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 (개정증보판 포레스트 에디션) - 나를 숨 쉬게 하는
김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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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이 가진 특유의 섬세한 언어 감각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종종 쓰는 말들의 이면에 숨겨진 뜻을 보다 더 깊이있게 들여다 본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 말들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읽으면서 저자가 왜 유명한 프로 작사가인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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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자가 라디오 DJ를 하면서 청취자들과 나눴던 ‘실연‘ 과 관련된 글로 시작한다.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통해 인연의 헤어짐이라는 것에 있어서 그 이유를 반드시 나에게 귀속시킬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이유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잘못이나 문제보다는 단지 양 당사자들 간의 어떤 타이밍같은 것이 어긋나서 그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명확하게 귀책사유가 나에게 있는 경우도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어떤 관계가 틀어졌을 때 과도하게 자기자신을 탓하며 비관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취지로 말한 것임을 참조해서 생각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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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소재로 글이 더 이어진 뒤 마지막에는 작사를 본업으로 하는 저자가 직접 썼지만 아직 출시된 곡들에는 반영되지 않은 창작 가사들이 소개되어 있다. 읽으면서 중간중간 눈길을 사로잡거나 공감이 되는 가사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헤어짐이라는 건 꼭 누구의 잘못 때문에 일어나는 건 아니죠. 그냥 마음이 끝났을 뿐인데."

선택받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선택을 받았다가 되돌아간 마음이니까 그게 참 받아들이기가 힘든 일이긴 한데…. 내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죠. 이건 그저 상대의 마음 온도가 식어가는 속도같은 게 두 사람이 맞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인 거죠.

좀 수줍어하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수치심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

눈치라는 게 조심성이기도 하니까, 뭔가 남들 시선을 너무 걱정해서도 안 되겠지만, 적당한 조심성은 생명력 있는 어른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소소한 일탈을 해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늘 먹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음악 장르를 들어보는 그런 소소한 일탈들이 모여 단조로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낭만은 내 감정에 충실하고 내 행복에 더 충실한 단어예요. ‘세상이 보기에 어떻고 나의 역할은 이래야 하고‘ 이런 거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져서 나만의 세상을 그려나가라는 의미더라고요.

문득문득 환기하지 않으면 ‘이 단어의 원래 뜻이 뭐였지?‘ 하게 되는 너무나 좋은 단어들이 있어요. 낭만 또한 그런 단어인 거 같습니다.

후회는 많은 선택권이 있을수록 더 커집니다. 내가 선택하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뒤섞여 자꾸만 내 머릿속을 어지럽히거든요.

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반드시 한 가지를 결정해야 할 때 본능적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후회밖에 없는 그 선택도 ‘그때는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는 거죠.

수많은 노랫말을 만들어왔지만 실제로 발표된 곡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얼마나 많이 몰랐었는지 좀 알 것 같아 또 넘어질 나란 걸 알 것 같아 이제야 겨우 기댈 법을 좀 안 것 같아 어떡해야 힘을 좀 빼는지도

설렘은 내게 불안이라서 늘 겁이 났어

참 별일 다 있단 생각을 하지 살아가는 일이란 참 모를 일이야 영원할 것만 같았던 아픔이 추억이 되고 미워한 사람이 친구가 되고 궁금할 것도 없었던 널 사랑하기도 하고 흘려듣던 옛 노래가 마음에 들어오고

세상은 참 이렇게 모를 일이야 그게 참 고마운 거야 하루하루 새로운 게 알듯 말듯 하기에 여전히 난 가끔은 설레이니까

어쩌면 말이란 건 각자가 그리는 그림

우린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헤아리고 또 헤아리면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세상의 모든 건 결국 지나간다고

우리의 내일을 말하지 마 지금을 부디 흘리지 마

이 안에 이곳에 나라는 세상에 네가 숨을 쉬고 있어 니 안에 그 곳에 너라는 세상에 내가 숨을 쉬고 있기를

좋을 때, 슬플 때, 힘들 때 결국에 마음이 닿는 곳은 결국 너 이럴 땐 어쩔 땐 생각해 널 떠올리려 눈 뜨는 것 같다고

풀지 못한 문제가 있어 너라면 어떤 길로 답을 찾아 갔을까 그러면 답이 좀 보이곤 해

긴 밤엔 별을 셀 수 있어서 깊은 꿈을 꾸어서 더 먼 곳을 볼 수 있는 나를 또 만나게 돼

내게 제일 어울리는 리듬을 가슴속에 품으면 그게 내 숨인 걸 이제 알 것 같아

기억해, 그날의 아픔을
기억해, 그 모든 추억들

슬픔이라는 건 내 맘대로 버릴 수가 없다는 걸 배운 거야 니가 없는 이곳에서

넌 니가 진짜로 원한 게 뭐라고 생각해?
또 그게 옳다고 생각해?
Don‘t let it go, don‘t let it go

올려봤던 하늘에 그 달빛을 기억해 다시 머릿속에 그린다 그리고 난 꿈꾼다 나를 잃지 않도록

오늘도 부딪혀 난 툭 털고 지나쳐 난 좀처럼 안 미쳐 난 끓는점이 달러

이 세상에 난 하나뿐이길래 내가 그린 선을 따라가 네모난 종이엔 어울리지 않아 I draw my way

나를 구겨 넣으려 하지 마

그래 난 틀리진 않아 좀 달라 잘 봐, 우린 전부 남달라

이 세상에 날 보내주었길래 나는 나를 믿고 살아가 기나긴 줄 뒤에 기다리지 않아 I got my way

꽃이 피면 그땐 니가 날 알아보겠지

늘 날 비껴가던 봄이 내게도 온다면 단 한 줌의 흙으로 한 줄기 빛으로 드센 바람결에도 끝내 버틴 뿌리로 흐드러진 꽃을 피워 누가 기억해줄 한 송이로

내 이름 곁에 누군가 의미를 남겨준다면 지친 적 없이 꿈을 꿨다는 말로 날 불러주기를

걸음을 멈춰 누군가 나를 바라본다면 그 순간은 찰나라 해도 슬픔이 없기를 나의 기나긴 기다림의 이유였다고 믿을 수 있게

이제서야 나보다 더 작아진 그대를 보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내가 비겁해

그댄 나의 커다란 뿌리였고 항상 나를 품은 그늘이었고 마주보지 못한 태양이었고 나보다 더 나의 이름이었어

매일이 버거운 건 당연했어 내 청춘에게 난 가장 못됐던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모두 어느 순간의 나였어 울고 웃었던 건 당연했어 나는 나를 제일 몰랐던 사람

멀리서 비로소 보이는 이제야 당연한 것들 소중한 건 늘 가까이에 그리고 조금은 하찮은 것들 그렇게 선명해진 너

예민하게 수집한 단어로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람, 그 단어들로 연결된 문장으로 감각을 노래하는 사람.

노랫말은 시와 달라서 너무 생경한 단어를 쓰기도 어렵고 지나치게 난해한 표현을 써서도 안 된다. 들을 때 귀에 쉽게 감겨 와야 하니 누구나 쓸 법한 일상어가 주재료다.

보통의 언어들이 지닌 힘

말을 쓰고 다루는 방식은 결국 삶을 사는 방식과도 닿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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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영감이라는 것이 체력에서 온다는 얘기를 했었다. 오늘은 이에 관한 얘기를 덧붙이며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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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저자의 얘기를 읽기 전부터도 체력이 진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듯하다.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다보면 확실히 예전과는 다르다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 저자도 본문에서 고백했지만 젊을 땐 진짜 그것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모른다. 그래서 몸에 안좋은 것들을 아무리해도 비교적 금방 회복되는 게 느껴지지만 세월이 조금만 더 흐르면 아마 알게 될 것이다. 그때가 좋았던 때라는 것을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사실은 좋든 싫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꾸준한 운동과 자기 관리를 한다면 좀 더 말랑말랑한 ‘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저자의 경우처럼 영감이 필요한 일이든 혹은 다른 어떤 일이든 간에 좋은 컨디션으로 롱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너무 오래 앉아있기만 하기보다는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운동해서 남주는 거 아니고 결국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면 몸이 허락하는 선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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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쳇바퀴를 굴리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이 글의 제목이 다른 각도에서 보면 딱히 그렇게 부정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말해준다. 뭔가 예상이 되는 것은 뻔하고 재미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대해 불안하지 않은 안정적인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기에 그렇게 나쁘게만 볼 것도 아니라는 게 저자의 얘기였다. 이는 물론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저자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겠으나, 사람의 성향과는 별개로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냥 막연하게 안좋게만 보이는 것에도 그 이면에는 좋은 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가급적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하는 태도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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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3 ‘자존감의 언어‘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보통의 언어는 바로 ‘기특하다‘ 이다. 여기서 저자는 타인보다는 자기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길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독자들에게 말한다. 그리고 기특하게 여기기 위해 꼭 거창한 일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사소한 것들으로도 얼마든지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살아가며 자신이 한 것들에 대해 기특하다고 토닥여주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보는 것도 마음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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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나오는 글중에 ‘완벽의 비결‘ 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의 창업자인 에드윈 캣멀이 했던 말이 소개되는데, 핵심은 시작은 별볼일없었지만 계속해서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진화해나갈때 완벽에 점점 가까워 진다는 것이었다. 완벽해보이는 것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가 완벽해보이고 사람들은 그 겉모습을 부러워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노력들은 잘 보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부러워만 하지말고 그에 걸맞는 대가를 마땅히 지불하는 것만이 완벽에 가까워질수있는 유일한 비결임을 항상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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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걱정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오는데, 특별히 인상깊게 느껴졌던 얘기 중에 문제가 명확할 경우 오히려 그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기에 걱정을 할 시간조차도 없다는 말이 와닿았다. 걱정의 늪에 빠지는 건 그것이 추상적이거나 막연한 뜬구름 같은 걱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나는 개인적으로 머릿속에 막연한 걱정거리들이 떠다닐 경우 책을 읽음으로써 그것들을 떨쳐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렇게 해보면 막연했던 걱정거리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읽고있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되어 좋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만약 근심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하신 분들이 있다면 내가 하는 방식으로 근심걱정을 날려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기에 추천하는 바이다.

30대 중반 언덕을 넘길 때쯤, 가사가 예전 같은 속도로 나오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 나는 오만하게도 ‘감이 떨어졌구나‘ 생각을 했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은 겸허해짐과 동시에 안도감이 느껴지는 일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제대로 된 것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예전의 감각이 돌아온 것이다.

‘뇌‘라는 것은 결국 몸뚱이의 일부이니 피가 쌩쌩 돌고 산소가 공급되어야 원활히 돌아갈 터이고, 튼튼한 몸이 받쳐주는 지구력으로 버티는 시간이 있어야 ‘영감‘이라는 게 오더라도 잡을 기력이 있는 것이다. (건강이 자산이라는 말... ‘젊은이‘로 분류되는 나이에는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이던가!)

영감뿐이랴. 새로운 걸 시작하고 싶은 의지, 힘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근성, 새로운 기회가 오기까지 잠복하고 버티는 힘.... 모두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미 주어져 있는 게 많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다루느냐에 따라 내일의 질이 달라질 뿐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이라는 말은 주로 비관적으로 쓰인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것에 있어서 ‘패턴‘이 만들어지는 순간 설렘과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음악도 다음을 예측할 수 있을 때 지루해진다. 또한, 패턴이 남발되는, 클리셰 범벅인 드라마는 사랑받지 못한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태도는 의외로 이런 관용구들이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쳇바퀴‘라는 표현이 인생을 비관하는 용도로 쓰이면서부터 ‘반복되는 일상‘이란 것은 멋도 맛도 없는 시간의 배열이라고 생각하게 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쳇바퀴 같은 삶은 정말 불행한 걸까?

인간은 안정된 삶을 누리기 위해 오늘을 포기하는 동시에, 그 안정이 오면 회의감을 느낀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예측 불허의 내일들이 펼쳐져 있는 시간은 막상 그곳에 있을 때는 주로 암담하다. ...(중략)...불안의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알 수 없는 내일 때문 아니겠는가.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만,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영감은 섬광보다는 네잎클로버를 닮았다. 클로버 무더기가 있다면 그 안에 네잎클로버는 무조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하는 일은 엄청난 행운같지만, 그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이 아프도록 찾아 헤맨 시간과 노력의 결과일 뿐이다.

창작자들은 구구절절 말을 하지 않지만, 걷고 이야기 나누고 누워 있고 유튜브 따위를 보는 모든 순간, 머릿속 한편에 ‘해야 할 일‘의 회로가 쉼없이 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느 요소가 이야깃거리의 단초가 되어 생각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다.

영감은 늘 축약본의 형태로 알려진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쉽게 좌절할 이유는 없다. 그것이 설령 후질지언정, 기다리는 자에게 영감은 반드시 찾아온다.

"기특한 순간이 많아지면 그게 자존감이 되는 것 같아."

어렴풋이 품고 있는 생각을 누군가 구체적으로 말해줄 때 오는 쾌감이 있다.

몇 년을 주기로 단어는 유행을 탄다. 힐링, 웰빙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시대가 어렴풋이 필요로 하는 무언가에 제목이 붙여지면, 그 단어는 한동안 수많은 문화를 지배한다. 요즘 그런 단어가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자존심이 꺾이지 않으려 버티는 막대기 같은 거라면, 자존감은 꺾이고 말고부터 자유로운 유연한 무엇이다. 자존심은 지켜지고 말고의 주체가 외부에 있지만 자존감은 철저히 내부에 존재한다. 그래서 다른 누가 아닌 스스로를 기특히 여기는 순간은 자존감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선행에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욕망이 부록처럼 딸려온다. 어릴 때 칭찬에 길들여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내성이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는 점이기도 하다. 허나 선행이 누군가의 칭찬과 거래되는 순간 자존감 통장에는 쌓일 것이 없다. 나의 대견함을 ‘알아주는‘ 주체를 타인에게 넘겨버릇하는 게 위험한 이유다.

내가 생각하는 스스로가 대견한 순간은 굉장히 작은 것들이다.

나의 존엄을 가꾸어 나가는 일은 결코 거창할 필요만은 없다. 존엄이라는 말의 무게 때문에 창씨개명에 맞서고 인권운동에 삶을 바치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존엄한 사람들은 일상 속 하찮은 순간들이 정갈한 이들이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 생각해서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았던 깨알같은 장면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고요히 자신을 토닥여주는 습관을 가져보자.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달콤하고 좋아서가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자기의 내면을, 방치되어 있던 모습들을 다 끄집어낼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형태로의 사랑이든 마찬가지예요. 로맨스이든 아니든 사랑은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똑바로 마주볼 수 있게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는 순간은 사실 대단치 않은 것들일 때가 많죠. 나만의 독특한 것인 줄 알았는데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쉽게 무장해제되곤 하니까요.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하는 총체적인 그 연애의 모습이 저는 항상 탱고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패턴 속에 있지만 엇박이 있고, 굉장히 기쁜 멜로디 속에 흥이 차오르다가도 극단적으로 슬퍼지고...

"탱고는 실수가 나서 발이 엉키거나 스텝이 꼬이는 것, 그것조차도 탱고다."

연애에 실패하신 모든 분들, 그것조차 다음 사랑이 시작되는 하나의 조각이라고 생각을 하시면서 ‘그래,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이런 탱고 속에 살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양쪽이 불완전한 모양으로 퍼즐 조각처럼 딱 맞춰지는 것이 연인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때로는 마법 같아요. 그냥 집 앞에 빵 사러 나갔다가 들어오는 중에 너무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제 앞의 장소가 뮤직비디오가 되어버리거든요. 별거 없는 내 하루가 그 한 곡으로 인해, 영화처럼 변하는 거예요.

향기에는 기억이 함께 담긴다

향을 통해 내 안에 감정, 기억이 생생하게 되돌아오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대요. 향기가 기억창고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는 거죠.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 비로소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더라고요.

‘내가 뭐든 될 것 같고, 만사가 뭐 이렇게하면 이렇게 되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며 자기 능력치의 벽을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내가 어떤 모양새이며 내가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잘났는지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작동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한번, ‘아, 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나서는 그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흔히 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되거나 예쁘지 않은 풀을 잡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인디언들의 언어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대요. 그들은 모든 식물과 동물에는 각각의 영혼이 있다고 믿었고 모든 것이 존재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작물과 잡초를 특별히 구분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살다 보면 유난히 ‘내가 잡초 같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거 같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된 기분.. 그럴 때 인디언들의 생각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그들의 기준에서 본다면 세상에 존재 이유 없이 태어난 생명은 없을 테니까요.

꼭 아픔에 아픔을 더해야만 낫는 통증이 있죠. 바로 ‘근육통‘ 입니다. 통증이 아주 심한 부위를 만지면 너무 아프기도 하지만 묘한 시원함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게 실컷 주무르고 나면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집니다.

우리 마음에도 근육이 있죠. 그렇다면 내 마음의 통증도 근육통과 비슷한 게 아닐까요?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그 아픔을 즐겨보는 겁니다. 실컷 앓고 나면 조금은 시원해질지도 모르니까요.

저는 가끔 마음이 복잡해질 때 호흡을 해보는데,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그냥 내 호흡에만 집중해도 마음속에 좀 뿌연 것들이 가라앉으면서 ‘내가 지금 왜 복잡하고 왜 두근거리고 또는 왜 불안, 초조한 것인지‘ 딱 떠오르는 경험들을 몇 번 했어요.

너무 힘들 때는 가만히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요. 바닷속에 해조류 같은 게 뒤엉켰는데 내가 거기 얽매여 있다가 그걸 발로 탁 차면서 수영해나가는 이미지를 떠올리죠. 그러면 실제로 그 심상이 뭔가 내 온몸에 영향을 미치는 듯 그 고민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는 기분을 맛볼 때가 있어요.

"어떤 작품이든 시작할 땐 다 형편없죠. 매일 하는 회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사실 대부분은 별로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괜찮아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수정하면서 더 분명한 형태로 진화하니까요."

결국,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하늘에서 떨어진 능력이 아닌 열정과 끈기라는걸요.

처음엔 위로를 준다고 함은 자고로 더 나은 것을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때로는 가사가 내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때, 그래서 힘들어하는 가사 속의 화자가 자신들과 다름없음을 이야기할 때, 거기서 더 위로를 느끼더라고요.

상대방을 간파하는 거 같은 제일 쉬운 말이 뭐냐면 "사실 마음 많이 약하지?"와 같은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대개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곤 하죠. 이처럼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약한 모습을 한 부분씩은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약한지 모르는 한편, 우리는 스스로가 얼마나 강한지 가끔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설렘은 결국 긴장감에서 오는 거고, 긴장감이라는 건 서로 모르는 데에서 서로를 예측할 수 없음에서 오는 불안에 기인하는 거니까요.

설렘은 뒤돌아봤을 때 너무 아름답고 순수하고 촉촉한 거 같은데, 막상 진행 중일 때는 좋은 날도 있지만 고통스러운 날들도 많아요. 왜냐하면 모든 게 불확실하고, 저 사람 마음을 모르겠고, 오늘 마음 내일 마음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러다보니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없어요.

사랑은 계속 변해가면서 다양한 단계의 얼굴을 보여주는 거 같더라고요.

설렘이라는 것은 지나고 보면 앞면만 생각나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 같지만, 그 뒷면은 수없이 불안한 밤들, 입맛이 떨어졌던 저녁 식사들, 이런 게 분명히 있을거예요.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거 같아요."

걱정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도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사실 우리가 걱정에 사로잡히는 일들은 대부분 걱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렇게 대단히 명확한 문제의 경우에는 그걸 우리가 몸으로 해결하고 다니느라 가만히 멍하게 걱정 속에 사로잡혀 있을 겨를도 없습니다. 사실 사서 하는 걱정들이 대부분이죠.

알면서도 가끔 멍하니 있다 보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거든요. 중력이 있는 거 같아요. 걱정에는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100퍼센트 점점 침전할 수밖에 없는데 ‘아, 이거 아니지. 이거 내 생각이지‘ 이렇게 헤엄쳐서 나오면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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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 이어서 내향인들이 자신들의 본래 성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외향인들과 잘 어울리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아마 내향인인 독자들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듯 싶다.

외향적인 사람들의 문화에 스며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처음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와 비슷하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가 제일 힘들고 그다음부터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 P115

내향적인 사람은 타고난 탐구력을 갖고 있어서 대화 주제를 목록으로 만들어 다닐 필요가 없다.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잘 듣고 질문하면서 흐름을 따르면 된다. - P115

우리가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만한 일을 떠올려 보고 그 일부터 테스트해 보라. 몇 번 테스트를 거치면 더 이상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을 테고 그 이후로는 더 많은 일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외향적인 사람에게 간단한 정보를 요청해 볼 수 있다. - P116

무엇이든 연습을 많이 할수록 더 쉬워진다. 누군가를 마주칠 때 간단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겠다. - P116

짧고 간단하게 그리고 자주 실천하라. - P116

외향적인 사람이 소셜 미디어 또는 사내 뉴스레터에 쓴 글이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란다. 그들이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중시하고 어떻게 소통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으며, 결국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다. - P116

회의록 작성은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참관인 역할을 잘 수행하면 리더가 자칫 놓치기 쉬운 가치 있는 의견을 발굴하도록 도울 수 있다. - P117

내향적인 사람은 대화가 매끄럽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리라고 짐작한다. 실수에 연연하는 태도는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데 방해가 된다. - P117

계속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를 떠올려 보라. 넘어지는 건 아프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으로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비틀거림도 춤의 일부로 만들라." - P118

미소에는 언어가 없다 - P118

자주 미소 짓기 바란다. 미소는 타인과의 접점을 찾아 주는 감정의 악수와도 같다. - P118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 P118

외국어든 다른 기질을 가진 사람의 언어든 하루아침에 낯선 언어를 능숙하게 익히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도 말이다. - P118

가능한 한 꾸준히 작은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복리 효과가 만들어 낼 결과를 믿어 보자. 그럼 그 결과는 뭘까?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 P118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건 선택뿐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10분이 주어진다면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 - P120

결국 시간을 관리하려면 선택을 관리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을 전부 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 본 뒤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집중해 완수해 나가야 한다. 선택을 잘 관리해야 좋은 결과는 물론이고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 - P121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홀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 P121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멀어지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에너지를 충전하지 못해 고갈돼 버리고 말 것이다. 연료가 바닥나면 폭스바겐이건 람보르기니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 P122

빵 반죽은 휴지기를 거쳐야 부풀어 오른다 - P122

휴지기 없이 급하게 빵을 만들려다가는 부드럽고 따뜻한 사워도우 빵이 아니라 거대하고 빽빽한 크래커가 만들어질 뿐이다. - P123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내향적인 사람에게 휴식은 생명이나 다름없다. 휴식은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에 게으름을 피우고 비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휴식은 우리가 성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원천 그 자체다. - P123

휴식이야말로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척하는 게 비생산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향적인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만 따라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들의 에너지까지 모방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했다간 에너지가 모조리 고갈되고 말 것이다. - P123

내향적인 사람에게 에너지 관리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살아남고 성공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 P123

우리는 항상 결코 오지 않을 평온하고 잘 정돈된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말이다. - P125

대부분의 사람은 가용 시간을 기준으로 일정을 짠다. 빈 시간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제안하는 일정으로 채우면서 ‘어차피 한가할 듯하니 수락해야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안을 수락할지 말지 결정하는 더 나은 방법은 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해당 시점의 예상 가용 에너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 P125

당신의 선택에 정답은 없다. 그저 재충전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 재충전 활동을 캘린더에 등록해 두면 누군가 시간좀 내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이미 일정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도 있다. - P126

"대다수의 사람이 하는 일을 보고 정반대로 행동하세요. 그럼 아마 평생을 문제없이 살 겁니다." - P126

외향적인 사람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번아웃에 빠지고 끊임없이 에너지 위기를 겪게 된다. 핵심은 이런 결정 대신 새롭고 창의적이며 독특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먼저 다른 선택을 할수 있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한다. 그다음 매일 그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는게 중요하다. - P126

"마음속 더 깊은 곳에 ‘예스!‘가 불타오르고 있다면 ‘노!‘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입니다." - P127

우리가 열정을 쏟고 있는 목표가 명확하다면 다른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거절할 수 있을 것이다. - P127

한주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주간 계획을 세우면 특히 자신과의 약속을 잡아 놓으면 다른 사람의 요청으로 일정표가 채워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매일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일정을 세밀하게 조정 가능하다. - P127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냥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좋다. - P128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인가?‘ - P128

‘실제로 에너지가 필요할 때 그만큼 공급이 가능할 것인가?‘ - P128

‘일을 마친 뒤 곧바로 재충전이 가능할 것인가?‘ - P128

‘이 시간 동안 가능한 일 중 가장 가치 있는 일인가?‘ - P128

‘만약 수락한다면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들 것인가?‘ - P128

‘일을 마친 뒤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 것인가 아니면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들 것인가?‘ - P128

때로는 거절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럴 경우에는 에너지 자원을 최대화하는 창의적인 방도를 떠올려서 에너지가 고갈되기보다는 채워지는 방향으로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업 전후로 여유 시간을 두고 중간에 잠깐의 휴식 시간을 확보해 놓을 수 있겠다. - P129

에너지에서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빈도다. 여러 번의 작은 움직임이 우리의 뇌를 재충전하고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 P129

캘린더에 일정을 등록해 두면 방해받지 않고 시간을 온전히사용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일정이 있는 것일 뿐이다. - P130

내향적인 사람은 압박감을 받으며 일할 때 특히 더 지친다. 물론 프로젝트의 요구 사항이나 중요한 마감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압박감을 극복하려면 모든 업무를 더 일찌감치 준비해 앞으로 밟아 나가야 할 과정들을 목록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캘린더에 등록해 시간을 확보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과업을 진행하면서도 에너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 P130

내향적인 사람은 깊은 사고력을 타고났지만 그만큼 응답이 느리기도 하다. 깊은 사고력은 우리의 핵심 능력 중 하나이므로 이를 일상에 녹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단순히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곰곰이 생각해 보자는 게 아니다. 주어진 업무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하루를 여유 있게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 P130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건 최대한 빨리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 P131

내향적인 사람이 특히 지칠 때는 사교 모임이나 콘퍼런스에 참석할 때다.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면 잠시 화장실에서 휴식을 취해도 되고 바깥에서 몇 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 돌아와도 된다. - P131

자신을 외향적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외향적인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지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기 때문에 본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우리만의 강점을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132

휴식을 절대 시간 낭비로 여기지 않는다. 휴식은 우리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준다. - P132

먼저 에너지 예산을 책정한 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쏟아야 할지 결정한다. 그리고 한번 확정한에너지 예산은 변경하지 않는다. - P132

에너지를 채워 주는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 활동에 더 집중한다. - P132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 사교 활동 숙취에 시달리지 않도록 한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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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좀 지루해진 나머지 상대적으로 읽기 수월한 책들로 잠시 외도(?)했다가 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지난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네이피어와 클러비라는 두 과학자가 태양계 행성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고리들과 소행성, 위성들의 기원이 어디서 왔는지에 관한 어떤 주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었고 이를 간단히 검증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도 나왔었다.

오늘은 검증과 관련된 내용들로 시작한다.(꾸역꾸역 읽고는 있지만 비전공자라 그런지 참 쉽지 않은 부분이다. 문득 이 쪽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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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오늘 포스팅의 중간지점부터 ‘도플러 효과‘라는 것이 나온다. 이것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본문을 읽으면서 감탄을 금하기 힘들정도로 꽤나 논리적인 설명들이 이어져서 비전공자라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흥미롭게 본문 내용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동위 원소는 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개수는 같은데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들을 말한다. - P500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은 그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은 일련의 핵융합 반응이 무엇이었으며 근처에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이 얼마나 오래전에 있었느냐 등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을 알면 그 원소가 만들어진 배경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러한 추적 작업에 마그네슘의 동위 원소들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 P501

우리 은하의 한구석에서 물질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곳의 상황과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마그네슘 동위 원소들의 상대 함량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단 한가지 특성의 분포를 보이는지 아니면 여러 가지 분포를 보이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한다면 태양계에 현존하는 마그네슘 원소가 태양계가 탄생할 당시라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온 것인지, 아니면 그 기원이 여러 곳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501

우주의 대폭발과 은하의 후퇴 운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도플러 효과라고 알려진 자연의 간단한 원리 덕분이었다. - P501

도플러 효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상이다. 택시 기사가 우리 곁을 지나며 경적을 울린다고 하자. 택시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 경적이 일정한 높이의 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택시가 지나는 길가에 서 있는 사람은 음높이가 변함을 느끼게 된다. 택시가 다가올 때에는 경적이 고음으로 들리다가 택시가 자기 앞을 지나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점점 저음으로 변한다. - P501

경주용 차들은 보통 시속 2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는데 이 속력은 음속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 P501

소리는 공기 밀도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지는 일련의 파동 현상이다. 이러한 파동 현상이 우리에게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 P501

음파의 마루와 골 사이 간격이 가까울수록 우리에게 들리는 소리는 점점 고음이 되고 그 간격이 멀수록 저음이 된다. - P501

달리는 차의 관점에서는 비록 일정한 음조의 경적을 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서 멀어지면서 그 소리의 골과 마루의 간격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지나는 차의 경적이 점점 저음으로 변하는 것같이 들리는 것이다. 경주용 차가 우리에게 접근할 때에는 음파의 골과 마루 사이 간격이 줄어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점점 높아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 P503

정지한 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의 높낮이를 미리 알고 달리는 차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높낮이를 측정하여 이 둘을 서로 비교하면 그 차의 접근ㆍ후퇴 여부와 속력까지도 바로 알아낼 수 있다. 높낮이의 변화 정도가 상대 속력과 음속의 비와 간단한 비례의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 P503

빛 또한 파동 현상이다. 소리와 다르게 빛은 진공에서도 전파된다. 그렇지만 도플러 효과는 빛에서도 나타난다. - P503

달리는 자동차가 경적 대신에 전후사방으로 노란색의 빛을 방출한다고 하자.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할 때에는 주파수 (파장)가 증가(감소)하고 관측자에게서 후퇴할 때는 주파수 (파장)가 감소(증가)한다. - P503

파동에서 인접한 두 골이나 두 마루 사이의 거리를 파장이라 하며, 단위 시간에 일어나는 골에서 골, 또는 마루에서 마루까지의 변화 개수를 주파수라 한다. - P503

주어진 매질에서 파동의 전파 속도는 일정하므로, 파장이 길어지면 주파수가 감소하고 파장이 짧아지면 주파수가 증가한다. 주파수가 많은 파동이 고음을 낸다. 다시 말해서 고음은 파장이 짧다. - P503

빛의 파장과 주파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음파의 경우 주파수의 고저가 음조의 고저로 나타나는데, 빛의 경우에는 주파수의 높고 낮음이나 파장의 짧고 길음이 색깔로 나타난다. 빨강에서 보라로 갈수록 빛의 파장(주파수)은 감소(증가)한다. - P503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차의 속력으로는 빛의 주파수(파장) 변화량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빛의 속도에 비해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력이라면 그 변화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빛의 색깔이 변한다. - P503

차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에는 빛의 파장이 감소하여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청색 편이 또는 청색 이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반대로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면 노란색이 빨간색 쪽으로 변하여 적색 이동 (편이)이 생긴다. - P504

청색이다 적색이다 하는 표현은 단지 파장(주파수) 변화의 방향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다. 물체 자체의 색깔은 사실 어느 색깔이라도 좋다. 적색 이동이 관측된 은하라고 해서 그 은하의 색깔이 붉다는 뜻이 아니다. - P504

파장의 변화 정도는 물체의 이동 속도에 비례한다. 파장의 변화량을 정지 상태에서의 파장으로 나눈 값이 관측자와의 상대 속도를 빛의 속도로 나눈 값과 같다. 그러므로 적색 이동량을 측정하여, 그 천체가 우리에게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후퇴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 P504

도플러 효과. 정지하고 있는 물체가 내는 소리나 빛은 ...(중략)... 일련의 구면파를 이루며 멀리 퍼져 나간다. 먼저 나온 소리나 빛이 만든 구면파의 반지름이 나중에 나온 것보다 클 것이다. - P502

만약 그 물체가 아래 그림처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 구면파들의 중심도 1에서 6으로 점차 이동할 것이다. 그러므로 B에 있는 관측자에게 구면파와 구면파 사이의 거리가 본래 거리보다 길게 느껴지고, A에 있는 관측자에게는 반대로 짧게 느껴지게 된다. 따라서 관측자로부터 후퇴하는 물체가 내놓는 소리나 빛의 파장은 정지했을 경우보다 길어진다. 즉 후퇴하는 물체는 적색 이동을 보인다. 물체가 관측자에게 접근하는 경우 파장은 정지 상태의 경우보다 짧아진다. 즉 접근하는 물체는 청색 이동을 나타낸다. - P502

멀리 있는 은하들에서는 도플러 효과에 따른 빛의 적색 이동이 주로 관측됐다. 이 도플러 효과가 현대 관측 우주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 P504

나선 모양의 성운들이 "섬 우주 island universe"라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인물이 바로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이다. - P505

섬 우주는 우리 은하와 같이 수많은 별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인데, 허블은 어떤 부류의 별들의 절대 광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이 먼 은하들의 거리를 측정했다. 거리 측정에 쓰이는 이런 부류의 천체들을 우리는 ‘표준 초 standard candle‘ 라고 부른다. - P506

은하 하나에서 오는 빛은 그 은하를 이루는 수십억 개의 별들이 방출하는 빛의 총합이다. - P506

별에서 비교적 온도가 낮은 외곽부의 대기는 별 내부에서 나오는 특정 파장들의 빛을 흡수하여 스펙트럼 사진에 여러 개의 흡수선을 만들어 놓는다. 이 스펙트럼의 파장을 측정하면 별의 대기를 구성하는 화학 조성을 알아낼 수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도 우리 태양과 같은 성분의 물질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P506

휴메이슨과 허블은 자신들도 깜짝 놀랄 발견을 했다. 먼 은하들의 스펙트럼이 모두 적색 이동을 보이며, 더욱 놀라운 것은 적색 이동의 정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사실이었다. - P506

적색 이동을 가장 쉽게 해석할 수 있는 방편은 이것이 도플러 효과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은하들이 모두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력으로 후퇴한다는 추론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 P507

우주 자체가 팽창하는 듯하다는 생각은 지워 버릴 수가 없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는 수밖에 없는 것이고, 과거에는 은하들 사이의 간격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을 것이다. - P507

은하의 후퇴 운동을 택시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식의 이동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현실의 왜곡이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그 안에 들어 있는 것들 역시 서로 멀어질 것이다. 팽창의 한 결과가 은하의 후퇴 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까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을 달리는 택시가 방출하는 파장 5000옹스트롬의 노란색 빛이 도플러 효과 때문에 약간 긴 파장으로 옮겨가는 바로 그런 식의 적색 이동이라고 단순히 이해한다면, 이것도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 P507

우주의 팽창은 은하뿐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의 간격을 체계적으로 늘려 놓는다. 빛의 파장도 공간의 팽창과 더불어 늘어난다는 말이다. 단지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이 통상의 적색 편이와 다를 바가 없을 뿐이다. - P507

휴메이슨과 허블의 발견은 우주의 기원이 대폭발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은하들의 적색 이동을 발견할 당시에는 이것이 우주의 기원과 관련되어 있으며 모든 것의 근본을 건드리는 문제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돌이켜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사람이 은하의 스펙트럼에서 우리를 우주 기원의 순간으로 데려갈 이론적 터전을 찾아냈던 것이다. - P507

현대 우주론의 거의 대부분, 특히 우주의 팽창과 대폭발 이론은, 은하들의 후퇴 운동을 도플러 효과에 따른 흡수 스펙트럼의 적색 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 P507

자연에서 적색 이동은 도플러 효과 이외의 요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중력으로 인한 적색 이동이 그중의 한 가지 예이다. - P508

빛이 강력한 중력장에서 벗어나려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에너지의 일부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긴 파장의 빛으로 바뀌게 되고 멀리 있는 관측자에게는 원래의 색깔보다 더 붉게 보인다. - P508

중심에 질량이 매우 큰 블랙홀을 갖고 있는 은하들이 우주에 많이 존재하므로 외부 은하의 적색 이동을 중력으로 인한 적색 이동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강력한 중력장이 지배하는 지역이라면 밀도 역시 당연히 높을 것이며, 빛도 더 많이 흡수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흡수 스펙트럼의 흡수선들은 그 폭이 매우 넓게 마련이다. 그런데 관측된 흡수선들의 폭은 반대로 매우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이 은하의 적색 이동을 강한 중력장의 효과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 P508

은하에서 관측된 적색 이동을 그 은하가 후퇴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은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폭발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폭발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서 후퇴하는 부분만 아니라 접근하는 지역도 있을 것이므로, 폭발 때문이라면 적색 이동과 함께 청색 이동도 관측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은하수 은하가 속해 있는 국부 은하군의 은하들을 제외하면 외부 은하들이 모두 거리와 방향에 상관없이 적색 이동만 보여 준다. - P508

천문학자들 중에는, 은하의 적색 이동 현상을 도플러 효과의 결과로 해석하여 우주의 팽창을 유추해 온 일련의 사고 과정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홀턴 아르프 Halton Arp가 그 좋은 예이다. - P508

물리적으로 서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퀘이사와 은하, 또는 은하 한 쌍의 분광 사진을 찍어 보면 쌍을 이루는 두 천체의 적색 이동이 판이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 P509

적색 이동이 우주의 팽창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두 은하에서 측정된 적색 이동의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둘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이다. 적색 이동을 통해 밝혀낸 거리의 차가 심지어 10억 광년인 경우도 있다.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는데, 어떻게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멀 수 있단 말인가? - P509

어떤 이들은 아르프가 찾아낸 쌍들은 순전히 통계적 우연에 불과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까이에 밝은 은하가 하나 있고 그 은하의 방향으로 먼 곳에 퀘이사가 자리한다면, 동일한 시선 방향에 보이기는 하지만 둘의 적색 이동은 크게 다를 것이다. 물리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단순한 기하학적 연결이 주는 착각에 불과하다. 천체를 관측하다 보면 이런 경우와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문제의 핵심은 아르프가 찾아낸 개수가 통계학적 예측보다 과연 얼마나 더 많으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 P509

아르프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예로 우리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적색 이동의 값이 작은 은하의 양옆에 퀘이사가 하나씩 있는데 그 둘의 적색 이동은 크기가 거의 같고 은하에 비해 무척 큰 값이었다. 아르프는 이 관측 결과를 근거로 퀘이사들이 우주론적 거리에 있는 천체가 아니라, "전방에있는 은하"에서 좌우로 분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은하에서 관측되는 적색 이동은 단순한 도플러 효과의 결과가 아니라, 아직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종의 메커니즘에 따른 것이라고 추론했다. - P509

아르프의 생각이 옳다면 퀘이사의 에너지원을 설명하기 위해서 초신성의 연쇄 폭발이니 거대 블랙홀이니 하는 이상한 가정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퀘이사가 우주론적 거리에 있지 않다면 그들의 광도가 매우 높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P510

아르프가 제시한 예들의 거의 대부분이 기하학적 쌍인 것으로 나중에 판명됐으며, 일부는 중력 렌즈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었다. 오늘날 학자들은 은하의 적색 이동 현상을 우주 팽창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 P510

적색 이동이 우주 팽창의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 적색 이동과는 별도로 우주 배경 복사도 우주의 팽창을 설명하는 중요한 관측 사실이다. - P510

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든 미약한 세기의 전파 신호가 잡힌다. 잡힌 전파 신호의 세기가 파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하면, 이 신호를 내는 물질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 P510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대폭발 순간의 화구는 우주의 팽창과 더불어 점점 식어 왔다. 그런데 우주 배경 복사에서 측정한 온도가 식어 버린 화구 온도의 추정값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에 우주 배경 복사 역시 우주 팽창의 훌륭한 증거가 된다. - P510

정밀한 전파 망원경을 U-2 비행기에 실어서 지구 대기의 최상부로 올려 보내 하늘의 모든 방향을 세밀하게 관측하고 거기서 얻은 결과를 1차적으로 근사 분석했더니, 우주 배경 복사의 세기가 완벽에 가까운 대칭적 분포를 하고 있었다. 이로부터 우리는 대폭발 순간에 화구가 모든 방향으로 일정하게 팽창했다고 미루어 추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완전 대칭의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P511

관측 결과를 좀 더 정밀한 방법으로 분석했더니 우주 배경 복사에 약간의 비대칭성이 드러났다. 우리 은하수 은하가 자신이 속해 있는 국부 은하군의 다른 은하들과 함께 처녀자리 은하단 방향으로 초속 600킬로미터 이상의 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면 앞에서 드러난 이 비대칭성은 대부분 깨끗하게 설명된다. 이 정도의 속력이면 우리는 100억 년 이내에 처녀자리 은하단에 도달하게 된다. 그때가 오면 외부 은하의 연구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 P511

처녀자리 은하단은 여태껏 알려진 은하단들 중에서 구성원이 가장 많은 초대형의 은하단으로서 나선 은하, 타원 은하, 불규칙 은하 등으로 가득 차 있는 우주의 보석 상자이다. - P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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