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물들 중에서 가장 우월하고 행성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며 깊은 바다의 우아한 주인으로서 고도의 지능을 소유한 존재는 고래이다. - P538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심지어 공룡보다 훨씬 더 크다. 다 자란 흰긴수염고래 중에는 길이가 30미터, 몸무게가 150톤에 이르는 것도 있다. 흰긴수염고래들은 바다 여기저기를 조용히 떠다니면서 방대한 양의 바닷물을 들여 삼켜 거기에 있는 미세한 생물을 걸러 먹고 산다. 또 어떤 고래는 물고기와 크릴krill을 먹는다. - P538
세쿼이아 나무 중에는 몸체의 부피와 질량이 고래보다 더 큰 종류가 몇 가지 있기는 하다. - P538
고래라는 거대한 동물이 바다에 출현한 것은 지구 역사에서 아주 최근의 사건이다. 고래의 조상은 700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육식성의 포유동물로서 지상에서 살았다. 그러다가 서서히 바다로 이주했다. - P538
고래들끼리의 놀이가 그들의 전형적인 소일거리이다. 이것은 포유동물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특성이다. 학자들은 놀이가 포유동물의 지능 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P538
바다 속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에 땅에 사는 포유동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각과 후각이 바다에서는 큰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시각과 후각에 의존하여 짝짓기의 상대, 자신의 새끼, 약탈자의 위치를 알아내던 고래들은 크게 번식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래들은 진화를 통해 다른 의사소통 방식을 완벽하게 터득했다. 그것이 바로 청각에 의존하는 것이었다. 소리를 이용한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어서 청각은 고래들끼리의 의사소통에 중추적 기능을 담당한다. - P539
고래가 활용하는 소리의 주파수는 아주 넓은 대역에 걸쳐 분포한다. 낮은 주파수 대역은 사람의 청각이 감지할수 있는 최소 주파수보다 훨씬 더 낮다. - P539
고래는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인 듯싶다. - P539
고래가 사회적 존재라는 주장에는 틀림이 없다. 그들은 사냥을 즐기고 유유히 헤엄치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여가를 즐기는가 하면 떠들썩하게 장난치며 짝짓기도 하고 친구와 어울려 놀다가 약탈자를 만나면 재빨리 도망칠 줄도 안다. 그렇다면 그들도 수많은 말을 서로 주고받아야 하지 않을까? - P540
고래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아주 최근에 기계 기술 문명의 발달로 고래와 바다에서 경쟁하게 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르는 동물이다. - P540
고래의 전 역사에서 99.99퍼센트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고래들은 심해나 대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를 만날 수 없었다. 이 긴 시간에 걸쳐서 고래는 소리를 이용한 아주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긴수염고래는 20헤르츠Hz의 소리를 아주 크게 낸다. 20헤르츠는 피아노가 내는 가장 낮은 옥타브의 소리에 해당한다. 바다에서 이렇게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 P540
미국 생물학자 로저 페인Roger Payne의 계산에 따르면 20헤르츠의 소리를 이용한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 두 지점에 떨어져 있더라도 두 마리의 고래가 상대방의 소리를 알아듣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즉 남극해의 로스 빙붕氷棚, Ross Ice Shelf에 있는 고래가 멀리 알류샨 열도에 있는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고래는 자신들의 역사의 거의 전 기간 동안 지구적 규모의 통신망을 구축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 P540
(헤르츠는 전파를 발견한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 Heinrich Rudolf Hertz의 이름을 따서 만든 주파수의 측정 단위이다. 1초마다 1회의 진동이 생기는 음파의 주파수가 바로 1헤르츠 Hz이다. 파동은 신호의 세기가 높이 올라가서 마루를 이루고 다시 내려가 골을 이룬 다음 다시 마루로 이어지면서 연속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1회의 진동은 하나의 골에서 다음 골까지, 또는 하나의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를 뜻한다.) - P540
광대무변의 심해에서 1만 5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고래들은 사랑의 노래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 P541
19세기경이 되자 불길한 징조의 증기선이 바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증기선이야말로 고래들에게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소음의 원천이었을 것이다. 상선과 군함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면서 대양의 소음 수준은 눈에 띌 정도로 높아졌다. 특히 20헤르츠 근방 대역의 잡음이 현격하게 많아졌을 것이다. 인간이 만드는 이러한 소음이 대양을 가로질러 소리로 교신을 해야 하는 고래들에게 점점 더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고래들의 교신 가능 거리도 계속해서 단축됐다. - P541
긴수염고래의 최대 교신 거리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쯤에는 대략 1만 킬로미터였다. 이렇게 멀던 거리가 오늘날에는 수백 킬로미터로 줄었다. - P541
인간의 문명이 고래들의 관계를 단절시켜 놓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천만 년 동안 서로 의사소통을 해 오던 고래들에게 바로 우리 인간이 잔인하게도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 P541
문명권 사이의 성간 통신은 주로 14억 2000만 헤르츠 근처의 전파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주에 가장 흔한 원소인 수소가 이 주파수에서 전파선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계의 지적 생물들도 자신들의 생각을 이 주파수 대역의 전파에 담아 우리에게 보내올지 모른다. 이러한 생각에서 우리도 이 대역의 전파 신호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용 및 군사용 통신이 이 귀중한 주파수 대역을 부당하게 침범하고 있다. - P541
침해의 주범은 강대국만이 아니다. 크고 작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통신 활동도 방해 전파를 송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인들의 활동이 성간 통신의 주파수 대역을 온통 먹통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하겠다. 지구상 전파 통신 기술이 무제한으로 발달하게 돼도 외계 지적 생물과의 통신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넘치는 전파 공해로 인해 지구인들은 외계 지적 생물이 부른 연가戀歌를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그냥 흘려보내고 말 것이다. - P541
하나의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외계의 지적 생물과의 교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지적 생물과의 교신부터 먼저 진지하게 시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 P542
문화와 언어와 전통이 다른 민족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조화롭게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침팬지, 돌고래 그리고 저 깊은 바다의 지적 지배자인 위대한 고래들과의 교신 또한 외계와의 교신에 우선돼야 할 인류의 과제인 것이다. - P542
상업 포경은 현재 1986년 국제 포경 위원회 IWC의 ‘상업 포경 전면 금지 조치‘ 로 금지되었다. 현재는 제한된 과학 포경만 허용되고 있다. - P542
고래도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 도서관‘과 ‘두뇌 도서관‘을 갖고 있다. - P543
인간의 유전자처럼 고래의 유전자들도 모두 핵산으로 구성돼 있다. 핵산은 아주 특별한 분자로서 자기 주위에 있는 화학적 기본 재료를 사용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복제할 뿐 아니라 유전적 정보를 발현發現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 P543
고래가 내는 효소 중에는 헥소키나아제 hexokinase라고 불리는 분자가 있는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에도 똑같은 효소가 들어 있다. - P543
당분을 에너지로 변화시키려면 모두 스물대여섯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각 단계마다 효소의 중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긴 과정의 첫 단계에서 바로 헥소키나아제라는 이름의 효소가 중재 역할을 한다. - P543
고래가 낮은 주파수 대역의 노래 한 음절을 발성하는 데에는 미소한 양이겠지만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고래가 자신의 주식인 플랑크톤에서 생산해 내는 일련의 긴 과정도 따지고 보면 헥소키나아제의 활약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 P543
DNA 이중 나선에 저장된 정보는 네 ‘단어‘로 구성된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여기서 네 개의 단어란 네 종류의 서로 다른 핵산을 뜻한다. 즉 DNA는 네 종류의 핵산 분자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지구상 모든 생물에게 공통적으로 성립하는 사실이다. 고래나 인간뿐 아니라 온갖 동식물의 유전 정보가 모두 단 한 종류의 언어로 기술돼 있다는 말이다. - P543
생물의 유전 물질에는 과연 몇 비트의 정보가 필요할까? 다시 말해서, 한 가지 생물학적 질문을 생명의 언어인 핵산으로 구현하려면 과연 몇 개의 ‘예ㆍ아니오‘ 형태의 답이 필요한가 말이다. - P543
우리 몸은 약 100조 개의 세포들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 몸 어느 구석이든 그곳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는 몸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소장하고 있다. - P545
우리 몸의 세포는 우리 부모가 만든 단 하나의 수정란 세포가 연속적으로 분열하여 생기는 것이다. 태아가 성장해서 태어날 때까지 수많은 단계의 세포 분열이 이뤄지지만, 분열할 때마다 유전자의 설계도가 원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도록 완벽하게 복제된다. - P548
유전자 도서관은 우리 몸 구석구석이 각각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이렇게 모두 소장하고 있다. 태곳적부터의 정보가 속속들이 빠짐없이 중복되어 유전자 속에 들어 있다. 웃는 방법, 재채기를 하는 기술, 효과적인 걷기 방안 등뿐 아니라,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 후손을 생산하는 기술, 사과를 먹고 소화시키는 요령 등이 유전자에 모두 세세히 기록돼 있다. - P548
사과 하나를 먹는 행위도 따지고 보면 사실 엄청나게 복잡한 과정이다. 소화 작용에 필요한 각종 효소들을 합성하는 일과 음식에서 에너지를 얻어내는 일련의 화학 반응들을 의식적으로 하나하나 챙겨서 수행해야 한다면, 나는 결국 굶어 죽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박테리아같이 보잘것없는 존재도 산소가 없는 곳에서 당을 자동으로 분해할 줄 안다. 바로 이것이 사과가 썩는 이유이다. - P548
박테리아나 인간이나, 이 양극단의 중간에 있는 다양한 단계의 모든 생물들은 유전자 정보의 지시를 수없이 공유한다. 다시 말해서, 생물마다 서로 다른 도서관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 소장된 책들에는 내용이 같은 쪽이 많이 있다. 우리는 다양한 생물들이 공동의 조상에서 진화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를 여기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P549
현대 기술 문명은 기기묘묘한 생화학 반응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만을 겨우 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육체는 그 모든 화학 반응을 전혀 힘들이지 않고 척척 수행해 낸다. - P549
생명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화학반응에 대한 실습을 수없이 많이 해 왔지만 인간은 이제 겨우 그 화학반응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데 불과하다. 그렇다면 DNA야말로 그 모든 것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 P549
(목성의 위성) 유로파의 크기는 지구의 달 정도이지만, 그 표면구조는 달과 전혀 다르다. 운석공과 융기 지형이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아마 두께가 100킬로미터는 됨직한 두꺼운 얼음 지각이 규산염 성분의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듯하다. 검은색 선들이 이루는 복잡한 망상의 무늬는, 깨진 얼음 틈으로 지각 밑에 있던 물질이 위로 새어 올라와서 생긴 것이다. 유로파가 매우 밝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유로파의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플레이온Pleione은 좀생이성단의 구성원으로 매우 빠르게 자전하기 때문에 적도부분이 부풀어 올라 단축 회전 타원체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물질을 적도면에서 우주 공간으로 서서히 분출한다.
태양의 광구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고온의 상층 대기층을 ‘코로나corona‘ 라고 부른다. 코로나도 11.2년을 주기로 그 모양이 변하며, 코로나 물질이 온도가 100만도에 이르는 고온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엑스선을 다량으로 방출한다.
코로나 구멍은 양성자와 전자로 구성된 태양풍이 빠져나오는 지역이다. 태양풍은 코로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와서 행성들 곁을 지나 성간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인형 안에 다른 인형이 있는 러시아 인형같이, 우주들이 이루는 영원 회귀의 계층 구조가 바로 코스모스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면서 매일 250만 킬로미터씩 움직인다. 한편 태양은 은하수 은하의 중심을 중심으로 역시 공전한다. 지구의 태양 주위 공전이 태양의 은하 중심 공전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그리고 우리 은하수 은하는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심으로 또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 속도가 은하수 은하의 전체 낙하 속도보다 2배 정도 빠르다. 또 처녀자리 은하단은 은하단으로서 대우주를 방랑한다. 그리고..... 그렇다면 우리야말로 우주의 영원한 나그네가 아닌가.
여타 기관과 마찬가지로 뇌도 수백만 년 동안의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점점 더 복잡한 구조와 이에 따른 더욱 많은 정보를 소유하게 되었다. 현재 뇌의 구조에서 우리는 진화의 단계들을 미루어 알아볼 수 있다. - P549
뇌는 내부에서 외부로 진화했다. 가장 깊숙한 곳에 뇌의 가장 오래된 부위인 뇌간腦幹이 자리한다. 뇌간은 반사 작용, 심장 박동, 내장 활동, 호흡 등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조절한다. - P549
폴 맥린 Paul Maclean이 지극히 도발적인 학설을 하나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들이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R-영역, 변연계, 대뇌 피질의 세 단계이다. - P550
뇌간의 상단부를 모자처럼 뒤덮고 있는 부위를 R-영역이라 부르는데, 이 R-영역이 인간의 공격적 행위, 정형화된 의식 행위, 자기 세력권의 방어, 계층적 위계질서의 유지 등을 관장한다. 뇌의 이 부위는 수억 년 전 인간이 아직 파충류였던 시기에 발달했다. 우리 각자의 두개골 내부 깊숙한 곳에는 말하자면 악어의 두뇌가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 P550
R-영역은 변연계邊緣系가 둘러싸고 있는데 바로 이 부위가 포유류 시기에 생긴 뇌이다. 이 변연계는 수천만 년 전 인간이 포유류이고 아직 영장류로 되기 이전 시기에 발달한 부위이다. 뇌의 이 부위가 인간의 기분, 감정, 걱정 등의 정서적 반응과 행동 그리고 자녀 보호의 본능을 지시하고 제어한다. - P550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 피질을 살펴보자. 대뇌 피질은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인간이 영장류였던 시기에 생긴 부위로서, 자기 밑에 아직도 버티고 있는 원시 두뇌와 늘 편치 않은 휴전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대뇌 피질에서 물질이 의식을 창출하므로 대뇌피질이야말로 인류가 꿈꾸는 모든 우주여행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 P550
두뇌 전체 질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대뇌 피질이 직관과 비판적 분석의 중추이다. 아이디어의 창출과 영감의 발현이 바로 여기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읽기와 쓰기, 수학적 추론과 작곡이 이루어진다. 인간으로 하여금 의식적 삶을 가능케 하는 부위가 다름 아닌 대뇌 피질인 것이다. - P550
인류와 다른 종의 차별화가 대뇌 피질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인간다움은 바로 이 대뇌 피질 때문에 가능하다. 한마디로 문명은 대뇌 피질의 산물이다. - P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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