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사무라이ㅠ이럴땐 정말....!˝이거 집에 있어.˝<사무라이>가 집에 온날지금 찾았다.ㅠ
시각적인 표현.탁월하다
그런데 내 가슴 위쪽이 계단 위로 드러난 것과 동시에 그 덩어리의 각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얼굴, 사실은그 얼굴 때문에 완전히 위축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얼굴이 평범한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순수한갱부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 말고 달리 형용할 수가 없다.갱부의 얼굴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직접 가서 보는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도 꼭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대충 말하겠는데, 광대뼈가 둥글고 높이 솟아 있다. 턱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동시에 좌우로 뻗어 있다. 눈이 단지처럼 움푹 들어가 안구를 거침없이 안쪽으로 빨아들인다. 콧방울이 내려앉았다. … 요컨대 살이라는 살은 모두 퇴각하고 뼈라는 뼈는 모조리 함성을 지르며 나아간다고 평하면 될 것이다. 얼굴의 뼈인지 뼈의 얼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각진 얼굴이다. 격렬한 노역을 하기 때문에 빨리 나이를 먹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둥그스름한 느낌이라든가 따뜻한 느낌, 다정한 느낌 같은 것은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거칠고 난폭한 느낌이다. - P167
그때 돌연 누가 불렀다. 나는 그때 마침 아래를 내려다보며 나루미시보리‘의 허리끈을 고쳐 매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전기 장치라도 된 얼굴처럼 목덜미가 갑자기 땅겼다. 고개를 들고 보니 조금전의 그 얼굴들의 눈이 모두 이쪽을 보며 빛나고 있었다. "이봐" 하는소리가 어떤 얼굴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얼굴에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떤 얼굴이나 다 사나웠고, 자세히살펴볼 것도 없이 그 거친 얼굴에 경멸과 조롱과 호기심이 분명히 새겨져 있다는 것은 고개를 들자마자 발견한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굉장히 불쾌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든 채 "이봐"하는 소리가 다시 한번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P169
병에 잠복기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사상이나 감정에도 잠복기가 있다. 이때에는 자신이 그사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에 지배당하면서도 전혀 자각하지못한다. 또한 그 사상이나 감정이 외계와의 관계로 의식의 표면에 드러날 기회가 없으면 평생 그 사상이나 감정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신은 결코 그런 기억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는 이런 거라며 줄기차게 반대의 언행을 해 보인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그 언행은 모순되어 있다. 스스로 미심쩍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미심쩍다는 것은 모르더라도 엄청난 고통을 겪기도 한다. - P62
앞에서 말한 대로 내 영혼은 숙취에 시달리는 몸처럼 한없이 흐리멍덩했다. 그런데 역을 나서자마자 예고도 없이 명료한, 맹인에게조차 명료한 그 경치에 딱 맞닥뜨린 것이다. 영혼만큼은 놀라지 않으면안 되었다. 실제로도 놀랐다. 놀란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까지 흐리멍덩해서 마지못해 배회하고 있던 타성에서 일변하여 진지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내가 앞에서 말한 일종의 묘한 기분은영혼이 몸을 뒤치기 전, 그러니까 경치가 참 명료하구나 하고 깨달은직후의 아주 짧은 순간에 일어난 마음이었다. 그처럼 느긋하고 명백한 경치는 지금까지의 내 정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위세가 좋은것이었는데, 내 영혼이 아니, 이런, 하고 생각하여 진지하게 이 외계를대하기 시작한 것을 마지막으로 아무리 환해도 아무리 한가롭게 있어도 완전히 실세계의 사실이 되어버렸다. 실세계의 사실이 되면 그 어떤 후광도 고마움이 없어진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내 영혼이 어떤 특수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즉 환한 외계를 환하게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갖고 있으면서도 그걸 실감이라고 자각할 만큼 작용이날카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곧은길, 그 곧은 처마를 사실과 다름없는 환한 꿈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세계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명료한 정도와 그에 따르는 확실한 쾌감으로 타계의 환영을 접한 기분이 들었다. - P79
기울기 시작한 해에서 눈을 옮겨 그 푸른 산을 바라보았을 때저 산은 홀로 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안쪽으로 쭉 이어져 있는 것일까하고 생각했다. 조조 씨와 나란히 점점 산 쪽으로 걸어가자 아무래도저편에 보이는 산 깊은 곳의 더 깊은 곳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산들은 모조리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어져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가 산을 향해 걸어가지만 그저 걸어갈 뿐 좀처럼 산기슭에 다다르지 않아 산이 안쪽으로, 안쪽으로 계속 물러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가 점점 기울어 그늘진 쪽은 푸른 산의 윗부분과 푸른 하늘의 아랫부분이 서로의 본분을 잊고 적당히 남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기 때문에 바라보는 내 눈에도 산과 하늘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았고,따라서 산에서 하늘로 시선을 옮길 때 그만 산을 벗어났다는 의식을망각하고 하늘을 여전히 산이 이어진 것으로 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하늘은 무척 광활했다. 한없이 북쪽으로 뻗어 있었다. 나와 조조 씨는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 P81
해는 점점 기울고 있었다. 올려다보았으나 양지는 어디에도 보이지않았다. 다만 해가 진 쪽이 희미하게 밝았고, 그 밝은 하늘을 등지고있는 산만이 눈에 띄게 검푸른 빛을 띠어갔다. 5월이었으나 추웠다.이 물소리만으로도 여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더구나 지는 해를등으로 받고 정면은 그늘진 산의 색이란, 대체 무슨 색이라 해야 할까? 단순히 형용할 뿐이라면 보라색이라고, 검은색이라고, 푸른색이라고 해도 상관없겠지만 그 색의 느낌을 쓰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어쩌면 그 산이 당장 움직이기 시작하여 내 머리 위로 와서 왕창 뒤덮지않을까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추웠을 것이다. 실제로 앞으로 한두시간 안에 전후좌우 사방팔방이 모조리 그 산과 같은 불길한 색이 되어 나도 조조 씨도, 이바라키 현도, 완전히 한 가지 색의 세계 안에 휩싸이고 말 것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두 시간 전에 석양의 한 부분의 색으로, 한두 시간 후에 나타날 전체의 색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부분이 전체를 부추겨 당장 그 산의 색이 퍼져가겠구나 하는 예감이 마음 한구석에 들었다. - P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