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가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목차를 잠깐 봤는데, 책 제목처럼 보통의 언어들이 그 이면에 품고 있는 숨은 뜻을 온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언어의 맛을 곱씹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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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선을 긋다‘ 라는 제목의 글을 만났는데, 인간관계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었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관계라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글로 표현해주셔서 마치 어렴풋이 보이던 무언가의 초점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별히 ‘배려‘ 라는 것을 저자만의 언어로 풀어쓴 부분은 독자인 나 또한 읽으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저자의 섬세한 감성 또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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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사과하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상대방에게 고의든 의도치 않았든 관계없이 미안해서 사과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단순히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보다는 그 이후의 과정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저자는 본문에서 이것을 전쟁 이후의 삶에 비유했는데 굉장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또한 이 글을 통해 내가 살면서 사과할 일이 있었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한 이후에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리고 향후에 이와 유사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언어는 살아가는 날들과 환경에 따라 민감하게 변하기도 하고, 나의 다짐, 기대, 성숙함, 비좁음, 어리석음만큼 다르게 쓰이고 해석되며 자라납니다.

언어의 차이는 오해를 낳기도 하지만, 어떤 오해는 피었다 지어버린 자리가 아무것도 없던 자리보다 아름답게 남겨지기도 합니다. 언어에는 생명력이 있으니, 그 자체의 특성을 점점 존중하게 됩니다.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는 말은 살아갈수록 모든 면에서 진리인가 봅니다.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로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서로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좋아하거나 사랑하거나 만나면 반가운 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헤어져 있는 어느 때 못 견디게 보고 싶다면, 사랑일 확률이 높다.

연인 사이에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그리움‘이다. 그리움이라는 건 빈 곳이 느껴진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곳이 당신으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은 소유할 수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소유하고 싶어지는 얄궂은 마음이 사랑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반대로 조건이 없다.

해가 좋은 날 널려진 빨래가 된 것처럼 뽀송뽀송 유쾌한 기분만 줄 수 있는 건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붕 뜨게 하기도, 한없이 추락하게 하기도 하는 역동성을 띤 반면 좋아하는 마음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리게 해주는 안정성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말은 완벽히 상대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나 하나만 놓고 보자면, 나는 완벽하다. 잘난 부분 딱 그만큼의 못난 부분을 갖춘,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사람이다. 비틀어진 부분이 있고, 그래서 나오는 독특한 시각과 표현력이 있다. 모나게 튀어나온 못된 심술도 있고, 그 반대편엔 튀어나온 만큼 쑥 패여서 무언가를 담아내는 포용력이 있다. 대부분의 장점과 단점은 이렇게 서로 등을 지는 형태라 떼어놓고는 말할수가 없다. 예민함과 섬세함, 둔함과 털털함처럼.

어디에나 맞는 만능 퍼즐조각이 없듯, 이렇게 각자의 모양으로 존재하는 우리는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상대의 단면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았을 때 종종 실망이란 것을 한다.

실망이라 함은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을 뜻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상한 마음‘
이 아니라 ‘바라던 일‘이다. 실망은 결국 상대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무언가를 바란, 기대를 한, 또는 속단하고 추측한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은 고유의 모양으로 존재하는데,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그렇다. 나의 경험치와 취향, 태생적 기질 등이 빚어낸 지극히 사적인 시선으로 서로를 볼 수밖에 없다.

‘기대‘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가늠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낭만이니까. 그게 없이 어찌 사랑에 빠지거나 연민을 느낄 수 있겠는가.

둘 다 사적인 시각에서 비롯되지만, 기대에는 애정이 그 시작점에 관여를 하고 오해와 편견에는 그에 반대되는 감정이 관여했다는 차이만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한 명의 사람이 누구를 대하든 매끄럽다면, 그 사람은 흡사 존재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는 것‘

생각해보면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갖는 부정적인 감정은 차라리 당연하다. 사람은 서로를 각자의 주관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 앵글에서 모두에게 완벽한 피사체이고 싶은 마음을 가지면 그건 지옥의 시작일 테다. 대신 생긴대로 살아가다 거름망에 걸러지는 내 사람들은 사금처럼 귀하다.

‘대충 미움받고, 확실하게 사랑받자.‘ 미움받을 용기까지는 없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나의 인생관이다.

함께 있기만 해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그 순간 비로소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또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고요.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은, 이 사람과 함께할 때 나의 가장 성숙하고 괜찮은 모습이 나오는 사람이다.

나는 어차피 누구에게도 완벽하거나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없다. 대상과 상황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주는 사람에게 혹여 ‘이런 사람이 그래도 나를 발전시켜주겠지‘라는 마음에 매여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만 발견되는 나의 고유한 아름다움, 훌륭함이란 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런 좋은 모습을 볼수록, 나 역시도 스스로를 그렇게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런 관계에서는 마르지 않는 시너지가 샘솟는다. 지나친 미화에만 길들여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 곁의 수많은 거울들을 떠올려보라. 어떤 거울앞에서 나는 가장 괜찮은 사람이었는가?

누군가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때, 그것을 그렇다고 말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두고 ‘선을 긋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표현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선 그을 펜을 쥔 사람은 머뭇거리게 된다. 어쩐지 매몰찬 행동 같으니까.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아야 한다. 세심히 살펴야한다. 무언가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한 발자국 정도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는 순간, 관계는 V3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가 된다.‘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다.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고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이 그러하듯 사람 마음의 모양은 전부 다 다르다.

선을 긋지 않는다는 건, 모양이 없는 액체 괴물처럼 살아가라는 말로 들린다.

선을 긋는건, 여리고 약한 혹은 못나고 부족한 내 어딘가에 누군가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라고 고백하는 행위다.

어떤 관계는, 나도 몰랐던 내 영역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통해 확장되기도, 스스로를 알아가기도 한다.

살다 보면 부득이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 이들은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나를 관찰해주고, 그걸 토대로 내 성향을 점선으로나마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밑그림이 나의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나는 무장해제되곤 한다. 이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기에,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열심히 점선으로 상대를 스케치해본다. ‘이곳이 예민하겠지‘, ‘이곳을 흥미로워하겠지‘ 하면서. 그리고 이런 식으로 그려지는 사람의 모양은 수시로 바뀌기도 하기에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이 섬세한 과정을 통치는 말이 ‘배려‘인 것 같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있는 틈은 서로가 서로를 잘 바라보기 위한 것일 테다.

사람의 감정에도 시차가 있다. 감정이 빠르게 익는 금사빠가 있는 반면, ‘사랑‘이라는 말에 걸맞을 만큼 달궈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대화의 본질‘은 언어가 아닌, 눈에 보이는 그 모든 풍경에 있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이다.

응시하거나 시선을 피하거나,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팔짱을 끼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시계를 바라보는 모든 행동들은, 언어 아래 숨겨진 상대의 마음을 읽는 가장 중요한 단서이다. 즉, 대화는 관찰이자 탐색이다.

대화의 가장 결정적인 열쇠는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잘 살필 수 있는가‘ 이다.

사과를 전장의 백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선언하고 나면 모든 게 종결되는 것처럼.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평화인 경우는 없다. 특히 피해를 입은 국가라면 그때부터가 오히려 아픔의 시작이다. 전쟁통에는 생존만이 문제였다면, 전쟁이 휩쓸고 앗아간 모든 것들을 복구해 나가며 겪는 고통이 삶의 일상이 되는 것은 가장 슬픈 풍경이다.

다툼은 작은 의미에서 전쟁과 속성이 같다. 이권이 부딪히고, 신념이 충돌하고, 분노 분출 외에는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다툰다.

사과를 하는 쪽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순간 주도권을 갖는 착각을 한다. 물론 사과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과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에 심취해서포커스를 상대가 내 사과를 어떻게 받는지에 맞추기 시작한다.

‘미안하다고 했잖아‘라는 말. 이 문장만 봐도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짜증이 밀려오지 않는가? 그만큼 사과를 하고 받을 만한 일에서 중요한 건 사건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과정인 것 같다.

사과를 받을 입장일 때를 떠올려보자. 상대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마치 끓는 냄비가 올라간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 것과도 같다. 더 끓일 의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바로 식지는 못한다. 내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때, 흔들리는 동공으로 잔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미안한 줄 알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등등이 단골 대사다. 물론, 이 말을 하지 않는다면 베스트다. 그러나 사과를 하는 입장에서 사과를 받는 태도에 점수를 매길 권한은 없다.

사과를 받은 사람 쪽에서 필요한 겸연쩍은 시간이란 게 있다. 마지못해 내민 손을 잡아주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 나누기까지 떼는 한 걸음 한 걸음은 몹시도 무겁다. 이 무거운 발걸음을 기다려주는 것까지가, 진짜 사과다.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는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잘 화해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호시절에 잘해주는 건 쉽고도 당연한 일이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거리가 가깝고 가까울수록, 갈등이 생길 확률은 높다. 그러니 이 갈등을 어떻게 어루만져 다음 단계로 가는지가 중요하다. 잘 마무리된 다툼만큼 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건 없다. 잘못을 저지른 경우라면 차라리 당신에게 이 관계를 더 견고히 만들 기회가 주어진 거다. 잊지 말자, 사과는 A/S기간이 가장 중요하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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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평점 :
절판


저자께서 수십년전에 한 강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가르침이 현 시대에도 변함없이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저자의 깨달음이 얼마나 깊이 있었는지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자가 아닌 분들이 읽어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범용성있는 내용들이 많기에 일반 독자분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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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최재천 교수의《곤충사회》라는 책에서 생태계의 조화를 늘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오늘 본문에서도 그와 비슷한 얘기를 볼 수 있었다. 특정 부분만을 보기보다는 보다 넓고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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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차茶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차에 담겨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차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들도 덤으로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 그리고 차茶를 마실 때 쓰는 그릇에 관한 얘기도 나오는데, 그릇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개인적인 얘기를 잠깐 하자면 내 경우 드립백 커피를 즐겨마시는데 커피를 마실 때 주로 사용하는 컵과 텀블러가 각각 하나씩 있다. 솔직히 겉모습만 보면 그닥 특이할 것 없이 평범하게 생긴 것들이지만,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보니 왠지 모르게 정情 같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 저자도 차茶를 마시는 그릇에서 이와 비슷한 정情을 느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체를 봐야지 어느 한 부분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소위 과학자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도 한 부분밖에 볼 줄 몰라요. 과학을 맹신하지 말고 자연을 이해해야 합니다. - P238

업이라는 것은 우리 마음밭에 뿌리는 씨와 같습니다. 이 업이라는 씨는 인간이 예상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게 업의 파장이고 흐름이에요. 이 흐름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 P240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영원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 P242

이 세상 모든 것은 우리가 그것을 눈으로 인식하기 전부터 존재합니다.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꽃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꽃망울 속에 꽃이 들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P244

안 보이는 상태에서 인因을 쌓고, 그것이 드러나 연緣이 되는 것입니다. - P244

눈에 보이는 것은 사라져도 그 안에 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생명은 우주의 영원한 원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 P244

근원적으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가 있을 뿐이에요.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다른 이름으로 어디선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삶을 사느냐, 어떤 삶을 이루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 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 P245

우리가 몸으로 움직이는 동작과, 입으로 하는 말과, 마음으로 하는 생각은 모두 업이 됩니다. 업이라는 것은 하나의 행위입니다. 좋은 행동이라든가, 좋은 말이라든가,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업을 쌓게 돼요. 이와 반대로 행동하면 어두운 업을 쌓게 됩니다. 나쁜 업이 자꾸 되풀이되면 하나의 힘으로 변하게 돼요. 그것을 업력業力이라고 합니다. 혹은 업장業障이라고도 해요. - P245

업력이 커지면 이성의 힘으로는 도저히 억제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치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 법칙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가게 돼요. 내 정신으로, 내 의지로 억제할 수 없는 힘, 자제할 수 없는 그런 힘이 되어 버립니다. - P245

모든 것이 그렇듯 문화나 제도가 사람 위에 있을 수 없어요. 차를 마시는 것도 사람, 차를 즐기는 것도 사람이지, 차가 규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에요. 차는 그냥 마시는 것이고, 그냥 즐기는 것입니다. 과도한 격식은 경계해야 합니다. - P254

흔히 차를 기호품嗜好品이라고 하지요. 기嗜는 즐기다, 호好는 좋다, 이런 뜻입니다. 좋아서 즐기는 거예요. 하지만 적당히 즐겨야지 이를 너무 지나치게 가까이 하면 해가 됩니다. 무엇이든지 그렇지 않습니까? - P256

차는 한마디로 청적淸寂의 세계입니다. 청淸은 맑다는 뜻이고 적寂은 고요하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단순히 맑고 고요하다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때의 적寂은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상태, 모든 복잡함으로부터 벗어난 상태를 뜻합니다. 조금 다른 의미에서 말하자면 침묵의 세계예요. - P258

차를 마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하나는 생잎을덖은 후 마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발효를 시킨 후 마시는것입니다. 녹차가 전자이고, 홍차나 보이차 같은 것이 후자입니다. - P259

좋은 차는 빛깔과 향기와 맛을 두루 갖춰야 돼요. 이것은 꼭 차만이 아닙니다. 음식도 그래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음식 빛깔이 죽어 있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들잖아요. 또 그 음식 나름의 어떤 향취가 있어야 돼요.
물론 맛도 있어야 되지요. 이렇게 빛깔과 향기와 맛을 두루갖춘 것이 좋은 차입니다. - P259

너무 쉽게 얻으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르니까요. - P262

두 번째로 올라온 찻잎이 좋습니다. - P264

차 생산에는 수량水量도 중요한데, 비를 충분히 맞으면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두 번째 딴 찻잎이 좋다고 하는 겁니다. 이때 제대로 맛이 숙성이 돼요. 처음 나온 찻잎이라고 해서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장삿속에 속지 마세요. - P264

찻잎은 적기에 따야 돼요. - P264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따는 차가 제일 좋습니다. - P264

찻잎은 아주 섬세해야 돼요. 찻잎이 무슨 고춧잎처럼 커지고 그러면 섬세한 맛이 없어요. 섬세한 차는 양이 많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비싸요. - P264

처음 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싼 차 사서 마시지 않아도 돼요. 처음에는 비싼 거 마셔 봐야 뭔지 몰라요. 나중에 차 맛을 좀 알게 되면 그때 사도 됩니다. - P264

차는 보관도 잘해야 합니다. 잘못 보관하면 아무리 좋은 차도 그 맛이 변해요. 녹차는 일 년 지나면 못 먹습니다. - P264

보관이 잘된 차가 좋은 차입니다. 보관은 냉동실에 해야 돼요. 냉장해도 안 돼요. 그런데 차 파는 집에 가 보면 냉동 시설이 없는 곳이 많아요. 그러면 엽록소 보존이 안 돼요. 엽록소가 파괴되면 차의 싱그러운 맛이 사라집니다. - P265

물도 중요합니다. - P265

우리는 그냥 수돗물을 쓰면 됩니다. 정성을 좀 부린다면 하루쯤 받아 놔요. 그러면 침전물도 거를 수 있고 냄새도 사라져요. - P265

차를 우릴 때는 물을 충분히 끓이세요. 그렇다고 또 물을 너무 오래 끓이면 안 돼요. 그러면 좋은 성분이 파괴됩니다. - P266

물이 끓으면 다기를 가십니다. 다기를 가신 후에는 물을 알맞게 식혀야 돼요.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 버리면 데치는 거랑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건 참 맛없습니다. 찻잎이 섬세할수록 물을 잘 식혀야 돼요. - P266

우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것에 묘미가 있어요. 너무오래 두면 쓴맛이 일고, 빨리 따르면 덜 우러나요. - P266

홍차 같은 것은 한 잔 우려 마시면 그만이지만, 녹차는 석 잔까지도 우릴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물을 가득 붓지 말아야 합니다. 잔의 한 절반쯤 차도록 부어야지 처음부터 그냥 가득가득 부으면 먹기 전에 배부르다니까. 한 절반쯤 붓는게 좋아요. 그래야 그 차에 운치가 담겨요. - P267

마시다 보면 저절로 요령이 생겨요. - P267

어렵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차 한잔 마시려면 그런 정성, 그런 집중 같은 게 있어야 된다, 그런 정도로 이해하면 돼요. 그래야 차 맛을 알아요. 차를 마셔야 되겠다고 하면 조금은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해야 내 심성이 맑아집니다. - P267

차를 좋아하게 되면 그릇을 따지게 됩니다. "그릇이 있기에 차를 마셔야 된다." 이런 말도 있어요. 좋은 그릇, 아주 사랑스럽고 마음에 드는 그릇이 있으면 차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뜻이에요. 물론 그릇이라는 건 차를 마시기 위한 도구이지만, 차를 마시다 보면 차만 훌쩍 마시는 게 아니고 다기를 매만지는 즐거움이 있어요. 차를 마시다 보면 그릇을 보는 심미안審美眼이 열립니다. - P268

차를 마시다 보면 묘한 것을 알게 돼요. 바로 그릇도 쉬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그릇도 사람처럼 쉬고 싶어 해요. 그걸읽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돼요. 안 그러면 나중에 꼭 그릇이 깨지더라고. 그릇도 쉬게 해 줘야 돼요. - P269

엄마들도 아이 표정을 보면 아이 기분이 어떻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잖아요. 그렇듯이 그릇도 표정을 짓습니다. 다기가 됐건 항아리가 됐건 그릇이 쉬고 싶어 할 때는 쉬도록 해 줘야 돼요. - P269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 너무 피로해서 쉬고 싶어 하면 그걸 읽을줄 알아야 해요. 그릇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무감각한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해요. 사랑을 지닌 사람만이 내면을 읽을 수 있습니다. - P269

그릇에는 두 개의 생애가 있어요. 하나는 전반생前半生 이고 하나는 후반생後半生입니다. 도공이 그릇을 막 만들었을 때, 그때 그 그릇의 생은 전반생입니다. 이때는 절반의 생명밖에 없습니다. 그릇을 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릇을 쓸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때 후반생이 부여됩니다. - P269

처음에는 만든 사람의 입김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조금 낯설고 생소합니다. 그러다 그릇의 아름다움을 내가 발견하고 그릇의 쓰임새를 알면 그때부터는 내 따뜻한 정이 그릇에 들어갑니다. 내가 혼을 불어넣는 거예요. 그러면 그릇이 달라집니다. - P270

우리가 아무렇게 막사발로 쓰던 것을 다기로 써요. 그릇이 지닌 아름다움, 새로운 생명력을 캐낸 것이에요. 만든 사람은 그런 걸 생각을 안 하고 만든 것이지만, 쓰는 사람이 그걸 발견해 낸 거예요. 그걸 발견해 내는 눈을 가진 거예요. - P271

사람도 그렇잖아요. 누군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짝을 제대로 만나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좋은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요. - P271

여행을 할 때 어디를 가느냐,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누구와 함께 가느냐, 이게 중요한 거예요. 여행길에서 스승을 만날 수도 있고 원수를 만날 수도 있는 거예요. - P271

여행길이 그런 것처럼 인생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길벗을 잘 만나야 돼요. 그리고 또 내가 좋은 길벗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비록 전반생은 힘들고 어려웠더라도 후반생이 빛이 납니다. 스승은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 P271

차의 성질이 그러하듯이 다기도 단순하고 수수한 것이 좋습니다. 수수해야 돼요. 어떤 그릇은 처음 보면 화려하고 예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그릇들은 쓰다 보면 싫증이 나기도 해요. 수수하고 무던한 거, 그게 좋은 거예요. 그런 그릇이 오래갑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좋은 친구는 담담한 차와 같고 수수한 다기와 같습니다. - P271

그릇도 수수하고 무던한 것, 마음 편하게 두고 쓸 수 있는 것이어야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마음이 가닿았다는 뜻입니다. - P272

차를 마실 때는 사람이 많으면 안 된다고 해요.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고, 시끄러우면 아늑하고 그윽한 분위기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즉 아취雅趣가 줄어듭니다. - P274

차를 마실 때, 나 홀로 마시는 것을 이속離俗이라고 해요.
세속을 떠났다는 의미예요. 차를 마시는 가장 높은 경지입니다. 또 둘이 마시면 즐겁다고 해요. 서넛까지도 괜찮아요 그런데 다섯이 넘어가면, 이건 참 곤란해요. 그때부터는 차 마시는 거 아니에요. - P274

번잡하게 여럿이 먹으면 그건 차한테 미안한 일입니다. 차는 좋은 친구와, 마음 활짝 열어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와 마실 때 즐겁고 좋은 겁니다. 이 즐거움이 마음을 포근하게 해요. - P276

또 차를 마실 때는 모든 일손을 놓아야 돼요. 마음이 한가해야 됩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기도 매만지고 차의 빛깔과 향기도 음미해 보세요. - P276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함께 나눌수 있는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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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 예술 경영 분야와 관련된 개략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읽으면서 결국 예술도 돈으로 치환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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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절을 바꿔서 저자가 졸업한 학교인 한예종과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다. 다양한 얘기들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저자가 한예종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이 눈에 띄었다. 예술가만의 지독한 열정이라든가 남들이 무엇을 하든간에 주눅 들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 등이 인상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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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저자가 세무사 공부를 하기 전에 행정고시를 준비했었던 일화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한예종에 입학시험을 치를 때 문화예술인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예술인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려는 동기로 도전했다고 한다. 시험준비를 위한 동기 자체는 꽤나 멋져 보였으나 동기에 걸맞는 수험생활을 보내지 못하고 1년만에 깔끔하게 접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여러가지 교훈들은 이후 도전하게 된 세무사 시험을 단기간에 합격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실패라는 것을 무작정 안 좋게만 볼 일도 아닌 듯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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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는 저자가 한예종에 다닐 때 했던 여러 번의 실습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들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경험의 중요성이라는 게 어떤 건지를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단순히 책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것도 물론 아예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역시 직접 부딪치면서 몸소 느끼는 경험들이 우리의 머리는 물론이고 마음 속 깊숙한 곳까지 새겨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공연과 행사시 기획자와 아티스트의 역할에 대해서도 덤으로 알 수 있어서 각종 이벤트들의 생태계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본문에 저자가 교수님을 도와 ‘무용 콩쿠르‘ 실습을 했던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실습을 통해 저자의 역량이 엄청나게 발휘되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저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감당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으로 배운 것들을 실전에서 빠짐없이 써먹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신 분 같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도전 받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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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 저자는 학부시절 일본 교토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것들이 많아서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면서 읽어봤는데,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신선했는데, 실제로 가서 보고 경험한다면 더욱더 좋을 듯하다.

공연/콘서트/전시는 모두 비즈니스입니다. 자금을 어떻게든 구해와서 잘 관리하고 이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 P242

예술경영이야말로 예술 중의 예술 - P242

지원금을 교부받고, 용도에 맞게 지출하고, 공연이 끝나면 정산하고...  - P242

동료 예술가들에게 특이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쩌면[예술의 세계]와 지구 반대편만큼이나 거리가 먼 것이 [숫자의 세계] 아닐까요? - P243

예술가들은 세금을 힘들어하고, 세무지식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반대로 일반 경영학과 출신들은 예술의 세계를 막연해합니다. 예술의 세계는 가까이하기 어려운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 P244

세금 때문에 애먹는 예술가들, 기획자들에게 지식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예술가라도 사회에 나오기 전에 기본적인 지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 P244

넘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 P248

최고로 거듭나게 되면 세간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 P248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을 하라.‘ - P249

‘내 인생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 P249

자기 작품 세계를 위해서 인생을 온전히 바치는 학생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예술가만의 지독한 열정을 옆에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한다 정도가 아닙니다. 거의 자기파괴적인 예술가만의 열정을 볼 수 있습니다. 겪어본 입장에서 고시공부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예술가의 열정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P251

세상에는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고 반대로 아무리 천재라도 자기 분야 외에서는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겸손하게 제가 제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되, 한편으로는 주눅 들지 않고 내 것을 개척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듯합니다. - P251

자기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잘하면 될 것 - P251

예술가들과 어울리다 보니, 인생을 옭아매는 많은 선입견과 관념들도 버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규칙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다 보니, 어떤 규칙들은 생각보다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예술가들은 실력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나이, 기수, 성별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초월하게 됩니다. 반대로 어떤 규칙들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싫어도 해야 하고, 힘들어도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 P251

다치지 않고 일하려면 항상 거친 말투로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큽니다. - P257

오로지 시험에 합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부만 효율적으로 해야 - P260

가장 효율이 좋은 오전 시간 - P260

시험에 붙으려면 시험과목만 집중해서 공부해야 되거든요. - P260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많이 써보아야 - P261

시험장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손으로 쓸 줄 알아야 합격 - P261

세상이 만만치가 않다. 겸손해야 한다 - P262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공부 습관을 다 뜯어고쳤습니다. 먼저 시험과 관련 없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어 유튜브, 넷플릭스 재미난 것들이 더 많아졌지만 오로지 시험에 도움이 되는 일로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문,
핸드폰도 당연히 하지 않았습니다(지적 호기심은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 P262

다음으로, 안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쓸 수 있게 되어야 공부가 된 것이다, 고 명심했습니다.
그래서 강의는 최소한으로만 듣고, 답안을 쓰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못 써도 되니까 손이 저리도록 쓰고 또 썼습니다. 그러자 점점 나아졌습니다. - P263

공부는 웬만하면 혼자 했고, 동료와 같이 공부할 때도 밥만 같이 먹고, 한 공간에서 공부한다는 것 이상으로 웃고 떠들거나 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 P263

20대의 어린애는 실패해도 되지만, 30대의 가장은 실패할 수 없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또 겸손해집니다. - P263

윗사람들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아랫사람들을 끌어나가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랫사람을 끌어가기 위해서는 이상이나 능력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 능력이나 어느 정도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P268

여러 이해관계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갈등의 불씨가 된다 - P268

공연 예산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서로 예산을 쓰려고 눈치싸움을 합니다. 공연에서 본인이 눈에 띄는 기여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잘 된 디자인은 곧 포트폴리오가 되어 디자이너의 커리어에 쌓여나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파트만 잘 되어봐야 공연 전체가 무너져서는 다 같이 망하게 됩니다. - P268

실무에서는 기획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예산을 배분하면서 어디에 힘을 더 줄지 결정합니다. 기획자가 그럴 권력이 있는 이유는 공연자본을 기획자가 구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공연에서는 학교에서 예산이 주어지다 보니, 기획자에게 그런 권위가 서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들이 겨루는 과정만 지켜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 P268

처음에 훨씬 보수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남는 돈을 어디에 더 투자할지를 의논하는 방식으로 갔어야 - P269

어떤 조직이든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 P270

단호하게 원칙으로 판단해야 한다 - P270

학교에서 큰 실습을 끝내고 나니 좀 더 큰 무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 자신감이 미래에 더 큰 실습들을 해낼수 있는 원천이 되었습니다. - P271

공연보다 행사를 할 때 기획자 책임이 큽니다. - P272

공연에서 기획자는 아티스트를 돕고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지만, 무대 위의 일은 아티스트 몫입니다. 무대, 의상, 조명, 음향, 특수효과는 아티스트에게 권한이 있습니다. 기획자는 재무, 물자조달, 법무를 지원하는 형태로 됩니다. - P273

행사는 기획자가 할 일이 많습니다. 강연자는 PT만 준비해 오고 나머지 강연에 필요한 화면, 음향, 조명 등 기획자가 환경을 조성합니다. - P273

행사가 공연보다 구성이 다채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인사말, 본론, 축하공연, 세리머니 프로그램이 있고, 로비에서도 전시, 오브리 연주, 리셉션이 진행됩니다. 또 공연에서는 굿즈 판매가 선택사항이지만, 행사는 거의 필수적으로 기념품 구상이 들어갑니다. - P273

공연은 관객이 입장하여 자리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연 전과 인터미션 때만 관객 움직임을 관리하면 됩니다. 반면 행사는 시종일관 손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방명록도 기록하고, 목걸이를 차고 서로를 알아보며 담소를 나누고, 귀빈과 일반 관객이 있고, 참석자를 사전부터 케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P273

[그날 쓴 돈은 그날 기록한다]는 원칙 - P275

콩쿠르는 비영리사단법인이 주체가 되어 스태프를 고용하고 행사를 꾸립니다. 상급기관으로 수뇌부인 법인 이사진이 있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자문을 받는 식이었습니다. 콩쿠르 주된 가이드라인은 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되고, 사원총회에서는 그 자문을 승인하는 형태로 운영했습니다. - P276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해야 한다는 근성 - P279

엄격한 동작, 엄격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고전적인 발레와는 달리, 발레의 동작을 차용하되 파격적인 구성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더한 것이 모던 발레입니다. - P281

단독주택 (잇코다테) - P284

전에도 게이들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동성이라는 사실 외에 깊이 관여하지 않으면 같이 지내는 데 특별할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 P284

[시조 카라스마] ...(중략)...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 P285

[히가시야마] ...(중략)...거대한 오렌지빛 토오리로 유명한 [헤이안 신궁] - P285

나중에 가서야 우리나라에서는 상대가 손윗사람이면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편하게 쓰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정말로 학교 선생님이거나, 의사/변호사이거나, 국회의원 정도에게만 쓰는 극존칭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P286

[카츠토지] ...(중략)...카츠동 위에 올라가는 토핑을 따로 국밥처럼 반찬처럼 먹는 것입니다. - P286

제가 머무르던 집은 히가시야마에 있었는데, 히가시야마는 사쿄구에 속해있습니다. 사쿄는, [왼쪽 좌], [서울 경]을 뜻합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동네는 옛날 천황이 머무르던 궁궐의 동쪽에 있습니다. 동쪽인데 왜 서울의 왼쪽이라고 할까요? 이것은 왕이 궁궐에 앉아 남쪽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의 왼쪽이 동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듣고서는 아주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P286

히가시야마는 조용한 마을인데, 제가 머물던 집 근처에는 콘카이코묘지(금계광명사)라는 이름의 큰 절과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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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의사소통의 정의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 든다. 큰 범주로 보면 딱히 틀린 말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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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좀 더 읽다가 내 눈길을 끄는 내용을 하나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시스템을 악용하는 누군가가 항상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는지 문득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런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간혹 한두명씩은 있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독자인 내가 느낀 교훈은 항상 의심하고 또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의심이라는 게 아예 없었냐고 한다면 또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하지만 오늘 독서를 통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더 가질 수 있게 된 듯하다. 잠시 풀어져 있던 고삐를 다시 바짝 조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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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만난 이야기 중에 ‘매파와 비둘기파‘ 라는 소제목의 글이 있었다.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이긴 한데, 간단히 말해 공격성이 높은 개체와 공격성이 낮은 개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독자인 내가 느낀 여기서의 핵심은 어느 한 쪽으로만 균형이 쏠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각자의 특성에 따라 생존하기 위한 방식이 다를 뿐 어떤 것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생긴대로 사는 게 맞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사람마다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이 각양각색이기에 남이 가진 어떤 것을 부러워할 것도 없고 그저 자신의 재능을 빨리 찾아서 그에 맞게 살아나가면 된다는 말이다. 성공이라는 것에 대해 사람마다 정의가 다양할 수 있겠으나 오늘 본문을 보면서 나는 성공이라는 게 어쩌면 ‘잘 살아남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는 성공의 정의를 돈을 많이 번다든가 어떤 명예로운 자리에 선다든가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들도 결국에는 잘 살아남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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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이어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매파와 비둘기파와 관련된 보복자와 불량배 그리고 시험보복자 라는 용어가 소개된다. 이 용어들은 각각의 행동 전략을 지칭하는 것들인데, 독자인 나는 이것들을 모두 일종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이해했다. 자신이 다양한 개체들이 속해있는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옵션들이라는 말이다. 내가 위에서 했던 생각 중에 성공이라는 것이 ‘잘 살아남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도 결국 자기 주변의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나 자신의 행동전략을 유동적으로 잘 수정하는 것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도 본문에서 어떤 전략이라는 걸 택했을 때 그것이 늘 한결같이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유동성있게 바뀔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단일 전략보다는 혼합전략이 생존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다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전략의 유동성을 가지고 줏대가 없다거나 확고한 철학 또는 신념이 없다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생존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기에 저자의 말처럼 한 가지 전략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그때그때 생존에 가장 유리한 전략을 신속히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존 기계가 다른 생존 기계의 행동 또는 신경계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때, 그 생존 기계는 그의 상대와 의사소통했다고 할 수 있다. - P145

영향이라는 것은 직접적인 인과적 영향을 말한다. - P145

생존 기계의 수많은 동작은 다른 생존 기계의 행동에 영향을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기 유전자의 번영을 증진시킨다. - P145

동물행동학자의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의사소통 신호는 송신자와 수신자 쌍방이 서로 이익을 얻도록 진화한다. - P145

먹어도 독이 없는 많은 곤충은 앞 장에서 말한 나비처럼 다른 맛없는 곤충이나 침을 쏘는 곤충의 모습을 흉내 내 자신의 몸을 지킨다. - P147

포식자들도 거짓말을 한다. - P147

아귀는 꿈틀거리는 지렁이와 같은 물체에 접근하는 작은 물고기들의 습성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아귀는 ‘여기 지렁이가 있다‘라는 거짓말을 하고, 이를 ‘믿는‘ 작은 물고기는 즉시 잡아먹히는 것이다. - P147

어떤 생존 기계는 다른 생존 기계의 성적 욕망을 이용한다. 벌난초는 벌에게 암벌과 꼭 닮은 자기의 꽃과 교미하도록 한다. 벌난초가 벌을 속여서 얻는 것은 수분 (꽃가루받이) 인데, 이는 두 개의 벌난초에게 속은 벌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꽃가루를 옮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 - P147

사이렌과 로렐라이의 이야기 - P148

의사소통 시스템이 진화할 때는 누군가 그 시스템을 악용할 위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 P148

유전자들의 이해관계가 개체들마다 달라진다면 언제나 거짓이나 속임수 등 개체들이 의사소통 체계를 이기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같은 종의 개체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자식이 부모를 속이고 남편이 아내를 속이고 형제끼리 거짓말을 하는 것조차 예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148

동물의 의사소통 신호는 본래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키도록 진화되었고 그런 뒤 나쁜 동물들이 이 신호를 악용하게 되었다고 믿는것도 너무나 순진한 믿음이다. 모든 동물의 의사소통에는 처음부터 사기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모든 동물의 상호 작용에는 적어도 어느 정도 이해의 충돌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 P149

한 생존 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의 아이 또는 가까운 친척이 아닌 다른 생존 기계는 바위나 냇물이나 한 조각의 먹이 같은 환경의 일부다. 그것은 방해물일 수도 있고 이용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위나 냇물과 다른 점은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또한 미래를 책임질 불멸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생존 기계이며, 그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P153

자연선택은 환경을 가장 잘 이용하도록 자기의 생존 기계를 제어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이것은 같은 종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상관없이 다른 생존기계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 - P153

여러 종의 생존 기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생존 기계에 영향을 준다. 그들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일 수도 있고, 기생자와 숙주의 관계일 수도 있으며, 희소 자원을 놓고 싸우는 경쟁 관계일 수도 있다. 또 벌이 꽃가루 운반자로서 꽃에게 이용당하는 경우와 같이 특수한 방법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 - P154

같은 종의 생존 기계끼리는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자기 종에 속하는 개체군의 반은 잠재적으로 교미 상대이며, 또한 잠재적으로 자기의 자손을 낳고 열심히 길러 줄, 착취 대상인 부모가 될 수 있는 개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같은 종의 구성원이 서로 매우 닮아 있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생활 수단으로 유전자를 지키는 기계이므로,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해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 P154

일반적으로 수컷들이 암컷을 놓고 싸우는데, 이것은 한 수컷이 경쟁 상대의 수컷에게 해로운 짓을 함으로써 자신의 유전자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 P154

앞뒤 재지 않고 싸우는 것에는 이익(이득)과 동시에 대가(손실)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과 에너지의 손실뿐만이 아니다. - P156

함부로 경쟁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에는 뚜렷한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크고 복잡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는 눈앞의 경쟁자를 없애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그 경쟁자의 죽음으로 당사자보다 다른 경쟁자가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156

‘전략‘이라는 것은 미리 프로그램된 행동 방침이다. - P158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즉 ESS(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는 개체군에 있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일단 그 전략을 채택하면 다른 대체 전략이 그 전략을 능가할수 없는 전략이라고 정의된다. 이것은 미묘하고도 중요한 개념이다. 바꿔 말하면, 어떤 개체에게 가장 좋은 전략은 개체군 대부분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개체들도 각각 자기의 성공을 최대화하려는 개체들이므로,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일단 그 전략이 진화하면 다른 어떤 전략도 그 전략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없는 그런 전략이다. - P158

나는 지금은 오히려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ESS의 기본 개념을 다음과 같이 더 간략하게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즉 ESS란 자신의 복사본에 대해 잘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성공적인 전략이란 개체군 내에서 그 수가 지배적이 되는 전략이다. 따라서 그 전략은 자신의 복사본과 만나게 될 것이며, 자신의 복사본에 잘 대응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상태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 P522

ESS는 안정한 것이다. 이는 ESS에 참여하는 개체에게 딱히 유리해서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배신에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 P163

의식적으로 예견하는 재능을 가진 인간에서도 장기적 이익을 기반으로 한 협정 또는 공모는 내부로부터의 배신 때문에 늘 붕괴할 위험이 있다. - P164

어떤 다툼에서도 경쟁자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추정할 수단이 없으므로 그 결정은 무작위여야 한다 - P165

모델은 이처럼 극히 단순하나 어떤 현상을 이해하거나 어떤 아이디어를 얻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단순한 모델은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킬 수도 있고 점점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잘만 만들면 모델은 복잡해질수록 현실 세계를 보다 잘 묘사할 수 있다. - P165

보복자는 모든 싸움에서 처음에는 비둘기파처럼 행동한다. 즉 매파처럼 철저하게 심한 공격을 하지 않고 전통적인 위협 행동을 한다. 그러나 상대가 공격해 오면 보복한다. 바꿔 말하면 보복자는 매파에게 공격당했을 때는 매파처럼 행동하고 비둘기파를 만났을 때는 비둘기파처럼 행동한다. 또 다른 보복자를 만났을 때는 비둘기파처럼 행동한다. 보복자는 조건부 전략자다. 그의 행동은 상대의 행동에 따라 정해진다. - P166

또 하나의 조건부 전략은 불량배다. 불량배는 누군가가 반격해올 때까지는 누구에게나 매파처럼 행동하지만, 반격당하면 즉시 도망친다. - P166

또 다른 조건부 전략은 시험 보복자다. 시험 보복자는 기본적으로는 보복자와 같으나 가끔 시험 삼아 싸움의 강도를 높인다. 상대가 반격하지 않으면 계속 매파처럼 행동하지만, 상대방이 반격하면 다시 비둘기파의 전통적인 위협 행동으로 되돌아간다. 공격을 받은 경우에는 보통의 보복자와 똑같이 보복한다. - P166

보복자와 시험 보복자 사이에서 약간씩 왔다 갔다 하는 혼합 전략이 개체군 내에서 우세할 것이며, 그 변동에 따라 소수인 비둘기파도 수적 변동을 보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경우 개체들이 항상 고정된 전략을 택한다는 다형성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 각 개체는 보복자,
시험 보복자, 비둘기파가 복잡하게 뒤섞인 혼합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P167

우리는 우리가 임의로 정한 수치에서 단순히 얻어지는 결과를 가지고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결론은 ESS가 진화할 것이라는 것, ESS는 집단 공모에 의해 얻어지는 최적 상태와는 같지 않다는 것, 그리고 상식은 사실을 잘못 이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P168

싸움은 항상 어느 편이든 물러서면 끝난다.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등을 돌릴때까지 자기 진지에 버티고 서서 적을 노려보기만 하면 된다. - P168

위협하는데 무한한 시간을 쓸 정도로 여유 있는 동물은 없다. 달리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그가 다투고 있는 자원은 가치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무한한 가치가 있을 리는 없다. 그것은 시간가치가 어느 정도 있을 뿐이고, 경매에서 그렇듯 각 개체는 그 자원에 어느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려고 한다. 이 두 입찰자의 경매, 즉 소모전에서는 시간이 통화인 것이다. - P168

제인 브록만Jane Brockmann 박사는 말벌 연구의 제인 구달이라고 불리는 여성이다. - P524

시간은 경제 상품이다. 어떤 부분에 시간을 쓰면 쓸수록 다른 부분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 P524

만약 한 개체군 내에서 이미 만들어진 굴에 들어가는 개체들이 너무 많으면 사용할 수 있는 굴이 적어져 동거의 확률이 증가하므로, 굴을 파는 것이 이득이 된다. 반대로 만약 많은 조롱박벌이 굴을 판다면 이용할 굴이 많기 때문에 굴을 파는 대신 만들어진 굴에 들어가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 - P525

개체군 내에서 굴에 들어가는 것의 임계 빈도가 존재하게 되는데, 이 빈도에서는 굴을 파는 것과 들어가는 것의 이득이 같다. 만약 실제의 빈도가 임계 빈도 이하라면, 이용 가능한 버려진 굴이 많으므로 자연선택은 이러한 굴에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만약 실제 빈도가 임계 빈도 이상이라면, 이용 가능한 버려진 굴이 부족하므로 자연선택은 굴을 파는 것을 선호한다. 따라서 개체군 내에서 균형이 유지된다. 구체적인 정량적 증거에 따르면 이것은 진정한 혼합 ESS로서, 개개의 조롱박벌이 굴 파기와 굴 들어가기를 일정한 비율로 행하고 있는 것이지, 개체군 전체가 굴 파기 전문가와 굴에 들어가는 전문가로 나뉘는 것은 아니었다. - P525

가령 암컷에 대하여 정확히 어느 정도 시간 가치가 있는가를 미리 계산해 놓았다고 가정하자. 계산한 ‘경매가‘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투자하려고 각오한 돌연변이 개체는 항상 이길 것이다. 따라서 마음먹은 경매가를 유지한다는 전략은 안정한 전략이 아니다. - P169

설령 자원의 가치에 대한 추정이 아주 정확해서 모든 개체가 그 값을 불렀다고 해도 이 전략은 안정한 것이 아니다. 이 가장 오래 버티기 전략에 따라 경매를 하는 두 개체는 똑같은 순간에 포기할 것이며 어느 편도 자원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 개체에게는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권리를 포기하는 편이 상책이다. - P169

소모전과 실제 경매의 커다란 차이는 소모전에서 대가를 치르는 것은 두 경쟁자 모두이지만 이익을 얻는 것은 한 개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가장 오래 버티기 전략을 취하는 개체군 내에서는 처음부터 포기하는 전략이 성공하여 개체군 내에 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로 포기하지 않고 몇 초 기다렸다가 포기하는 개체에게 이익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전략은 현재 개체군 내에서 우세를 점하는 ‘즉시 포기파‘에 대하여 유리할 것이다. 이때 자연선택은 포기 시간을 점점 연장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결국 다투는 자원의 참된 경제적 가치에 따라 결정되는 최대 버티기 시간에 다시 접근할 것이다. - P169

각 개체가 버티는 시간은 예측 불가능하다. 특정 싸움에서 개체가 버티는 시간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평균은 자원의 진가와 같다. 예를 들어 자원이 실제로는 5분의 가치가 있다고 하자. ESS에서 어떤 개체는 5분 이상 버틸지도 모르고, 5분도 버티지 못할지 모르고, 또 꼭 5분간만 버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경우 그가 얼마나 버틸지 상대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P169

소모전에서는 내가 포기하려는 것을 상대가 눈치채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염을 조금 움직이든지 하여 포기하려는 것이 들키면 즉시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가령 수염을 움직이는 것이 1분 내에 포기한다는 확실한 징조라면 다음과 같은 지극히 단순한 승리의 전략이 존재할 수 있다. ‘상대의 수염이 움직이면 당신의 처음 계획이 무엇이었든 1분만 더 참아라. 상대의 수염이 아직 움직이지 않고 게다가 당신이 포기하려고 했던 시간까지 이제 1분도 안 남았다면, 즉시 포기하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수염은 결코 움직이지 마라‘ 이런 이유로 자연선택은 수염을 움직이는 행위나 그 밖의 속마음을 표출하는 행위를 즉시 벌할 것이다. 그리하여 무표정한 얼굴, 즉 포커페이스가 진화하는 것이다. - P170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포커페이스가 더 나은 것은 왜일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안정한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 P170

대부분의 개체들이 정말로 장시간 버틸 작정일 때에만 목덜미 털을 세운다고 해 보자. 상대방의 대응 전략, 즉 상대가 목털을 세우면 즉시 포기하는 전략이 진화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거짓말이 진화하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장시간 버틸 작정이 아닌 개체가 어떤 소모전에서나 목털을 세워 손쉽게 승리의 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해서 거짓말쟁이의 유전자가 퍼져 나갈 것이다. 거짓말쟁이가 대세를 차지하면 선택은 이제 그 속임수를 감지하는 개체를 선호할 것이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는 다시 그 수가 감소할 것이다. - P170

무표정한 얼굴은 진화적으로 안정하다. 결국 항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 P170

‘영역 방어‘란 두 개체와 한 뙈기의 땅 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도착 시간의 차이, 즉 도착 시간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기는 하나의 ESS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P174

스키너 상자라는 것은 동물이 레버를 눌러서 스스로 먹이를 얻는 것을 학습하는 장치로, 레버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먹이가 떨어진다. - P527

순위가 낮은 개체는 순위가 높은 개체에게 항복하는 경향이 있다. 개체끼리 서로를 알아본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벌어지는 것은 이기는데 익숙해진 개체는 계속해서 이기고 지는 데 익숙해진 개체는 정해 놓고 지기만 하는 것뿐이다. 처음에는 개체들이 완전히 무작위로 이기고 지다가 자연히 개체들 사이에 어떤 순위가 매겨진다. 이것은 부수적으로 집단 내의 심한 다툼을 점차 줄이는 효과가 있다. - P177

순위가 정해져 있어 심한 싸움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암탉의 무리가 끊임없이 구성원이 바뀌어 항상 싸움이 일어나는 무리보다 산란율이 훨씬 높다 - P178

생물학자들은 흔히 순위제의 생물학적 이점 또는 ‘기능‘은 집단 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공격을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옳지 않다. 순위제 그 자체는 집단의 특성이지 개체의 특성이 아니기 때문에 진화적 의미에서 ‘기능‘을 가졌다고 할 수 없다. 집단 수준에서 볼 때 순위제의 형태로 나타나는 개체의 행동 패턴에는 기능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기능‘이라는 말 대신에 개체 인식과 기억이라는 두 기작이 존재하는 비대칭적 싸움에서의 ESS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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