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화
계절의 변화의 지표로 삼는 것들 중에서 꽃만큼 확실한 것이 또 있을까. 생의 주기가 짧아 사계절 중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초본식물로 계절의 변화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아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연한 자주색 꽃잎에 노랑꽃술이 유난히 돋보인다. 서로를 빛나게 하는 꽃잎과 꽃술의 어울림이 좋다. 모든 힘을 꽃에 쏟아부어서 그럴까 열매를 맺지 못하고 뿌리로 번식한다.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다.

가을을 밝히는 꽃이라는 의미로 추명국으로도 불리지만 서리를 기다리는 꽃이라는 뜻의 대상화가 정식 명칭이다. 봄맞이가 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름을 가졌듯 가을의 의미를 이름에 고스란히 담았다.

가을 서리에 맥 못추는 것들로 대표적인 것 역시 초본식물들이다. 이름에 가을의 의미를 품었지만 순리를 거스리지는 못한다는 듯 '시들어 가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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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콩
어릴적 기억으로는 돈부콩이었다. 다른 콩꽃에 비해 제법 큰 꽃이 핀다. 색감도 좋고 모양도 특이해서 지나치지 못하는 꽃이기도 하다.

울타리나 밭, 논두렁에서 주로 키워왔던 동부콩은 덜 익은 것은 밥에 넣어 먹고, 완전히 익은 것은 잡곡 또는 떡고물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꼬투리가 맺히고도 꽃은 여전히 피었다. 가던 길 멈추고 눈맞춤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이가 "이쁘요?" 라며 말을 건넨다. 씨익~ 웃으며 이쁘다는 말은 못하고 미소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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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홍
이게 무슨꽃? 글쎄요~
꽃 좋아하는 것을 아는 이들이 종종 물어본다. 산들꽃에 주목하다보니 원예용으로 키우는 꽃들은 도통 모르겠다. 내 뜰에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있지만 이름을 아는 것은 내가 심었거나 오래보아 이미 익숙한 것 이외에는 잘 모른다. 꽃에게도 편애가 심하다.

구슬 모양의 꽃이 달렸다. 핀듯 안핀듯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 간혹 눈길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계속된다고 하여 천일홍이라고 한다.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이 있으며 독특한 모양에 주목하여 화단에 주로 심는다. 토방 아래 나무데크 앞에 여름 내내 눈에 밟히던 꽃이다.

다양한 원예종을 들여와 정성을 들이는 것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안주인의 취향이니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이건 아닌듯 싶을 때도 있다. 그렇더라도 겨우 퇴근 해서야 보는 뜰이니 나로서는 별도리가 없다.

꽃의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성질 때문일까. 불전을 장식하는 꽃으로 애용되어 왔다고 한다. 불변, 매혹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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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덩굴
몇해 전 가시연꽃을 보자고 찾은 낯선 곳에서 가시연꽃은 흔적도 못보고 돌아서는 길에서 만났었다. 그후론 딱히 기억에 없는 것으로 보아 주목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이번에는 더위가 한풀 꺾인 시기에 물가의 비슷한 환경에서 만났다. 독특한 생김새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꽃과 열매를 한꺼번에 본다.

뚜껑덩굴은 물가에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열매가 익으면 뚜껑처럼 열리고 그 속에서 씨가 나온다 하여 뚜껑덩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덩굴을 이뤄 무성하게 주변을 점려하듯 자라는 모습에서 유해식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씨를 합자초인(合子草仁)이라 하며 어린순은 식용하고 열매는 약용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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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고 바람 적당한 날

무엇하나 서두를 것 없다는 듯

강은 고요하다.

이 고즈넉한 유혹에 한눈 팔다

저와는 상관도 없는

늦가을의 어설픈 함정에 빠졌다

머뭇머뭇

딴짓하다

붙잡힌 것은

ㆍㆍㆍ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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