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위 원소는 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개수는 같은데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들을 말한다. - P500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은 그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은 일련의 핵융합 반응이 무엇이었으며 근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이 얼마나 오래전에 있었느냐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을 알면 그 원소가 만들어진 배경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적 작업에 마그네슘의 동위 원소들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 P501
우리 은하의 한구석에서 물질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곳의 상황과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마그네슘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단 한가지 특성의 분포를 보이는지 아니면 여러 가지 분포를 보이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한다면 태양계에 현존하는 마그네슘 원소가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라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온 것인지, 아니면 그 기원이 여러 곳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501
우주의 대폭발과 은하의 후퇴 운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도플러 효과라고 알려진 자연의 간단한 원리 덕분이었다. - P501
도플러 효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이다. 택시 기사가 우리 곁을 지나며 경적을 울린다고 하자. 택시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 경적이 일정한 높이의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택시가 지나는 길가에 서 있는 사람은 음높이가 변함을 느끼게 된다. 택시가 다가올 때에는 경적이 고음으로 들리다가 택시가 자기 앞을 지나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점점 저음으로 변한다. - P501
경주용 차들은 보통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는데 이 속력은 음속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 P501
소리는 공기 밀도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는 일련의 파동 현상이다. 이러한 파동 현상이 우리에게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 P501
음파의 마루와 골 사이 간격이 가까울수록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는 점점 고음이 되고 그 간격이 멀수록 저음이 된다. - P501
달리는 차의 관점에서는 비록 일정한 음조의 경적을 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서 멀어지면서 그 소리의 골과 마루의 간격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지나는 차의 경적이 점점 저음으로 변하는 것같이 들리는 것이다. 경주용 차가 우리에게 접근할 때에는 음파의 골과 마루 사이 간격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점점 높아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 P503
정지한 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의 높낮이를 미리 알고 달리는 차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높낮이를 측정하여 이 둘을 서로 비교하면 그 차의 접근ㆍ후퇴 여부와 속력까지도 바로 알아낼 수 있다. 높낮이의 변화 정도가 상대 속력과 음속의 비와 간단한 비례의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 P503
빛 또한 파동 현상이다. 소리와 다르게 빛은 진공에서도 전파된다. 그렇지만 도플러 효과는 빛에서도 나타난다. - P503
달리는 자동차가 경적 대신에 전후사방으로 노란색의 빛을 방출한다고 하자.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할 때에는 주파수 (파장)가 증가(감소)하고 관측자에게서 후퇴할 때는 주파수 (파장)가 감소(증가)한다. - P503
파동에서 인접한 두 골이나 두 마루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 하며, 단위 시간에 일어나는 골에서 골, 또는 마루에서 마루까지의 변화 개수를 주파수라 한다. - P503
주어진 매질에서 파동의 전파 속도는 일정하므로, 파장이 길어지면 주파수가 감소하고 파장이 짧아지면 주파수가 증가한다. 주파수가 많은 파동이 고음을 낸다. 다시 말해서 고음은 파장이 짧다. - P503
빛의 파장과 주파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음파의 경우 주파수의 고저가 음조의 고저로 나타나는데, 빛의 경우에는 주파수의 높고 낮음이나 파장의 짧고 길음이 색깔로 나타난다. 빨강에서 보라로 갈수록 빛의 파장(주파수)은 감소(증가)한다. - P503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차의 속력으로는 빛의 주파수(파장) 변화량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빛의 속도에 비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이라면 그 변화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빛의 색깔이 변한다. - P503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에는 빛의 파장이 감소하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청색 편이 또는 청색 이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반대로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면 노란색이 빨간색 쪽으로 변하여 적색 이동 (편이)이 생긴다. - P504
청색이다 적색이다 하는 표현은 단지 파장(주파수) 변화의 방향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다. 물체 자체의 색깔은 사실 어느 색깔이라도 좋다. 적색 이동이 관측된 은하라고 해서 그 은하의 색깔이 붉다는 뜻이 아니다. - P504
파장의 변화 정도는 물체의 이동 속도에 비례한다. 파장의 변화량을 정지 상태에서의 파장으로 나눈 값이 관측자와의 상대 속도를 빛의 속도로 나눈 값과 같다. 그러므로 적색 이동량을 측정하여, 그 천체가 우리에게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후퇴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 P504
도플러 효과. 정지하고 있는 물체가 내는 소리나 빛은 ...(중략)... 일련의 구면파를 이루며 멀리 퍼져 나간다. 먼저 나온 소리나 빛이 만든 구면파의 반지름이 나중에 나온 것보다 클 것이다. - P502
만약 그 물체가 아래 그림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구면파들의 중심도 1에서 6으로 점차 이동할 것이다. 그러므로 B에 있는 관측자에게 구면파와 구면파 사이의 거리가 본래 거리보다 길게 느껴지고, A에 있는 관측자에게는 반대로 짧게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관측자로부터 후퇴하는 물체가 내놓는 소리나 빛의 파장은 정지했을 경우보다 길어진다. 즉 후퇴하는 물체는 적색 이동을 보인다. 물체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 파장은 정지 상태의 경우보다 짧아진다. 즉 접근하는 물체는 청색 이동을 나타낸다. - P502
멀리 있는 은하들에서는 도플러 효과에 따른 빛의 적색 이동이 주로 관측됐다. 이 도플러 효과가 현대 관측 우주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 P504
나선 모양의 성운들이 "섬 우주 island universe"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인물이 바로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다. - P505
섬 우주는 우리 은하와 같이 수많은 별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인데, 허블은 어떤 부류의 별들의 절대 광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이 먼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했다. 거리 측정에 쓰이는 이런 부류의 천체들을 우리는 ‘표준 초 standard candle‘ 라고 부른다. - P506
은하 하나에서 오는 빛은 그 은하를 이루는 수십억 개의 별들이 방출하는 빛의 총합이다. - P506
별에서 비교적 온도가 낮은 외곽부의 대기는 별 내부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들의 빛을 흡수하여 스펙트럼 사진에 여러 개의 흡수선을 만들어 놓는다. 이 스펙트럼의 파장을 측정하면 별의 대기를 구성하는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도 우리 태양과 같은 성분의 물질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P506
휴메이슨과 허블은 자신들도 깜짝 놀랄 발견을 했다.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모두 적색 이동을 보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적색 이동의 정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 P506
적색 이동을 가장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방편은 이것이 도플러 효과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하들이 모두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력으로 후퇴한다는 추론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 P507
우주 자체가 팽창하는 듯하다는 생각은 지워 버릴 수가 없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 과거에는 은하들 사이의 간격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을 것이다. - P507
은하의 후퇴 운동을 택시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식의 이동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현실의 왜곡이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역시 서로 멀어질 것이다. 팽창의 한 결과가 은하의 후퇴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까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을 달리는 택시가 방출하는 파장 5000옹스트롬의 노란색 빛이 도플러 효과 때문에 약간 긴 파장으로 옮겨가는 바로 그런 식의 적색 이동이라고 단순히 이해한다면, 이것도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 P507
우주의 팽창은 은하뿐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의 간격을 체계적으로 늘려 놓는다. 빛의 파장도 공간의 팽창과 더불어 늘어난다는 말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이 통상의 적색 편이와 다를 바가 없을 뿐이다. - P507
휴메이슨과 허블의 발견은 우주의 기원이 대폭발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은하들의 적색 이동을 발견할 당시에는 이것이 우주의 기원과 관련되어 있으며 모든 것의 근본을 건드리는 문제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돌이켜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은하의 스펙트럼에서 우리를 우주 기원의 순간으로 데려갈 이론적 터전을 찾아냈던 것이다. - P507
현대 우주론의 거의 대부분, 특히 우주의 팽창과 대폭발 이론은,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도플러 효과에 따른 흡수 스펙트럼의 적색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 P507
자연에서 적색 이동은 도플러 효과 이외의 요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중력으로 인한 적색 이동이 그중의 한 가지 예이다. - P508
빛이 강력한 중력장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에너지의 일부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긴 파장의 빛으로 바뀌게 되고 멀리 있는 관측자에게는 원래의 색깔보다 더 붉게 보인다. - P508
중심에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을 갖고 있는 은하들이 우주에 많이 존재하므로 외부 은하의 적색 이동을 중력으로 인한 적색 이동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강력한 중력장이 지배하는 지역이라면 밀도 역시 당연히 높을 것이며, 빛도 더 많이 흡수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흡수 스펙트럼의 흡수선들은 그 폭이 매우 넓게 마련이다. 그런데 관측된 흡수선들의 폭은 반대로 매우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이 은하의 적색 이동을 강한 중력장의 효과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 P508
은하에서 관측된 적색 이동을 그 은하가 후퇴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은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폭발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서 후퇴하는 부분만 아니라 접근하는 지역도 있을 것이므로, 폭발 때문이라면 적색 이동과 함께 청색 이동도 관측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은하수 은하가 속해 있는 국부 은하군의 은하들을 제외하면 외부 은하들이 모두 거리와 방향에 상관없이 적색 이동만 보여 준다. - P508
천문학자들 중에는, 은하의 적색 이동 현상을 도플러 효과의 결과로 해석하여 우주의 팽창을 유추해 온 일련의 사고 과정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홀턴 아르프 Halton Arp가 그 좋은 예이다. - P508
물리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퀘이사와 은하, 또는 은하 한 쌍의 분광 사진을 찍어 보면 쌍을 이루는 두 천체의 적색 이동이 판이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 P509
적색 이동이 우주의 팽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두 은하에서 측정된 적색 이동의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둘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적색 이동을 통해 밝혀낸 거리의 차가 심지어 10억 광년인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어떻게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멀 수 있단 말인가? - P509
어떤 이들은 아르프가 찾아낸 쌍들은 순전히 통계적 우연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까이에 밝은 은하가 하나 있고 그 은하의 방향으로 먼 곳에 퀘이사가 자리한다면, 동일한 시선 방향에 보이기는 하지만 둘의 적색 이동은 크게 다를 것이다. 물리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단순한 기하학적 연결이 주는 착각에 불과하다. 천체를 관측하다 보면 이런 경우와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아르프가 찾아낸 개수가 통계학적 예측보다 과연 얼마나 더 많으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P509
아르프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예로 우리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적색 이동의 값이 작은 은하의 양옆에 퀘이사가 하나씩 있는데 그 둘의 적색 이동은 크기가 거의 같고 은하에 비해 무척 큰 값이었다. 아르프는 이 관측 결과를 근거로 퀘이사들이 우주론적 거리에 있는 천체가 아니라, "전방에있는 은하"에서 좌우로 분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은 단순한 도플러 효과의 결과가 아니라,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종의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고 추론했다. - P509
아르프의 생각이 옳다면 퀘이사의 에너지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초신성의 연쇄 폭발이니 거대 블랙홀이니 하는 이상한 가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퀘이사가 우주론적 거리에 있지 않다면 그들의 광도가 매우 높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P510
아르프가 제시한 예들의 거의 대부분이 기하학적 쌍인 것으로 나중에 판명됐으며, 일부는 중력 렌즈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었다. 오늘날 학자들은 은하의 적색 이동 현상을 우주 팽창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 P510
적색 이동이 우주 팽창의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 적색 이동과는 별도로 우주 배경 복사도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측 사실이다. - P510
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든 미약한 세기의 전파 신호가 잡힌다. 잡힌 전파 신호의 세기가 파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하면, 이 신호를 내는 물질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 P510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대폭발 순간의 화구는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점점 식어 왔다. 그런데 우주 배경 복사에서 측정한 온도가 식어 버린 화구 온도의 추정값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에 우주 배경 복사 역시 우주 팽창의 훌륭한 증거가 된다. - P510
정밀한 전파 망원경을 U-2 비행기에 실어서 지구 대기의 최상부로 올려 보내 하늘의 모든 방향을 세밀하게 관측하고 거기서 얻은 결과를 1차적으로 근사 분석했더니, 우주 배경 복사의 세기가 완벽에 가까운 대칭적 분포를 하고 있었다. 이로부터 우리는 대폭발 순간에 화구가 모든 방향으로 일정하게 팽창했다고 미루어 추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완전 대칭의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P511
관측 결과를 좀 더 정밀한 방법으로 분석했더니 우주 배경 복사에 약간의 비대칭성이 드러났다. 우리 은하수 은하가 자신이 속해 있는 국부 은하군의 다른 은하들과 함께 처녀자리 은하단 방향으로 초속 6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면 앞에서 드러난 이 비대칭성은 대부분 깨끗하게 설명된다. 이 정도의 속력이면 우리는 100억 년 이내에 처녀자리 은하단에 도달하게 된다. 그때가 오면 외부 은하의 연구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P511
처녀자리 은하단은 여태껏 알려진 은하단들 중에서 구성원이 가장 많은 초대형의 은하단으로서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 등으로 가득 차 있는 우주의 보석 상자이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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