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경찰
이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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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꿈인 고등학생 친구와 함께 이 책을 읽었다. 진로를 위한 독서로. <죄와 벌>을 도전했다가 포기하면서 좀 쉬운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고3이 되는 겨울방학에 여유가 없을게 뻔 한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게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이다. ‘내가 너 아니면 언제 이런 책을 읽어보겠냐?’ 하고. 신간이어서 빌려볼 수도 없어서 구입했다.

책을 받아서 펼쳐 보고서야 저자가 <도시경찰>, <시티헌터>등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0년간 1천 명이 넘는 범인을 검거한 형사 이대우」라는 광고와 목차에서 보여주는 실용적 안내 때문에 정했는데, 내용은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서대문 경찰서 강력계 팀을 이끌며 뛰어난 범인검거의 실적을 올렸다는데, 30년 동안이나 이런 일을 한 그는 사람을 그냥 예사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강력계 형사로서의 키워드 중 관심을 끌었던 단어는 경청이었다. 근성이나 상상, 의심, 증거…등 보다 「경청」은 인내심과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오랜 훈련이 필요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 시간 끝까지 들어주는 이 경청 때문에 피의자와 피해자가 바뀌었던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경찰이 되는 길과 다양한 업무분야가 소개되고 있다. 나도 이렇게 다양한 업무분야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하긴, 경찰계급도 잘 몰랐으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무 분야를 찾기 위해 신임 때 준비할 것과 4가지 승진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실무적인 안내를 읽으며, 고등학생 친구는 경찰이 되고자 하는 꿈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와 좋았다고 한다. 가슴이 뛴다고……. ‘그래 이 책을 잘 선택했나보다. 다행이다.’

수사와 관련된 용어들에 대한 설명도 상세하게 해주고 있고, 현직에 있는 여자경찰의 칼럼, 도시경찰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경찰체험에 대한 소감들도 들어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저자가 경찰이 된 동기와 과정, 형사 30년 기간 동안의 성공과 실패담, 회의에 빠져 사표를 던졌다 다시 돌아가게 된 이야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있어서 재미있다.

그가 후배 경찰들에게 하는 조언 중 주의 깊게 본 것은 수사가 종결되고 재판에 넘겨진 후에, 그 재판장에 꼭 참석해서 재판과정을 지켜보라는 내용이다. 그래야 자신이 수사단계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힘들여 범인을 잡았는데 재판과정에서 무죄로 판결이 나게 될 때, 무엇을 놓쳤는지 꼭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법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도 했다.

범인을 심문하는 과정에서도 설득과 위로, 공감능력을 잃지 말라고 애써 덧붙인다. 인간적인 공감이 오히려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에 대한 관심과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느 영역 어느 직업에서든지 한 길을 정직하게 꾸준히 가다보면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들의 말들을 들어보면 결론은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든지…. 이대우 형사처럼 범인을 검거함으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들이 그나마 위안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 것과 서로 상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달인의 경지는 서로 통한다. 사람이란 주제로….^^

경찰에 대한 혐오 섞인 말들이 오가던 시절들이 있었다. 공권력의 하수인쯤으로 여겨지던……. 말만 들어도 섬뜩하고 증오심을 일으켰던 어두웠던 시절. 그런 시절에도 범죄의 현장에서 묵묵히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몸으로 뛰었던 경찰, 형사들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재심사건」에 대한 기사들을 보며 감옥에서 청춘을 보낸 억울한 사람들 이야기로 마음이 답답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해서도 권력이 남용이 될 수 있는 예들을 나열하며 상대방을 견제하지만, 이제까지 경험에 비추어 불안하긴 둘 다 마찬가지이다. 시즌2에 걸친 드라마를 통해 분석하는 칼럼들도 보았다. 결론은 드라마를 봐도 어렵다는 것. 결론이 난 수사권조정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을 놓치면 권력은 괴물이 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 이대우와 같은 형사들만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야 없지 않겠지만…. 또 공무원이니 정의가 위태로운 상황이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한계도 있을테고.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또 다른 경찰지원자를 위해 선물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먼저 후기를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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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3-06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로관련 책도 좋지만 그레이스님이 더 좋은 멘토이신거 같아요 *^^* 보기좋습니다 ~

그레이스 2021-03-06 23:4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mini님 아이들과 하는 독서 너무 좋아 보여요.
아이들이 행운이란 생각했어요.

mini74 2021-03-06 23:49   좋아요 3 | URL
과연 아이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ㅎㅎㅎ 과찬의 말씀입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

붕붕툐툐 2021-03-07 0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경찰이 꿈인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면 너무 좋겠어요!! 요즘 진로 독서 하는데 꿀정보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잘라 2021-03-07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백 개 누르고 싶은 리뷰입니다.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scott 2021-03-07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짠돌이 알라딘!! 더블 하트♥︎ ♥︎ 버튼을 만들롸!

그레이스 2021-03-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3-0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발견하시면 알려주세요~ㅠ
지금 또 수정!
글 올려 놓고 비문과 오타 수정하게 되네요
저만 그런가요? ㅠ
 

일반적으로, 
가르치는 사람은 배우는 사람보다 
적어도 세 배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약에 
배우는 사람의 인격을 형성시켜야하는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적어도 열 배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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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세가 중
이극의 조언.
인선이라는게 쉽지 않지...!


"......평소에 지낼 때에는 그의 가까운 사람들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한 상황에서는 그기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이 다섯 가지만 살피면 족히 인선을 하실 수 있으신데, ...."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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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들의 풍속이 같지 않은데 어떤 옛 방식을 본받을 것인가?
 제왕들이서로 답습하지 않는데 어떤 예법을 따를 것인가?
......
삼왕에 이르러서는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규를 제정하였으며 실제 상황에 따라 예법을 규정하였소, 법령과 제도가 각각 실제 필요에 부합되었고, 의복과 기계는 각각 그 쓰임에 편리하였소. 
그러므로 예법 또한 꼭 한 가지 방식일 필요가 없고 국가의 편의를 추구하는 데 반드시 옛 것을 본받아야 할 필요는 없소.
......

옛 속담에 
"책 속의 지식으로 말을 모는자는 말의 속성을 다 이해할 수 없고, 옛날 법도로 지금을 다스리는 자는사리의 변화에 통달할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옛날 법도만을 따라가지고는 세속을 초월하기 어렵고, 옛날 학문만을 본받아가지고는 지금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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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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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단편 제목이지만 ...


마음이 맴도는 과거의 어느 시점의 기억들이 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삶의 많은 사건 중 그 기억을 유난히 떠올리며 마음의 상처를 더듬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주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 때보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때의 기억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너무 어렸거나 나약했기 때문에 ……

나약하거나 무심하거나, 무심하거나 무정하거나, 무정하거나 이기적이거나, 이기적이거나 비겁하거나…….

아마도 무심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건들을 만나며, 단련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나약함. 그 나약한 몸짓에 돌아오는 것은 수치뿐이었던 반복된 경험으로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을 닫고 달아나고 싶을 때, 나는 무엇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일까?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타고난 기질일까?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에서 나와 같은 마음으로 괴로워할까? 많은 후회의 시간들을 겪고서도 여전히 그런 때가 있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견디는 때.


원인을 모르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유년기를 삼켜버렸다. 그저 친구의 이름만을 불렀던 소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폭력과 범죄, 우울증의 가족사와 그로 인해 불행한 유년의 시절이 등장한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다.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심한 듯 일상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누군가는 말해 줘야 했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침묵으로 비난하고 모른 척 할게 아니라.

「다음날 이웃집에 사는 칼러씨가 건너와 더그형이 자기 자동차 창문을 박살냈다며, 아내가 목격까지 했다고 말했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나중에, 칼러 씨가 가고 난 후에, 내가 밖으로 나가, 그의 폰티악의 비닐 카시트에서 유리 파편을 털어내고, 거리에 흩어진 유리 조각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노라고 말한다. 석회석 벽돌은 여전히 차 바닥에 있었다고.
잠시 후, 칼러 씨가 집에서 나오더니 내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말했다―그것은 이후 좀체 내 마음을 떠날 줄 모르는 말이다―그는 말했다. “얘야, 이 일은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란다.˝」 154p <강가의 개>

세월호 사건이 있고 생존자들에게 했던 고통스런 질문들과 무심한 침묵들이 떠오른다.


불행한 사건들은 햇빛이 찬란한 평범한 어느 날 우리가운데 도사리고 있던 모습을 드러낸다. 정체모를 씽크 홀처럼... 그 정체를 맞닥뜨린 그 순간, 눈에 들어왔던 풍경과 맡았던 냄새와 만져졌던 촉감이 불행의 인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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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2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고보면 참 쉬운 말인데 왜 저 말 하나를 못듣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지 말이죠. 네 잘못이 아냐라는 최고의 위로의 말을 항상 새겨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레이스 2021-03-02 12:10   좋아요 0 | URL
나약하고 겁에 질려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위로도 용기있는 자들의 것이니까요.
우리 모두가 더이상 나약하고 누추하지 않기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