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휘트니 미술관이 다운타운으로 이사하면서 비게 된 건물을 메트가 분관으로 사용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 분관의 공식 명칭은 ‘메트로폴리탄 브로이어 미술관‘ 인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기존의 메트와는 달리 깔끔한 분위기가 나는 건물이라고 한다. p.271에 밑줄 친 것은 브로이어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품들 중 일부다.

뒤이어 읽다가 p.275에 밑줄 친 부분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여기서 느낀 것은 어떤 의미있는 결과물과 더불어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때론 의도와는 달리 그 과정 중에 넘어지거나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실패 또한 궁극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실패한 것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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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읽다가 ‘조르나타‘ 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본문에 별도로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검색창에 검색해보니 이탈리아 어로 ‘하루의 일‘ 이라는 것을 지칭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본문에서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천지창조 천장화와 벽화의 경우 570일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조르나타‘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하자면 570 조르나타만큼 일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듯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새로운 용어에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였기에 나름대로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arer (르네상스 시기의 독일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판화가. 국내에는 소묘 <기도하는 손Betende Hinde>으로 특히 잘 알려져 있다)가 반쯤 그리다 만 <살바토르 문디 Salvator Mundi>는 잉크로 스케치된 예수의 얼굴에 살이 덧붙여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 P271

앨리스 Alice Neel의 <흑인 징집병Black Vietnam War Draftee〉은 초상화 속 인물이 단 한 번 모델을 서고 사라지자 작가가 이 자체로 완성된 그림이라고 선언한 작품이다. - P271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실력과 인내심을 발휘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냈을때 결국 그것이 넘칠 정도로 좋은 것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 P272

무엇이 됐든 그것을 정말로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수월해 보이는 외양을 지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우리는 잘 안다. - P272

내가 자랑스러웠던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꽤 자주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듯하다. - P272

‘몹수스가 니사와 결혼을 하는데, 사랑에 빠진 연인이 바라지 못할 게 뭔가‘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 P273

곤란한 상황 속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기쁨을 찾아내자 - P275

<더러운 신부 혹은 몹수스와 니사의 결혼식The Dirty Bride of The Wedding of Mopsus and Nisa> - P273

내가 뜻밖으로 느꼈던 것은 거장의 ‘지문‘을 그토록 부자연스럽고, 일그러지고, 불완전하고, 초보적인 것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 P275

완벽한 외양을 갖춘 완성품만으로는 예술에 대한 배움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에 들어간 고통을 잊지 않아야 한다. - P275

자기 자신이 무언가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는 데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P275

그리고 사실 평생 처음으로 나도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엄청나게 무질서하고 즉흥적인 과정을 밟으면서 두 명의 작은 인간과 그들이 살아갔으면 하는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코 완벽하지도,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겠지만 말이다. - P275

메트 브로이어 미술관은 결국 계약 기간을 끝내지도 못하고문을 닫았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관람객 숫자가 고르지 않다는 이유로 불과 4년 만에 폐관했다. 메트처럼 엄청난 기관이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면 실험을 해야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한다. - P275

만일 어떻게든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 미켈란젤로가 그랬듯이 높게 쌓아 올린 비계 위에 서서 턱을 치켜들고 설 수 있다면 거장이 하루에 얼마만큼의 작업을 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P280

매일 아침 미켈란젤로와 그의 조수들은 새로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날 완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밑작업을 했다. 이것을 이탈리아어로 ‘하루의 일‘이라는 뜻의 조르나타 giornata라고 하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는 사실 이렇게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성취들이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 P280

비스듬히 누워 있는 아담은 조르나타 네 개, 팔을 뻗고 있는 신도 조르나타 네 개 조각들을 세어보면 미켈란젤로가 붓과물감통과 모래, 회반죽 자루를 가지고 흙손(이긴 흙이나 시멘트 등을 떠서 바르는 연장)으로 그 높은 곳에서 570일을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280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예술사 최고의 거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날마다 그날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데 더없이 전념했기 때문이다. - P280

거장 마사초Masaccio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출신 화가. 당시에는 새로운 기법이었던 원근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화와 프레스코화를 남겼다) - P281

미켈란젤로는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에게 심한 매질을 당했다. 부오나로티 가문은 빈털터리였지만 귀족이었고 그의 아버지 로도비코는 아들이 손을 쓰는 일을 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했다. 그물처럼 교차하는 선들로 세심하게 공을 들여 음영을 표현한 작품을 보면서 로도비코가 한 가지 면에서는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업은 육체노동이었다. 반복적이고 지루하며 몸을 쓰는 노동, 숙련이 가능한 노동인 것은 확실하지만 지름길도 없고, 인내심을 가지고 한 획 한 획긋는 것 말고는 일을 진척시킬 다른 방법이 전혀 없는 겸허한 작업인 것이다. - P282

세상은 쉽게 그릴 수 있는 모델이 되어주지 않는다. 안전한 길은 다른 사람들이 여러 차례 시도해서 다듬어 놓은 방식을 통해 복잡함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위험한 길은 시각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펜으로 표현할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방법이다. - P283

미켈란젤로는 아마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대상과 사랑에 빠졌던 듯하다. 바로 약 6백 개의 근육과 약 2백 개의 뼈로 이루어진 인간의 몸 말이다. 이 전시실에는 그가 자신의 눈과 손과 두뇌에 의지해서 생명력을 불어넣은 인간의 몸이 있다. - P283

"결과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 신이시여, 도와주소서!" - P284

‘리비아인 시빌(시빌sibryl 또는 시빌라sibylla는 고대 그리스 문화권에서 신탁을 받는 예언자를 뜻한다.)‘ - P284

종이 위의 무엇 하나 그냥 그린 건 없다. 한 획 한 획마다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고자 하는 에너지와 야심과 헌신이 깃들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빈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모든 근심을 잊고 혼신의 힘을 바쳐 주어진 과제를 해냈고, 씁쓸한 불평 따위는 일이 끝난 후에나 하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데 이보다 나은 방법이 또 있을까? - P287

대부분의 관람객이 미켈란젤로가 70년 정도 걸려 완성한 작품들을 ‘끝내는데‘는 한 시간 가량이 걸린다.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미켈란젤로의 성미를 아는 나로서는 그가 이 사실을 알면 꽤 짜증을 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전쟁 관련 소묘만 해도 수백 시간을 소비한 작업들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여흥에 불과하다. - P289

조르조 바사리 (메디치 가문의 후원하에 다양한 프레스코화를 제작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우피치궁의 설계 등을 맡았던 건축가. 1550년에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전기를 담은 『미술가 열전』을 출간하면서 후대에는 미술사학자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 P289

로마의 지붕들 위로 높이 솟아오른 돔을 짓는 것은 초인간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바로 그래서 우리가 미켈란젤로라는 인물이 초인간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 P290

소박한 그림에서 그는 그저 무지개 모양을 거듭해 그리면서 마음에 드는 곡선을 찾으려 하고 있다. 아무리 위대하다 칭송을 받는 그일지라도 결국 어린아이 같은 연습 과정을 건너뛸 수는 없는 사람인 것이다. - P290

80대에 접어들어서도 미켈란젤로는 사소한 실수로 성 베드로 성당의 완공이 늦어지게 된 일로 크게 자책했다. "수치심과 슬픔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라고 그는 당시를 기록했다. - P292

1490년대에 제작된 그의 <피에타 Pieta> (미켈란젤로의 걸작이며 피에타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된 작품)가 거장의 명성에 걸맞는 걸작이라면 이 <론다니니 피에타 Pieta Rondanini> (미켈란젤로의 유작이며 성 베드로 대성당의<피에타>와는 달리 성모가 예수를 선 채로 끌어안고 있는 구도 때문에 축 늘어진 예수의 몸이 부각되어 더 처연한 느낌을 자아낸다)에서는 고통과 내밀한 슬픔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 P292

앨라배마주의 지스 벤드에서 퀼트를 만드는 수십 명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도 읽었다. ‘어렵다‘는 표현이 너무 자주 나와 후렴구처럼 느껴졌다. "어려움에 처했어요...", "어려운 시기였죠...", "어려운 길을 가야 했어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열심히 일한 건 주님도 아실 거예요...", "쉽지 않았어요. 어려웠죠." - P293

루시는 밭에서 다른 일도 했다. 날마다 밥을 먹는 시간에 바느질할 퀼트 재료를 조금씩 가지고 밭으로 나간 것이다. 대부분의 퀄트 작품은 블록 아홉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루에 블록 하나쯤 완성하면 만족했다. 루시 T. 버전의 조르나타였다. - P294

캘리코(날염을 한 거친 면직물) - P294

로레타가 천 조각들을 배열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녀는
"바짓가랑이 뒷부분처럼 해지지 않은 천은" 뭐든 다 사용했다고 했다. 어쩌면 바느질을 시작하기 전에 "헌 셔츠와 치맛자락, 반바지의 바짓가랑이 부분에서 구해낸 조각들을 모두 펼쳐서 배열을 해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마도 날마다 당장할 부분만을 생각하며 작업을 해나가다가 어느 날 예술품을 완성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 P301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 - P302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 - P302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 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 P302

이제는 내 삶이 지금 보이는 지평선 너머까지 뻗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의 관록은 갖추게 되었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테고, 그 방향을 나 스스로 잡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 P305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전시실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던 한때가 있었고, 명상과 같은 고요함을 감사한 마음으로 음미했다. 그러나 요즘은 생각이 미술관 밖으로 휘리릭 날아가서 몸과 마음이 움찔거리고 안절부절못하기 일쑤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고요하고 정돈된 환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경기장 밖에 서서 게임을 잠자코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 P306

전시실을 찾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큰 도시와 넓은 세상을 어떻게 만나게 해줄지를 계획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두려우면서도 흥분되는 미래다. 솔직히 말해서 코딱지만 한 우리 집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는 일만으로도 벅차고, 바깥 세상과 다양한 관계를 맺기 위해 더 강인하고 용감해질 방법을 배우고 싶다. - P307

나는 가이드를 하기 위해 조사하고, 투어 내용을 적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를 하는 내가 얼마나 신나 하고 있는지 문득 깨닫는다. 이야기를 하는 일,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일이다. - P307

‘브링리, 무슨 말이야, 오늘이 마지막 근무잖아! 한군데 처박혀서 보초를 서라고 할 수는 없지. 전시실들을 쭉 둘러보면서 작별 인사를 해 정 돕고 싶으면 화장실에 가야 하는 친구들 자리를 잠깐씩 지켜주면 돼. 건투를 빌어요, 브링리 씨! 다음!" - P308

"탈출하는 데 성공했구먼, 젊은이. 게다가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 있기까지 하잖아." - P309

이제 곧 ‘전 직장‘이 될 이곳이 본질적으로 사람들을 입장시키고 자유롭게 헤매고 다니는 것을 허락한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친구들을 찾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모두들 보이는 곳에 서 있을테니. - P309

전시관 몇 개가 보수공사를 거쳤고, 수백 개의 새로운 전시물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크게 보면 15세기 예술품들이 10년 더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메트가 달라 보인다면 그것은 그곳을 보는 사람의 눈이 변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P310

이런 전시실에서는 천 번을 둘러봐도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동안 내가 이 벽 너머의 세상을 얼마나 조금밖에 보지 못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 P311

앙시앵 레짐 시대(15세기에서 18세기 후반에 걸친 프랑스의 왕정시대, 대혁명으로 막을 내렸다.) - P311

나는 이 미술관을 떠나고 나면 나이가 나보다 곱절이나 많은 세상 반대편에서 태어난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되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은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메트 경비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흔한 일이다. - P313

경비 일이라는 것이 "아무 할 일도 없는데 하루 종일 걸려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끼리 농담을 하곤 했다. - P314

다시 찾게 될 때 나는 방문객일 것이고, 여덟 시간에서 열두 시간 동안 한곳에서 서성거리는 대신 언제라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음 전시실로 옮겨갈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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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자는 악기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독자들에게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상기시킨다. 갑자기 좀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이라는 것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삶의 매 순간순간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한다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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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읽다가 이 책의 11장에서 저자가 육아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는 부분이 나오는데, 만약 어린 아이를 과거에 키웠거나 또는 지금 키우고 있는 독자라면 저자의 얘기에 상당부분 공감할 듯하다. 추가로 이 부분에서 저자가 미술관 경비원 일과 육아의 고충을 비교하는 장면(p.261)도 인상적이었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 P243

모든 것을 잊고 맘껏 흔들어라. - P243

프렛(기타나 베이스, 밴조와 같은 발현악기의 핑거 보드에 설치된 음쇠. 줄에 손가락을 짚을 때 프렛에 줄이 닿게 만들어 음의 높낮이를 교정한다) - P245

블루그래스(미국 서부 산악 지역의 음악을 민속 악기만을 이용해 현대화한 음악 장르) - P246

‘금란의 들판(프랑수아 1세와 헨리 8세 사이의 레슬링 경기. 1514년에 맺어진 잉글랜드와 프랑스 사이의 조약을 굳건하게 하기 위한 친선경기였다.)‘ - P247

가장 무서운 부분은 이 투구의 차갑고 냉정한 정직함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머리를 내려쳐서 부술 때 자신의 두개골을 보호하기 위한 커다랗고 속이 빈 중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 P247

17세기 후반, 총기는 양철 인간처럼 챙겨 입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 총알 세례로 갑옷 따위는 양철 채반처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까지도 총을 쏘는 과정은 총기가 원시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약의 양을 재서 총신에 붓고, 거기에 공이를 떨어뜨려 꽂을대로 다진 다음, 부시에 기름칠을 하고, 뇌관을 격발하기 전에 부싯돌을 조정하고... 이 모든 과정을 총을 한 번씩 쏠 때마다 반복해야 했다. 더 현대적인 형태의 폭력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었다. - P248

양키 (미국 북동부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 P248

새뮤얼 콜트(미국의 발명가 및 공장 경영자. 콜트 제조회사를 설립하고 리볼버 권총을 보급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P249

텍사스 레인저스(개척 시대 미국 텍사스의 파수꾼 역할을 한 민병대를 가리키는 말) - P249

결국 그의 리볼버는 코만치족과 전쟁을 치르고 그들을 땅에서 몰아내는 데 꼭 필요한 무기였음이 증명되었다. 텍사스에서뿐만 아니라 대륙 전역에서 이 무기는 미국의 제국 건설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원주민 전사들은 2~3초에 한 발씩, 총보다 훨씬 빠르게 화살을 쏠 수 있었지만, 리볼버가 등장하자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 P249

콜트는 완벽한 상호 호환이 가능하도록 똑같은 부품을 기계로 생산한다는 기발한 목표를 추구했다. 이것은 곧 ‘아메리칸 시스템‘으로 알려지게 된 조립 공정별 제조법으로의 도약이었다. 1855년, 콜트는 기계로 금속을 두드리고, 연마하고, 구멍을 뚫고, 날을 세우고, 완벽한 복제품으로 성형하기 위한 약 6400평에 달하는 시설을 설립했다. 그것은 세상이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가장 뚜렷한 징후 중 하나였다. - P249

당시 미국 서부에서는 "신은 인류를 만들었고, 샘 콜트는 그들을 평등하게 만들었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 P250

이 일을 거의 5년 동안 하다 보니 몇 가지 습관이 생겼다. 친한 친구들이 생겼고, 내가 일하기 좋아하는 전시실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전시실을 구별하게 됐다. - P250

베테랑 경비원의 일주일에는 예술이 가치 없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만큼 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넘치는 시간이 있음을 인정한다 - P251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의 매혹적이기로 유명한 초상화 <마담 X Madame X>(1800년대 후반, 다수의 스캔들로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유명 인사였던 마담 피에르 고트로의 팜므파탈적인 면모를 묘사한 초상화) - P251

‘우리는 경비원이 아니에요... 보안 예술가들이죠‘ - P252

다음 순번이 예상대로 조금 늦게 도착하자 내 유머 감각과 인내심이 바닥을 보인다. 사고가 많지 않은 직장에서는 아주 작은 무례함에도 신경이 거슬릴 수 있다. - P252

바위에 부딪혀 장엄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바람에 휩쓸린 메인주의 해변을 그린 윈슬로 호머WinslowHomer(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출신의 화가. 거친 파도와 폭풍우 등바닷가를 모티브로 한 풍경화로 잘 알려져 있다) - P252

미국의 인상파 화가 메리 카사트Mary Cassar (작품의 대다수가 여성들의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일상생활을 담고 있으며 어머니와 자식들, 특히 모녀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 P252

모네와 드가 같은 인상파 화가들 - P253

그녀(카사트)의 작품들은 전형적인 인상파 작품들만큼
‘흐릿하지‘ 않고 옛 거장들의 그림보다는 더 즉흥적이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스타일인 것이다. 그녀에 대해 한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건 명확하게 생각할 만한 부분을 찾지 못해서였다. - P253

보안상의 이유로 모사하려는 원작보다 25퍼센트 이상 작은 캔버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 - P253

카사트의 그림은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햇살에 흠뻑 젖은것처럼 아름답다. 대담하고, 편안하고, 다채롭고, 옳고, 뭐랄까, ‘순수 예술‘보다 더 탄탄하다. - P255

그녀(카사트)는 기민하고 영감이 충만한 미적 지능으로 수천 가지의 선택을 해냈다. 그런 그녀의 작품을 생명력 없이 흉내낼 수는 있지만 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리하자면 나는 그녀의 그림이 얼마나 훌륭한지 믿을 수도, 견딜 수도 없어서, 아주 오랜만에 그저 깊이 흠모하며 바라보기만 했다. - P255

위대한 그림은 경외감, 사랑 그리고 고통 같은 잠들어 있던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은 메자닌의 골동품들에 대한 호기심과는 다르다. - P256

이상하게도 나는 내 격렬한 애도의 끝을 애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내 삶의 중심에 구멍을 냈던 상실감보다 그 구멍을 메운 잡다한 걱정거리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아마도 그게 옳고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 P256

작은 병실 안에서 그야말로 중대하고 신비로우면서도 평범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대부분은 그냥 앉아서 어리둥절하며 침묵 속에서 견뎌내는 기나긴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것도 전과 마찬가지다. - P259

올리버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신생아는 품에 안기에도연약한 존재이고, 잘못하면 부러져버릴까 두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텁고, 강력하고, 강건한 느낌을 주는 생명력으로 가득 찬 부대 자루, 수십억 개에 달하는 세포 더미였다. 톰이 그토록 찬양하던 경이롭고 엉망진창인 세포생물학이 떠오르고 더 나아가 생명 자체를 생각하게 한다. - P261

자연은 단순함보다 대담하고 강한 것을 선호한다. 그런 것들은 아름답긴 하지만 항상 예술적이거나 명료하지는 않다. 경험상 내 삶도 그렇다. 이제 단순한 삶은 끝났다. 그러나 아기 덕분에 이제 내 삶도 더 아름답고 강건해지는 여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 P261

임금을 거의 받지 못한 3개월의 육아 휴가 동안 내 일터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 3층이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한 번에 담당하는 구역보다 작은 공간이었다. 고요하고 말끔한 전시실 대신 고물상 같은 방들이 내 일터가 되었다. 하지만 7만평이 넘는 메트에서보다 20평짜리 이곳에서 할 일이 훨씬 많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다. - P261

지금까지는 사소한 것에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 그 삶에서는 내게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세상을 그냥 둘러보기만 하면 됐다. 그러니 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가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보라. 산더미 같은 빨래, 계속되는 병원 출입, 끝없이 반복해서 기저귀 가방을 쌌다 풀었다 해야 하는 일상. 나는 농부들이 느꼈을 법한 기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노동이 너무 고문해서 그 결실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는 느낌 말이다. - P261

민어(대만, 싱가포르 등에서 사용하는 중국어) - P262

자연의 모든 아름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태양이 빛나고, 바람이 불고, 공원의 오래된 느릅나무는 지구상의 어떤 생명보다도 숭고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거기에 더해 내 아들이 있다. 그의 커다랗고 촉촉한 두 눈을 들여다보니 아기도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본다. 이 순간의 충만한 생명력에 경탄한다. 이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좋음‘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 좋음이 모든 고투를 흡수해버린다. - P263

미술관에도 단골손님들이 있다. - P264

몇 달 만에 처음으로 한 시간이 정확히 한 시간으로 느껴질 때 그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깨닫는다. - P265

집에서 올리버를 돌볼 때도 한가한 시간이 있긴 했지만, 그 시간과 이 빈 시간은 다르다. 전자는 소비하고, 쓰고, 낭비하고, 텔레비전을 보느라 사라지는 시간이어서 그냥 시간만 죽이는 게 아니라 몸도 해치울 수 있다. 후자는 옛날식으로 보내는 시간이라 여름날 포치에 앉아 바람이 부는 걸 바라보는 것 같은 시간이다. - P265

시간이 흐르면서 내 경비원 근육이 약해졌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서 있는 건 끊임없이 연마하지 않으면 녹스는 기술이다. ‘서 있는 것‘이 실은 서 있고, 기대어 서 있고, 서성거리고, 스트레칭을 하고, 다 쓴 잉크 카트리지처럼 다리를 터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 P265

늦은 오후로 접어들 무렵이 되자 에너지는 탈탈 털리고 여기저기가 쑤셔왔지만, 아이를 돌볼때 오는 미친 듯한 기진맥진의 상태가 아니라 기분 좋은 단순한 피로감이다. - P266

‘그러니까 바로 이게 내 삶이군.‘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록 콘서트 무대 코앞의 객석만큼 떠들썩한 세계와 수도원처럼 고요한 세계 두 곳을 오가게 될 것이다. - P266

우리는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사이 그들의 복잡한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볼 수가 없다. 어쩌면 예술 작품은 삶의 예술적이지 않은 측면을 묘사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단조로움, 불안함, 그리고 차례로 밀어닥치는 빌어먹을 일들에 파묻혀 큰 그림을 볼 능력을 잃어버리는 측면 말이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 전시관에 걸린 완성된 그림들이 아직도 진행 중인 세상과 동떨어진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 P266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올리버는 치열하고, 집착적이며,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에이해브 선장(소설《모비 딕》에 등장하는 캐릭터. 흰고래 모비 딕에게 집착하는 광적인 인물로 묘사된다)이다. 루이스는 밝은 성격에 재미있고 남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는다. 이제야 알고 보니 아이의 성격은 주사위 던지기처럼 우연히 얻어걸리는 것이고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했던 것은 올리버만의 본성이었다. - P267

지루하고, 지루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장난감 기차놀이 - P267

아이들을 재우는 것은 일련의 교착상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 P267

올리를 씻기기 위해 싸우고, 침대에 눕히기 위해 싸우고, 눈을 감도록 하기 위해 싸운 끝에 겨우 쟁취한 승리마저 절대 최종적인 승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 P267

나의 새로운 삶에서는 성장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긁어모아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다. - P268

감정이란 얼마나 변화무쌍한 것인지를 배우고 있다. 어린아이가 맑음과 폭풍우 사이를 얼마나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왔다갔다 할 수 있는지, 어른도 얼마나 그와 비슷한지를 깨우친다. 그래서 가령 고대 로마 전시관에 전시된 귀족들의 두상을 보면서 그 근엄한 가면에 드러나지 않는, 어쩌면 그들이 말도 안되게 웃기는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 P268

메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몇 달을 돌이켜보면 내가 한때 날이면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 P269

날마다 수많은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요즘 같아서는 그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사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다. - P269

브뤼헤 출신의 얀 반에이크 Jan van Eyck (유화 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 15세기 플랑드르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화가로 꼽힌다)와 시카고 출신의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 (미국의 예술가이자 회화과 교수로 본인의 정체성이기도 한 흑인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2017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기도 했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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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일일이 다루기는 힘들지만 본문을 보면 부동산 매매가와 전세가의 움직임을 비교하는 그래프를 분석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오늘은 그 분석 내용에 기반한 결론을 정리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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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보니 부동산 관련 각종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곳에 대한 소개도 짧게나마 나와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했다.

1.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줄어들면 집을 살 시기다.
2.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늘어나면 집을 팔 시기다. - P198

갭이 줄어들면 에너지가 쌓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P197

시장의 분위기와 흐름이 하락세라 해도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어딘가에는 상승 지역이 있다. 이 또한 부동산 시장만의 독특한 구조다. - P198

부동산 시장은 어떤 위기가 온다고 해도 모든 지역이 전부 하락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주식과는 다른 점이다. - P199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체 시장의 흐름과 상관없이 집이 부족한 지역이라면 해당 지역의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 즉, 분위기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결정되는 것이다. 투자자라면 이런 점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 P199

어떤 시기든지 저평가된 지역은 늘 있다. 그걸 찾아내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혜안이자 돈을 버는 길이다. - P199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즉,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基調와 이렇게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의 여파가 시장에 작용한 결과다. 부쩍 높아진 은행 이자 부담도 결국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만든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전 정부에서 실시한 각종 규제도 한몫 거들었다. - P200

젊은 MZ 세대나 아직 집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조정 시기가 내 집 마련의 적기가 될 수도 있다. - P201

눈치만 보다가는 평생 집을 못 산다. 집값이 싸지는 시절만 기다리다 보면 헛되이 세월만 보내게 된다. 그런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집은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없다. 아무리 집값이 내려간다고 한들, 어차피 집값은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P201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전세가는 ‘사용가치제‘다. 전세를 여러 채 마련하는 사람은 없다. 자기에게 꼭 필요한 1채만 전세로 산다. 즉 전세는 매매와 달리 해당 매물을 사용해야 하기에 사용가치제가 적용된다. 이를 다르게 보면 전셋값의 안정화를 의미한다. - P201

매매가는 간혹 투기 수요가 더해져서 거품이 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용가치제인 전세가는 거품이 낄 여지가 거의 없다. 쉽게 말해서 물가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거에는 자장면 가격이 얼마였다"라는 식의 물가로 이해하는 것이다. - P201

간혹 특정 시기와 특정 지역의 과다 공급으로 전세가가 일시적으로 내려가는 일은 있어도, 크게 보면 전세가는 결국 정상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전세가의 지속적인 하락은 결코 없다. - P201

전세가는 주가처럼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크지 않고, 그보다는 집값처럼 꾸준하게 우상향한다. - P202

필자가 최소한의 투자금이라고 생각하는 3,000만 원만 있다면ㅡ이 돈마저 없다면, 죽기 살기로 종잣돈 3,000만 원부터 만들어야 한다!ㅡ집을 살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금이 있다면 바로 들어가서 살 집이 아니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기에 집을 사서 자산을 불려가야 한다. - P204

집을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집을 알아보며 비교하고 적당한 매물을 골라서 계약서를 쓰는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투자공부도 할 수 있다. 이에 더해서 피 같은 내 돈을 투자하는데 손해를 볼 수는 없으니 그 어떤 사람이라도 당연히 공부를 더 하게 될 것이다. - P204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의 자산 규모를 파악하는 일부터 선행해야 한다. 통장에 흩어진 돈, 주식에 투자한 돈, 마통 (마이너스 통장)‘으로 유통할 수 있는 돈 등을 파악해서 전체 자산을 가늠해보는 것이다. 만약 전세를 끼고 투자한다면 전세를 빼고 남는 돈, 실거주자라면 담보대출을 제하고 남는 돈이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자산 전체를 파악한 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의 종류(아파트 단독주택 등), 지역, 평수를 알아보면 된다. 갈아타는 쪽으로 결정했다면 대개 이런 순서를 따른다. - P205

1주택자가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똑똑한 1주택으로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1주택 보유만으로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가 어렵다. 집값은 내 집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내 집값이 오르면 주변의 집값도 함께 오른다. 그래서 가격이 오존 내 집을 팔아서 좀 더 좋은 새집을 장만하는 일도 버겁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수입이나 현금 흐름이 점점 줄어든다. - P206

결국, 1주택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자신의 현금 사정에 맞추어서 집을 1채 더 갖는 다주택자의 길이 경제적 자유를 얻는 길이다. 그럭저럭 살기에 괜찮은 집을 1채 갖고 있다면,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투자 시야를 넓혀서 집 1채를 더 마련하기를 권한다. - P206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라는 틈새시장 - P207

비주택(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고시텔, 프리미엄 독서실, 무인카페, 상가) - P207

다주택자들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도 낙담하거나 겁먹은 채로 피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어코 자기 자산을 불릴 궁리를 한다. 이것이 다주택자들의 투자 마인드다. 우리는 이런 투자 마인드를 참고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 P207

날이 갈수록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 투자가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 P207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접근법이나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단계는 ‘투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실거주할 집을 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몇 년 동안 투자해서 몇천만 원을 버는 투자 과정으로 인식하자. 투자의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로 그 정도 버는 일은 흔한 일이다. - P208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경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경험을 이기는 이론은 없다. 100권의 부동산 투자 서적을 읽고, 100편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이론을 갖추었다 해도 자신감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 금액이 많든 적든, 부동산 투자는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으면 자신감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성공 경험을 기억하고 몸에 새기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다.
성공 경험이 쌓이면 믿음이 생긴다. 정말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그 순간부터 삶은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진다. - P208

"집을 사는 두려움을 버려라."
"여러 채널에서 소개하는 부동산 공부를 꾸준히 접하고 배워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매물이 묶인 시기는 향후 다시 풀릴 가능성이 크다."
"오르내리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효과적인 부동산 투자 방법은 늘 있다." - P209

각종 뉴스와 정책을 유심히 살피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습관이 쌓이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부자의 생각을 갖출 수 있다. 아는 만큼 눈에 보이고, 눈에 보이는 만큼 돈이 되는 법이다. - P211

진정한 부동산 투자자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기어코 자신에게 유리한 투자법을 찾아내서 실행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 투자는 합법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투자를 다른 투자자보다 먼저 찾아내는 게임이다. - P211

‘투자投資‘라는 한자는 ‘던질 투投‘에 ‘재물 자資‘자로 구성되어 있다. 즉, 돈을 던지는 행위가 곧 투자다. - P212

투자는 인간의 숙명이다. 투자는 곧 숙명이라는 비장함과 통찰이 중요하다. - P212

여러분이 일단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면 저축하고 절약해서 종잣돈을 모으는 일을 멈추면 안 된다. - P212

부자가 되려면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거나 상황이 안 좋다고 피하지 말고,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필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 P213

부동산 투자의 취지는 레버리지 활용이다. 이는 남의 돈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내 자산을 늘리는 매우 혁신적인 방법이다. 물론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하든 은행의 대출을 활용하든, 레버리지 활용에 따른 리스크는 스스로 짊어져야 할 몫이다. 다만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법은 절대로 이상하고 무모하며 위험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 P214

"종잣돈이 부족하니 월급을 더 모아야지."
"감당하기 어려운 큰돈이 필요한데, 지금 내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이런 생각은 구시대적인 생각이고 내 인생에 패배감만 안겨줄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무주택자가 갖는 전형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 P214

이제는 돈을 모아서 집을 사겠다는 전략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과거의 전략만 고집하면 집값이 아무리 크게 떨어져도 서울이나 수도권 소재 아파트는 절대로 마련할 수 없다.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큰돈이 필요한 상황을 마주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 P214

새롭게 바뀐 현실을 인정하고 내 생각부터 바꾸자. 비록 돈이 없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투자를 실천해서 자산을 조금씩 불려가야한다. 물론 첫 시작은 어렵다. 그러나 한 걸음만 내디디면 새로운 부의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P214

자산이 부족한 투자자는 일단 현재 자기 위치에서 해볼 수 있는 현실적인 투자법을 찾아서 실천하며 자산 불리기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투자는 시간을 먹고 자라기에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투자의 눈을 뜨는 사람이 승자다. - P215

부동산 투자에서는 선입관이나 편견을 내려놓고 시야를 전국으로 넓히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눈을 돌려서 대한민국을 두루 살펴보면 소액으로도 투자할 만한 곳들이 정말 많다. 평범한 일반인이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실전 부동산 소액 투자가 정답이다. - P216

필자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 자산의 가치는 계속 우상향한다는 믿음이다. 믿음이 있다면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내 투자관은 흔들리지 않는다. - P220

핵심은 시장의 분위기가 좋든 안 좋든간에 어떤 상황에서도 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진정으로 부자가 되는 투자자의 자세다. 게다가 실제로도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에 속해 있기에 우상향할 때도 계속 상승세만 타거나 계속 하락세만 타는 일은 없다. - P220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을 마련할 때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 P220

아직 집이 없는 사람들, 혹은 종잣돈에 여유가 좀 있어서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불리려는 사람들이라면 시장의 상승이나 하락 여부와는 상관없이 오직 투자자의 눈으로만 부동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 P221

부동산 시장은 항상 변동 없이 계속 상승하거나 계속 하락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투자 기회는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늘 존재한다. - P221

투자자라면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뉴스만으로 접하지 말고 정확한 근거를 갖춘 실제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책에서는 편의상 ‘부동산 지인‘에서 제공하는 자료만 소개했지만,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아실 사이트‘의 자료도 함께 모니터링하면 좋다. - P224

다만 자료를 확인할 때는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해당 자료들은 실시간 반영 시각에 차이가 있어서 정확한 현재 시장 상황은 실제보다 조금 늦게 반영된다는 점이다. - P224

시장의 분위기가 좋을 때는 입지가 좋은 서울부터 가격이 오르고 하락장에서는 확실히 입지가 안 좋은 곳부터 빠르게 내려간다는 점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 P224

역사는 흔히 쓰이는 표현처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 P225

부동산 시장을 오래 겪어온 고수들은 하락장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투자에 나서서 성공한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초보 부동산 투자자들이 따라 할 일은 아니다. 부동산 투자를 안 해본 사람이라면 하락장에서 집을 사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팁을 하나 소개한다. 바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다. 기회를 잡는 진짜 투자자라면 시장이 위축된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네이버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평소 관심을 둔 매물을 꾸준히 지켜보면 적정 매수 타이밍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P225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하락세일지라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투자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P225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서 전국의 모든 부동산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시야를 넓히고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 어딘가에는 뉴스와 다르게 움직이는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P226

만약 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전세가가 6억 원인 아파트를 산다면 실제 투자금은 대략 4억 원이 필요하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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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에 나오는 ‘생존 기계‘라는 표현은 그 어감이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기계‘라는 것이 뭔가 인간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나온 주석 등을 읽어보면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그 주석들을 별도로 인용하기는 힘들기에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직접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면 좋겠다.

다만 개인적으론 ‘생존 기계‘ 라는 표현을 지난 여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가 쓴《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라는 책에서 이미 접했던 터라 그닥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졌다. 또한《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지금 내가 읽고 있는《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들이 있었기에 예전에 한 번 접했던 내용을 다시금 복습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여기서 ‘우리‘란 인간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모든 동식물, 박테리아, 그리고 바이러스를 포함한다. 지구상 생존 기계의 총수를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심지어 종의 총수마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 P79

생존 기계는 종류에 따라 그 외형이나 체내 기관이 매우 다양하다. ...(중략)... 그러나 그들의 기본적인 화학 조성은 다소 균일하다. 특히 그들이 갖고 있는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박테리아에서 코끼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종류의 분자다. 우리 모두는 같은 종류의 자기 복제자, 즉 DNA라고 불리는 분자를 위한 생존 기계다. - P79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여러 종류의 생활 방법이 있는데, 자기 복제자는 이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 다종다양한 기계를 만들었다. 원숭이는 나무 위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기계다. 심지어 독일의 맥주잔 받침에서 유전자를 유지하는 보잘것없는 작은 벌레도 있다. 이처럼 DNA는 매우 신비하게 일한다. - P79

오늘날 DNA는 생존 기계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 다만 이 책의 11장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새로운 권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예외로 한다면 말이다. - P80

DNA 분자는 뉴클레오티드nucleotide라고 하는 작은 단위 분자로 구성된 긴 사슬이다. 단백질 분자가 아미노산의 사슬인 것과 같이 DNA 분자도 뉴클레오티드의 사슬이다. - P80

DNA 분자는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그 정확한 형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의 나선형 사슬, 즉 ‘불멸의 코일‘인 ‘이중 나선‘으로 되어 있다. - P80

뉴클레오티드를 구성하는 단위는 단지 네 종류밖에 없다. 그 이름은 줄여 A, T, C, G라고 한다. 이 점은 모든 동식물에서 동일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이 연결되는 순서다. 인간의 구성 요소 G는 모든 점에서 달팽이의 구성 요소 G와 같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구성 요소 서열은 달팽이의 것과 다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과도 (차이가 큰 것은 아니나) 다르다(일란성 쌍생아라는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 P80

DNA는 우리의 몸속에서 살고 있다. 그것은 몸의 한곳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각 세포에 분포해 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수는 평균 약 10^15개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 세포들 각각에는 그 신체에 대한 완전한 DNA 사본이 들어 있다. 이 DNA는 뉴클레오티드의 A, T, C, G라는 알파벳을 이용해 몸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설명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마치 거대한 건물의 모든 방에 그 건물 전체의 설계도가 들어 있는 ‘책장‘이 있는 것과도 같다. 세포 내의 ‘책장‘은 핵이라고 불린다. - P81

인간의 설계도는 46권이나 되며 이 수는 종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각 ‘권‘을 염색체라고 부른다. 현미경으로 보면 염색체는 기다란 실처럼 보인다. 유전자는 그 실에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끝나고 다음 유전자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며, 실제로 의미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 P81

‘권‘과 염색체는 같은 뜻으로 쓰일 것이다. 또 ‘페이지‘는 유전자와 같은 뜻으로 쓰일 것이다. 비록 유전자 간의 경계는 책의 페이지 사이의 경계만큼 분명치는 않지만 말이다. - P81

설계도를 그린 ‘건축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설명서인 DNA는 자연선택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81

DNA 분자는 두 가지 중요한 일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복제다. 즉 DNA 분자는 스스로의 사본을 만든다. 이 과정은 생명 탄생 이래 쉬지 않고 계속되어 왔으며, DNA 분자는 복제를 아주 잘한다. 성장한 인간은 10^15개의 세포로 되어 있지만, 처음 수정되었을 때는 설계도의 원본 하나가 들어 있는 한 개의 세포였다. 이 세포는 각기 설계도 사본을 받은 두 개의 세포로 분열된다. 분열은 계속되어 세포 수는 4, 8, 16, 32...로 증가하여 몇 조가 되고, 분열할 때마다 설계도 DNA는 거의 착오 없이 복제된다. - P82

DNA가 복제되는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몸을 만들어 내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 P82

DNA는 다른 종류의 분자, 즉 단백질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앞 장에서 언급한 헤모글로빈은 수많은 종류의 단백질 분자의 한 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네 종류의 알파벳으로 암호화된 DNA의 메시지는 단순한 기계적 방법에 의해 또 다른 알파벳으로 번역된다. 이 알파벳은 아미노산의 알파벳이며 단백질 분자를 지정한다. - P82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몸을 만드는 것과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그 방향으로 가는 작은 첫걸음이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는 물리적 재료일 뿐만 아니라, 세포 내의 화학적 과정 전반을 섬세하게 제어하여 정확한 시간, 정확한 장소에서 화학적 과정의 스위치를 선택적으로 켰다 껐다 한다. - P82

유전자는 신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제어 과정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즉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일생 동안 아무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을지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한다.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일 뿐이다. - P83

유전자가 배胚 발생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진화에서 갖는 중요성은 유전자가 부분적으로나마 장래에 자신이 생존하는 데 책임이 있다는 데 있다. 유전자의 생존은 자신이 살고 있고 그 제조를 도왔던 몸의 효율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P83

먼 옛날 자연선택은 원시 수프속에서 자유로이 떠다니는 자기 복제자의 차등적 생존에 따라 이루어졌다. 지금의 자연선택은 생존 기계를 잘 만드는 자기 복제자, 즉 배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이 뛰어난 유전자를 선호한다. - P83

자기 복제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다. 수명,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에 근거하여 경쟁 분자 사이에서 자동적으로 벌어지는 선택이라는 낡은 과정은 아직도 먼 옛날과 같이 맹목적으로,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계속된다. - P83

유전자는 선견지명이 없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다. 유전자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 P83

현대의 자기 복제자는 무리를 짓는 습성이 대단히 강하다. 하나의 생존 기계는 하나가 아닌 수십만이나 되는 유전자를 가진 운반자다. 몸을 제조한다는 것은 유전자 각각의 기여도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협력 사업이다. - P84

당신의 왼쪽 슬개골이나 당신의 손톱 등 명확한 형태의 일부분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몸은 유전자 각각이 만들어 내는 여러 부분으로 분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백 개나 되는 유전자가 협동해서 신체 일부를 대부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P504

하나의 유전자가 몸의 여러 부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몸의 한 부위가 여러 유전자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한 유전자의 효과가 다른 많은 유전자들과의 상호 작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 P84

다른 유전자 무리의 작용을 제어하는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하는 것도 있다. 설계도로 치면 설계도의 페이지 각각에는 건물의 각 부분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고, 각 페이지의 내용은 수많은 다른 페이지의 내용을 참조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과 같다. - P84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여행할 때 아무리 독립적이고 자유로울지라도 그것은 배 발생 과정을 제어하는 데 전혀 자유롭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유전자는 매우 복잡한 방법으로 서로 간에, 그리고 외부환경과 협력하고 상호 작용을 한다. - P505

길든 짧든 다리를 혼자 힘으로 만드는 유전자는 없다. 다리를 만드는 일은 많은 유전자의 협력 사업이다. 이때 외부 환경의 영향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결국 다리는 음식으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대립 유전자가 영향을 미칠 때보다 다리를 더 길게 만드는 하나의 유전자가 존재할 수도 있다. - P505

유전자는 혼자 있을 때 ‘좋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 풀 내 다른 유전자를 배경으로 할 때 좋은 것이어야 선택된다. - P506

좋은 유전자는 수 세대에 걸쳐 몸을 공유해야 할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리고 또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 P506

유전자 복합체가 개별적인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바로 성性이라는 현상 때문이다. - P84

유성생식은 유전자를 섞는다. 이것은 개체의 몸이란 일시적인 유전자의 조합을 위한 임시 운반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P84

하나의 개체에 들어 있는 유전자의 조합은 일시적이지만 유전자 자체는 잠재적으로 수명이 매우 길다. 유전자의 길은 끊임없이 교차하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 한 개의 유전자는 수많은 개체의 몸을 연속적으로 거쳐 생존하는 단위라고 생각해도 좋다. - P85

인간의 몸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가 46권 속에 분명하게 그려져 있다 - P85

46개의 염색체는 염색체 23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세포의 핵 속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23권의 설계도에 대한 대립되는 두 세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것들을 1a권과 1b권, 2a권과 2b권... 23a권과 23b권이라고 부르자. - P85

우리는 부모로부터 각각 염색체를 받는다. 이 각각의 염색체는 부모의 정소 또는 난소 안에서 조립된 것이다. 예컨대 1a권, 2a권, 3a권 ⋯ 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고 1b권, 2b권, 3b권 ⋯ 은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다.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어떤 세포의 46개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23개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23개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 P85

한 쌍으로 된 염색체는 전 생애 동안 서로 물리적으로 붙어 있지도, 가까이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어떤 의미에서 그들을 ‘쌍으로 되었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버지에게서 유래한 각 권의 페이지가 어머니에게서 유래한 특정한 권의 페이지와 대응한다는 의미에서다. - P85

때로는 대응하는 두 페이지에 같은 것이 쓰여 있는 경우도 있으나 눈동자 색깔의 예와 같이 다를 수도 있다. 이들이 모순된 ‘추천‘을 할 때 몸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한쪽에 적힌 내용이 다른 쪽의 내용보다 우세하다. - P86

무시되는 유전자를 열성 유전자라고 한다. 열성 유전자의 반대는 우성 유전자다. - P86

더 일반적인 경우에는 대립하는 유전자가 동일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일종의 타협으로 나타난다. 즉 몸은 중간 형태를띠거나 양쪽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 P86

갈색 눈의 유전자와 청색 눈의 유전자같이 두 개의 유전자가 염색체의 같은 위치에서 경쟁할 경우, 이들을 서로의 대립 유전자allele 라고 부른다. - P86

항상 모든 유전자는 개개의 생존기계 속에 구속되어 있다. 유전자는 우리가 수태될 때 할당받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87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 P87

감수 분열이라고 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 P87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 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특이한 세포다. - P87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이다. 거기에서는 46개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만들어진다. - P87

23개의 염색체를 가진 정자는, 정소 내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보통의 세포가 감수 분열하여 만들어진다. - P88

권(염색체)을 낱장을 뺐다 끼웠다 할 수 있는 바인더로 가정했던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정자가 만들어질 때 어떤 한 페이지 또는 여러 페이지 뭉치가 빠지고, 짝이 되는 권에서 이에 해당하는 페이지나 뭉치와 바뀌는 것이다. - P88

어떤 정자에서 제1권은 1a권의 첫 페이지에서 65페이지까지, 그리고 그다음은 1b권의 66페이지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을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나머지 22권도 만들어진다. 따라서 어떤 한 개체에서 만들어진 모든 정자 세포는 서로 다르다. 그의 모든 정자세포가 46개의 염색체로 이루어진 동일한 세트의 작은 조각에서부터 23개의 염색체를 조립하여 만들어졌더라도 말이다. 난자는 난소 내에서 같은 식으로 만들어지고 역시 모든 난자 세포는 서로 다르다. - P88

정자 또는 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아버지 쪽의 염색체 조각들은 서로 떨어져서 어머니 쪽 염색체의 해당 조각과 바뀐다 (여기서 아버지 쪽, 어머니 쪽이라고 하는 것은 그 정자를 만드는 개체의 부모에게서 유래하는 염색체라는 의미다. 즉 그 정자가 수정하여 만드는 자손의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 유래하는 염색체를 뜻한다). 염색체의 조각이 교환되는 이 과정을 교차라고 한다. - P89

교차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상, 당신이 현미경으로 자기 정자(당신이 여자라면 난자)의 염색체를 들여다보며 아버지로부터 온 염색체와 어머니로부터 온 염색체를 구별하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이것은 보통의 체세포와는 현저히 대조적이다). - P89

한 개의 정자에 들어 있는 염색체는 어떤 것이든 어머니 쪽 유전자와 아버지 쪽 유전자의 모자이크로 만들어진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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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자가 메트 그리스관에 견학 온 학생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을 토대로 아테나 여신에 대해 소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바로 뒤이어지는 내용(p.206)에서 저자가 갖고있는 예술을 대하는 마인드 혹은 태도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독자인 내가 느끼기에 저자는 예술이라는 것을 너무 고상하게만 바라보기보다는 내가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만큼 느끼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술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두기보다는 가능한 한 가까이서 보고 느끼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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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눈길을 끌었던 내용 중에 종교라는 뜻을 지닌 영어단어 religion 의 어원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p.214)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그냥 무작정 외우는데 급급하여 어원에 대해 그닥 깊이있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읽은 본문에 나온 어원의 의미를 알게 되자 기존에 알고 있던 단어임에도 그 뜻이 다시 한 번 새롭게 느껴졌다. 본문에 나온 의미를 통해 추론해보자면 religion 이라는 단어는 신과 인간을 연결한다 혹은 둘 사이에 서로 교감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뭐 이런 추론에 어느정도 동의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애초에 신 같은 건 없다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뭐 어떤 식으로 생각하든 간에 그냥 주관적인 내 생각일 뿐이니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오디세이』에서 아테나는 오디세우스가 자신감과 영감을 회복해야 할 때마다 나타나. 그런 느낌 있잖아... 상태가 별로인 채로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전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던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용기가 생기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 P205

"오늘날 우리는 그 변화가 인간의 내부에서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렇게 믿지 않았어. 그들에게 힘이란 모두 외부로부터 비롯한 것이었고, 그 힘은 강력하고, 예측 불가능하고, 운명을 좌지우지하듯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힘이었어. 아테나는 마음을 꿰뚫고 변화시키는 방식 때문에 ‘가까움의 여신‘이라고도 불렸어." - P205

나는 여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아마 마음을 좋은 쪽으로 바꿔놓는 경우가 많았겠지. 그녀를 좀 더 들여다봐. 그리스인들이 지혜가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너희도 아테나가 기분을 나아지게 해주는지 한번 보렴." - P206

너무 많은 방문객들이 메트를 미술사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예술에서 배우기보다는 예술을 배우려 한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는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감히 작품을 파고들어 재량껏 의미를 찾아내는 자리가 아니라고 넘겨짚는다. - P206

메트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이곳의 주된 역할이 미술사 박물관이 아니라는걸 더욱 확신하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심 영역은 하늘 높이 솟았다가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지하 무덤까지 내려가고, 그 둘 사이의 세상에서 사는 것이란 어떤 느낌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거의 모든 측면과 맞닿아 있다. 그런 것에 관한 전문가는 있을 수 없다. - P206

나는 우리가 예술이 무엇을 드러내는지 가까이에서 이해하려고 할 때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 P206

페즈fez(오스만제국 시대에 전파된 원통형 모자의 한 종류로 모로코와 튀르키예 남성들이 주로 착용한다) - P207

마드라사(아랍어로 모든 종류의 학교를 일컫는 말) - P209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이슬람의 디자이너들은 항상 가장 단순하고 가장 원시적인 모양인 원에서 시작해 그것을 분할하면서 그 안에 새길 수 있는 다양한 모양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몇몇 선들은 지우고 또 다른 선들은 무한한 모눈종이 위로 연장하고 반복하며 그 합일성으로 신을 상징하는 원에서 파생한 무수히 많은 패턴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은 원에서 출발한 흔적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슬람의 교리중 하나인 다양성의 바탕이 되는 통합성을 보여준다. - P212

‘종교religion‘는 ‘묶음ligature‘과 마찬가지로 ‘ligio‘라는 어근을 갖고 있다. 기본형일 때 ligio는 연결 혹은 어떠한 공동체가 인식하는 근본적인 진실에 다시 집중하고 교감함을 뜻한다. - P214

나는 특정한 종교적 전통을 섬기지는 않지만 종종 어딘가에 소속되어 사소한 걱정들 대신 더 근본적인 것들과 교감할 필요를 느낀다. - P214

"워싱턴 하이츠(맨해튼 북쪽 지역을 일컫는다. 미국에서 억양을 지적하며 누군가를 토박이와 구분 짓는 것은 차별적 발언에 해당한다. 이에 하다드 씨는 자신이 뉴욕에서 자란 것을 밝히며 간결하게 대처한 것이다)." - P215

‘하나‘는 놀라운 다양성을 갖춘 ‘여럿‘만큼 흥미롭지 않다. - P215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서서 그 유명한 <시모네티 양탄자The Simoneti carpet>(이전 주인의 이름을 따서 시모네티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양탄자로 유명했던 이집트 맘루크왕조 시대에 생산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 P216

지금 내게 보이는 것은 저물어간 거대한 세계가 남긴 작은 조각이다. - P216

1500년 즈음에 카이로에서 짜여진 이 양탄자 위를 가로질렀을 수많은 발들을 생각한다. 최초의 소유주는 맘루크 Mamluk들이었는데 그들의 역사는 일부러 현대인을 헷갈리게 하려고 작정하기라도 한 듯 복잡하다. - P216

맘루크는 주로 튀르키예인, 체르케스인, 조지아인, 압하스인으로 구성된 노예 군인 출신의 지배 계층으로 수세기 동안 카이로를 수도로 삼고 제국으로 군림했다. - P216

아바스왕조(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를 계승한 세 번째 칼리파국이며, 중세 이슬람의 황금시대라고도 불린다) - P216

에미르mir(에미르 혹은 아미르는 아랍어로 사령관, 총독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 세계에서 제후의 칭호로 사용되는 말이었다) - P216

양탄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다 보니 수만 개의 매듭과 실이 마치 현재와 과거, 현실의 엄청난 밀도를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때는 이 네 귀퉁이 너머로 펼쳐졌던 세상이 있었다는 걸 떠올린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디테일로 가득한, 모든 찬란하고 평범한 인간 드라마를 위한 무대가. - P217

나일강을 따라 수천 마일에 걸쳐 펼쳐진 땅에 존재했던 무한히 복잡했을 수천 년의 역사를 나는 고작 ‘이집트‘와 같은 작은 단어로 일컫는다. - P217

양탄자를 내려다보자니 초월적인 질문들에 추상적인 답을 구하려는 노력이 바보스럽게 느껴진다. 더 많이 탐구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테고, 그럴수록 내가 본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 - P217

세상은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는 세밀한 부분들로 가득한 것이리라. - P217

이븐 아라비에게는 뭔가 아주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또 그에 필요한 도구도 이미 우리에게 있다고 말한다. 월트 휘트먼(미국 문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한 사람으로 ‘자유시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의 시처럼 "그래, 바로 당신"이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으로 보인다. - P220

이븐 아라비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매우 다른 시각이 있다. 첫 번째는 현실을 인식하도록 세밀하게 조정된 의식의 일부로서 마음 한가운데 자리한 인지 능력이다. 이 거칠 것 없는 능력은 우리가 세상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깨달아 진실이 (혹은 신이) 노골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도록 한다. 이슬람 전시관의 미흐라브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시각이다. - P220

하지만 우리는 논리적인 두뇌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의 얼마나 작은 부분밖에 보지 못했는지, 그 궁극적인 또는 다면적인 현실을 해독하는 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상기시킨다. 이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면 우주의 진리는 멀리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진실은 불가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시모네티 양탄자>가 내게 일깨우는 바와 같은 종류의 시각이다. - P220

이븐 아라비는 위의 두 가지 시각을 조화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하며, 그것은 마치 사람의 얼굴에 두 개의 다른 눈이 있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펼친다. 우리에겐 두 가지 시각이 모두 필요하며, 심장이 뛰는 것에 맞춰 각각의 시각으로 초점을 전환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 P221

워터링홀(서민적인 펍이나 바를 일컫는 말) - P225

해피 아워(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맥주, 와인, 칵테일 등 주류를 할인하는 이른 저녁 시간대를 말한다) - P225

캐니언 오브 히어로즈(‘영웅들의 협곡‘이라는 의미. 맨해튼 금융가를 가로지르는 로어 브로드웨이 부분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2차 대전 승전 기념 행진을 비롯해 스포츠 게임 승전 퍼레이드가 많이 벌어진다. 길 양옆으로 높은 건물들이 늘어서 ‘협곡‘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 P227

<사비니 여인들의 납치The Abduction of the Sahine Women> (이탈리아 반도에 살고 있던 사비니인들을 제국 초기의 로마인들이 납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P228

미라? 모네의 <수련>? 메리 카사트? - P228

"뚱뚱한 사람을 홀쭉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 P229

‘작은 사람들한테는 작은 힘이 어울리지... 인생이 그래.‘ - P230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붙은 껌같은 취급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 P230

한 번씩 당신은 경비원 따위일 뿐이라는 걸 아주 확실하게 상기시켜주는 녀석들을 겪지 않고는 경비원으로 일할 수 없다. 기분이 괜찮을 때는 이런 건 모욕으로 긴주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바닥일 때는 때때로 이 불량배들이 의도하는 것처럼 작고 힘이 없다고 느끼고 만다. 그래도, 적어도 이런 날에는 그들을 우리가 술집에서 늘어놓는 무용담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만들 수는 있다. - P231

우리 넷 중 일부러 미술관 경비원이 된 괴짜는 나뿐이다. 사이먼은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블레이크는 지질학을 전공했다. 루시는 시 전공으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 네 사람의 삶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금 바로 이 모습, 이것이 삶이라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P231

밤이 깊어지고 취기가 오르면서 우리는 덜 어리석고, 더 진지해지며, 덜 조심스럽고, 더 연약해진다. - P232

나는 이런 식으로 선호도를 가리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하곤했다. 이 팀, 저 구역, 대장, 휴게 시간 스케줄 등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주변을 에워싼 마법을 스스로 깨는 행동이다. - P233

에마누엘 로이체 Emanuel Leutze는 미국 예술 최고의 원 히트 원더(대중음악 등의 문화계에서 단 하나의 대표작만 크게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말)다. - P235

작품에 대해 경건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혼자만의 특이한 관심 분야들을 개발해나가는 내 모습이 딱히 싫지 않다. - P235

메인 회화 전시실 바로 아래에는 메트를 통틀어 가장 이상하고 다양한 것들이 모여 있는 장소 중 하나인 메자닌 공간이있다. 이 ‘공개된 수장고‘에는 정식 전시실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수만 개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 - P236

메자닌에도 ‘예술품‘은 있다. 단지 흥미롭게도 그 물건에 주목하게 만드는 거창함을 생략한 채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 P236

자브 페럿, 토머스 브루스터 쿨리지 부인, 앙리 라 투렛드 그루트 씨, - P236

시작은 그렇게 위대하지 않았다. 루브르 같은 박물관은 왕실 소장품을 기반으로 설립되었지만 메트는 일반 시민들,
즉 첫 번째 이사회의 구성원인 상인, 금융가, 개혁운동가, 예술가들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삼아야 했다. 상당 기간 동안 메트는 전시할 가치가 큰 유물들을 소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계획보다는 우연에 더 가까운, 기증이나 유증과 같은 뜻밖의 횡재에 의존했다. - P238

나는 작품의 라벨을 끝까지 읽는 습관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두 단어로 이루어진 똑같은 구절이 도처에 보인다는 걸 깨닫게 됐다. "로저스 펀드." 메트는 기증, 유증, 구매를 통해 작품을 취득하는데 제이콥 S. 로저스만큼 메트의 구매력에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기관차 제조업자였던 로저스는 토머스 제퍼슨이 살아 있던 1824년에 태어나 루이 암스트롱이 태어나기 한 달 전인 1901년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의 짧은 역사를 다시 실감한다. - P238

에페메라(일회성에 가까운 광고의 용도로 만드는 포스터, 카드, 티켓, 카탈로그 등의 종이 인쇄물을 총칭하는 말) - P241

페르시아의카만체, 일본의 고토, 수우족의 구애용 플루트, 이탈리아의 하프시코드 - P242

방문객들은 누군가가 예술품을 직접 다루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드물게 허락되는 경우를 매우 좋아한다. 열정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이 악기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순간을 목격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 P242

당신이라면 자신의 스트라디바리우스(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현악기)에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과 스트라디바리우스로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두 가지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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