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기억의 상기라는 것은, 정말로 일어난 일을 테이프레코더처럼 그대로 비춰내는 것이 아닙니다. 일화 기억 (에피소드 기억)은 상세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상기하는 과정에서 뇌 안에서 비슷한 다른 경험을 합쳐 만들어진 것입니다. - P148
심리학 분야에서는 상기할 때는 다양한 일을 혼동한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져 있습니다. - P148
녹조류의 일종은 빛을 감지하면 나트륨 이온을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하는 이온 채널을 가지고 있다. - P148
지금까지 많은 사람은 간단히 말하면, 시냅스의 강도(전달하기 쉬운 정도)가 바뀌고, 바뀐 강도가 유지됨에 따라 기억 정보를 저장한다고 했습니다. 맨 처음 기억을 만들 때는 분명히 시냅스의 강도는 변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실험에서는 기억을 저장하기 위해서는 강해진 시냅스를 그대로 저장할 필요는 없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 P149
결국 한 개의 세포 안의 일련의 시냅스에 특정 기억이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세포 집단의 시냅스에 저장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일련의 기억 세포군의 연계(커넥션) 패턴이 어떤 기억을 저장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 P149
뇌는 시스템입니다. 분자 현상만으로는 정신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억에 대해 말하면, 전체의 신호 전달 경로가 어떤 ‘상태 1‘에서 ‘상태 2‘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상태 2‘에서 안정화합니다. 그로 인해 기억이 생겨 유지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 P149
기억은 결코 ‘본 대로, 들은 대로 남겨 두었다 나중에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은 아니다. 때때로 기억은 바뀌어 ‘거짓을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가짜 기억(false memory)‘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 P150
"섬광 기억이 왜곡되는 이유는 그 후 여러 차례 뇌의 ‘전전두 영역‘에서 상기되고 재편성되기 때문이다" - P152
"원래 ‘언제‘ ‘어디에서‘라는 정보는 사건이 기억될 때 거의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떠올리려고 한 결과, 정보원(source)을 머릿속에서 검색, 식별하는 능력인 ‘소스 모니터링(source monitoring)‘에 오류가 생긴다." - P152
정확한 기억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확신도는 큰 경우가 있다. - P152
소스 모니터링 능력은 6세 어린이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3세 이전의 기억은 보통 떠오르지 않는다. 소스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뇌의 전전두 영역과 해마,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유아기의 기억 방식은 어른과 다르며, 따라서 어른이 되면 떠올릴 수 없게 된다는 설이 있다. - P152
실제로 경험한 기억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을 ‘리얼리티 모니터링(reality monitoring)‘이라고 하는데, 이 판단은 6세 아동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 이전의 기억은 거짓이었다 하더라도 판단할 수 없어 사실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 P152
뇌의 전전두 영역이 담당하는 ‘기억의 떠올림‘은 날짜를 알 수 없는 퍼즐 조각을 모아 하나로 조합하는 것에 비유된다. - P152
서술 기억은 의식적으로 떠올려진 ‘현재 기억‘, 비서술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상기된 ‘잠재 기억‘과 대략적으로 대응시킬 수 있다. - P154
일화 기억이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다‘는 정보를 포함한, 개인적인 사건의 기억이다. 그리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서술 기억) 특징도 있다. 한편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억(비술 기억)에는 기능, 습관 등이 있다. - P154
일화 기억과 기능, 습관 모두 장기 기억의 일종이지만, 일화 기억은 틀리기 쉽고 기능, 습관 등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 P154
우리가 기억하는 사건의 기억을 ‘즐거운 사건‘ ‘보통 사건‘ ‘싫은 사건‘으로 분류하면, 어떤 연구에서든 대체로 즐거운 사건의 기억이 약 50%로 가장 많다고 한다. 보통 사건의 기억은 약 30%, 싫은 사건의 기억은 약 20%라고 한다. - P154
강한 감정을 가지면 일반적으로 기억 정도는 낮아진다. 또 그 기억을 떠올릴 때는 ‘소스 모니터링‘이 실패하기 쉽다. - P154
7가지 기억 오류
①건망(망각이나 병적인 것, Transience)
②부주의(계획을 깜빡 잊음, Absent-Mindedness)
③방해(이름을 까맣게 잊음, Blocking)
④혼란(데자뷰등, Misattribution)
⑤암시(출생시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 Suggestibility)
⑥편향(바이어스 등, Bias)
⑦고집(이른바 트라우마 등, Persistence) - P154
한국에서 출간된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memory))(한승)에서는 1. 소멸, 2. 정신없음, 3. 막힘, 4. 오귀인(誤歸因), 5. 피암시성, 6. 편향, 7. 지속성으로 번역 - P155
눈 같은 감각 기관은 뇌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입력한다. 우리가 의식하는 것은 그 일부일 뿐이며 게다가 그 일부가 뇌의 해마에 기억된다. 만일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바로 용량을 초과할 것이다. - P154
기억이 바뀌기 쉽다는 점은 사용하기에 따라 유용하기도 하다. 기억은 변하기 쉽다는 바로 그 점으로 인해, 시험이나 어려움 같은 힘든 기억을 세월이 지난 다음 긍정적으로 되새기기도 한다. - P154
‘기억은 항상 정확하다‘라는 말은 잘못된 믿음이다. 평상시에도 사실 우리는 주의를 기울인 것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50원짜리 동전을 보지 않고 정확하게 그릴 수 있을까? - P155
기억은 삶의 바탕이지만, 오류는 늘 있을 수 있다. 틀리기 쉬운 특징을 잘 살펴, 제대로 대처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 P155
돌발적으로 마주친 강도 사건은 놀라움과 공포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 상황에서는 ‘흉기 주목 효과(터널 시야)‘ 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흉기에 주의가 집중된 나머지, 범인의 얼굴과 복장 등의 배경 정보를 지각할 수 없고 기억조차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 P155
흉기에 주목하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하나는 놀람과 공포가 시각적인 주의의 범위를 좁힌다는 것. 다른 하나는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주의가 흉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칼이 부엌에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만일 침실에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 P155
긴장감(스트레스와 각성의 정도)이 너무 강하거나 약해도 기억력(억의 효율)은 떨어진다는 관계성이 알려져 있다. 긴장감에는 최적의 수준이있다. 흉기 주목 효과는 긴장감이 지나치게 강한 상태에 해당한다. - P155
기억은 오감 정보가 입력된 뇌 안의 ‘해마‘가 관장한다. - P155
개인적인 기억이나 강도를 만났을 때처럼 강한 감정을 동반하는 기억에는 급격한 감정 변화, 즉 정동(情動)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특히 큰 역할을 한다. 그런 부위의 대표적인 예가 ‘편도체‘이다. 뇌의 좌우편도체가 손상된 환자는 감정에 호소하는 이야기를 들은 1주일 후, 그 이야기에 관한 질문의 정답률이 보통 사람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 P155
해마와 편도체는 진화 과정에서 비교적 일찍 나타난 ‘오래된 뇌(대뇌변연계)‘이며 그것들과 새로운 뇌(대뇌 신피질) 사이에 회로(기억에 관여하는 파페츠 회로, 감정에 관여하는 야코블레프-나우터 회로)가 만들어져 있다. - P155
원주율을 몇 만 자리까지 암기할 수 있는 사람은 무의미한 숫자의 나열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가공해 기억한다. 이와는 달리, 주변의 정보를 가공하지도 않고 그대로 모두 기억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지닌 사람들이 있다. 그런 능력을 ‘과잉 기억(hypermnesia)‘이라고 한다. - P156
우리의 귀와 눈에는 항상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들어온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으므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입력된 정보 가운데 필요한 정보에만 주의를 기울여 선별함으로써 의식적으로 ‘보고‘ ‘듣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 P156
과잉 기억 증후군인 사람들은 이런 의도적인 정보 선별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정보에 특정한 이미지나 감정을 더해 기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정보가 무기질 정보로서 기계적으로 기록된다. - P156
우리의 기억은 그것이 떠올려져(상기되어) 여러 차례 사용되지 않는 한 서서히 희미해진다. 슬픔이나 힘든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나는 예외는 있어도, 강한 슬픔과 분노의 감정은 대부분 시간과 함께 조금씩 희미해진다. 그러나 과잉 기억을 지닌 사람은 그런 기억조차 잊혀지지 않아, 그 기억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 P156
과잉 기억을 지닌 예 가운데서도 더욱 특이한 예로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 있다. 서번트 증후군은 선천적인 것이지만, 드물게 사고 등으로 뇌에 장애를 입어 후천적으로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예도 있다. - P156
서번트 증후군인 사람(서번트)은 대부분 놀라운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눈앞의 사물을 마치 사진을 찍듯이 기억할수 있으며,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재현해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리에 대한 예민한 기억력을 지녀, 한번 들은 음악을 세세한 부분까지 재현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또 여러 연도의 연월일과 요일을 정확하게 기억해, 무작위로 제시된 과거와 미래 특정 날짜의 요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답하는 ‘캘린더 계산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다. - P156
서번트는 언어를 관장하는 좌뇌에 선천적으로 어떤 장애가 있어, 그 기능을 우뇌로 보충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 P156
우리의 뇌는 언어와 수학적인 능력을 관장하는 좌뇌와 회화와 음악, 공간적 지각력을 관장하는 우뇌가 뇌들보(뇌량)라는 조직으로 연결되어 있다. - P156
"한쪽 뇌의 기능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쪽 뇌의 기능이 활성화하는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 P156
실제로 많은 경우, 서번트가 발휘하는 일은 회화와 음악의 뛰어난 우뇌적 기능이다. 한편, 언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아 학습 장애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증 환자(선천적 뇌 기능 장애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장애 등을 지님) 가운데 10~25%가 서번트라고 한다. - P156
우리는 보통 매일의 사건(일화 기억)이나 일반적인 지식(의미 기억) 정보를 장기 보존할 때는 대뇌 피질에 보관한다. 한편, 운동 방법이나 습관 같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절차 기억)은 뇌 안의 대뇌 기저핵에 보관한다. 절차 기억은 일화 기억보다 잘 잊혀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서번트의 놀라운 기억력도 대뇌 기저핵에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P157
대뇌 기저핵은 대뇌 피질보다 안쪽에 있다. 설치류에서 영장류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대뇌 피질만큼 발달하지 않은 장소로, 진화적으로 보다 오래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P157
‘메타 기억‘이란 자신의 기억에 대한 판단을 가리킨다. 눈앞의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모를 때, ‘예전에 기억했던 단어인데 단지 의미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처음 보는 단어이다‘와 같은 식으로, 일반적인 기억 활동보다 한 단계 위에서 자신의 기억상태를 판단하는 것이 메타 기억이다. - P158
기억을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하거나 기억한 것을 잊지 않게 하는 방법(메모를 하거나 운율맞추기를 하는 것)을 생각하는 능력도 이 메타 기억이다. - P158
메타 기억 능력이 높으면 보다 효율적인 기억 방법을 통해 행동 패턴을 바꾸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매일 출근하기 전에 필요한 소지품을 잊지 않기 위해 열쇠와 교통카드, 사원증 등 하나하나의 이름을 기억하기보다 이것을 하나로 묶어 현관에 놓아둠으로써 기억 용량을 절약할 수 있다. - P159
행동을 습관화하는 식으로, 어떤 정보를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판단함으로써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게 된다. - P159
메타 기억력이 높은 사람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감각도 매우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가끔 강한 불안과 초조감이라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 P159
"기억이 희미해지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다시 한번 상기하는 방법 등을 통해 기억을 유지하면 좋다." - P159
메타 기억 능력이 높고 낮음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어느 정도는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일기나 수첩에 기록하며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스스로 모니터링함으로써 자신이 기억하기 쉬운 방법을 확인할 수 있고 메타 기억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 P159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머리가 유난히 큰‘ 동물이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뇌를 가지고 있다. 뇌가 커짐에 따라 인간은 매우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를 갖게 되었다. 인간에게 특히 발달한 것은 대뇌의 전전두 영역으로, 메타 기억도 전전두 영역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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