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말투에도 미간에도 초조함 비슷한 것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네. 형님은 돌연 발밑에 있는 조그만 돌멩이를 집어 들고4, 5미터나 되는 파도가 밀어닥치는 물가로 뛰어갔네. 그리고 그돌멩이를 바다 멀리 던졌네. 바다는 조용히 그 조그만 돌멩이를받았네. 형님은 보람 없는 노력에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처럼 두번 세 번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네. 형님은 해변으로 밀려든 다시마인지 미역인지 모를 해조류 사이를 개의치 않고 뛰어다녔네.
그러고 나서 다시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왔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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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책은 읽다가 좋으면 구입하려고 빌려왔어요
확실히 살것 같아요 ^^;;
오늘은 금정연작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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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31 2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어봐야 겠어요 ^^

청아 2021-05-31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사야하나 알라딘 들어갔다가 이 사진보고 북플로 들어와봤어요ㅋㅋㅋㅋㅋ
<세잔의 사과> 많이 들어본듯해요!

그레이스 2021-05-31 22:51   좋아요 2 | URL
저도 이진숙씨 책 보고 일단 훑어보려고 빌렸는데 사얄것 같아요
일단 전영백씨의 글이라 좋구요
세잔의 초상화, 세잔이 사용하는 색, 세잔의 시도 등에 대한 프로이트, 바타유 등의 사상가들의 사유로 해석하는것으로 보여요
첫페이지에서 이미 사기로 맘먹었습니다.

청아 2021-05-31 22:54   좋아요 2 | URL
오! 리뷰 기대됩니다!!

scott 2021-06-05 01:01   좋아요 2 | URL
피터 한트게의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
사알짝 추천합니다!

그레이스 2021-06-05 07: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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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땅에서 전쟁을 하고 무수한 죽음을 목격한 사람들

사선의 전장이 가까운 마을.


휴가에서 돌아온 주인공 헨리는 마치 여행자와 같은 태도이다. 군의관 리날디처럼 시시덕거리고 수작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전쟁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는 진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캐서린을 만났을 때도 끌리는 마음을 진지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했던 약혼자를 전쟁에서 잃어버리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과 상실에 두려워하는 캐서린에게는 그의 태도가 분노를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헨리에게 끌리는 마음조차도 불안이 덮치고 삼켜버린다. 그녀의 불안은 비가 올 때 고조되고, 비는 죽음을 암시한다.


이들의 사랑은 전쟁의 한가운데 있는 드리워진 죽음과 공포, 고통 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영화 속 헨리의 대사는 아마도 “I CRUSH YOU!”...

 

부조리한 전쟁의 한가운데서 도피해 온 헨리. 죽음의 현장에서 도망했지만 죽음은 도처에 있다. 해리 포터 영화를 보면 디멘터라는 존재가 있다. 나타나지 않아야 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 인간의 행복한 기억을 빨아들이고 불행한 기억만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 그야말로 죽음과 같은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인간의 죽음을 비유할 수 있는 적절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삶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죽음은 언제든지 인간을 덮쳐오고 그것은 갑작스럽다.

 

스위스에서의 행복한 두 사람. 잉태된 생명을 기다리는 하루하루는 역설적으로 비극을 향한 긴장을 고조시킨다. 결국 캐서린은 아이를 낳다가 죽고 이야기는 헨리의 슬픔을 공감하기에는 너무나 간단하게 끝나버린다.

 

그러나 간호사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고 전등을 꺼도 소용이 없었다. 마치 조각상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나는 병실 밖에서 나와 병원을 벗어나 뒤로 한 채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503p

 

캐서린의 죽음 후, 병원을 나선 헨리를 그린 마지막 장면이다. 소설의 이 마지막이 지나치게 간결해서 허무하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병원을 나온 헨리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길게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그 뒷모습은 죽음에 대한 애도도 상실에 대한 슬픔도 전달하지 않는다. 무력감만이 그의 발걸음을 따르는 것 같다. 그가 걸어가는 방향의 소실점 역시 허무를 가리키고 있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은 도피도 싸움도 할 수 없는 존재. ‘인간의 죽음은 실존에 대한 영원한 질문. 아마도 헤밍웨이는 소설을 쓸 당시 어떤 답도 대안도 없었던 것 같다. 던져진 존재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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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30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던져진 존재! 오~♡ 이 표현 인상적인데요?!! 영화까지 나온 작품들이 많아서, 포장지 뜯지 않은 선물꾸러미 가진 것처럼 읽기전부터 설레요ㅋㅋㅋ

그레이스 2021-05-30 22:58   좋아요 4 | URL
‘하이데거‘를 읽고 나서 저도 ‘던져진존재‘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어요.
제가 자주 사용하기도 하는데, 사실 저는 인간존재를 던져진 존재라 생각하지 않지만 실존을 찾기까지 인간은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기에 이 말이 아주 적절하다는 생각입니다.^^

scott 2021-05-31 16:09   좋아요 2 | URL
[포장지 뜯지 않은 선물꾸러미 ]
미미님 표현에 감탄!!👍

청아 2021-05-31 16:12   좋아요 2 | URL
헤헷 ໒( ͡ᵔ ▾ ͡ᵔ )७~❤

새파랑 2021-05-30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은 ‘무기여 잘있거라‘ 영화 엔딩인가 보죠? 전쟁의 비참함 속에서 헨리의 시종일관 담담함과 냉소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 비극적인 부분에서 마져도 ㅜㅜ
헤밍웨이의 문장이 전체적으로 다 왠지 쿨한? 기분이 드는거 같아요.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극호^^

그레이스 2021-05-31 06:30   좋아요 3 | URL
아마도 소설의 급작스럽게 느껴질만큼 간결한 엔딩때문에 영화의 엔딩이 기억에 남았던것 같아요^^

scott 2021-05-31 16: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음, 사랑, 도피, 죽음…]
헤밍웨이 인생 전체를 말해주네요
인간 헤밍웨이는 ,,,,,이지만
문장력은 인정 함요 (๑-﹏-๑)
 

분위기와 감정의 미세한 동요를 전달하는 글솜씨!!!

오카네는 어느새 옷장 서랍을 열고 오카다의 옷을 꺼냈다. 나는 오카다가 뭘 입는지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오카네가 옷을 입히고 띠를매어주는 모습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던 모양인지 "지로 씨는 준비 다 하셨어요?" 하고 물었을 때야 퍼뜩 정신을차리고 일어났다.
- P32

나는 이런 말 외에 대답할 말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답한 후에는 아주 무책임한 듯한 기분이 들어 견딜 수 없었다. 동시에어쩔 수 없이 이렇게 무책임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결혼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의 경험일 거라는 생각도 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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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30 16: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후를 읽고 소세키 전작 완독에 도전 했다가 행인을 읽고 난 후 소세키의 최고작으로 마음 굳힘
❤*.(๓´͈ ˘ `͈๓).*❤

그레이스 2021-05-30 17:41   좋아요 2 | URL
앞부분 몇페이지 읽고 기대감 상승인데 scott님 댓글에 가슴이 뛰네요^^
 
꼰대책방
오승현 지음 / 구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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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그룹의 미메시스연구소에서 상품화한 미미는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생체이식술이다. 대뇌피질에 흐르는 반복적인 전기·화학적 신호 패턴을 읽어 내는 기술을 개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뇌 지도를 모방하여 그 패턴을 일반인들에게 심어주는 기술이다.


이것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나오는 밈이라는 용어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문화를 전달받아서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단위를 그리스어 어근 미멤mimeme’에서 가져와 meme’이라고 명명했다


과학자 부부에 의해 밈이라는 것이 뇌 안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경험에 대한 반응으로 자기의 뇌를 스스로 재설계할 수 있는 신경가소성에 착안하여 미미를 개발하게 된다. 즉 전문가의 뇌 안에 있는 밈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이다. 돈을 내고 전문가의 축적해온 지식을 자신의 뇌에 주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돈을 내고 미미를 사서 변호사가 되고 기업의 후계를 잇는 사람들이 있다.

 

미미는 기술자의 굳은 살이라는 은유가 인상적이었다.


이제 미미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책을 읽고 공부해서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가장 큰 서점이 있었던 제노그룹 빌딩에는 이제 책이 사라지고, 미메시스, 미미라는 완벽한 대체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밈을 제공하는 기버(giver, 수여자)들은 중뇌에 손상을 입어 파킨슨병을 앓는다. 그러나 제노의 대표 장도섭은 이 부작용을 무시하고 미미를 판매한다.  이식받은 자들 역시 정신증을 일으키는데 정부의 묵인 하에 조용히 미미를 수증자(受贈者)에게서 제거하는 것으로 상황을 무마한다. 기버들은 대부분 수입이 끊어진 노인들이다. 이들은 식물인간이 되어 비블리오티카(bibliotheca, 장서 문고 또는 서점)라는 시설의 연명장치 안에 보관된다.

 

미미로 인해 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시대가 되면서 아버지의 헌책방을 운영하던 심지언은 제노그룹에 입사한다. 밈을 발견했던 교수의 아들 성도진도 제노의 직원이다. 이들은 미미의 부작용과 음모를 알게 된다. 성도진 역시 실종되었던 어머니를 만나며 미미 개발과정에서 대표 장도섭의 범죄를 알게 된다. 이들은 미미와 관련된 범죄와 국가와의 공모, 수용시설의 비밀들을 밝혀나간다.

 

<꼰대책방>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책과 관련된 이야기 보다는 뇌 과학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왜 미미를 사려고 할까? 왜 다른 사람들의 굳은살을 떼어 자신에게 이식하려고 할까? 지식을 전수받는 시간을 줄이고 많은 양의 지식을 단시간에 가지려는 것, 결국 성공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그 보석을 전수받아 여물어 가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윗세대로부터 그것을 전수받고, 거기에 청년의 시각을 더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그것이 새로운 이 되고, 이런 방식은 중노년과 청년의 이상적인 관계 맺기이다. 어른은 청년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 청년은 배움의 자세로 그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세대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밈의 이동을 불만스러워 하는 집단이 있다. 바로 기업들이다. 자본주의가 만든 거대 괴물, 오로지 시장만이 그것을 기다릴 수 없다. 밈의 이동은 곧 돈의 흐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34p

 

성공, 부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미미에 대한 폭주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개인에게 부작용을 가져온다. ‘미미를 살 수 없는 청년의 박탈감, 노년 지식인들의 밈의 판매는 사회전체가 겪는 분열과 정신증과 마비(파킨슨병)를 보여주는 것이다. ‘미미2037년의 사회현상이고 어쩌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도섭은 그가 만든 수용시설 비블리오티카에서 이렇게 항변한다.


어때 마음에 드러? 여기 니드리 조아하는 채책방이자나. 인간에겐 누구나 완벽하게 타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잠재돼 있어. 그게 바로 모방, 미메시스의 기본정신이지. 사람들은 타인이 되고 싶어서 책을 읽어. 그런데 백권 천권 읽는다고 타인이 되나. 타인을 부러워하는 질투심만 책장에 가득히 채워 놓을 뿐이야. 그럼 여긴 어딜까. 여기가 바로 책방이야. 아주 빠르고 효율적인 이 시대의 책방! 책은 느리지. 책 한 권의 내용 만들려면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리는데, 그 책 하나 읽는다고 인생이 한 번에 달라지냐? 그런 책을 백 권 천권 읽어도 안 바뀌는 놈들이 수두룩해. 그럼 뭐가 진짜 지식의 보고야. 뭐가 진짜 지혜의 전당이냐고? 미미는 한 방이 되잖아. 하나로 된다고! 그러니 여기가 진짜 책방이 아니고 뭐겠어?”

 

최 팀장의 대답이다.


너 어릴 때 책 안 읽었지? 딱 티나 이 XX……

필요한 지식을 무작정 머릿속에 무작정 때려 넣는다고 그게 지혜가 되냐? ……지식은 경험이라는 틀 안에 존재해야만 지혜가 되는 거거든. ……

-205p

 

두 사람의 주먹다짐과 함께 오가는 말 속에 가슴을 치는 부분이 있었다. 나의 책 읽기와 삶의 변화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가끔읽어야 할 책은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함을 느낄 때, ‘스캐너처럼 사진 찍듯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고펜으로 줄을 긋고옆에 메모를 하고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숨 쉬듯 생각을 하는 즐거움을 기억한다갈피해 놓은 책들기록해 놓은 감상들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있기에 읽는다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거기에는 지식의 습득성공돈으로 환원되는 세상의 욕망 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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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5-29 16: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밈이 이런 이야기로도 풀리는군요. 그레이스님의 글처럼 돈으로 환원되는 욕망보단 순수한 즐거움으로의 책읽기에 저도 한 표 던집니다. *^^*

그레이스 2021-05-29 17:38   좋아요 5 | URL
우리 서로 동시에 댓글을 달고 있었네요
공감으로^^

scott 2021-05-29 1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는 즐거움!이
독서인들의 최고의 기쁨 ( ´●◡●`*)

그레이스 2021-05-29 17:37   좋아요 4 | URL
예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