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어비앤비 사례가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한 얘기가 좀 더 이어진다.

이후에 저자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컨셉 만들기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사람은 어떤 시대든 여행을 하고 누군가와 만나고 연결되기를 바라지요. 전 세계적으로 인간관계가 약해지고 많은 선진국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내가 속할 곳이 있다는 느낌은 앞으로도 점점 더 귀해질 겁니다.

에어비앤비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새로운 기업이지만, 컨셉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에 뿌리를 두었습니다. 그렇기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 아닐까요?

현대의 비즈니스에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을 통해 그 비즈니스가 무엇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기의 시대에 왜 초가 존재하는가. 왜 우주로 향하려 하는가. 왜 커피를 마시는가. 왜 음악을 듣는가. 왜 그 옷을 입는가. 왜 그 책을 읽는가. 왜 타인의 집에 묵는가. 즉, 컨셉 만들기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누구나 각각의 범주 안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규칙 아래 경쟁한다면, 오직 차별화만이 쟁점이 됩니다.

겉모습을 꾸미거나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거부하며 평범함을 사랑하는 ‘놈코어Normcore‘ 스타일

일부러 술을 멀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라이프 스타일

사람들은 ‘무엇을 살 것인가‘에 앞서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또한 ‘그것은 무엇인가what‘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why‘ , 다시 말해 존재의 의미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첫 번째로 컨셉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명확한 판단 기준을 부여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무수한 의사 결정의 연속이지요. 그럴 때 컨셉은 독자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컨셉이 없다면 일반적인 합리성이나 비용같은 수치에만 기대어 결정을 내리게 되겠지요.

컨셉의 두 번째 역할은 만드는 대상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컨셉이 없으면 큰 방향성부터 세세한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적합하게 만들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컨셉은 고객이 지불하는 ‘대가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소비자는 4분의 1인치 드릴을 원하는 게 아니라, 4분의 1인치 구멍을 바라는 것이다." 라는 경영학자 시어도어 래빗Theodore Levitt의 말

사물 자체가 아닌 사물이 존재하는 의미를 포착한 컨셉은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컨셉은 의사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되고,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며, 대가의 이유가 됩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그리는 도면처럼 근거가 되어주지요.

만드는 사람에게 컨셉이란 ‘가치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셉을 설명할 때 ‘의미‘와 ‘가치‘라는 단어는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의미는 가치에 앞선다‘

색을 겹쳐 윤곽을 부드럽게 흐리는 스푸마토 기법

<모나리자>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1911년에 일어난 도난 사건이었습니다.

‘도둑맞은 명화‘라는 의미는 곧 가치로 되돌아왔습니다.

사람은 사물에서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가치를 느끼는 존재 - P41

컨셉 만들기란 의미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일 - P41

전체와 부분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컨셉과 구성요소가 ‘왜‘Why‘와 ‘무엇‘what‘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 P44

초보자에게 컨셉을 써보라고 하면 대부분 ‘무엇을 what‘과 ‘어떻게how‘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이를테면 스타벅스를 ‘여유로운 공간에서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장소‘라고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분적인 설명은 가능하더라도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지 등 다른 요소를 판단하는 기준은 되어 주지 못합니다.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것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니까요. - P45

흔들림 없는 ‘왜‘ 컨셉으로서 경영의 중심에 자리해야만 ‘무엇을‘, ‘어떻게‘와 같은 구성 요소를 각기 다른 시대에 걸맞게 다시 해석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 P45

효과적인 컨셉의 4가지 조건

1. ‘고객의 눈높이‘에서 썼는가
2.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가 있는가
3. ‘규모‘를 예측할수 있는가
4. ‘심플한‘ 말로 썼는가 - P50

컨셉은 ‘누구‘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가 명확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뻐하는 고객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말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기술을 먼저 말할 것인가, 고객의 입장에서 말할 것인가. 이 2개의 문구를 나누는 것은 관점입니다.

자기만족으로 끝나느냐, 고객의 말로 바꿀 수 있느냐. 바로 여기서 컨셉을 만드는 사람의 실력이 드러납니다.

나 또는 내가 속한 팀만의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디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에는 의미가 없다

브랜드의 고유한 의미를 파악했다

모든 면에 능한 사람은 컨셉을 쓰기 어렵다

상식이나 절대 선을 컨셉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온전히 사랑받기 위해서는 때로는 미움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처럼‘도, 스타벅스의 ‘제3의 장소‘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결정하는 동시에 어떤 사람이 대상에서 제외되는지를 명확히 드러내지요.

"모두를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면 결국 아무도 기쁘게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큰 사랑을 받으려면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컨셉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각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즈니스의 컨셉은 어느 정도 규모가 보여야 합니다.

해당 컨셉으로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규모가 보장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몰두해야 할 지점은 감동을 극대화하는 것

시장의 성장이 더딜 때는 더 많은 고객이 있는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됩니다.

타깃 고객이 바뀔 때, 바로 그때가 컨셉을 대대적으로 바꿀 타이밍입니다.

컨셉은 자기 혼자 읽고 만족하는 시詩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끊임없이 비즈니스의 목표와 대조하며 검증해야만 좋은 컨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객의 눈높이에서 쓰였고, 아무리 독자적이며, 아무리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해도 말이 쉽고 간결하지 않으면 컨셉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컨셉은 쉽게 이해되고 기억할 수 있으며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짧고 쓰기 쉬운 문장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기호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면 당연히 조직 내에서도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습니다. 말이 복잡하면 애써 만든 컨셉일지라도 제안한 사람을 넘어 널리 퍼져나가지 못하지요.

군더더기를 버리면 ..(중략)..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체온을 뜨겁게 만드는 말인가‘

제안자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잔뜩 들뜬 모습으로 설명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천문학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이에 더해 점성술에 관한 내용들도 나온다.

해와 별은 계절, 식량, 기후를 다스리고 달은 바다의 조수간만과 여러 동물의 생활 주기 그리고 인간의 월경 주기를 다스린다고 생각했다. 자손의 번성에 목말라 하던 종種에게는 월경의 주기성이 아주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 P112

월경의 영어 표현인 ‘menstruation‘의 어원은 달을 뜻하는 ‘moon‘ 에 닿아 있다. 순수 우리말 표현인 달거리 에서도 우리는 ‘달을 볼 수 있고, ‘월경月經의 ‘월月‘ 역시 달을 뜻한다. - P111

하늘에 해, 달, 별 말고 또 다른 종류의 천체가 있는데, 사람들은 이것들을 ‘떠돌아다니는 별‘이라는 뜻에서 통틀어 행성行星, planet이라고 불렀다. - P112

행성들은 우리에게 멀리 있는 별들이 이루는 고정된 별자리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달에 걸쳐 행성의 겉보기 운동을 관찰해 보면이 별자리에 들어 있던 행성이 저 별자리로 이동하고 가끔은 느릿느릿
‘공중제비‘를 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하늘의 여러 천체들이 모두 인간의 삶에 심오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겼다. 해와 달은 물론 별 또한 계절의 오고 감을 알려주지 않는가? 그렇다면 행성들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점성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112

점성술에 따르면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날 때 어느 행성이 어느 별자리에 들어 있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수천 년 전부터 행성의 움직임이 국왕과 왕조와 제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P113

점성술사는 행성의 운동을 연구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번에 금성이 염소자리에 들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나 보고 기억해둔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도 그런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겠는가를 점치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미묘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이 아주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 P113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성술사는 국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정식 점성술사가 아닌 사람이 함부로 하늘의 뜻을 읽는 일은 중죄로 다스리는 나라가 많아졌다. 왜냐하면 현 체제를 전복시키려면 국왕의 몰락을 예언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황실 점성술사가 틀린 예언을 한죄로 사형을 당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실제 사건과 딱 맞아 떨어지도록 사건이 벌어진 뒤에 아예 기록을 뜯어 고친 경우도 있었다. 그리하여 점성술은 관찰과 수학, 철저한 기록과 엉성한 생각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거짓말이 묘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발달했다. - P113

점성술의 역사가 얼마나 긴지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단어의 어원에서 알아볼 수 있다. 재해를 뜻하는 ‘disaster‘는 그리스어로 ‘나쁜 별‘이란 뜻이고,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influenza‘는 이탈리아어로 별의 ‘영향‘을 뜻하는 ‘influence‘에서 온 말이고, 건배를 뜻하는 ‘mazeltov‘는 히브리어(본질적으로는 바빌로니아어)로 ‘좋은 별자리‘ 다. ‘shlamazel‘ 이라는 이디시 어는 악운이 끊이지 않고 겹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이 역시 바빌론의 천문학 용어에서 나왔다. - P114

플리니우스Plinius의 주장에 따르면 로마에는 ‘sideratio‘ 라 하여 ‘행성에 얻어맞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로마 인들은 행성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여겼던 것이다. 여기에서 ‘고려하다‘는 뜻의 ‘consider‘를 살펴보는 일도 유익할 것이다. 이 단어는 ‘행성과 함께‘라는 뜻인데, 진지하게 생각할 때에는 반드시 행성을 함께 고려했어야 했나 보다. - P115

국가 단위의 점성술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개인의 운수를 가늠하는 점성술은 여전히 우리 가운데 횡행한다. - P115

서양 점성술에서는 사람이 출생할 당시 각 별자리의 위치를 그 사람의 천궁도天宮圖, 즉 호로스코프horoscope라고 한다. - P115

이런 ‘예언‘은 예언이라기보다 충고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하라."라는 식이지,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것이다."는 아니다. 그리고 일부러 일반적이고 아주 모호한 표현을 써서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게 한다. - P115

점성술의 실효성 여부는 쌍둥이의 삶을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 P116

점성술사들이 내리는 예언을 잘 조사해 봤더니, 사람의 태어난 시간과 장소만 가지고는 그의 성격이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 P116

지구라는 행성 위에 있는 국가들의 국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 P116

모든 국기 중 거의 절반 정도에 천문학적 상징물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것은 문화권을 초월하고 사상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볼 수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 P117

저마다 하늘의 힘과 영원무변함을 현 국가 체제에 빗대어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은 코스모스에 연줄을 대고자 안달을 하며 산다. 우리도 그 큰 그림의 틀 속에 끼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연줄이 닿아 있었다. 그 연줄은 점성술이 둘러대는 식의 개인적이고 자잘하며 상상력이 결여된 그런 수준의 관계가 아니었다. 인간과 코스모스의 관계는 물질의 기원을 통한 관계이다. 그것은 생명을잉태할 수 있는 지구, 인류의 진화 그리고 우리의 운명이 걸린 지극히 심오한 연줄인 것이다. 
- P117

현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점성술도 따지고 보면 그 기원이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 Claudius Ptolemaeus에까지 올라간다. - P117

프톨레마이오스는 2세기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일하던 대학자였다. 이러저러한 행성이 여차저차한 해의, 또는 달의 "집"에 올라섰다는 둥, "물병자리의 시대"라는 둥의 난해한 점성술 풀이들이 다 프톨레마이오스로부터 나왔다. 프톨레마이오스는 바빌로니아 시대부터 내려온 점성술 전통을 체계화했다. - P118

프톨레마이오스는 사람의 언행이 행성과 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믿었을 뿐 아니라, 키, 얼굴색, 성격, 게다가 선천적인 장애도 별의 다스림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 P118

천문학은 과학이고 우주를 있는 그대로 보는 학문이다. 점성술은 사이비 과학으로 확고한 근거 없이 여러 행성이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 P119

천문학자로서 프톨레마이오스가 이룩한 업적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별들에게 이름을 붙여 줬고 그들의 밝기를 기록하여 목록을 만들었고 지구가 왜 구형인지 그럴듯한 이유를 제시했으며 일식이나 월식을 예측하는 공식을 확립했다. 그리고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아마도 행성들의 이상한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우주의 모형을 제시한 것이리라. 그는 행성 운동의 모형을 개발하여 하늘의 신호를 해독하고자했다. - P119

프톨레마이오스는 하늘을 연구하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는 그것을 "나는 한갓 인간으로서 하루 살고 곧 죽을 목숨임을 잘 안다. 그러나 빽빽이 들어찬 저 무수한 별들의 둥근 궤도를 즐겁게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나의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게 된다."라는 기록으로 표현해 놓았다. - P119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과 달과 별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땅은 안정되어 있고 단단하고 고정적인 데 반하여 그 외의 천체들은 매일같이 뜨고 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느 문화권에서나 지구 중심 우주관이 하나의 보편타당한 자연 진리로 서슴없이 받아들여졌다. - P119

이 시점에서 요하네스 케플러 Johannes Kepler가 남겼다.는 기록을 다시 읽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따라서 달리 교육을 받지 않는 한 누구나 ‘지구는 커다란 집과 같다. 그 위를 덮고 있는 둥근 천장이 하늘이고 집과 천장은 고정되어 있다. 천장 안에서 매우 작은 태양이 새가 허공을 누비며 날아다니듯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P120

고대 이집트인들이 화성을 가리키는 여러 가지 이름들 중에는 "세크데드 에프 엠 케트케트sekded-ef em khetkhet"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거꾸로 가는 자‘라는 뜻이다. 이것은 거꾸로 가거나 공중제비를 넘는 듯한, 화성의 겉보기 운동이 갖는 특성을 의식해서 붙인 이름이 틀림없다. - P120

가뭄, 역병, 사상 간의 무서운 대립 속에서 허덕이던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만병통치약은 미신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로지 변함없어 보이는 것은 별들뿐이었다. 그래서 공포에 질린 유럽 인들의 집 안뜰과 선술집에서는 고대의 점성술이 번성했다. - P126

정다면체는 다른 정다면체 안에 꼭 맞게 들어갈 수 있다. 정다면체들의 이러한 관계가 태양과 행성들 사이의 거리를 결정한다면 완전한 형상인 정다면체를 통해서 행성의 상대 배치에 숨겨진 근본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 P128

"이 지루한 과정에 진력이 나시거든, 이런 계산을 적어도 70번 해본 저를 생각하시고 참아 주십시오." - P137

기원전 6세기의 피타고라스로부터 플라톤,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케플러 이전까지 살던 기독교 세계의 천문학자들은 모두 원이 ‘완벽‘한 기하학적 도형이므로, 행성들은 마땅히 원 궤도를 따라 돌아야 한다고 믿었다. 행성들은 하늘 높이 자리 잡고 있어, 이 땅의 ‘부패‘로부터 거리가 먼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신비와 ‘완벽‘을 겸비한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P137

갈릴레오, 튀코 브라헤, 코페르니쿠스도 행성이 운동하는 길은 원이라고 못박아 두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원형이 아닌 궤도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라고까지 단언했는데, 왜냐하면 "최상의 모습으로 창조된 신의 피조물을 감히 불완전하다고 여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 P137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케플러도 지구와 화성이 태양 주위를 원 궤도를 따라 돈다고 간주하고 튀코 브라헤의 관측 결과를 이해하고자 고심했던 것이다. - P137

거룩한 분의 섭리로 우리는 튀코 브라헤라는 성실한 관측자를 가질 수 있었다. 그의 관측 결과는 …………… 이 계산의 오차가 8분이라고 판단해 줬다. 하늘이 주시는 선물은 감사히 받아들여야 마땅하거늘. 내가 8분의 오차를 모른 체할 수 있었다면 나는 내 가설을 땜질하는 식으로 적당히 고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무시될 수 없는 성질의 오차였다. 바로 이 8분이 천문학의 완전 개혁으로 이르는 새로운 길을 내게 가르쳐줬던 것이다. - P138

원 궤도와 실제 궤도를 분간하는 일은 우선 측정값이 정확해야 가능했고 비록 자신의 이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측정값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 P138

원 궤도와 실제 궤도를 분간하는 일은 우선 측정값이 정확해야 가능했고 비록 자신의 이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그 측정값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 P138

"어디나 조화로운 비율이 장식처럼 박혀 빛나는 이 우주이지만, 그러한 조화의 비율도 경험적 사실에 반드시 부합해야 한다." 케플러는 여기서 원 궤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신성한 기하학에 대한 그의 신앙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영혼에 가해진 충격을 감수해야만 했다. - P138

케플러는, 천문학이라는 마구간에서 원형과 나선형을 쓸어 치우자, "손수레 한가득 말똥"만 남았다고 했다. 원을 길게 늘인 달걀의 모습(타원)을 그는 이렇게 말똥에 비유했던 것이다. - P138

결국 케플러는 원에 대한 동경이 하나의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구도 코페르니쿠스가 말한 대로 과연 하나의 행성이었다. 그리고 케플러가 보기에 지구는, 전쟁, 질병, 굶주림과 온갖 불행으로 망가진, 확실히 완벽과는 아주 먼 존재였다. 이런 지구를 완벽하다고 믿었다면 나머지 행성들도 완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다른 행성들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케플러는 고대 이래 행성이 지구처럼 불완전한 것들로 구성된 물체라고 이야기한 몇 안 되는 인물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만일 행성이 ‘불완전‘하다면, 그 궤도 역시 불완전하지 않겠는가? - P139

케플러는 달걀 모양 곡선을 여럿 시험해 보았다. 열심히 계산해 내려가다 산술적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래서 옳은 답인데 틀린 것으로 여겨 버렸고) 몇 달 뒤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타원의 공식을 이용하여 분석을 다시 시도했다. 그 공식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가 처음 만들어 낸 식이었다. 결과는 튀코 브라헤의 관측값과 완전히 일치했다. - P139

"자연의 진리가, 나의 거부로 쫓겨났었지만, 인정을 받고자 겉모습을 바꾸고 슬그머니 뒷문으로 들어왔으니・・・・・・ 아, 나야말로 참으로 멍청이였구나!" - P139

케플러는 이렇게 해서 화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원 궤도가 아니라 타원 궤도를 따라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행성들의 궤도도 타원이기는 하지만 화성의 궤도보다 훨씬 더 원에 가깝다. 튀코 브라혜가 화성이 아니라, 예를 들어 금성의 움직임을 연구해 보라고 부추겼다면 케플러는 영영 행성의 진짜 궤도 모양을 발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 P139

태양은 타원 궤도의 중심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중심을 조금 비껴나간 초점에 자리한다. 행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행성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행성이 태양에서 가장 먼 곳에 이르렀을 때 궤도 속도가 가장 느려진다. 이러한 운동 때문에 행성이 태양을 향해 떨어지는 중이지만, 절대로 태양으로 곤두박질하지는 않는다. - P139

행성의 운동을 규정한 케플러의 첫 번째 법칙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제1법칙,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 P140

일정한 속도로 원 운동을 하는 행성이라면 중심각이 같은 부채꼴의 호로 또는 그 부분의 원둘레를 도는 데 같은 시간이 걸린다. - P140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행성과 태양을 이은 선은 타원 내부에서 부채꼴 형태의 영역을 쓸고 지나간다. - P141

행성이 태양 가까이 있을 때 주어진 시간 동안 행성과 태양을 이은 선은 호의 길이가 길어 넓적한 모양의 부채꼴을 그리며 간다. 그러나 부채꼴의 넓이는 호의 길이만큼 크지는 않은데 이것은 행성이 태양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행성이 태양과 멀리 떨어져 있을때에는 행성과 태양을 이은 선이 역시 같은 시간 동안에 훨씬 짧은 호와 뾰쪽한 모양의 부채꼴을 그리지만 부채꼴은 더 넓게 펴진다. 행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케플러는 궤도가 아무리 심하게 찌그러진 타원이라도 이 두 넓이가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41

행성이 태양과 멀리 있을 때의 길고 뾰족한 부채꼴의 넓이는 행성이 태양과 가까이 있을 때의 짧고 넓적한 부채꼴의 넓이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것이 행성의 운동을 규정한 케플러의 두 번째 법칙이다.

제2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 P141

우리는 중력이란 힘으로 지구 표면에 붙어서 우주 공간을 날아다닌다. - P141

행성 탐사를 목적으로 우주라는 이름의 바다에 진수시킨 인공위성들의 궤도 운동, 쌍성계를 이루는 두 별의 상호 궤도 운동 그리고 외부 은하들의 운동 등을 살펴보면 케플러의 법칙이 어디에서나 성립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온 우주 어디에서나 천체들은 케플러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 P142

케플러는 "조화 harmony" 라는 한마디 말로 그가 알고 있던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행성 운동에서 볼 수 있는 질서와 아름다움 그리고 그것을 기술할 수 있는 수학적 공식의 존재, 게다가 음악에서의 화성음 등을 "조화"라는 개념 속에 포함시켰다.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얼마 전에 읽었던 저자의 전작인《최재천의 공부》에서 만나봤던 부분들이 나와서 내용을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
.
하지만 계속 읽다보니 이전 저작에서 못봤던 내용들도 일정부분 수록되어 있어서 저자가 살아왔던 인생과 그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여기 별도로 자세하게 밑줄치진 않았지만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것 중 하나로 저자가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라는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제돌이는 돌고래의 이름 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 돌고래를 야생으로 방류하는 것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었는데 p.130에 밑줄 친 문장에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를 선택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가 자유라는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덧붙이자면,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목숨이 붙어있더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과 단지 생계만을 목적으로 내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것은 그 삶의 만족도 같은 질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 혹은 꿈꾸던 일을 하지 못하고 생을 살아간다면 마음 한켠에 늘 아쉬움이 상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위에 나온 돌고래 사례에서도 결국 돌고래가 있어야 할 곳은 담장 안에 갖힌 동물원보다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야생 바다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돌고래의 머릿속에 들어가 본 게 아니라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돌고래든 사람이든 관계없이 타자에게 속박되어 있기보다는 자기자신에게 선택권이 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좀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임과 동시에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도 그저 저자나 나의 생각일 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p.129)고. 어떤 이들은 자유보다는 그냥 누군가에게 소속되어서 그들의 지시에 따라 시키는대로 일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라는 것에 가치를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나 취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각자 자기의 성향에 맞게 스스로의 포지션을 잘 선택하면 될 듯하다. 단지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가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일 뿐 타인이 왈가왈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게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또한 이 돌고래 방류 사례의 뒷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숙론‘ 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p.137에서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는 말을 하는데, 애초에 정책 따로 대책 따로 만들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시민과 단체의 대표들이 마주 앉아 격렬한 숙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덜하다(p.137)고 저자는 말한다. 독자인 나는 이런 생각을 미처 해보지 못했었는데, 저자의 얘기를 듣고나니 그 의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개인적인 창의성은 주로 홀로 있으며 몰입할 때 나타난다. - P75

황동규 시인은 외로움과 ‘홀로움‘을 구별한다. 그는 ‘홀로움‘ 을 ‘환해진 외로움‘이라고 묘사한다. 스스로 선택한 혼자 있음은 사무치는 외로움이 아니라 혼자서도 충만한 ‘홀로움‘이다. ‘홀로움‘은 말하자면 ‘자발적 외로움‘이다. 자발적이고 철저한 자기 시간 확보가 창의성과 생산성을 담보한다. - P75

매사를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나의 하루가 스물다섯 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이 정해준 일정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삶을 끌고 갈 수 있어 나는 늘 여유롭다. - P76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자는 우선 말을 잘해야 한다. - P77

자연계에서 가장 탁월한 언어를 구사하는 동물인 호모 사피엔스 사회에서 리더는 무엇보다 먼저 말을 조리 있게 할 줄 알아야 한다. - P77

우리는 자연계에서 유일하게 문자를 개발해 사용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 사회에서는 말하기 못지않게 글쓰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침팬지와 달리 우리 삶에는 모든 갈래마다 그 끝에 결국 글쓰기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글로 밥 벌어 먹고사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면에 어김없이 중요하다. - P78

말하기와 글쓰기는 성공적인 삶의 조건이다. - P79

말과 글의 재료는 어디에서 오나? 살면서 보고 듣는 모든 게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말하기와 글쓰기에 가장 훌륭한 자료는 읽기가 제공한다. - P79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기 마련이다. 많이 읽는 사람의 말과 글이 훨씬 풍성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 P79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를 뒤집으면 ‘왜 배우는지 알면 스스로 익힌다‘가 된다. - P82

다윈 이래 가장 탁월한 생물학자로 칭송받던 윌리엄 해밀턴 William Donald Hamilton은 이런 멋진 말을 남겼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Nature abhors pure stands." 순수하다고 배웠는데 순수를 혐오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말인가? 자연은 결코 순수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화한다. - P83

하버드대에서 고생물학을 연구했던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는 진화를 다른 말로 ‘다양화‘라고 불렀다.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다양화하는데, 그 속에서 그 일부로 살아 마땅한 호모 사피엔스는 악착같이 다양성을 파괴하며 산다. 나는 인간 불행의 근원이 어쩌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려는 무모함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P83

섞여야 새롭고 아름다워진다. - P85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의 시 <결혼에 대하여>는 자연과 우리의 삶을 적절하게 묘사한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P87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뭔가 중요한 질문을 할때 바로 들이대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고 알려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지극히 단순한, 그래서 별 준비 없이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던져준다. 그 사람이 답변하는 동안 할 얘기를 충분히 준비할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매우 현명한 기법이다. - P9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대담을 담당하는 우리나라 진행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후보자를 궁지에 빠뜨려야 훌륭한 진행자로 평가받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도대체 우리가 뽑으려는 대통령이 과연 어떤 대통령인지 묻고 싶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얼마나 잘 대처하는가를 평가하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혹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얼마나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할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에 능한 미꾸라지 혹은 기름장어를 뽑으려는 것인가? - P100

대담이나 인터뷰가 너무나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는 게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예능 프로그램에서나 하는 짓이다. - P100

브라운 백 런치 미팅Brown bag lunch meeting은 누런 종이봉투에 샌드위치 같은 점심을 싸 와 누군가의 발제를 듣고 숙론을 이어가는 편안한 공부 모임을 일컫는다. - P102

또래들 앞에서 면박당하거나 흠을 잡히고 싶지 않단다. - P103

때로 스스로 정상에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의 눈을 더 심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나는 그때 깨달았다. - P103

자존심 pride과 열등감inferiority complex은 동전의 앞뒤이거나 기껏해야 종이 한 장 차이다. - P103

하버드대 경영대에는 사례연구법 case method이라는 학습법을 개발해 유명해진 롤런드 크리스튼슨C. Roland Christensen 교수가 있었다. 사례연구법은 제한된 정보와 제약 조건을 안고 있는 실제 비즈니스 케이스를 두고 학생들 스스로 숙론을 통해 사업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연습하는 학습법인데, 지금까지도 세계 많은 경영대에서 수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 P104

학자에게 자유를 허하면 어떤 위대한 선물이 되돌아오는지 - P106

"이번 학기에 나는 여러분을 모두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선배들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요. 그런데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줄 수는 있는데 보좌관을 붙여줄 여력은 없습니다. 국회의원도 하고 보좌관도 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대충 그렇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사회적 이슈도 스스로 발굴하고 조사도 직접 해야 합니다." - P113

국회의원이 되면 각종 위원회에 소속되어 일한다. 나는 학생들 스스로 위원회를 구성하게 한다. 누군가가 특정 주제의 위원회를 제안하고 동조하는 학생이 많으면 위원회로 채택된다. - P113

일단 위원회가 구성되면 자체적으로 위원장과 사관史官을 선출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선시대처럼 사관을 정해 활동 기록을 꼼꼼히 남기도록 권고한다. 각 위원회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끊임없는 숙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 P114

자신들이 해온 일을 보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경험을 하는 것 - P114

나는 오래전부터 경협競協, coopetition 개념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경협은 보다시피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 - P114

자연계에서 종 간에 벌어지는 관계로 경쟁 competition, 포식 predation, 기생parasitism, 공생 mutualism, 네 가지가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가 경쟁이고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는 공생이다. 한편 한 종은 이득을 보고 다른 종은 손해를 보는 관계로 포식 또는 기생이 있다. - P115

나는 경쟁을 다른 관계들과 동일한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분할이라고 생각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원하는 존재들은 늘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은 맞붙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 외에도 포식, 기생, 공생 등을 고안해냈다. - P115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 집단이 무엇일까? 그건 고래나 코끼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식물, 즉 현화식물 flowering plants이다. 이 세상 모든 동물을 다 합쳐도 식물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지구는 누가 뭐라 해도 식물의 행성이다. - P115

자연계에서 수적으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누구일까? 단연 곤충이다. - P115

한곳에 뿌리를 내리는 바람에 움직여 다닐 수 없는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애써 꿀까지 제공하며 ‘날아다니는 음경‘을 고용하여 공생 사업을 벌였다. - P116

곤충과 식물은 결코 호시탐탐 서로를 제거하려는 무차별적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게 아니다.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살아남았다. 평생 생물학자로 살며 깨달은 결론은 자연이란 손잡은 생물이 미처 손잡지 못한 것들을 물리치고 사는 곳이라는 점이다. - P116

원고지 10매는 얼추 일간신문 시론의 길이로서 대중을 설득하는 데 가장 적절한 분량이다. - P117

"살아보니 이 세상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짓밟고 제거하며 올라서는 게 아니라 그들과 돕고 사는 가운데 내가 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려면 그들이 잠잘 때 나는 일어나 조금 더 일하고, 그들이 휴식을 취할 때 나는 조금 더 노력해서 한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는 것임을 터득했습니다." - P119

소통이 당연히 잘되리라 착각하기 때문에 불통에 불평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통은 안 되는 게 정상이라 해도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우리를 가리켜 사회적 동물이라고 규정했다. 소통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 P122

돌고래 야생 방류의 찬반을 묻는 설문이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나처럼 생각할 줄 알았다. 불법으로 붙들려 와 쇼에 동원됐던 돌고래를 고향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반대가 찬성보다 많았다. - P129

단 하루를 살더라도 자유를 선택할 겁니다. 이 세상에 대가 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없습니다. - P130

석사 박사 학위는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되었다고 수여하는 훈장이 아니다. 이제 홀로 설 수 있는 학자가 되었다는 뜻으로 주는 일종의 자격증일 뿐이다. - P131

우리에게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음을 곧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일 야생 방류 과정에서 어떤 작은 실수라도 일어나면 앞으로 이 땅에서 동물생태 복원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하리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감했다. 그래서 나는 오롯이 과학을 강조하기로 했다. - P131

‘배냇주름 fetal folds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몸통의 줄무늬 자국)‘ - P132

우리 사회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중에서 내가 가장 절묘하다고 생각하는 말이 있다. "정부는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대책을 만든다." - P137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놓든 그저 30분이면 초토화된다. 인터넷에는 비판이 넘쳐나고 정책의 영향을 입을 당사자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처음부터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시민과 단체의 대표들이 마주 앉아야 한다. 비록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덜하다. - P137

우리 사회의 모든 일이 전부 다 대의민주제 방식을 따를 필요도 없고 그게제나 효율적이지도 않다. 큰 틀에서는 대의민주제를 행하지만 그때그때 적절하게 직접민주제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P137

4차산업혁명이 몰고 올격변이 두려운 이유는 바로 연결성 connectivity에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개발해온 거의 모든 기술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떤 변화가 어떤 분야로부터 촉발될지, 그리고 그 영향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섭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P139

그동안 우리 정부가 늘 추구해온 지나친 ‘선택과 집중‘은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평가가 절실합니다. - P139

바하마에서 오랫동안 목회를 하다 2014년에 돌아가신 마일스 먼로 Myles Munroe 목사님은 비전vision을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는지 분석한 다음 거기에 통찰력을 발휘하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겁니다. - P140

예전의 ‘hindsight(사후 자각, 사후 진단을 바탕으로 통찰력을 기르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는 대개 어느 현자의 주관적 관찰이었겠지만 지금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 위에 놓입니다. 정확한 상황 파악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의 명석한 두뇌와 열정을 모으면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핵심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집단 지능 collective intelligence을 믿습니다. - P140

이미 짜여 있는 판에서 전술을 세우고 열심히 일하는 ‘전술국가가 있는가 하면 새로 판을 짜는 ‘전략국가‘가 있다 - P1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의 전작들에서 접했던 내용들이 일부 겹친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 제목에 나온 단어인 ‘미래‘ 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저자가 생각하는 미래의 공간들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새로운 뼈대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래 지난번 포스팅에서 마무리하려고 했었는데 밑줄쳐놓고 싶은 문장들이 추가로 보여서 몇 문장만 추가로 밑줄을 그어본다.

개인적으로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두 가지 선택안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독자인 나는 석유가 아닌 수소가 이 당시에도 한 가지 옵션이었다는 것에 대해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과학분야에 무지한 편이라 이런 놀라움이 우습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정도 찰나의 수치심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한것처럼 만약 19세기에 석유 대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면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삶과 환경은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물론 수소를 선택했을 때 우리가 알지못하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가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걸 보면서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문 내용에 따르면 저 당시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선택한 이유는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따졌을 때는 당연히 옳은 결정이겠지만 포괄적으로 혹은 전지구적으로 따져봤을 때 환경오염으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비용들은 감히 추산하기 힘들만큼 크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결과론적인 얘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당시 사람들이 미래 환경이 얼마나 오염될지 알았다면 당연히 그들도 석유대신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어쨌든 과거는 과거고 이런 역사를 통해 우리 세대는 뭔가 배우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어느정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도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p.359) 는 말을 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문득 든 생각은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인해 미래 세대와는 상관없이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과거 19세기든 현재 21세기든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설령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따른 선택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모여서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참 다행일텐데... 아무튼 미래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비전 없는 부동산 정책들과 세금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 P358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사회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출발선상에 섰다. 과거의 공간 모델로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 P358

이제는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새로운 도시 공간 시스템, 우리만의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 선진국 성공 사례를 찾아다닐 것인가. - P359

역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역사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는 없다. 미래는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인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시선의 초점을 과거에서 방향을 돌려, 미래를 향하길 바란다. 코로나라는 위기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P359

역사를 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가 있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수소보다 생산 단가가 아주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만약에 그 당시 사람들이 현명하게 수소를 택했다면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역사 중에 어느 시대의 선택이 이후 수백 년의 인류 역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금이 그런 시대다. - P359

기후 변화와 전염병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백 년 후의 인류 역사를 결정하는 거룩한 책임을 짊어진 세대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 P3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