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黃槿
제주도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만드는 식물 중 하나다. 첫눈에 보고 반해 모종을 구했으나 추운 겨울을 건너다 깨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재주 좋은 벗이 씨앗을 발아시켜 나눔한 것을 소중히 키우고 있다. 꽃 볼 날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깔끔하고 단정하며 포근하다. 이 첫 느낌에 반해 오랫동안 곁에 머물렀다. 연노랑의 색부터 꽃잎의 질감이 탄성을 불러온다. 바닷가 검은 돌로 둘러쌓여 아름답게 핀 모습이 꽃쟁이의 혼을 쏙 배놓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 Ⅱ급인 '황근'은 말 그대로 "노란 꽃이 피는 무궁화"다. 국화인 무궁화가 오래전에 들어온 식물이라면 황근은 토종 무궁화인 샘이다. 어딘지 모를 바닷가 검은 돌틈 사이에 제법 넓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올해는 고흥 바닷가에서 황근의 매력을 충분히 누렸다. 제법 큰 둥치로 자란 나무는 제주도에서 본 것 보다 컷으며 무리를 이룬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무리를 만나니 무척이나 반갑다.

무궁화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저버리는 하루살이라 꽃이다. 미인박명의 아쉬움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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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낭아초
가지마다 줄줄이 하늘 향해 꽃대를 올렸다. 꽃대마다 연분홍 꽃이 가득핀 나무는 틈을 보여주기 싫은 모양이다. 풀이 아닌데 풀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우리나라 남부의 낮은 지대나 해안가에 자라는 낙엽지는 작은키나무다. 낮은 지역의 따뜻한 곳에서 자란다.

꽃은 5~8월에 연한 적자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대에 모여 달린다. 꽃이 마치 촛대모양으로 위로 솟구쳐 올라간다.

낭아초狼牙草(狼-이리 낭/牙-어금니 아/草-풀 초)는 '이리의 어금니 모양을 한 꽃'을 피운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방에서 선학초(仙鶴草)라고도 부르는 낭아초는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꽃'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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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단
덕유산 향적봉을 지나 중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처음 만났다. 어디선 본듯 한데 도무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사진을 찍어와 검색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찾았고 그날이 첫 눈맞춤이었다. 올해는 멀리가서 만났다.

날마다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수많은 식물들의 사진을 보는 과정에서 이미 눈에 익었던 것을 보았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비교적 흔한 경험이라 그러려니 한다.

특이한 모습이다. 꽃은 층층으로 달리며 입술 모양으로 피는데 솜털이 많은 것이 털모자를 연상케 한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참 이쁘다.

속단續斷이란 이름은 끊어진 것을 잇는다는 뜻으로 약용식물로 사용된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어린 잎은 나물로도 사용되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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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바위취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곳을 두번째 방문하여 숲에 들었다. 나름 눈에 익혀둔 환경이라고 발걸음이 저절로 옮겨진다. 여전히 볼 수 있는 것만 볼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비슷한 시기라지만 며칠 사이에 변하는 것이 생태라 발품팔아 눈맞춤해야 비로소 실감한다. 이번에도 늦었지만 그나마 꽃을 달고 있는 것도 있어서 겨우 눈맞춤 한다.

바위취라는 이름은 바위에 붙어 있는 나물이라는 뜻이고 구실바위취도 그 종류 중 하나다. 백록색으로 피는 꽃이 핀다. 주로 관상용이며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인다.

자생지 및 개체수가 매우 적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 특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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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바늘꽃
어딘지도 모를 길을 따라나섰다. 비는 오고 길은 멀고 가파른 산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찌 알았는지 토끼 한마리가 앞장서서 깡총거리며 한동안 길을 안내하더니 목적지 인근에서 숲으로 사라졌다.

절정의 때를 놓쳤다. 꽃봉우리는 지고 꽃 몇개를 꽃대 끝에 겨우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첫만남은 강렬한 느낌을 남겼다.

바늘꽃은 꽃이 진 뒤 씨방이 마치 바늘처럼 가늘고 길게 자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꽃봉오리 모양도 길쭉하고, 꽃이 피었을 때 수술 꽃밥 끝도 바늘귀처럼 생겼다. 꽃은 연한 홍자색인데, 분홍색 꽃이 피는 종을 분홍바늘꽃이라고 한다.

큰바늘꽃, 버들잎바늘꽃이라고도 한다는 분홍바늘꽃은 청초라는 꽃말을 가졌다. 나만의 꽃사전에 새로운 종으로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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