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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의 모든 것 - 긴자 큐베이 변하지 않는 기술과 새로운 일
이마다 요스케 지음, 방영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긴자 큐베이 변하지 않는 기술과 새로운 일! 사시미 킬러에 스시는 없어서 못 먹는 1인이라 보자마자 냉큼 찜한 요 책. 집에서도 쉽고 간단하게 몇 가지 스시를 부담 없이 레시피 따라서 종종 만들어 먹기 좋은 일반적인 요리책 수준 정도로 생각했는데 도착한 책을 처음 보고선 진심으로 깜짝 놀랬더랬다. 세상에나! 두툼하고 큼직한 백과사전을 본 듯 생각지 못한 크기와 두께와 무게 때문에 입이 떡 벌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양장 제본으로 아주 튼튼했으니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맘에 쏙 들었다. 게다가 믿고 보는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도서라 내용도 완전 알차서 역시나 굳뜨!
긴자 큐베이 - 이마다 요스케
다음 세대를 짊어질 젊은 스시 요리사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는 스시도감! 선친이 시작한 스시집의 가업을 잇기 위해 18살에 이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지금까지 56년에 걸쳐 수련을 해왔다는 저자 이마다 요스케 씨. 흘러간 세월만큼 그의 내공과 손맛은 어마어마할 것 같다. 이 책엔 그간 선친으로부터 이어받은 것도 있고, 이마다 요스케 씨가 나름대로 개척한 것을 다음 세대에 남기기 위해 큐베이 스시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고 한다. 책을 둘러보고 느낀 건 일반인에게도 유용하고 실용적인 내용들이지만 특히 요식업이나 스시 관련 일을 하는 분들 또는 일식과 스시를 공부하는 분들 두루두루 입문서나 지침서로 곁에 두고 참고하기 딱 좋을 것 같다. 일본에서 인정받은 스시 장인이 꼼꼼하고 아주 상세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알려주니까 말이다.
경력이 많든 적든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면 '맛있는 스시를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도 좋고,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손님을 맞이해야 되는지, 식재료의 맛을 저해하지 않고 손님에게 맛있는 스시를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무엇을 바꾸면 좋을지 항상 궁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책 속에 큐베이의 방식과 영업 비법이 소개되어 있다. 모든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스시 요리사가 갖춰야 할 조건을 5가지 항목으로 정의해 알려준다. 미리 귀띔하자면 캐셔 능력은 손님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며 손님을 세심하게 살피고 즐거움을 주는 엔터네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단골손님은 중요하지만 의지해서는 안 되며 처음 오는 손님을 신규 단골손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1장 스시의 기본
2장 생선별 작업
3장 마키모노와 지라시즈시
4장 회와 안주
칼 사용법 / 샤리 만들기
1장 스시의 기본편은 손님을 맞이할 때의 복장과 접객 태도, 생선 손질하고 스시 재료를 자를 때의 올바른 칼 사용법, 큐베이의 스시 만드는 순서, 스시의 기본이 되는 샤리, 와사비, 간장이나 소스를 준비하는 과정, 도구 손질법 등 스시 관련 일을 하면서 가장 먼저 습득하는 기본을 설명한다. 칼 사용법으론 회와 네타 자르기, 가에시호초, 스키비키, 생선 손질하기 순서로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샤리는 쫀득쫀득한 식감도 중요하지만 아주 찰진 밥도 샤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큐베이에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쥠스시는 일반샤리, 보즈시나 지라시즈시, 또는 후토마키, 단샤리를 쓴다고 한다.
스시 쥐는 순서 / 군함말이 만드는 순서
다양한 손님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어떤 스시를 원하는지 처음 한두 마디의 대화로 판단하는 것부터 스시 요리사의 일은 시작되며, 손님이 맛있다고 느끼는 스시가 어떤 스시인지 판단하려면 요리사의 경험과 센스가 중요하다고 한다. 맛있는 스시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네타와 샤리의 균형이며 미묘한 힘 조절은 좀처럼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한다. 가능한 만지는 횟수가 적어야 하며 돌리는 횟수도 되도록 적게 해 능숙한 동작으로 빠르게 스시를 내야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와사비 갈기, 니키리 간장 만들기, 니쓰메 만들기, 폰즈 만들기, 스시 도구, 조리 도구 관리법이 소개되어 있다.
집에서 식구들과 편하게 맛보기 위해서 참고하는 거라 큰 부담은 없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정석대로 연습해서 스시를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서 사 먹을 땐 배가 고플 때나 허기질 때 아님 거의 술안주로 같이 시켜서 만들어주는 대로 먹기 바빴기에 잘 몰랐는데 스시 만드는 동작과 네타의 두께나 샤리의 크기에 따라 맛에 어떤 미묘한 차이가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 스시가 뭔지 등 입맛 따라 하나씩 직접 만들어 맛보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네타는 커도 상관없지만 샤리가 크면 싫었던 것 같다. 균형을 떠나 밥으로 배 채우려고 스시집에 들르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옥돔
2장 생선별 작업 파트엔 네타용 주요 어패류를 생선, 조개, 새우, 갯가재, 오징어, 문어, 해삼, 생선알, 달걀로 분류해 손질법, 자르는 법, 스시 만드는 법까지 설명되어 있다. 소개하는 어패류 모두 카운터에서 손님에게 스시를 제공할 때 마지막에 스시 위에 니키리 간장을 한 번 발라주는 과정은 생략했다고 한다. 책 속에 생선 작업 사진들은 니키리 간장을 바르기 전 단계에서 촬영했으며 구매한 어패류의 산지, 손님과 대화할 때 화젯거리가 될 어패류 관련 지식, 좋은 어패류를 고르는 법 등을 함께 실었다고 한다.
참돔
전갱이, 아나고, 고등어, 전어, 도미, 방어 등 생선류 21가지, 피조개, 전복, 키조개, 가리비 등 조개류 7가지, 새우와 갓가재 5가지, 오징어, 문어, 해삼 4가지, 생선알과 달걀 5가지 손질 작업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서 즐겨먹고 좋아하는 옥돔과 참돔 사진을 찍어봤다. 생선이나 조개류 등을 손질 못하는 주부나 평소에 낚시를 즐기는 분들도 같이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아주 상세한 작업별 과정을 친절하게 컬러 사진으로 실어서 요리 초보가 봐도 한눈에 보기 편했으니까 말이다. 이젠 생선이나 횟감을 통으로 구입하거나 다른 식재료를 선물 받아도 어떻게 손질해야 될지 더는 막막하진 않을 것 같다.
아카미 / 시모후리/ 주토로 / 오토로
많은 네타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다는 다랑어! 다랑어 종류로는 참다랑어. 남방참다랑어, 눈다랑어, 황다랑어, 날개다랑어 등 몇 종이 있지만 네타로는 참다랑어를 최고급으로 친다고 한다. 다랑어 전체 어획량 중 참다랑어는 눈다랑어나 황다랑어에 미치지 못하므로 점점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몸통이 큰 참다랑어는 부위에 따라 육질이 굉장히 다르다고 한다. 큐베이에서는 보통 배 앞부분 하라카미와 배 가운데 하라나키를 구매해 아카미, 주토로, 시모후리, 오토로, 시나즈리로 분류해 사쿠토리하고 있다고 한다.
규리마키 / 간표마키 / 뱅어찜과 해삼 산바이즈
3장 마키모노와 지라시즈시 파트! 큐베이의 지라시즈시는 코스요리에 포함되는 나마치라시와 포장이 가능한 바라치라시 2종이 있다고 한다. 나마치라시는 회와 지라시즈시를 같이 제공하고, 바라치라시는 졸이거나 초절임을 한 재료들을 사용해 시간이 지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만든다고 한다. 내 맘에 쏙 든 건 당연히 둘 다 맛볼 수 있는 나마치라시였다. 규리마키는 성숙한 오이가 아니라 애오이를 쓰고 간표마키는 데포마키 또는 일본에서 박고지로 유명한 오사카, 기즈의 이름을 따서 기즈마키라고도 하며 보통 와사비를 넣지 않고 만들지만 취향에 따라 넣어도 괜찮다고 한다.
바라치라시 / 회
선물용으로 포장하는 바라치라시와 런치코스인 '오리베'의 나마치라시가 소개되어 있다. 달콤하고 짭조름하게 졸인 표고버섯을 잘게 다져서 섞은 단샤리를 상자에 담고 그 위에 5종의 스시 재료를 색의 조화를 고려해 보기 좋게 채운 바라치라시. 회와 지라시즈가 세트로 제공되는 나마치라시는 성게와 6종의 네타 회를 먹으면서 지라시즈시를 같이 즐길 수 있고 일반 지라시즈시처럼 회와 샤리를 같이 먹고 싶어 하는 손님에게는 샤리도 제공한다고 한다. 나마치라시가 더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바라치라시가 훨씬 더 맛나게 보이더라는.
야쿠미를 곁들인 가다랑어 / 야쿠미를 곁들인 전갱이
4장 회와 안주 파트는 스시를 먹기 전에 손님에게 제공하는 회와 인기가 많은 안주를 설명한다. 회는 단품 외에 코스 요리의 메뉴로 준비를 해두는데 코스 요리에 따라 내용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제철 어패류를 사용한 일품요리인 안주는 스시 재료와 같은 생선을 쓰지만 화살오징어처럼 안주 전용으로 구매하는 것도 있단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고 스시와는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어패류 안주가 소개되어 있다. 가다랑어에는 야쿠미가 빠지지 않으며 가장 좋은 밸런스로 손님이 먹을 수 있게 가다랑어를 두툼하게 자른다고 한다. 그 사이에 야쿠미를 균일하게 펼쳐서 넣고 한 입에 먹기 편하게 잘라서 접시에 담는 이 요리는 큐베이의 2대 주인인 이마다 요스케 씨가 고안했단다. 그리고 전갱이 사이에 야쿠미를 넣은 안주는 전갱이와 궁합이 좋은 야쿠미를 같이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군침 도니 눈이 반짝반짝, 게다가 오랜만에 낚시가 가고파저 더 초롱초롱 해졌다는 사실! 책만 봐도 넘 신나고 행복했더랬다. 솔직히 손 느린 요리초보에겐 넘사벽인 요리책이지만 생선 등 재료 손질 외엔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고 수월한 레시피라 아끼면서 알차게 잘 활용할 생각이다. 특히 나보다 우리 집 남정네들이 더 기대하며 반겼던 요 책. 내 칼질 실력을 다들 너무 잘 아니까 책을 참고해 직접 하나씩 맛보여 준다고 하니 대박이로세. 소개 못한 내용이 훨씬 더 많으니 예비 스시 장인을 꿈꾸거나 회와 스시 & 초밥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직접 만나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