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약물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얘기들을 했었는데 오늘도 그러한 취지와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감기로 열이 나는 것‘은 ‘몸이 열을 냄으로써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중‘이며, 맑은 가래와 콧물이 나오는 것‘은 ‘목과 콧속의 분비물을 내보내는 중‘이라는 것이다. - P345

"항생제도 그 어떤 약도 감기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이안 M. 폴 박사)" - P345

"앞으로도 하나의 감기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영국 카디프대학교 감기연구소 소장 로널드 에클스)" - P345

"감기약보다 더 큰 약 시장은 아마 없을 것이다(하버드대학교 의료사회학 주임교수 마르시아 안젤)" - P345

감기가 악화되어 폐렴으로 진행되지만 않는다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으면서 2~3일 정도 푹 쉬면 회복된다 - P346

충수염(맹장염)이나 폐렴과 같은 급성질환,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처는 병원에 가야만 하지만, 만성질환은 병원 신세를 져도 극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는 드물다 - P346

어떤 의사도, 신약도 환자 자신의 자연치유력 없이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 P346

양약이란 결국 대부분이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물질로, 보통은 천연 약제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가지 약을 복용하면 그 약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또 다른 약을 복용해야 하고, 그 결과 몸에 또 다른 이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악순환의 시작 - P346

아프면 괴롭고, 따라서 몸이 편해질 수만 있다면 어떤 약이든 복용해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약효가 강하면 그만큼 부작용이 강하고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 - P346

환자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워 견딜 수 없던 증상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그 약에 강하게 의존하게 되고, 따라서 그 약을 끊을 수 없게 되지만, 강한 의존성이 바로 양날의 칼이 된다 - P346

통증이나 불편이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약(강력한 효과가 있는 약을 처방하는 병원과 약국은 환자들로부터 ‘용하다‘는 평가를 받아 인기가 높지만, 그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P346

열이 올라가는 단계에서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시고, 이불을 덮고 땀을 푹빼는 옛날 치료 방식이 더 합리적이고 효과도 더 좋다. 자신보다 환자를 더 사랑한 의사로 유명한 곤도 마코토 박사의 설명이기도 하다. - P347

사람의 신체는 체내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경고를 울리고 동시에 면역기능을 발동시켜서 숙주(몸의 주인) 에게 전하여 스스로 고치려고 한다. 그 경고가 바로 통증 등의 불쾌한 증상인 것이다. 그런데, 통증 등으로 괴로울 때 불쾌한 증상을 순식간에 진정시켜 주는 약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구세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약들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와 경고를 느끼지 못하도록 차단하여 마치 화재 감지기 혹은 경보기를 꺼둠으로써 정작 화재 발생 시에 대피와 진화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국에는 심각한 건강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 P347

독감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해열제로 열을 낮추면 면역력이 억제되기 때문에 해열제 덕택에 열이 내리더라도 독감 바이러스는 오히려 증가해 감염력이 더 높아진다. 열이 내리면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 독감 환자가 외부활동을 함으로써 독감을 퍼트리기도 한다. - P347

열을 낮추는 해열제나 기침약 등 불쾌한 증상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의 약‘은 몸을 잠시 편하게는 해 주겠지만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한다 - P348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전부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몰아내려고 싸우고 있는 신호인데, 대증요법 약은 이런 우리 몸의 치유력을 방해할 뿐이라는 것 - P348

염증이란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공급받으려고 혈류를 늘리는 반응으로, 몸에 꼭 필요하고 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생기면 불편한 증상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약부터 찾게 되는데, 이때 복용하는 약들은 대부분 신경안정제나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들이고, 심지어는 면역억제제와 같은 약도 있다. 이런 약들은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를 증가시키려는 반응을 억제하는 물질, 즉 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통증을 줄이는 약으로, 증상을 억누르기만 할 뿐 몸을 회복시키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런 약들은 몸의 해독 기관을 통해 배출되어야 하는데, 몸의 해독기관인 간과 콩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간과 콩팥을 손상하게 된다. - P348

서양 의학과 의술이 가장 잘 발달한 나라 중 하나인 영국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환자에게 항생제를 함부로 투여하지 않는다. 반면, 서양 의학과 의술을 뒤늦게 도입한 한국에서는 오히려 약물의 효과를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환자나 보호자들이 가벼운 염증이나 감기 등 사소한 질병으로 인한 잠시의 불편도 참기 힘들어하고 조급해하여 병원에 찾아가고, 의사들 또한 너무도 쉽게 항생제를 처방하고 남용하여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 P350

습관적으로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이다. - P519

모든 항생제는 유익균을 파괴하고, 유해균을 잘 증식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 이 때문에 장 기능이 약해져 장염 발생률이 증가한다. 항생제는 유해균을 죽이는 한편, 과도하게 복용하면 몸속 유익균까지 죽여 어린아이의 면역력도 저하시킨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질환에 걸리게 되면 몸속 성장호르몬이 성장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몸의 회복에 쓰이게 되므로 아이들의 키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 P351

우리나라의 이러한 현상은 불편한 증상을 빨리 없애는 것이 최고의 치료라고 생각하는 환자와 의료인이 만났기 때문이다. 당장의 불편함을 없애 주는 처치라도 해 주어야 하는 의료인이 환자를 소위 대증요법(對症療法)으로 치료한다면, 일시적으로는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으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는 않기 때문에 증상을 억누르는 효과가 끝나면 우리 몸은 살기 위해 더 큰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1~2알의 약으로도 잘 듣던 증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세 알, 네 알, 나중에는 한주먹의 약을 먹어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 P351

시판 중인 합성 비타민제, 칼슘제 등 건강기능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에 관하여 최근 들어 의학계를 중심으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무용론자인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 정책학과 교수는 "비타민C, 종합비타민제, 홍삼, 오메가3, 루코사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은 99% 효과가 없다"고 단언한다. - P352

건강기능식품 무용론자들은 국제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들에 실린 ‘메타분석‘ 결과를 강력한 근거로 제시한다. - P352

메타분석(meta-analysis)이란 같은 주제로 시행된 개별 임상시험 연구 결과들을 모아 통계적으로 종합 분석하여 그 결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연구방법을 말한다. 다른 결과가 나온 임상시험도 종합분석 대상에 포함된다. 의학계에서 가장 신빙성 높은 연구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최근엔 임상시험뿐 아니라 개별 관찰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것도 메타분석이라 한다. - P352

2007년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렸다. 종합비타민제에 든 베타카로틴, 비타민A, 비타민E가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16년간 발표된 68편의 임상시험(연구 대상자 23만 명)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였다. - P352

자연식품을 섭취해 얻은 영양소들은 몸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지만, 인공보충제들이 천연식품과 화학구조가 같다고 해서 효과까지 같다고 말할 순 없다. 게다가 인공 보충제들은 원료 추출 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될 수도 있고 제품화 과정에서 투입되는 여러 성분들로 인해 부작용이 유발될 가능성도 있다. - P352

영양제는 부작용이 없다는 믿음 역시 과학적 근거가 없다. 실제로 과거엔 칼슘 보충제를 먹으면 골다공증과 골절이 덜 생기는 것으로 알았지만, 칼슘제 섭취가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비타민C 보충제나 홍삼 등에 대해서도 건강기능식품 무용론을 주장하는 의학자들은 이를 ‘플라시보(placebo, 僞藥) 효과‘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 P353

질병과 싸우는 특성으로 건강을 지키는 피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은 식물의 천연 성분인데 음식을 통해서만 몸에 들어올 수 있다. 음식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얻을 수 없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비타민 보충제보다는 천연식품을 먹는 것이 더 좋다. - P353

피토케미컬(phytochemical(s)]: 식물생리활성영양소. 식물내재영양소라고도 한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을 뜻하는 영어 피토(phyto)와 화학을 뜻하는 케미컬(chemical)의 합성어이다. 식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종류의 화학물질을 아우른다는 뜻에서 복수형으로 쓰기도 한다. 식물의 뿌리나 잎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화학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식물 자체에서는 자신과 경쟁하는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각종 미생물·해충 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화학물질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항산화물질이나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작용을 해 건강을 유지시켜 주기도 하는데, 미국·캐나다·일본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 P353

건강보조제는 비타민이나 미네랄 그리고 식이섬유 등 특정 성분을 응축한 것으로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부자연스러운 산물이다. 특정의 성분만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보조제는 이른바 ‘죽은 식품‘이다. 그러한 부자연스러운 산물을 흡수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 있는 것에서 그 생명을 느끼면서 영양을 흡수하는 것이 좋다. - P353

‘건강을 약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자 - P353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에 걸리면,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약을 장기복용하면 특정 영양소가 결핍돼 우리 몸에 크고 작은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약은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몸속 영양소를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거나, 합성하지 못하게 막아 몸속 비타민·미네랄 같은 주요 영양소를 고갈시킨다. - P354

‘드럭 머거(drug muggers, 영양소를 빼앗는 강도짓을 하는 약)‘ - P354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몸속 영양소가 고갈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이뇨제(고혈압약) 장기 복용 환자의 98%가 비타민B1이 결핍되어 있었고(캐나다 오타와병원, 2003), 스타틴(고지혈증약)장기 복용 환자의 체내 코엔자임Q10의 양은 16~54% 감소되었으며(미국 예일대, 2007), 메트포르민(당뇨병약) 장기 복용 환자 30%의 체내 비타민B12의 양은 14~30% 감소되었다(미국 미시건대, 2014)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약으로 인해 체내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몸에 생각지 못한 이상 증상이나 질병이 생긴다. - P354

"의사나 약이 지나치게 나서면 도움을 주려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에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명언이다. 장수하는 사람은 약을 먹지 않는다. - P355

질병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의료인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있고, 의사나 약이 때로는 매우 효과적인 도움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진짜 주치의는 역시 자기 자신이다. 의사는 조력자일 뿐이다. 약은 절실히 필요한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늘 지나치게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자기 안의 생명력‘, 즉 자연치유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 P355

‘병은 스스로 고치는 것이다‘ 혹은 ‘스스로 낫는 것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있었던 말이다. 당시의 의료시설인 아스클레피온(Asclepion)에서는 환자가 찾아오면 먼저 ‘스스로 병을 고칠 의지‘가 있는지 물어서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면 입원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럴 의사가 있다고 하면 입원을 허락하였다고 한다. - P356

아스클레피온(Asclepion) : 터키 서부 페르가몬 (Pergamon) 유적지에 있는 고대 의료시설이자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이다. 그리스 신화의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에게 봉헌된 신전으로 A.D. 1세기 경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설립자는 토착 귀족이었던 아르키아스(Archias)로 알려져 있다. 본래는 신전의 기능만 했으나 이 지역 출신의 의사이자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그리스 등지에서 의술을 익힌 갈렌(Galen, AD. 131-210)에 의해 의료 시설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마사지, 진흙 목욕, 약초 등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 및 해몽을 통한 심리분석이 이곳에서 시술되었다고 한다. - P355

자기치유력(자연치유력)은 환자 자신의 속에 있는 생명력의 작용이다. 자기치유력이 높아지면 자신의 속에 있는 생명력이 강해져 약은 필요없어진다. 꾸준한 걷기 실천으로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 P356

"한 번에 세 종류 이상의 약을 처방하는 의사는 믿지 말라. 5종류 이상의 약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하다. 흔히 약의 ‘부작용(side effects)‘이라고 부르는 것은 약해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구실(핑계)일 뿐이다. 즉, 약의 작용은 전부 ‘주작용(main effects)‘이며 병을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병을 가져오거나 악화시키고,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한 것이다." 이는 곤도 마코토 박사의 경고이다. - P356

의사의 규칙(A Little Book of Doctors‘ Rules, 1992)

•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 P357

약물 복용을 줄이는 대신 올바른 식생활과 꾸준한 걷기 실천으로 자연치유력, 자신의 속에 있는 생명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 올바른 식생활과 꾸준한 걷기 실천으로 자기주도형 건강관리를 하면 아무런 약을 먹지 않고도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 - P357

미국에서는 50%, 유럽에서는 30~50%의 환자가 침, 뜸, 한방의학, 요가 등의 전통의학이나 척추지압요법, aroma-theraphy, 동종요법 등의 보완대체의료와 같은 ‘병원 외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의료또는 근대서양의학과 함께 전통의학과 보완대체의료를 활용하는 의료 의료계에서는 ‘통합의료‘라고 부른다. 통합의료를 통해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줄일 뿐 아니라 매년 늘어나는 의료비도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다. - P358

동종요법(homeopathy, 同種療法): 히포크라테스는 건강한 사람도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질병 원인과 같은 물질을 소량 사용하면 그 증상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였다. 이것을 1790년대에 독일의 의사 사무엘 하네만(Samuel Hahnemann)이 발전시켜 개발한 것이다. 동종의 물질을 써서 치료한다는 유사성의 법칙(Law of Similar)에 근본을 두고 있어 유사요법이라고도 한다. 이에 비해 환자의 증상 또는 원인을 억제하거나 증상과 반대되는 작용을 유발시켜 치료하는 것을 이종요법(異種療法, allopathy)이라고 한다. 이종요법은 역종요법과 함께 현대 서양의학의 주된 치료방법이다. - P358

의사들은 병을 놓칠 것을 우려해 데이터를 가능한 한 많이 모으는 경향이있는데, 이는 데이터 없이는 아무런 진단도 내리지 못하는 의사가 늘어난 탓이기도 하다. - P359

의사의 검사 중에는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가 꽤 포함되어 있지만,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환자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데다가 검사를 많이 할수록 병명도 정확히 알 수있을 것이라는 오해까지 더해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 P359

MRI는 강력한 자장이 발생되어 심장에 부담을 주고, CT는 1회 검사만으로도 방사선 피폭량이 상당하다 - P359

CT 스캐너는 한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데(MRI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 입장에서는 거액을 들여 구입한 검사기기의 본전을 뽑으려면 ‘상태를 확실히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말로 검사를 가능한 많이 권유한다 - P359

검사별 방사선 노출량은 흉부 단순방사선 촬영은 0.02, 유방촬영술은 0.27, 골밀도 검사는 0.004, 상부 위장관조영술은 2.6. 대장조영술은 7.2. 복부 CT는 10, 흉부 CT는 8. 저선량 폐CT는 1, 척추 CT는 4, 전신 PRT는 7.03이다[단위: 밀리시버트(mSv)].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본 검진을 받았을 때 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2.49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 단위)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서 일반인에게 허용하는 연간 방사선 노출량(1mSv)을 초과하는 수치이다. CT 등 선택검사를 포함해 최대 방사선 노출량을 계산해 보면 평균 14.82mSv에 달했다. 최대 노출량이 30mSv 이상인 검진 기관은 31곳(10.5%)으로 나타났고, 여러 부위의 CT와 전신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을 동시에 선택하면 최대 노출량은 40.1mSv로 치솟았다. 검진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은 매년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 사람이 근거 없이 과도하게 CT검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P359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1년 치 방사선 피폭량으로 1mSv 이하를 권장하고 있는데,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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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가을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알라딘 드립백이 새로 나오면 거의 빠짐없이 구입해서 마셔보는 편이기에 이번 패키지에 들어있는 거의 모든 드립백들을 최소 한 번이상은 경험했었는데, 특별히 이번 패키지에서는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로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제가 마셔본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은 뜨거운 물에 내린 뒤 서서히 식히면서 마셨을 때 오렌지의 상큼함과 팝콘의 고소함과 다크 초콜릿의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지는 드립백 커피였습니다.

제가 앞서 소개한 이 '드립백 인도 리버데일' 외에도 이미 마셔본 사람들 사이에서 맛과 향이 좋다고 검증된 6가지 유형의 각각 다른 드립백들이 이번 '드립백 가을하다'에 함께 패키징되어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져서 조금씩 추워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하루를 시작하기 전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줄 따뜻한 커피가 생각날 때 '드립백 가을하다' 패키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듯 합니다. 하나 더 보태자면 포장디자인도 세련되게 나와서 주변 지인분들께 가벼운 선물로 드려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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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친형이 희귀한 병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세상은 멈추지 않고 평소와 같이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꼈을 저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하기가 힘들다.

거리는 조깅하는 사람,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누군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들 세상이 멈추는 일은 없으리라는 증거들로 넘쳐났다.

우리는 ‘경배‘를 할 때 아름다움을 이해한다. ‘통곡‘을 할 때 ‘삶은 고통이다‘ 라는 오래된 격언에 담긴 지혜의 의미를 깨닫는다.

위대한 그림은 거대한 바위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냉혹하고 직접적이며 가슴을 저미는 바위 같은 현실 말이다.

모든 의미에서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미드타운의 분주한 행인들 틈에 섞였다. 운 좋게 얻은 전도유망한 직장이 있는 마천루의 사무실로는 더 이상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를 쓰고, 꾸역꾸역 긁고, 밀치고 매달려야 하는 종류의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잃었다. 거기서 더 앞으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움직이고 싶지가 않았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는 침묵 속에서 빙빙 돌고, 서성거리고, 다시 돌아가고, 교감하고, 눈을 들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슬픔과 달콤함만을 느끼는 것이 허락되었다.

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나는 뉴욕의 훌륭한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눈여겨 봐왔다. 보이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들이 아니라 구석마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있는 경비원들 말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해결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것일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세상에서 빠져나가 온종일 오로지 아름답기만 한 세상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속임수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보자르Beaux-Arts 양식(19세기 중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

"세상에, 얘야, 그림 속 벌거벗은 여자들이 진짜가 아니란 건 알잖아..."

"손은 호주머니 밖으로 빼둬야 한다고. 알잖아, 신사답게 말이야."

"그래, 그러는 널 뭘 하는데?" 조니가 말한다. "그 빌어먹을 조각상들이랑 수다나 떨면서 가만히 서 있는 것 빼고."

클립 온 타이(와이셔츠 가장 위 단춧구멍에 고리를 끼워 매는 간이 넥타이)

여기선 누구든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고 아무도 그런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는 그 나무의 가지만큼 뻗어나간다고들 한다. 그건 대중들이 알고 있는 미술관의 크기만큼 끝이 없는 공간을 전시관들 아래에 있는 두 개 층에 확보하고 있는 메트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재능 있는 경비원이라면 미술관 전체를 입체적으로 머릿 속에 떠올리며 어느 지하 화장실 앞에 섰을 때 아즈텍 신들이 머리 위에 있고, 그 위에는 세잔의 사과들이 있다고 알려줄 수 있는 정도가 된다.

재능이 모자란 나는 이따금 목재 공방, 플렉시글라스 공방, 보존 작업 스튜디오와 수장고 그리고 무기류 수리실을 지나며 기상천외한 방향들로 방황하다가 우연히 찾은 계단들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예술의 세계 어디쯤에 착륙하게 됐는지를 발견한다.

아프로퓨처리스트Afrofuturist(아프리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기술 과학적 상상을 접목하는 문화적 장르)

"저기요, 이거 진짜예요?"

우리가 언제든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장소인 박물관

책으로 읽는 것과 예술품을 직접 보는 경험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의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해가 뜨고, 지고, 또 뜬다. 나일강은 범람하고, 물러났다가 또다시 범람한다. 별들은 한자리에 선 관찰자의 주위를 절대적인 규칙에 따라 회전하며 거대한 시간의 바퀴 또한 망자들을 처분하고, 새로 태어난 이들을 성숙과 숙성을 겪게 해 죽음으로 안내한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실제로 변하는 것은 없다.

사업가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나에게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일도 없고, 추진할 프로젝트도 없고, 지향하는 미래도 없다. 이 일을 앞으로 30년 동안 한다 해도 아무런 발전이 없으리라는 이야기다.

나는 어디로도 가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장벽같은 마감 기한

나는 밝은 조명들에 눈이 한참 멀어 있었다.

나는 누가 봐도 이 일을 하는 척만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그마저도 실패했다. 그러나 그것에서 교훈을 얻기보다 최면 같은 합리화의 안락함 속으로 후퇴하기를 택했다.

내가 만약 덜 ‘대단한‘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그동안 틈틈이 내 생각들을 흐릿하게나마 적어두었을테고, 영감을 주는 주제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과감히 도전해 글을 써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빅 리그였기에 내 생각에 스스로 족쇄를 채웠고 야망은 이상하리만치 줄어들었다.

동료들과 나는 일주일, 40시간 내내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대사회의 사무실 관습에 따라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관습에 따라 책상에서 책을 펼 수도, 머리를 식히는 산책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모두가 그렇듯 인터넷을 뒤적이고 책을 읽지 않는 법을 배우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점점 진흙탕 속으로 가라앉았다. 오래지 않아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게을러진 것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맨해튼 중심부를 발밑에 둔 번쩍이는 고층 건물의 권위 있는 직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 불과한 것이었다. 받은 메일함, 보낸 메일함, 전송.

담배를 피우는 몇 분 동안만큼은 나는 허클베리 핀이었다. 세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더 깊고, 내 의견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강을 지긋이 바라보는 허클베리 핀. 그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아문-레Amun-Re(이집트 나일강 하류에 위치한 테베에서 숭배되던 바람과 공기의 신 ‘아문‘과 태양신 ‘레‘ 혹은 ‘라‘ 가 합쳐져 탄생한 신)

핫셉수트의 조각상은 원래 예술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트의 세계에 여왕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렇기에 더욱 더 그 무심함이 두드러진다.

사람의 몸은 남지 않는다.

스톡홀롬 증후군 (인질이나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가해자들에게 공포나 증오가 아닌 애착이나 온정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인 현상)

이상하게 한두 시간 동안이라면 고통스러울 일도 아주 다량으로 겪다보면 견디기가 수월해진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일이 끝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는 사치스러운 초연함으로 시간이 한가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구식의, 어쩌면 귀족적이기까지 할 삶에 적응해버렸다.

여신 이시스Isis (이집트의 아홉 주신主神 중 하나로 하늘의 신 호루스를 낳은 신성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받들어진다)

애스터 코트는 명나라 학자의 정원을 미술관 내에 재현한 곳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흡수할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종류의 경험

시각 예술은 그 획들을 화면에 잡아두며 끝나지 않는 공연을 펼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너그럽게 느껴진다.

보는 이의 시점을 기준으로 풍경이 수평적으로 멀어지며 거리감이 생기도록 하는 원근 기법인 평원平遠

콜로폰Colophon(책 등의 간행본에서 출판한 때, 곳, 간행자 정보 등을 적은 페이지. 간기刊記라고도 한다.)

보통 나는 중국어 구절들에 시간을 전혀 할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 뭐라고 쓰여있는지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로 형용하기에는 너무나 미묘하고 또 너무 순수하게 시각적인 것들이다. 이런 순간에 얼마나 많은 감각적인 경험이 언어의 틈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지 깨닫는다.

서예가들의 기술과 관록은 예술 행위의 가장 근원적인 충동을 고도의 기교를 통해 보여준다. 빈 표면에 짙은 자국을 남겨 그것을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은 그런 충동말이다.

‘비단에 수묵‘은 자비라고는 바랄 수 없는 재료다. 어떤 경우에도 다시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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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다. 본문의 주요 배경이 미술관이다보니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데, 이를 계기로 예술 분야에도 얼마간의 배경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단순한 배경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말하고자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100자평과 리뷰들을 간단히 살펴봤다. 간혹 보이는 후기들 중에 전문가의 시각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으로 예술작품을 바라봐서 아쉽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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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의 어머니가 큰 아들의 죽음을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 어디 막연하고 막다른 곳에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해낼 수 있는 것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어디에서 일하든 생각 없이 다니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해.

너와 나, 우리는 거장들과 함께 일하는 거야. 두초, 페르메이르, 벨라스케스, 카라바조.

모린Maureen형(두루 친절하고 인정을 베푸는 사람을 뜻하는 대명사)

아버지는 언제나 자신의 재능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비롯한 부지런함이라고 말했다.

예술가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

예술만이 가진 특별한 힘

수많은 방문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신비로운 감정에 반응 하는 것

위대한 책과 위대한 예술은 나에게 그렇게 엄청난 것으로 다가왔다.

소리 없는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인식을 뛰어넘어 현실 세계에서 나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줄 언어를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형인 톰이 갑자기 병상에 눕게 되면서 모든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

정작 나에게 아름다움, 우아함, 상실 그리고 어쩌면 예술의 의미를 가르쳐준 것은 그런 조용한 공간들이었다.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열한 살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그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고 찢어지는 듯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고 싶었다.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엉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아침은 늘 쥐 죽은 듯 고요하다.

그저 나와 렘브란트, 나와 보티첼리, 나와 실제로 거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라 믿어질만큼 강렬한 환영들뿐이다.

전시관을 거닐다 보면 낯설고 먼 땅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옆구리를 찌르는 동반자도 없이 혼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도시를 돌아다녀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놀랍도록 몰입하게 되는 경험인지 알 것이다.

그림을 보다가 페르메이르가 포착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가끔 친숙한 환경 그 자체에 장대함과 성스러움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가 바로 그 느낌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형 톰의 병실에서 끊임없이 들었던 느낌이었고, 쥐 죽은 듯 고요한 메트의 아침이면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느낌이기도 했다.

베네치아라는 이름도 ‘바닷물처럼 푸른‘이라는 뜻의 라틴어 ‘베네투스venetus‘에서 파생한 것이다.

16세기 베네치아의 가장 위대한 화가는 ‘티션Titian‘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다. 마치 물웅덩이와 적포도주를 섞어서 색을 빚어내기라도 하듯 그는 자신이 그려내는 광경을 장미빛으로 감쌌다.

아도니스는 죽고 비너스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빠져 그의 흐르는 피에서 붉은 아네모네 꽃이 피어나도록 한다. 아네모네라는 이름은 ‘바람에서 태어나다‘라는 뜻이다.

작품이 내 안에 불러 일으키는 감각

살아 숨 쉬는 기억, 살아 숨 쉬는 마법, 살아 숨 쉬는 예술... 뭐라 불러도 좋지만 그 자체로 완전하고,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인간의 영혼이 그랬으면 하는 바로 그 상태 말이다.

밝고, 더 이상 단순화할 수 없고, 퇴색하지 않는 이미지

미술관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느끼고 싶은 것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수난‘이라 번역되는 영어 단어 ‘Passion‘은 원래 ‘고통을 받다, 견디다, 참아내다‘ 라는 의미다. 예로는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 종교적 자학,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수탄, 피에타 등이 있다.

옛 거장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에너지를 전부 쏟아, 한 사람의 짧고 힘든 삶을 통해 모든 경의와 두려움을 묘사한 것 같다.

옛 거장들은 예수의 삶에서 가장 반향이 큰 부분은 그의 인생이 시작된 지점과 끝난 지점이라고 확신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부활, 승천, 왕좌에 앉은 그리스도와 같이 초인간적인 존재로서의 그리스도를 묘사한 그림들보다 인간의 육신을 가졌을 때의 모습을 묘사한 장면들이 대여섯 배는 많았다.

그가 고통을 받고 있는 그림에서는 머리 뒤의 후광이 아니라면 그가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힘들 정도다.

베르나르도 다디에게 그림은 고통스럽지만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생각을 돕는 도구였을 것이다.

나는 예수의 그림들에서 새롭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찾는데 관심이 없다. 내가 이해한 건 다디는 고통 그 자체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의 그림은 고통에 관한 것이다. 고통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문을 막히게 하는 엄청난 고통의 무게를 느끼기 위해 그림을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림의 정수를 보지 못한 것이다.

많은 경우 위대한 예술품은 뻔한 사실을 우리에게 되새기게 하려는 듯하다. ‘이것이 현실이다‘ 라고 말하는 게 전부다.

나도 지금 이 순간에는 고통이 주는 실제적 두려움을 다디의 위대한 작품만큼이나 뚜렷하게 이해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내 그 사실을 잊고 만다. 점점 그 명확함을 잃어가는 것이다.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보듯 우리는 그 현실을 다시 직면해야 한다.

동생에게 형은 언제나 다 큰 어른인 법이다.

"너나 내가 기계를 만든다면 논리적으로 접근하겠지. 최소한의 부품을 써서 깔끔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지만 살아있는 자연은 전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아. 겹치는 것도 엄청나게 많고, 빙빙 돌고. 주제 하나를 놓고 수백만 개의 변형을 만들어내. 그래서 4분의 3쯤 잘못돼도 생명체는 죽질 않아. 그 결과로 생기는 게 골드버그 장치 같은 건데, 무지 튼튼한 골드버그 장치인거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괴상하고 엄청나게 여러 겹을 가진 물건이 탄생하는 거야. 글자 그대로 상상이 불가능한 물건. 무슨 말이냐면 우리 두뇌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고 엄청난 것이 작은 세포 안에 숨겨져 있다는 예기야."

살아있는 모든 건 단 하나의 세포에서 진화했다는 사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톰의 왼쪽 다리에 있던 세포 하나가 변이를 거쳐 군대를 일으키고 그를 포위하게 되리라는 걸 알지 못했다.

라인배커(미식 축구에서 상대팀 선수들에게 태클을 걸며 방어하는 수비수)

결혼식이 끝나고 형은 왼쯕 허벅지에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그해 11월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방사선 치료와 화학 요법이 계속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7년 1월, 암이 폐에 전이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가 하는 일, 그러니까 생물 수학이 웃기는 게 가끔은 나도 장외 홈런을 치기도 한다는 사실이지.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야. 멋들어진 순수 수학뿐 아니라 우리가 관찰과 본능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이 실제로 자연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거든. 믿기 힘든 일이지.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많은 순간 진심으로 겸손한 마음이 들어."

"뭔가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긴 하겠지."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위대한 예술이 그렇게 쉽게 평범한 환경과 섞이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었다. 그 전까지는 늘 그 반대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대성당 벽에 그린 작품이나 고전이라 불리는 책으로 남긴 위대한 예술은 입을 헤 벌린 채 쳐다보는 것 혹은 눈을 크게 뜨고 뚫어져라 보아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수난극처럼 숭고한 이야기마저 가깝고 신비스럽지 않은 이야기, 바로 그 병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을 숨김없이 표현하려는 시도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녘이었을 것이다. 나와 함께 형의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바라봤다. 어머니는 잠이 든 아들을 보고, 나를 보고, 새벽빛을 보고, 아픈 몸을 보고, 그 끔찍함을 보고, 그 우아함을 보았다.

"우리 좀 봐." 어머니가 말했다. "봐, 지금 우리가 바로 옛 거장들이 그렸던 그런 그림이잖아."

스물여섯 살짜리 아들을 땅에 묻은 후에 자신의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혹은 되지 않는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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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그렇지만 명보는 서운하지 않았다. 수년째 비슷한 경험...

1년 전 오늘 읽었던 내용 중에 첫 번째 밑줄 친 문장이 가슴깊이 와닿게 느껴졌다. 핵심은 평소 아무리 친하던 사이라도 돈 문제가 개입되면 금세 냉랭한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이 소설 속 배경인 일제시대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이와 관련해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돈이 피보다 진하다‘

어떤 분들에겐 좀 씁쓸하게 들릴수도 있는 말이지만, 피가 섞인 가족끼리든 혹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친구나 이웃끼리든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돌변하는 경우들이 우리 사회에 부지기수인건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참 돈이란 게 많으면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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