㅋㅋㅋ 그래서 긴 글을 잘 못쓰겠더라는... 투비 글 하나 올리고 진이 빠졌네요ㅋㅋㅋ 시간적, 체력적 부분들 책 읽기의 소홀함 등 고민스런 부분들이 분명 있긴 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조절해 나가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scott 2023-01-20 17:51   좋아요 2 | URL
투비를 하고 부터 책 구매량이 줄었습니다 ㅋㅋㅋ
북플 기능이 마비 되고 부터 더더욱 ㅎㅎㅎ

알림 기능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느려졌고 버그량이 많아 져서
매번 쿠키들 삭제 해야 합니다

투비는 예약 기능 부터 저장 기능(999개 까지 가능)도 좋고 ㅎㅎ

우리 모두 두 집에서 오고 가며 살아여 ^^

책읽는나무 2023-01-20 18:35   좋아요 1 | URL
전 책 주문을 주초에 했는데 31일에 책이 온대서~ 명절 때문에 그런가? 싶었네요.
설 쇠고 나면 직원들 더 추가시켜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까요?
기다리다 보면 괜찮아지겠죠^^;;;

그레이스 2023-01-20 19:14   좋아요 2 | URL
두 집 살림도 능력인듯요 ㅋㅋ
암튼 해봐야죠^^

그레이스 2023-01-20 19:21   좋아요 2 | URL
저도 일주일 기다렸다가 연락했더니 배송중 분실이라고 답이 와서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취소했는데, 취소 후 3일 지난 오늘 배송됐네요^^
얘를 어떻게 한담, 환불도 받았는데...;; 이러고 있어요. 뜯지도 못하고 명절 지난 다음 연락해봐야겠어요
명절 앞에 물량이 많아서 그런듯요
담부턴 이럴땐 아예 주문하지 말아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3-01-20 21:25   좋아요 1 | URL
요즘 배송 착오가 잦나 보네요?
다른 분은 책이 한 권 빠져서 왔더라고 하시던데...받으셨나 모르겠네요?
배송도 시스템 문제인 건가? 싶기도 하구요. 뭔가 좀 불안합니다ㅜㅜ

설 연휴 다 잘 보내시고, 다시 또 지켜보십시다ㅋㅋ

희선 2023-01-22 0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투비 컨티뉴드가 새아파트군요 그래도 여기를 떠나라고 하지는 않겠지요 그래야 할 텐데... 언젠가 이곳은 없애고 그곳만 남을지...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할 텐데 싶네요 조금 다른 듯하니...

그레이스 님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즐겁게 쇠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3-01-22 08:02   좋아요 3 | URL
희선님!
명절 잘 보내시고, 우리 이 동네도 잘 가꿔봐요^^

얄라알라 2023-01-25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월 들어, A형 독감 연쇄파동에 여행에, 북플 자주 들어올 여력이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알람이 너무 없다 싶었는데...그런 거였군요 그레이스님 페이퍼 읽다 지금 알았습니다...아직 희선님 말씀대로 ˝새아파트˝로 이사가진 않았지만,
북플이 잠잠해지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해요^^;;

계속 잘 가꾸어보아요! 그레이스님! 같이 같이

그레이스 2023-01-25 09:38   좋아요 2 | URL
예~~
명절 보냈으니 다시 시작해야죠!
함께 해 봐요^^

서니데이 2023-01-25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설연휴 잘 보내셨나요.
요즘 알라딘에 새 플랫폼 시작하시는 분들 많으신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요즘 북플 알림이 잘 오지 않네요.
한파경보가 찾아오더니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추운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26 09:29   좋아요 2 | URL
눈이 많이 오고 있네요
미끄러워요
조심해서 다니세요

그렇지만 좋은 하루!~♡
 
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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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소설을 읽고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화가 얀 페르메이르를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화가의 이름을 베르메르라고 표기했었다. 그때만 해도 그림에도 화가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는 파란색을 만드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다른 작품 여인과 일각수에서도 태피스트리와 염색에 관한 묘사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 후 미용실이나 뜬금없는 장소에 붙여져 있는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의 브로마이드를 자주 목격했다. 그리고 소설과 같은 내용의 영화가 있다는 사실도,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명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아마도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의문과 달리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니라고 한다. 17세기부터 있었던 트로니라는 장르로, 인물의 표정 연구를 위한 그림이다. 램브란트나 프란스 할스의 그림에도 인물의 표정과 얼굴, 헤어스타일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그린 그림들이 많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터번을 쓰고 있는 머리 장식이 그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 소녀의 표정과 얼굴에 비치는 빛의 효과 때문에 관람자들은 시선을 빼앗긴다. 그의 트로니는 성공적이다.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1663~1664,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페르메이르를 좋아하게 된 것은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을 본 후이다. 여인이 입고 있는 옷의 옅은 푸른색이 일으킨 감동이 잊혀 지지 않는다. 임신한 듯 넉넉한 상의를 입고 있는 그녀의 단정한 자세와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손 모양과 편지에 집중하는 표정은 그 푸른색과 어울려 짙은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가득 안고 있었다. 지도, 편지, 임신한 모습 이런 기호들을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에 비친 푸른색은 그동안 어떤 그림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색이었다. 의자 등에 사용된 짙은 파란색 역시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눈이 시릴 정도로 환한 파란색보다 <편지를 읽는 푸른 옷 여인>의 신비로운 푸른색에 더 매료되었다. 나는 페르메이르의 파란색에 푹 빠지고 말았다.

 

페르메이르가 사용한 파란색은 당시 금보다 더 비싼 라피스라줄리로 만들어낸 색깔이라고 한다. 라피스라줄리를 갈아 분말을 만들고 이것을 녹일 때 호두 기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슈발리에의 소설 속 하녀가 이 작업을 한다. 호두 기름은 빨리 마르지 않는다.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의 크기가 작고,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화가는 최소 서너 달 이상을 고심해가며 최고의 안료와 캔버스, 기름을 구했다.(143p)” 재료가 비싸고 작업과정이 더디기 때문이다.

저자 전원경은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의 미술관들과 <골목길><델프트 바닷가 풍경>의 장소로 안내한다. 네덜란드의 역사와 그가 살았던 17세기 정치, 외교, 경제, 종교, 생활상과 당시 화단(畫壇), 화풍(畫風), 화가(畫家) 들을 소개한다. 네덜란드의 황금기 시대에 화가들 역시 황금기를 맞이하지만 페르메이르는 델프트의 외에서는 그리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고, 많은 작품을 그리지 못하는 그의 특성상 그림으로 경제적인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처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30대 후반까지의 평온했던 삶은 1672년 프랑스의 침공과 함께 재난을 만난다. 프랑스의 침공을 막기 위해 네덜란드는 수문을 연다. 이로 인해 처가 소유의 농지가 물에 잠기면서 페르메이르 일가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게 된다. 프랑스와의 전쟁에 패배하게 되면서 국가 경제는 위축되고, 자연히 그림도 팔리지 않았다. 1675년 파산한 페르메이르는 마흔셋의 나이에 쓰러졌고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소유하고 있었던 그림들은 헐값에 팔리거나 외상값 대신 건네졌다. 그의 후원자였던 판 라위번이 소유하고 있던 20점의 작품들은 그의 딸 막달레나 부부가 죽고 경매에 한꺼번에 출품되었고, 여러 곳으로 흩어지게 된다. 그의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는 200년이 걸렸다.

 

저자는 네덜란드와 미국, 영국 등의 미술관으로 흩어진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을 주제나 시기별로 소개해주고 있다. 성서, 교훈, 사랑, 가정, 일 등의 주제들은 그 시대 화풍에 담겨있는 정신을 엿보게 했다. 이런 주제들을 담고 있지만, 나는 그의 그림에서 그만의 차별화되고 고아한 취미를 발견한다.


<저울을 든 여인>, 1664, 미국 국립미술관 


이 책을 읽으며 만나게 된 또 하나의 작품이 <저울을 든 여인>이다. 아마도 저자의 감상과 해설이 와 닿지 않아서 자꾸 바라보다가 마음에 와 닿게 된 듯하다. 빈 저울을 손에 들고 있는 여인이 있는 그림이다. 숨은 의미를 찾으려면 그림 속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여인의 뒤 벽에 걸린 그림은 액자가 약간 비뚤어져 시선을 끌고 있다. 그 그림의 내용은 최후의 심판이다. 앞에서 저울을 들고 있는 여인은 법의 여신을 떠올리게도 하고, 그녀가 잉태한 영혼의 무게를 달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해설을 하고 있다. 나는 여인에게서 그런 두려움이나 기원(冀願)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여인의 무심한 듯 나른한 표정 뒤에 뭔가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스듬히 기울인 고개, 빈 저울을 올려 보는 손동작, 저울을 바라보는 무심한 얼굴은 서운함과 우울함이 어려 있는 것으로 보였다.

 

화가의 아내 카타리나는 열한명의 아이를 낳았다. 결혼생활 중 많은 시간 임신한 상태였다. 임신한 여성은 불안하고 우울할 때가 많다. 화가는 무심하게도 그런 그녀에게 모델을 서달라고 했을까? 그리고 여인의 뒤 배경에 최후의 심판주제의 액자를 그려넣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교회는 세상의 마지막과 심판에 대해 경고하지만, 사람들은 그 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고 일상을 살아간다. 심판이라는 무거운 경고 앞에서도 작은 일에 마음을 두고 서운해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상상일 뿐인데 화가의 의도가 얄궂게 느껴진다.^^ 내가 아무래도 임신기간에 서운한 게 많았나보다.

 

그림은 가끔 놀라운 일을 일으킨다. 감상자의 마음을 건드려 눈물을 쏟게 하기도 하고, 그 안에서 서사를 끄집어내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도 한다. 페르메이르와의 처음 마주침에서는 서사가 필요 없는 색으로만 전달되는 감동이 있었다. 이번 만남은 작가의 삶과 그림 속 인물들의 감정에 나의 기억과 감정을 조응하게 했다. 깊은 여운이 남는 마주침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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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15 14: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의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까지는 200년이 걸렸다˝. - 너무 많이 걸렸네요. 본인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었겠어요.
주목을 끄는 일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림에 빠져서 한때는 음악보다 그림을 더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은 하나를 선택하라면 음악이지만요...ㅋ

그레이스 2023-01-15 14:22   좋아요 1 | URL
그렇죠?
사후에 재평가를 받는 화가들 안타까워요
저도 음악 쪽으로 기울게 될까요?^^

새파랑 2023-01-15 1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로니‘라는 장르가 있다는걸 첨알았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웠습니다~! <진주 귀거리를 한 소녀>너무 매력적인데 초상화가 아니었군요 ㅋ

그레이스 2023-01-15 17:49   좋아요 2 | URL
^^
저도 처음 알았어요
매력적이긴 하죠.
이 그림이 너무 여기저기 붙어있어서 눈에 많이 익죠^^

서니데이 2023-01-15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르메이르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부터 본 것 같아요.
그 때는 베르메르로 소개되었는데, 작가나 그림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어요.
많이 본 건 아닌데, 다른 작품들도 섬세한 느낌이 느껴져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3-01-16 14:43   좋아요 2 | URL

몇 작품 안되는데 도난당한 것도 2점이나 되더군요;;
예~ 따뜻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01-16 0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진주 귀고리 소녀》 소설을 봤네요 시간이 지나고 페르메이르라고 해서 같은 사람인지도 몰랐습니다 클래식 클라우드, 이 책 나온 다음에 알았던 것 같아요 파란색 물감을 좋아해서 빚을 많이 졌다는 것도... 그때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서 없어진 그림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본래 많이 그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림도 거기에 그려진 걸 잘 봐야 할 텐데, 눈에 딱 들어오는 것만 볼 때가 더 많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3-01-16 11:52   좋아요 2 | URL

갑자기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림이 있어요.
그게 제 최애 그림인거죠^^

페넬로페 2023-01-16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베르메르와 페르메이르가 같은 사람인거죠.
잃.시.찾에서는 베르메르라고 나와서요.
저는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가 넘 강렬했어요^^

그레이스 2023-01-16 18:01   좋아요 3 | URL
예~
같은 사람이예요~^^
 
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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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블라주(assemblage).


빌레글레는 거리의 찢어진 벽보를 모아 대형 캔버스에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벽보를 수집한 거리 이름과 날짜, “성당 거리 99번지, 1974519(99,Rue du Temple, 19 mai 1974)”, “라파예트 거리/ 오트빌 거리 19884(Rue Lafayette/d’Hauteville avil 1988)”과 같은 제목이 붙여져 있다. 선동, 전쟁 규탄, 대통령 선거, 제품 광고, 영화 홍보 등의 내용을 담은 찢어진 조각들은 서로 겹쳐지고 흩어져 그 거리 그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레오퀴르 거리-베르튀 거리, 198464(Rue Réaumur-Rue des Vertus, 4 juin 1984)

그라빌리에 거리 19731(Rue des Gravilliers, janvier 1973)


아니 에르노의 세월은 사진 한 컷 위에 찢어진 기억의 벽보들이 덧붙여진 아상블라주로 다가왔다.

 

흑백 사진 한 장, 골목에서 두 소녀가 둘 다 등 뒤에 팔을 숨기고 어깨를 맞대고 있다. 뒤로는 소관목과 높은 벽돌 벽, 위로는 커다란 흰 구름이 뜬 하늘이 보인다. 사진 뒷장에는 19557, 생 미셸 기숙사 정원에서 라고 적혀 있다.(63p)”

이렇게 사진을 그린 후, 그 사진의 주인공, 그녀의 눈에 비치던 세계를 그린다. 그녀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계와 사유의 대상은 확장되어 간다.

 

실내에서 클로즈업으로 찍은 흑백 사진, 쿠션을 이용해 소파로 꾸민 침대 위에 젊은 여자와 아이가 투명한 커튼이 있는 창문 앞에 나란히 앉았다.(120p)” 

67년 로베르쉬가라고 적혀 있는 이 사진의 젊은 여인은 그녀. 67년과 68년을 지나면서, 그녀의 생각은 베트남이나 공공의 이슈보다는 자신에 대한 질문들, 존재와 소유, 실존에 대해 집중되었다. ‘68 5월 투쟁과 혼란과 격동의 시절에 그녀 주변의 작은 것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녀는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대해 끝도 없이 물었고,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134p)” 그녀에게 1968년은 세상의 첫해였다


그녀는 부부와 가족 외의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모로 기억되는 모든 장면들로부터 벗어나 활동의 장으로서 미래를 받아들였다. 계속되는 질문들을 기록하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리라 생각된다.

 

삼십 즈음의 그녀는 여전히 젊은 여성으로 폐경기 여성을 향한 거만함을 품고 있다. '샤를리 엡도'와 '리베라 시옹'을 읽음으로 자신이 68정신 안에 있음을 확인한다. 진보적인 매체를 읽고 보면서 공감하는 스스로에게 안도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졌다. 파리로 이사한 그녀가 노곤한 느낌을 받는 것은 과거가 없는 도시 때문인지, 진보한 자유주의 사회의 전망 때문인지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아마도 스스로에게 의문이 있어도 오랫동안 모른 채 한 것은 아닐까? 그 자본주의의 안락함 때문에. 베트남 전쟁이 끝났고 그녀는 희열과 피로를 느낀다.

 

좌파의 시대, 마흔의 80년대, TGV 안에서 『말과 사물 독서, 돌아온 우파,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주네의 사망, 체르노빌, 전쟁, 테러, 폭발……. 그리고 “68년은 낡았다, 86년이 더 낫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그 젊은이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68년에 그녀의 세대가 기성세대를 비판했듯이, 비판을 받는 세대가 되었다.

 

923월 세르지라고 적혀 있는 사진의 그녀는 오십대 여성의 충만함을 풍긴다.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지금까지 분리되고 조화가 깨진 그녀만의 수많은 장면들을 서사의 흐름,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한데 모으고 싶어 한다. 개인의 것이지만 세대의 변화가 녹아 있는 삶. 그녀는 시작하는 순간, 늘 같은 문제에 부딪친다. 어떻게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과 사물들, 생각들, 관습들의 변화와 이 여자의 내면의 변화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45년의 프레스코화와 역사 밖 자아의 탐구, 고독이란 시를 썼던 스무 살의 일시 정지된 순간들의 자아를 동시에 만나게 할 수 있을까, 등등. (224p)”

 

그 소망, 고민이 바로 이 세월이라는 작품에 구현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녀일치, 생각했던 자신의 책의 모습, 그녀가 책에 남기기를 원했던 느낌들. 그 감각이 살아날 때까지 사진의 그녀에게 가는 과정은 마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연상케 한다. 50대의 그녀는 방법을 모른다면 "마르셀 푸르스트의 차에 적신 마들렌처럼 우연히 가져다주는 어떤 신호를 기대하고 있다(224p)"고 한다.

 

글 속에서의 그녀는 거울 속, 사진 속의 끊임없는 타인에 해당될 것이다.……이 글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사람들우리가 있다.(301p)”

 

나는 아직 사진 속의 그녀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과거의 기억, 수모, 부끄러움, 치기, 오만 등의 부정적인 기억들과 만나는 것을 꺼린다. 나는 그녀를 타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글을 쓴다면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선행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쓰다보면 타인인 그녀의 감각이 내게서 되살아나는 순간이 올 테고, 환희의 순간이 될지, 견딜 수 없이 아픈 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 그녀는 내가 될 것이다. 만약에 나에 대한 글을 쓴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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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1-1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작업물입니다 잘 봤습니다 - 그녀는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대해 끝도 없이 물었고,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134p)” 밑줄 좌악 ~

그레이스 2023-01-11 23:12   좋아요 1 | URL
1968년, 그런 시작을 할 수 있던 시절과 그녀가 부럽더라구요. 물론 시행착오와 아픔이 있었고, 혼란이 있었지만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2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상블라주!
처음 들어 찾아봤어요^^
오호~
글을 읽고 다시 그림들을 보니 의미심장합니다.
격동기! 그들은 어떻게 살아냈을까요?

그레이스 2023-01-12 07:58   좋아요 2 | URL
아니 에로노는 그 격동기를 지나온 지식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행동하기에는 많은 의미로 옷을 입고 있었던 여성 지식인!
68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한듯요

청아 2023-01-12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작품들과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 이렇게 이어지네요!!
에르노가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예술적 작업을 해오던 것으로도 느껴집니다.
역시 이 소설도 자전적인 요소들이 가득.^^

그레이스 2023-01-12 09:50   좋아요 2 | URL
예~
자서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함때문에 흥미롭게 봤어요.
자전적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고민도 엿보게 되구요.
프랑스의 현대사도 재밌구요.

레삭매냐 2023-01-12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상블라주,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제가 하면 스크랩일 텐데
왠지 작가들이 하면 작품
이 되는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3-01-12 10:23   좋아요 3 | URL
ㅎㅎ
저도 마찬가지!^
그래서 예술가겠죠.~♡

페크pek0501 2023-01-12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읽을 게 너무 많아서 야단났네, 하고 있어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숨기지 않고 다 밝혀 기록하는 작가의 그 용기는 배울 점이겠지요. 저에게 꼭 필요한 용기인 듯해요.^^

그레이스 2023-01-12 14:00   좋아요 1 | URL
페크님 열공중이시군요.
저는 쓰는것보다 읽기만 하고프네요, 게으른 시간들 추스르고 리뷰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용 ^^
저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서니데이 2023-01-12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의 사진은 흑백 사진이라서 아상블라주에 대한 사진을 봤어도 설명을 듣기 전에는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3-01-12 15: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이 소설에 대한 제 감상이 아상블라주가 연상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독서괭 2023-01-12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작품을 아상블라주라고 하는군요! 미술에 문외한이라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녀‘를 마주하기. 아니 에르노는 그걸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3-01-12 15:46   좋아요 1 | URL
꼴라주와는 다른 것이 완성품을 떼거나 찢어서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보시면 되듯요.

희선 2023-01-14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가 쓴 글을 아상블라주처럼 느끼셨군요 아상블라주 잘 모르지만... 그레이스 님은 그걸 아셔서 책을 보고 그림하고 연결해서 보셨군요 멋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3-01-14 07:59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
몇 페이지 넘어가니까 바로 빌레글레의 작업이 떠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파리를 중심으로 작업을 한 작가여서 그런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