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CAKES - 사카타 아키코의 사계절 베이킹 앨범
사카타 아키코 지음, 김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사계절 어울리는 과자를 앨범처럼 즐길 수 있는 베이킹 북! 몇 년 전 큰맘 먹고 제과수업을 들었던 이유가 바로 케이크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냉큼 찜했는데 초판 한정판으로 센스 있게 데코픽이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어 굳뜨! 책을 첨 본 느낌은 일단 띠지에 실린 달달하고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계절과자 사진들이 먼저 눈을 사로잡았고, 겉표지가 두꺼운 하드보드지로 튼튼하게 양장으로 제본된 책이라 오래오래 소장하며 펼쳐보기 좋을 것 같아 맘에 들었다. 그래서 더 신나는 맘으로 페이지를 넘겼더랬다. 이 책의 특징은 일반 베이킹도서와 다르게 진짜 잡지나 앨범을 펼쳐보는 느낌이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어울리는 완성된 구움과자들을 따로 모아서 큼직한 사진으로 먼저 만나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차례대로 레시피가 하나씩 소개되어 있었다. 또 한가지 눈에 띈 건 홈베이킹을 시작하는 초보자나 독학하는 분들을 위해 저자 직강 베이킹 테크닉과 포인트 동영상이 담긴 24종의 QR코드가 레시피마다 첨부되어 있어서 편하게 도움도 받고, 놓칠 수 있는 스킬까지 꼼꼼하게 참고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다. 또 보통 요리책이나 홈베이킹 도서를 펼치면 대부분 사용하는 도구나 재료 소개를 먼저 하는 반면에 이 책은 제일 마지막 부분에 실려있어 특이하면서 신선했다. 그럼에도 완성품 사진과 레시피를 함께 보는 것에 익숙해져서인지 첨엔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더라능.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 부끄부끄~

봄 - 딸기 쇼트케이크

 

저자 사카타 아키코님은 의욕만 넘치고 실수투성이였던 베이킹 생초보 시절 그때의 나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을 담은 그리운 책처럼 그녀에겐 이 책이 마치 앨범과도 같다고 한다.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주고픈 선물, 그 소중한 추억들을 펼쳐볼 수 있는 그녀만의 생생한 기록인 프랑스 과자 레시피북 넘 멋진 것 같다.  2년 동안 잡지에 연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동안 꾸준히 만들어 오고 있는 대표적인 인기 메뉴들을 고르고, 계절을 추억하면서 책으로 다듬었다고 한다.

 

​SUMMER 레시피 中 맘에 들었던 메뉴 - 어릴 적 과일가게를 하는 외갓집에서 보내준 복숭아로 엄마가 자주 만들어 주셨던 디저트로 생과일과는 다른 탱글탱글한 식감이 매혹적이며, 차가운 요구르트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복숭아 콩포트 & 프로즌 요구르트. 그리고 살구 콩포트와 젤리는 제철이 짧은 살구향기랑 허브와 최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콩포트 시럽에 오레가노나 타임의 풍미를 더해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향을 만끽해보라고 한다. 자몽 푸딩은 예전에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자주 먹었던 디저트로 그 시절 가장 좋아했던 그 맛을 흉내 내고 싶어 반복해서 만들어 봤다고 한다. 쌉싸름하면서도 새콤달콤하고, 매끈매끈한 식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맛이라고 한다.

 

레몬 치즈 파이는 미국 남부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스터드 파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프랑스의 진한 레몬 타르트도 정말 좋아하지만, 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이 레몬 치즈 파이는 바삭바삭한 파이 반죽과 진짜 홈메이드라고 할 수 있는 소박함이 좋다고 한다. 블루베리 크럼블 머핀은 간단하지만 어려움도 있으며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완성했다고 한다. 볼록한 모양에 촉촉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미국식 머핀이라고 한다. 첨엔 케이크 레시피를 찾기 바빴는데 개인적으로 여름 파트가 유독 맘에 드는 메뉴가 많았던 것 같다. 살구. 복숭아, 자몽, 레몬, 블루베리 등 상큼하고 향긋한 과일이나 열매를 이용한 디저트 레시피가 기분 좋게 입맛을 돋워줄 것 같아서 그 계절이 돌아오면 하나씩 빨리 맛보고 싶어진다. 

 

 여름 - 레몬 치즈 파이

 

맛없음 반칙일 것 같은 캐러멜 슈크림과 프룬 퐁당 쇼콜라! 그중에서 슈크림을 너무 좋아하는데 짠맛을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슈 반죽에, 진하고 풍부한 달걀의 풍미가 어우러진 커스터드, 쌉쌀한 캐러멜의 얇고 바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과자라고 한다. 사카타 아키코 씨가 젤 좋아하는 대표적인 슈크림 레시피라고. 그리고 퐁당은 프랑스어로 '녹는'이라는 뜻이며, 촉촉하게 구운 퐁당 쇼콜라는 입에 넣으면 폭신폭신하고 사르르 녹는 맛이 매력적인 초콜릿 케이크라고 한다. 레드와인으로 프룬을 더해 살짝 어른스러운 맛으로 완성할 수 있단다. 둘 다 어떤 맛인지 상상이 가니 바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눈에 띈 글귀! 책 속 레시피에는 과자가 맛있어지는 분명한 이유가 있으며 실패를 해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계속 만들어 봐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래야만 어떤 다양한 변수가 있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고. 그래서 과자를 만드는 일은 즐겁고 심오한다고 한다. 똥손이라 너무 자주 좌절을 맛봐서 고민이었는데 처음엔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고 하니까 위로와 자극이 됐더랬다. 답은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도전을 즐기며 더 열심히 만들어 보는 수밖에 없겠다. 문제는 생긴 거랑 다르게 손도 크고, 테스트용으로 먹어줄 사람이 없다는 웃픈 현실. 맨날 똑같은 것만 먹는 건 질린다면서 새로운 걸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뭘 실수를 했거나 손맛이 없다는 거겠지. 그래서 나만 살이 뒤룩뒤룩 찌는가 보다. 근데 모양이 좀 엉성할 뿐 내 입맛엔 왜 다 맛있을까나 궁금타요. 걍 촌스러운 입맛을 가졌다고 생각하련다.

 

 겨울 - 크리스마스 쇼트케이크

 

WINTER 레시피 中 크리스마스 젤리는 화이트 와인을 기본으로 한 젤리 액에 빨간색과 검은색의 신선한 베리를 아낌없이 담은 두 가지 색 젤리라고 한다. 상쾌한 맛이 좋아 크리스마스 파티 후에 먹는 디저트로 권한다고. 그리고 크리스마스 쇼트케이크는 원형 틀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쇼트케이크로 자르면 단면에 세로 줄무늬가 있다고 한다. 초록색과 검은색 과일을 이용해 차분한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딸기로 장식하면 훨씬 귀여워진다고. OK! 둘 다 크리스마스 홈파티에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냉큼 찜했더랬다. 책 속 레시피만 따라하면 전혀 어렵지 않다고 하니까 부담감 없이 미리 연습해둬야겠다.

케이크 외에도 팬케이크, 도넛, 수플레, 젤리, 푸딩, 머핀, 파이, 타르트, 쿠키, 슈크림, 쇼콜라 등 맛보고 싶은 사계절 달다구리 구움과자 디저트들이 골고루 소개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입맛 다시며 제대로 눈호강 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진짜 베이킹 책만 봐도 기분 up! 책 속에 더 탐나는 아이들이 많으니까 궁금하신 분은 직접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난 뭐부터 도전해보징? 아마도 평소에 내가 젤 좋아하는게 치즈 케이크랑 슈크림이라서 실패 확률 0%인 꿀팁 참고해 베이크드 치즈 케이크 아니면 캐러멜 슈크림부터 손이 갈 것 같다. 일단 초보인 내가 봐도 쉬워 보였고, 혹시나 망쳐도 혼자서 신나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븐놀이에 흥미를 가지길 애타게 기다리는 식구들 입맛 따라 하나씩 예쁘게 만들어서 빨리 선물도 해줘야겠다. 간만에 꼽혔으니 우짜스까잉. 맘 급해지니 바로 도전하러 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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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atshare (Hardcover)
Beth O'Leary / Flatiron 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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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 본 영국 연애소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독서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 잠들기 전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달콤 쌉싸름한 연인들의 만남, 사랑, 믿음, 배신, 이별, 그리움, 질투, 후회, 복수 등 그 속에서 다양한 연애심리와 친구들과의 남다른 우정과 한 남자의 애틋한 가족애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로맨스소설이라 술술 읽혔더랬다. 거기에 처음부터 무슨 일이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았던 셰어하우스 룸메이트와의 아슬아슬한 관계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감질나지 않게 푹 빠져 읽기 좋은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라 맘에 들었다. 책 속 줄거리는 티피와 리언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여주인공 티피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를 선택한 전 남자친구 저스틴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친구 거티와 모와 함께 여러 군데 집을 둘러봤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들이라 실망을 하게 된다. 런던에서 그 돈으로 만족할만한 집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번에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한다. 티피는 결국 마지막 보류였던 광고를 보고 알게 된 아주 싼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언 투메이의 셰어하우스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했겠지만.

 

 

계약기간 6개월 동안 낯선 사람과 한집에서 생활하며 같은 침대를 사용해야 하지만 출퇴근 시간과 수면시간이 달라 집주인과 마주칠 일도 전혀 없고,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확실히 분류해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사생활까지 보호가 되는 하우스메이트가 된다. 집주인과 동거인이 이성이라는 점, 리언의 여자친구 케이가 임대인 역할을 대신한다는 조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스틴에게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티피와 교도소에 있는 동생 리치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하기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리언은 최적의 파트너였던 셈이다.

 

 

집주인 리언은 호스피스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남자 간호사였고, 티피는 버터핑거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둘은 얼굴도 모르지만 쪽지와 음식을 교환하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티피는 리언의 동생 리치와 통화를 하게 되고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인 캐서린의 부탁으로 코바늘뜨기 수업이 진행되는 공짜 유람선을 타게 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저스틴과 눈을 마주치게 되고 깜짝 놀란다.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었기에 그를 다시 만나서 내심 반가웠고, 그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헤어지고 나면 늘 그랬듯이..  

 

저스틴 때문에 하루하루가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보단 밝고 씩씩하게 버티기 위해 노력했던 티피. 먼저 연락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했기에 대박 칭찬해주고 싶다. 또 그녀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심성을 가져 그 예쁘고 순순한 마음이 다칠까 봐 옆에서 지켜주고 싶게 보호본능을 자극했더랬다. 게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센스 있게 해결하는 모습까지 멋져 보였고,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유쾌함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꼭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랑 앞에서는 더더욱.

 

 

그의 얘기만 꺼내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친구 거티와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모, 저스틴을 머리에서 밀어낼수록 가슴은 그를 더 원하고 그립기만 한 티피. 그럼 솔직하게 표현하고 빨리 잡던가! 날 버린 남자를 용서 못하겠다면서 맘 약해지게 또 왜 이러니? 쿨하게 미련을 버리시오. 티피는 저스틴에게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그가 없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그런데 몇 개월 동안 연락이 없던 그를 다른 출판기념회 행사에서 또 보게 된다. 잊을만하면 자꾸만 티피 앞에 나타나는 저스틴의 본심은 뭘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왠지 나쁜남자 기운을 폴폴 풍겼고, 불순한 느낌이 팍팍 들었기에 거리를 두라고 하고 싶었다. 저스틴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티피. 그녀에겐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아직까지 심리적 학대를 가한 저스틴과의 가스라이팅 연애를 깨닫지 못한다. 으.. 소름 끼친다요.

 

 

리언은 셰어하우스를 임대한 덕분에 주말엔 케이와 함께 지냈는데 바쁜 병원 일과 동생 면회에 환자 프라이머 씨의 인생 애인이었던 조니 화이트를 찾아주고파 점점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부족한 시간과 피곤한 상태에서도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케이는 엄청 섭섭해했고, 하지 말아야 될 말을 뱉고 만다. 결국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 이로써 집주인과 동거인은 둘 다 솔로가 됐었으니 안타깝도다. 다행히 둘은 사랑을 잃어지만 서로에게 친구 이상으로 편하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딱 마주친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에게 이끌린 듯 홀딱 빠지고 만다. 크! 두근두근~ 이 장면 넘 대박 웃겼음.
 

 

티피에겐 환승이별에 대한 극복을 오로지 혼자서 감당하긴 벅찼다는 것과,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받은 상처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변호사 거티와 심리상담사 모와 회사 동료 레이철이 있어 다행이었다. 다만,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지도 감정에 솔직하지도 못한 체 갈팡질팡 흔들리고 여기저기 이끌려 다니는 모습은 솔직히 넘 답답했다. 물론 서투른 사랑 앞에 순수하고 착해서 그랬겠지만 맺고 끊기를 확실하게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과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건 어쨌든 옳은 방법은 아닐 테니 말이다. 누구처럼 내가 갖긴 싫은데 남 주기 싫은 고약한 심보는 정말 끔찍하고 질색이니까. 진짜 서로에게 이득 없는 시간낭비, 감정소모를 왜 할까나. 상대방이 내꺼라는 착각과 아쉬워서 잡고 싶은 맘 또는 간절히 원하지만 용기가 안 나서겠지.. 사랑 앞엔 모두가 눈이 멀고 겁쟁이가 되니까 말이다.

 

티피가 친구들과 나눈 아주 솔직하면서도 진솔했던 공감 수다에 점점 빠져들며, 티피와 리언의 쪽지 대화와 둘의 썸 타는 분위기에 홀릭해 은근 설렜다. 그리고 주인공들과 얽히고설켜 더 많은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이어졌기에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영미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나와 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과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라 더 와닿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 덕분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티피, 그리고 그녀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하며 소극적인 자세에서 조금씩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으로 바뀐 리언. 서로의 문제점과 고민들을 상의하며 현명하게 잘 풀어내서 안심이 되었다. 이 모든 게 셰어하우스가 주는 선물이었을까? 내가 예상한 게 1도 틀리지 않아 더 기분 좋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야밤에 잠자던 연애세포를 마구마구 뒤흔들어 괜스레 룸메이트를 구해보고 싶기도 했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편을 감상한 것 같아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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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스 서점 - 틸리와 책여행자들 페이지스 서점 1
애나 제임스 지음, 조현진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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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주는 마법과 상상에 관한 이야기! ​​만약 내가 좋아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고, 그곳을 발도장 찍으며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어릴 때는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한 번씩 상상하며 꿈꿨던 일이라 생각만 해도 넘 설렜던 요 책. 오랜만에 동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소설책이라 냉큼 펼쳐 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페이지스 서점과 연결된 집에서 생활하는 11살 어린 틸리는 일주일간의 방학을 맞았다. 누군지도 모를 아빠의 죽음과 어렸을 때 갑자기 사라졌다는 엄마, 부모님의 얼굴도 모른 체 고아가 됐지만 조부모님의 아낌없는 보살핌을 받으며 밝고 씩씩하게 자란 틸리. 하지만 한 번씩 외롭고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그립다. 그 상황이 안쓰러워 잘 버티고 있다고 토닥토닥과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던 틸리.

 

지금껏 런던을 벗어나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틸리는 호기심도 많고, 서점을 놀이터 삼아 독서하길 좋아해서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래서 책 안에서만큼은 모험과 탐험을 즐기며 여행 전문가 못지않았다. 책을 읽다 할머니가 처음 보는 낯선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걸 보게 된 틸리,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우연히 엄마의 책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계기가 됐는지 그 후 빨간머리 앤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서점에 짠하고 나타난다. 그녀들은 틸리 눈에만 보이고 대화가 가능했는데 그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그들이 사는 책 속으로 같이 들어가 상상 속에서 떠올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진심 부럽도다! 그런데 책 속으로 들어가면 도서관 소동으로 할아버지를 찾아왔던 초크씨가 미행하듯 자꾸만 나타난다. 왠지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릴리 아주머니가 엄마의 옛날 사진을 건넨다. 그녀는 같은 학교 친구 오스카의 엄마였고, 틸리 엄마와 친구 사이였다. 틸리는 오스카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게 말하지만 허구의 인물이라며 도무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다. 그러다 다시 서점에 나타난 빨간머리 앤과 함께 오스카와 틸리는 책 속을 여행하게 된다.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오스카의 경험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고, 이 둘이 책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오스카와 틸리를 국립 지하도서관에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전 세계의 다른 책여행자들이 있다는 사실과 마법 같은 자신들의 특별한 재능을 알게 된 둘은 신규 책여행자로 등록하게 된다. 거기서 책여행을 제어하는 방법과 중요한 수칙을 두루 익히며 안전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몇 번의 연습 후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소공녀 책을 펼쳐든 틸리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책 여행은 특수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던 책으로 첫 책여행을 하게 되며, 항상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여행을 할 때 항상 책을 지녀야 하며, 혼자서 여행하면 등장인물은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도 재밌었고, 책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과 등장인물을 책 밖의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는 건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책여행을 하기 위해선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하며,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추면 책 속에 영영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도 했다. 틸리도 몇 번 큰일 날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책이 주는 선물의 민낯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전한 책이라고 해도 설레는 동시에 겁나서 멈칫할 것 같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책여행을 하게 되면 과연 어떤 책이 될지 호기심을 자극했고, 왠지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곧장 달려가고 싶게 유혹했던 요 책. 소소한 일상 속 신나는 일탈을 꿈꾸며 이야기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하고 색다른 책여행이 마냥 하고 싶어진 힐링 시간이었다. 틸리의 아빠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용기 있게 모험을 나선 틸리는 과연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을까? 책여행을 하다 책 밖으로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리고 의문의 초크씨는 누구였을까?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며 아이와 성인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 더 좋은 것 같다. 난 빨리 조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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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경 지음 / 든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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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거세게 쏟아지던 이른 새벽, 바바리코트를 입고 등산을 하러 집을 나선 낯선 여자와 그녀를 미행하듯 뒤를 쫓는 의문의 남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바리우먼 화영이 어렸을 때 술만 마시면 엄마에게 심한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친아빠, 엄마는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길 반복했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거듭 용서를 빌며 사과를 했던 친아빠는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술을 마셔댔다. 그렇게 겁에 질린 반복되던 일상의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찾아와 도시 아파트로 같이 도망을 가게 되고, 그곳에는 정신과 의사인 새아빠와 오빠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술주정뱅이 친아빠를 피해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으며 단란한 가정을 이룰 수 있길 희망했던 부녀, 하지만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닌 더 끔찍한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 새아빠는 화영이 일곱 번째 생일날 기분 좋게 엄마를 외출하게 만들고선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며 뒷산으로 이끌어 어린 그녀를 성폭행했다.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며 어린 화영을 자신의 성욕을 풀 수 있는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지울 수 없는 고통과 끔찍한 기억을 남긴 그날을 잊을새도 없이 그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는 사라졌고, 대신 잘못을 구하며 평생 그림자가 되어 지켜주고자 했던 배다른 오빠 기정이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다 성폭행 누명을 쓰고 직장에서 쫓겨난 콜린이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봉제공장 디자이너 겸 재봉사로 일하던 직원을 우연히 마주치고 그녀의 도움으로 온라인에서 김치판매를 시작했지만 4개월 만에 실패를 하고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주부세상만세'라는 카페를 개설해서 김치판매를 재게 한다. 점점 입소문을 타며 4년 만에 5만 명을 거스린 '주만세' 매니저로써 입지를 굳힌다. 하지만 김치판매 실적이 날이 갈수록 저조해지면서 단일품목에서 공동구매로 전환했고, 공구의 위력에 깜짝 놀라고 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세를 따르기 위해 변화를 준 '주만세'에서 공구를 할 때마다 대박을 쳤고, 수수료도 짭짤했기에 아예 공구 전문카페로 키우며 돈과 권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

 

책 속 줄거리는 화영과 콜린 두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로 동떨어지고 교차점을 찾을 수 없던 이 두 여성이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왜 책 제목이 공동구매인지 계속 의문을 갖게 하는 동시에 숨은 대반전을 파헤치기 위해 퍼즐을 하나씩 맞춰보는 재미가 있었다. 공통점이라곤 성폭행을 당했고 당할뻔한 화영과 콜린, 왠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더 궁금증을 자아냈더랬다. 세상을 향해 더 잔인한 복수를 꿈꾸는 여자와 점점 더 큰 욕심과 욕망을 한껏 드러내는 여자, 가차없고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진다. 특히 화영의 사고방식과 대처에 너무 놀랬다. 미쳐도 제대로 미쳤구나 싶었으니.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 노리갯감으로 여기는 쓰레기 같은 남자들과 소통의 장이 아닌 철저히 이윤추구와 신분을 속이고 익명성을 악용한 편가르기의 실체를 까발린 카페 운영진과 회원들 간의 시기, 질투, 거짓 소문, 험담, 배신, 협박, 조작, 위기 등 그 속에서 학력과 재력과 신분과 나이를 떠나 너 나 할 것 없이 사람의 가면을 쓴 이기적인 속물들이었으며 양심도 정의도 배려도 인성도 못 갖춘 밑바닥 인생들이었다. 나만 아니면 돼 또는 내가 당했으니까 너도 한번 당해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서로를 이용하고 내치고 속이면서 자기만족을 꿈꾸는 검은 속내와 음흉한 본성들을 엿볼 수 있었다. 흔들리는 유혹 앞에서 그들은 모두 범죄자였고 악인이었으며 반성 없이 본인들의 쾌락과 이익만을 추구했는데 꼭 그렇게 치졸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을까 싶어서 더 안타깝고 씁쓸했던 <공동구매>. 
 

뒤틀린 생각과 인생 목표를 가진 그들의 실체와 민낯을 통해 독자들에게 건네는 교훈과 던지는 질문이 많은 것 같다. 때론 납득도 이해도 안 되는 부분이 종종 있었지만 악순환이던 인연의 연결고리가 끝끝내 완성됐을 때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세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기왕이면 한번 사는 인생 상상도 못할 아주 끔찍하고 나쁜 기억이 내 삶을 송두리째 옭아매더라고 그 힘든 시간 움츠려들고 숨기보단, 씩씩하고 용기 있게 이겨내서 떳떳하고 보란 듯이 더 멋지게 살면 어떨까 싶다. 물론 3자 입자에서 하는 말이라 쉽겠지만 이미 엎질러지고 되돌릴 수도 없는 일, 그 악몽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고 속상해도 어쩌겠는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창창하고 많은데 그 기억에 갇혀 소중한 시간을 마냥 허비하긴 너무 아까우니까 말이다.

 

노력 없이 남의 인생을 짓밟고 남의 인생을 탐내는 이중인격자들, 내 것이 아닌 것에 뻔뻔하게 욕심내고 죄책감이란 1도 찾아볼 수 없는 내 인생에서 멀리하고픈 그 세상 조연들이 판을 쳤다. 그럼에도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선 그 시간에 본인의 삶에 집중하고 충실하는 게 현명하고 훨씬 이득이겠다. 그나저나 이중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많다는 건 흔한 일이라고 들어서 익히 알고는 있지만, 카페에서 운영진이나 회원들이 조작 프로그램을 여러 개 돌리면서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하던데 책을 보니 진짜였나 보다. 블로그도 돈만 주면 방문자수랑 좋아요 하트수도 얼마든지 조작 해준다고 하는데 남들 보다 조금 느리고 뒤처진다고 해서 정직하게 사는 게 그렇게 힘든지 진심 궁금타. 왠지 이 부분에서 뜨끔하실 분 많으실 것 같다. 화영과 콜린을 중심으로 벌어진 만행들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고, 실현 가능성도 아주 높아 보여서 왠지 더 소름 끼치고 무섭게 느껴졌던 요 책. 그 충격적인 결말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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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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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소심쟁이에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성격이 못 되는 우리의 미스터 렌. 딱 부러지게 의사전달을 하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가도 반겨주는 이가 없어 외롭고 지루한 일상을 달래줄 뭔가가 필요하다. 딱히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도 몇 안되고,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솔로로 퇴근 후 혼자서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와중에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오직 여행 계획에 몰두하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기념품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여행을 떠날 날만 고대하며 열심히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중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낭만적이고 멋진 일탈과 모험을 꿈꾸면서. 하지만 꽃길을 걷기도 전에 직속상관 길포글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받으며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미스터 렌의 소망이 실현될 반가운 편지가 도착하고, 아버지가 물려준 땅이 팔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이제 여행만 다니면서 살아도 된다고 완전 신나서 들뜬 렌은 유럽 여행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8년 동안 일한 직장에 당당하게 사표를 낸다. 우연히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인력센터에 들러 소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는 가축 운반선 일자리를 구한 미스터 렌은 그렇게 첫 여행지가 정해지고 뉴욕을 떠나 설레는 모험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같은 이유로 배를 탄 모튼을 알게 되고, 서로의 속마음을 하나씩 털어놓으며 진정한 친구가 된다. 일과 배 안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고됐지만 씩씩하게 아주 잘 버틴 미스터 렌, 하지만 그를 무시하며 괴롭히고 못살게 군 폭력배 패거리 중 한 명과 시비가 걸린다. 그렇게 치고받고 싸움이 벌어지고 렌은 짜릿한 승리를 맛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그리고 안전하게 영국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게 된 미스터 렌. 그는 모튼과 함께 여행하길 원했으나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그의 제안을 거절한 모튼은 각자의 길을 가길 희망하며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여행을 마친 후 뉴욕에서 다시 만나자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모튼이 생각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미스터 렌. 
 

다시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 위해 선원 일자리를 구하지만 맘처럼 풀리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한 미스터 렌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숙소를 잡고 머물게 된다. 식사를 하러 코코아 하우스에서 만난 여종업원과 저녁 데이트 약속을 받았지만 바람맞은 그는 빨리 여자 친구를 사귀기로 마음먹는다. 캐터몰 부인의 티 하우스에서 빨간머리 여자 이스트라 내시를 처음 보게 되고 그녀가 렌 옆방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가 점점 친해지게 되고 화가인 이스트라랑 여러 경험을 하게 된다. 투덜투덜 사사건건 불만도 너무 많고 자기 멋대로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모튼처럼 편지만 남기고 홀연히 떠난 첫사랑 이스트라.
 

낯선 나라의 이방인으로 혼자가 된 미스터 렌은 뉴욕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지고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돌아가면 책도 읽고 영화관도 가고 많은 친구들도 꼭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다시 돌아오니 오래된 마을의 모든 게 근사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마주한 미스터 렌, 한겨울 갯바위에 낚시 가서 오들오들 떨다가 따뜻한 온기가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주는 집으로 돌아온 느낌처럼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인 한 달 보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처음 계획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동안 맛보지 못한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만끽했으며, 생각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여행이 주는 선물은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로  얻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인생 목표가 생겼고 예전보다 더 성장한 미스터 렌. 우리의 하루하루 일상과 삶이 모험이듯 그의 좌충우돌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친구를 사귀면서 하숙집을 옮기게 된 미스터 렌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두 번째 사랑 넬리에게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긴다. 다시 시작된 뉴욕 생활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하던지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의 모험은 유쾌했으며 아슬아슬하고 달달한 로맨스까지 일반인들의 일상생활과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는 부분들이 적절히 뒤섞여 더 공감이 됐으며,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와 어디든 훌쩍 여행 가고 싶게 자극했던 요 책.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요소는 딱히 없지만 찌질하고 줏대 없는 노총각이라 가끔 황당하고 답답하기도 했는데 용기있게 결국 원하는 걸 이루고 다 가지게 된 미스터 렌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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