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부탁해 - 세상을 움직이는 데이터의 힘 한빛 리얼타임 Hanbit Realtime 149
전익진 지음 / 한빛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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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은지는 실은 꽤나 되었다. 독서노트 기록을 보니 작년 봄과 여름 사이에 읽었으니 말이다. 원래 예전부터 간단하게라도 정리차원에서 리뷰를 써보고자 했는데 본의아니게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써보게 되었다.

잡설은 이 정도로 하고 이 책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보자면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통계관련 기본 개념에 더해 대학교 관련 전공학부 수준 정도에서 배우는 각종 통계기법들을 비교적 부담없이 접해볼 수 있게 구성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부담없이' 라는 말을 덧붙인건 수학적 수식이 가급적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문에 나오는 구체적인 통계관련 개념들은 여기서 내가 별도로 언급하기보다는 저자께서 초심자들도 가급적 이해하기 쉽도록 본문에 잘 써주셨기에 이 분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책을 직접 구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여기서는 내가 느꼈던 이 책의 장점들을 몇가지 끄적여보는 정도로 리뷰해보고자 한다.

일단 본문에서 저자는 낯설게 느껴지는 통계관련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시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내 경우 이 책에서 특별히 좋았던 점은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학부에서처럼 어떤 기호나 산식이 곁들여진 개념만을 단순히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통계학의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 스토리에 대해서 보다 상세히 알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t-검정이라는 것을 개발한 윌리엄 고셋이라는 사람은 원래 통계학자가 아니라 맥주회사의 직원으로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맥주 맛을 일정하게 하기위한 효모의 양을 결정하기 위해 통계기법을 활용하다가 t-분포를 개발했다고 한다.

참고로 t-검정이란 두 집단 간 평균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 검증하는 것으로서 두 집단에서 선택된 표본의 평균이 증명하고자하는 수준에서 몇 번이나 차이가 나는지 확률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역시나 개념적인 것은 이쪽에 관심있는 분이 아닌 이상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듯하다.)

다시 돌아와서, 또다른 예로 프란시스 골턴은 유전자 관련 연구를 하다가 모든 현상이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회귀분석을 발견했으며, 귀무가설이라는 용어는 영국에서 귀부인들이 차(tea) 맛을 감별할 줄 아는지 여부를 '피셔'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또 뒷부분을 읽다보면 푸아송 분포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 분포가 나오게 된 계기가 푸아송이라는 사람이 헤어진 옛 연인에게서 30년만에 편지를 받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들 중 몇 가지만 끄적여봤지만, 다소 난해해 보일수도 있는 통계 관련 개념들을 이런 식으로 스토리와 함께 접하다보면 조금이나마 통계관련 개념들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각 상황에 따라 어떤 통계기법을 사용해서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노하우를 저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데이터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Z-검정과 t-검정을 각각 사용할 수 있다거나, 분석 대상의 개수가 2개냐 혹은 3개 이상이냐에 가설검증 방법을 t-검정을 사용할지 아니면 분산분석을 사용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식이다.

뒤이어서 이 책이 데이터 분석관련 책이다보니 이 분야와 관련된 직업 중 하나인 '데이터 과학자' 라는 직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이 직업에 필요한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혹시라도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참조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의 후반부에는 비교적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자연어 처리, 텍스트 마이닝, 머신 러닝, 딥 러닝 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간단하게나마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이 데이터 관련 서적치고는 비교적 초심자들에게 맞춰서 핵심만 쓰다보니 세부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일단 이 정도의 기본 개념만 알고 있어도 좀 더 심화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이외에도 이 리뷰에서 일일이 다루지 못한 통계관련 기본적인 개념들이 본문에 많이 나온다.

이 책은 데이터 관련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으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책의 페이지 수도 216쪽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분량은 아니다.) 데이터 관련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나 통계학 전공자 분들에게는 매우 기초적인 내용일 것이기에 그분들의 경우 이 책보다는 보다 심화된 내용이 담긴 서적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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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되어 읽어보게 된 책이다. 내향인의 특성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고 내향인만이 가진 장점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더 빠르게 생각하며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정리한다. 반면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들은 더 깊게 생각하며 먼저 생각을 마친 뒤에 어떻게 말할지를 정리하는 편이다. - P10

아주 어릴 때의 경험은 자아상의 토대가 된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과 너무 자주 비교당하면 스스로를 열등하고 변화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이 칭찬을 받고 자라면 처음부터 자신의 내향성을 건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 P10

열등감은 나이에 상관없이 진실을 충실하게 마주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 P10

내향성을 발견하고 포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당신은 곧 자유로워질 것이다. - P11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내향적인 사람의 비율은 최대 50퍼센트라고 한다. 즉 우리처럼 내향적인 사람의 수는 외향적인 사람의 수와 비슷하며 우리가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 P12

우리는 말하기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 P12

우리는 ‘침묵‘에 유창하다. - P12

우리가 갖고 있는 기질로도 인생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고 세상에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P12

우리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열심히 성장해 이 행성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한 가치를 인정받으면 된다. - P12

내향적인 사람만이 세상에 가져다줄 수 있는 고유한 기여와 가치를 인정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가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쓸수록 우리만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모두가 놓치게 되는 셈이다. 이제는 비교에서 기여로 눈을 돌려야 한다. - P13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거나, 제한적으로 사회와 교류하거나, 고독을 크게 선호하는 사람." - P17

"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인 사람." - P17

"여러분은 지금 모습 그대로 좋습니다. 여러분은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어요." - P21

나는 다음 3가지를 깨닫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나는 절대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외향적인 척은 실패와 좌절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 P22

나는 내 방식을 인정하는 법, 나만의 강점을 찾는 법 그리고 그 강점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외향적인 사람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들의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으며 그들에게 존경받고 변화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나아가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2

성공은 말뿐 아니라 당신이 가진 모든 강점을 끌어낼 때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P25

우리 삶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열쇠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 P32

성공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타고난 기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이 기질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해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공을 세우는 것.‘ - P33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꾸고 우리의 원래 모습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 P33

먼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외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을 새로 익히고 완성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자는 이야기다. - P33

정확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구축한다는 것은 지그 지글러가 말하는 "악취 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과 타인을 정확히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따른다는 뜻이다. - P35

마음가짐이 잘못돼 있으면 어떤 기술을 새로 배워도 결국 대응 기제가 돼 버릴 뿐이며, 강점이 아니라 약점을 바탕으로 행동하게 된다. - P35

생각은 신념이 되고, 신념은 곧 감정이 되며, 감정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 P35

"최고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 P46

"내향적인 사람은 매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외부 세계에 대응하고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 P46

어떻게 해야 내향적인 사람이 이런 보편적인 기대치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바로 100퍼센트 자신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고유한 기질이라는 필터를 통해 살아가고 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내향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 P49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쌓으라." - P49

성공이란 먼저 자신의 기질을 온전히 수용한 뒤 의식적으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자신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 - P50

당신이 만약 치타라면 결코 독수리가 될 수는 없다.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행 코치가 아니라 달리기 코치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 P50

자신의 제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편견‘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 - P53

편견은 두뇌가 입력된 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기 위한 전략의일종이며, 덕분에 인간은 머릿속에 들어오는 모든 사소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 P53

편견이란 사람의 첫인상, 즉 외모와 행동을 근거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54

사람들은 타인의 인격과 역량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곤 한다. 그 사람과 단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바가 전혀 없더라도 그렇다. 흥미롭지 않은가? 편견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므로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 편견 덕분에 신체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고 부당한 비즈니스 거래를 피할 수도 있다. - P55

핵심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편견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고 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택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 P55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하는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일지도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은 대부분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 P57

기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각자의 쓸모가 가득 담긴 보물 상자를 갖고 있다 - P60

외향적인 사람의 보물 상자는 표면 가까이에 있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의 보물 상자는 대개 깊숙이 묻혀 감춰져 있기 때문에 이 보물을 채굴해야 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무의식적 편견을 극복한다는 것은 추정하기를 멈추고 보물찾기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 P60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 모두의 자원을 활용한다면 회사의 성과와 수익에도 큰 효과가 발생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주도적으로 나서 자신만의 쓸모를 증명해 낼 때 리더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그동안 모르고 놓친 우리의 가치가 얼마나 거대한지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이 창출하는 가치를 한번 목격하고 나면 내향적인 사람이 팀에 기여하는 바가 아주 많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 P60

예리한 지적 능력, 강렬한 창의성, 기발한 아이디어 - P61

타인의 아이디어에 묻어가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공유 - P61

일단 내향적인 사람들을 향한 기존의 통념을 인식한 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P61

당신과 내향적인 동료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면 몇몇 외향적인 동료들과 의식적으로 진심 어린 관계를 형성해 보라. - P61

아무도 당신을 리더 역할로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재 소속된 무리에서 간결하고 알기 쉽게 리더십 역량을 드러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 P61

당신이 너무 조용해서 팀에 기여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당신이 팀에 명확하게 기여한 바를 제시하며 반박하라. - P61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당신의 특기는 가능한 작은 그룹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왕이면 일대일이 가장 좋겠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향적인 사람과 교류하며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보라. 그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그들이 당신의 열정을 포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어쩌면 그들이 모두의 관점을 바꿀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외향적인 사람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다! - P62

와튼 스쿨의 교수이자 작가인 애덤 그랜트는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모두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둘의 차이점은 함께하는 구성원의 유형이다. 외향적인 리더가 시너지를 내기 좋은 유형은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한 수동적인 구성원이다. 반면 내향적인 리더는 실무진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있기에 보다 능동적인 구성원을 이끌 때 빛을 발한다. - P65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해당 분야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배워야 한다. 진심으로 그 분야에 열정이 있다면 타고난 기질을 활용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찾아 앞서갈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그저 돈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라. - P66

"원하는 것을 다 챙길 수는 없다. 협상한 것을 얻을 뿐이다."

"인맥은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맥이 우리를 대변한다."

"대담함에는 천재성이 있으며 심지어 다정함까지 있다." - P67

어떻게 해야 이 최고의 가르침들을 내 기질에 맞게 조정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깨달았다. 이 가르침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어진 것이었으며 나 역시 그렇게 해야 했다. - P68

목표는 외향적인 방식으로 인맥을 쌓는 게 아니라 내향적인방식으로 인맥을 쌓는 것이었다. 핵심은 실제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최고로 인맥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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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열흘 정도만에 다시 읽는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매 부분에서 ‘부끄럽다‘ 는 말을 주제로 그 특징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한 내용들이 추가로 이어진다.

본문을 읽으면서 부끄럽다는 말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마도 이는 저자의 직업이 작사가이기에 어떤 말의 의미를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이 곱씹어보며 생각해봤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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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슬프다, 서럽다, 서글프다‘ 라는 말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나오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쓰는, 때로는 그냥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잘게 쪼개서 정말 섬세하게 분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왜 저자가 유명한 작사가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묻다‘와 ‘품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번 섬세함을 보여준 저자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뒤이어 소개되는 다른 말들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섬세한 감각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이거는 그냥 읽어보시면 알 거다. 내가 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를 말이다.

어쩌면 ‘부끄럽다‘라는 말은, 우리 마음 중에서도 가장 맨살에 닿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나의 막이 드리워져 있어야 할 어딘가가 건드려졌거나, 그 막이 확 걷혀졌을 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말이니까.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또 잘못이 밝혀져도 뻔뻔스럽게 구는 사람을 손가락질할 때도 ‘부끄러움이 없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부끄러움은, 그 말이 쓰일 때가 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차분히 마주하고 살핀 적이 없을 뿐, 우리가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마음에 붙어 있는 말

호감 앞에 조심스러운 마음, 굳은살 박이지 않은 양심이 긁히는 마음. 각 마음은 질감과 온도는 다르지만 모두 보들보들한 맨살이 남아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다음에 만나는 ‘부끄러움‘은, 느닷없이 품었다 내팽개치지말고 잠깐이라도 바라보다 보내줘야겠다.

‘반짝이다‘, ‘빛나다‘라는 말이 시각적인 기억을 주로 환기시키는 반면, ‘찬란하다‘는 표현은 내겐 유리조각들이 부딪혀 챙그렁대는 소리가 나는, 공감각적인 그것에 가깝다.

뜨겁게 빛나는 태양보다는, 그 빛이 내리쬐어 물결에 빛나는 모습이 ‘찬란하다‘와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이폰 유저에게 국한된 비유겠지만, ‘반짝이다‘가 일반 사진이라면 ‘찬란하다‘는 1초 정도의 움직임까지 담아내는 라이브포토로 포착될 수 있는 느낌이다.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형용사들이 가진 기가 막힌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발음에서 온다.

‘반짝‘하고 말할 때 ㄴ받침을 부드럽게 도움닫기 삼아 ‘짝‘ 하고 내뱉는 발음은 무언가에 빛이 닿아서 튕겨 나오는 모습 그자체인 것 같고, 찬란하다는 말의 실제 발음인 ‘찰-란‘은 ‘찰‘의 받침 ㄹ과 ‘란‘의 자음 ㄹ이 파도 능선처럼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햇살이 닿은 물결의 느낌인 것이다. 게다가 ‘차‘ 하면서 시작되는 첫 음절은 퍼져나가는 빛이 혀에서 구현되는 착각이 들지 않는가.

‘찬란하다‘는 표현은 내게 다른 유의어들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각기 다른 기억들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제각각인 모양의 아련한 행복들을 집합시키는 말. 이 정도면 작사가로서 편애할 만하지 않을까?

미디어에서 넘치기 시작하는 말들은 대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갈증의 지표‘다

‘지친다‘는 말의 앞에는 각자만의 외롭고 긴 시간이 널려 있다. 너무 쉽고 이른 지침이 아니라면, 지침을 느낄 때가 바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근을 줘도 될 때라는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는데 이 ‘지친다‘는 말은 그 힘이 유독 세다. ‘지친다‘고 말을 뱉는 순간, 멘탈을 잡고 있던 모든 코어 근육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보통 저 말을 뱉으며 주저앉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어감‘이라는 것은 고유한 것이기보다는 그단어를 사용하면서 얻어진 기억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최초에 어떤 감정을 단어로 정의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창의적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이슬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말로 둔갑해서 ‘슬프다‘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 말이 가진 발음 특성이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물기 없이는 말맛이 덜한 ‘슬픔‘의 발음은 이 감정이 눈물에서 비롯된다는 태생과도 닮았다.

‘서럽다‘는 말은 슬프다는 말이 담는 아픈 마음을 조금 더 구체화한다.

서러움은 슬픔이 조금 더 헐벗은, 맨몸의 말 같아서 더 아리다.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그 이유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서러움은 일단 따뜻한 집에 들여 밥 한 술 떠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좀 더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슬픔 대신 서러움을 쓴다. 설명 없이 감정을 전달하기에 더 적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서러움이 아이의 감정 결을 가졌다면 서글픔은 좀 더 성숙한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서글픈 누군가는 슬픈 누군가, 서러운 누군가와 달리 본인 스스로는 정작 슬프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글픔에는, 왠지 모르게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아픔이 담겨 있다. 즉 나의 감정이 개입된 말인것이다.

저도 종종 이야기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오히려 눈물을 참는 게 아니라 흘려야 할 때 흘려주는 거다‘라고 이야기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관리가 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르는 것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운 내 몸이 이를 게워 내는 현상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깨끗이 배출해내는 것이 매너가 아닌 필수적인 행동요건인 이유다.

언제부터 슬픔이 사람들로부터 되도록 감춰야 하는 감정이 된 건진 몰라도,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은 나의 ‘약한‘ 모습을 온 동네에 소문내는 행동이 되기에 이를 방지하려는 자연스런 방어 기제 아니었나 싶다.

계속해서 눈물을 참는 것은,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나오는 땀이 흐르지 못하게 온몸을 랩으로 감싸는 것과 같은 일이다.

독소가 밴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듯, 눈물을 꾹꾹 참아내는 건 힘들다고 외치는 내 마음을 꽁꽁 묶어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드러기만 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이러다 보면 나중엔 힘들 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방법조차 모르는 어른이 된다는 거다.

행위는 정신을 지배하기에, 눈물을 참는게 습관이 되면 나 스스로 ‘나는 지금 힘든 게 아니다‘라고 속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음은 그렇게 방치되고, 어느 날 그러다 완전히 고장나버렸을 때 ‘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다‘ 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던 본인에게 그 이유가 있을 확률이 높다.

나를 들여다보고 챙긴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시울도 내 몸이 내가 들어줬으면 하고 중얼대는 혼잣말이고, 펑펑 쏟아져 나오는 오열은 내가 내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울부짖음이다.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띈다.

나는 묻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모습이, 품는 것은 무언가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묻는 것은 생명력이 사그라들길 바랄 수 있고 품는 것은 무럭무럭 자라나길 원할 수 있다.

우리는 가슴에 잊어야 하지만 도저히 그리 되지 않는 것들을 묻고, 키우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들을 품는다.

감정이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면 단어의 속성이 더 와 닿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감정은 아래에서 위로 나무처럼 자라고, 또 어떤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비처럼 내린다.

‘분노‘와 ‘용기‘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용기가 샘솟는다‘고들 말한다.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일순간 ‘펑‘ 하고 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노‘는 짜증이 난다거나 삐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분노했다고 표현하는 건, 더이상 참지 못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다.

삐짐이나 짜증이 후루룩 끓어오르는 물이라면 분노는 끓다가 넘치는 물이다. 그리고 단순히 하나의 사안으로 건드려지는 게 아닌, 히스토리가 있는 감정이다.

작은 짜증들이 쌓여, 혹은 나만의 역사로 만들어진 신념이 건드려질 때 우리는 분노라는 걸 한다. 물이 역류하는건 보이지 않는 곳에 물이 가득 차서인 것처럼, 나의 이성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을 때 분노는 터져 나온다.

용기는 분노처럼 ‘오르는‘ 감정이지만, 분노가 주로 외부 자극에 뿌리를 둔다면 용기는 내 안에 쌓인 결심들이 모여 탄생한다.

분노로 뛰쳐나간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대체로 옳다면 용기로 도약된 행보는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재밌는 건, 어떤 용기는 분노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결국 무엇이 쌓여 터지는 감정이냐에 따라 좋고 나쁜 게 결정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계획을 세워 준비할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아래에서 위로 오른다고 느끼는 감정들은 그게 터지든 열리는 내가 그 꼭지를 가진 것에 비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감정들은 어딘가에서 열린 꼭지 탓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어떤 형태로 탄생을 했든, 결국에는 유기적으로 물고 물린다. 어떤 사랑은 ‘용기‘로 쟁취되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지켜야할 사람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지 않던가.

소란스럽다는 말에는 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시끄러움은 그 소동의 주체가 한 곳이라면, 소란스러움은 작은 무리에서 비롯된다. 또 소란스러우려면 그 주변에는 그와 대비되는 차분한 더 큰 무리가 있어야 표현이 성립된다.

어떤 후회는 부끄러움과 함께 온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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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과테말라 SHB 디카페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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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은은한 청포도 향이 나고 맛은 호박 파이와 호두 맛이 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드립백 커피입니다. 개인적으론 뜨거운 물로 내려 마실 때 앞서 언급했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또한 디카페인이라 카페인에 부담을 느끼셨던 분들에게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선물로도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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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1-24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에서 청포도 호박파이 호두 맛? 우와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1-24 11:58   좋아요 1 | URL
예 드립백 포장에 써있는 맛과 향이 정말 있을까 싶었는데 진짜 말그대로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100자평에는 일일이 쓰진 못했는데 물조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은 언제나 과유불급입니다. 서곡님도 오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곡 2025-01-24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처음 커피드립 했을 때 왜 이렇게 맛이 없지 했는데 그게 다 물 조절 때문이었답니다 ㅎㅎ 과유불급 늘 명심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1-24 12:13   좋아요 1 | URL
예 저도 예전에 잘 모를 때는 거의 커피향 나는 숭늉처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이것저것 내려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물조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뭐 이러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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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례들을 통해 유전자가 생존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면서 유전자의 특성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개된 사례들은 주로 동식물에 관련된 것들이지만 거기서 도출된 핵심 메시지들은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적용가능하다. 이에 더해 요즘 많이 쓰는 용어인 ‘밈‘에 대해서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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