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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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생 조언들을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한 아포리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긴 호흡으로 니체의 책들을 읽어보는 것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글보다는 짧은 영상인 쇼츠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을 위한 맞춤 책이 나온 것 같아요. 근데 왜 지금일까요, 지금 우리에게 니체의 말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삶에 지쳐버렸을 때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점차 절망적인 감정에 빠져들기가 쉬운데, 아마 그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왜 나만 힘들지'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인생이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건 본인의 소망일뿐이지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예요. 드러나지 않아서 모르는 것이지, 누구나 저마다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니 나만 힘들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고 지칠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니체는 "쉽게 지치는 사람들은 눈부신 태양이 비추고 있음에도 그 눈부심을 탓하며 평온한 그늘만을 찾아 헤맨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빛인 줄도 모르고 너무 뜨거워 움직일 수 없다며 탓만 하게 된다." (34p)라면서, 고통에 관한 생각조차 견디기 어려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했어요. 우리 삶에서 고통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착각이 우리를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것임을 니체는 지적하고 있어요.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탓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고통 없는 삶을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어요. "사람들과 시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고통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가다. 이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영혼의 고통에도 해당된다. 현대인들은 아마도 과거에 사람들이 폭력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폭력적이 되어야 했떤 시대와 비교하면, 신체적 고통에 대해 잘 모르는 허풍쟁이와 환상가일지도 모른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신체적 고문과 박탈을 오랫동안 견뎌냈으며, 고통을 자신의 보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봤다. 그들은 고통에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고, 기꺼이 고통을 가하며 다른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을 보고도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했다. (···) 이 시대의 사람들은 고통에 대한 일반적인 경험이 부족하고, 고통받는 장면이 드물기 때문에 고통을 더 싫어하고 나쁘게 여긴다. 실제로, 요즘 사람들은 고통의 생각조차 견디기 어려워하며 그것을 사회적 문제로 만든다. 비관주의적 철학의 출현은 실제 고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삶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이미 사람들이 겪는 작은 불편함을 너무나도 크게 느끼는 시기에 나타난다. 고통의 부족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적인 불편함을 극단적인 고통으로 여긴다. 비관주의와 과민성에 대한 해결책이 여기에 있다. "진짜 고통"을 경험하는 것. 결국, 고통에 대한 해결책은 고통 그 자체다." (61-62p)

니체가 소위 '망치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건 합리적 근대성마저 해체하고 완전히 새로운 철학을 제시했기 때문이에요. 비과학적인 미신, 맹신에 휩쓸리지 않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고 싶다면 진정한 나 자신을 먼저 찾아야 해요. 이 책에서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깊은 질문에 답하고, 깨달음으로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함께 하고 있어요. 우리가 오해받고 잘못 평가받으며 타인과 혼동되는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이라는 것,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 볼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대담한 탐험자가 되라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 고난을 겪을 각오를 하고 일어서기로 마음 먹는다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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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블렌딩 테크닉 - 티 전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홍차 언니’의 티 블렌딩 실전 기술
홍차언니(이주현) 지음, 정승호 감수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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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소믈리에 Tea Sommelier 또는 티 블렌딩 전문가 Tea Blending Master 를 아시나요.

향긋하고 맛있는 티를 즐겨 마시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배워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우선 이 책으로 차근차근 티 블렌딩에 대해 알아본 다음에 자격증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티 블렌딩 테크닉》 은 유튜브 티(tea) 전문 크리에이터 '홍차언니' 이주현님의 책이자 사단법인 한국티협회의 '티 블렌딩 전문가' 교육 과정의 지정 교재라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티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티 블렌딩의 기초부터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우선 산지에서 찻잔까지 원재료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공급망에 대한 기본적인 과정을 소개하고, 티 블렌딩에 관한 지식들을 차례대로 설명해주네요. 블렌딩의 종류와 재료의 구분, 다양한 목적에 따른 분류, 티 블렌딩의 과정, 가향·가미를 통한 플레이버 티의 창조 방법과 기술, 그리고 독자들이 직접 따라해볼 수 있는 셀프 브렌딩 사례가 나와 있어서 티 블렌딩의 기본을 배울 수 있어요. 본격적인 티블렌딩 실습을 하려면 깨끗한 작업 환경에서 자신이 창조할 블렌딩에 필요한 재료와 도구들을 준비해야 돼요. 티 블렌딩의 최종 목표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올바른 재료들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재료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고려하여 재료의 종류를 선정하는데 가능하면 품질이 높은 것을 사용해야 최종 블렌드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요. 최종 블렌드를 만들고 나면 향미를 테이스팅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하는데 수없이 많은 향미들을 판별하고 구분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꾸준히 실습과 훈련이 필요해요. 책에 티 소믈리에를 위한 플레이버 휠 FLAVOR WHEEL 이 나와 있어서 다양한 향의 그룹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어요. 블렌딩에 처음 입문한 사람이라면 원하는 향을 목표로 세우고 블렌딩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티 음료는 가향, 가미 여부에 따라 크게 세 분류, 즉 티 Tea, 플레이버드 티 Flavored Tea, 티(또는 플레이버드 티) + 식품첨가제로 나뉘고, 티 블렌딩의 주요 유형은 싱글 오리진 티, 싱글 오리진 블렌딩, 멀티 오리진 블렌딩, 블렌디드 블렌딩, 플레이버드 티 블렌딩, 허브 블렌딩이 있어요. 티 블렌딩에 관한 지식과 기술들이 상세하게 잘 설명되어 있고, 홍차언니가 직접 연출한 블렌딩 티 레시피 35종과 전 세계 25개국 고유의 클래식 블렌드 58종을 소개하고 있어서 맛있는 티를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티 브랜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신기했고 거기에 숨겨진 꿀팁까지 배울 수 있어서 흥미진진한 티 전문가 수업을 받았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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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 라이브 이론
폴 헤가티 지음, 윤상호 옮김 / 책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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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는 어떤 책일까요.

이 책은 도서출판 책세상이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펴낸 '라이브 이론(Live Theory)' 시리즈를 번역 출간한 것으로,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지적 원천들인 주요 이론가들의 사상과 활동, 인터뷰를 담아냈다고 해요. 우선 책 제목인 '장 보드리야르'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가장 뛰어난 사회 이론가로 불리는 인물이에요. 그의 핵심 사상은 상징적 교환과 시뮬라시옹 그리고 시뮬라시옹에서 도출한 가상 virtual 과 신체 body 에 대한 사고인데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는 보드리야르의 이론과 개념을, 이 책의 저자인 폴 헤가티 교수가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초기 저작을 읽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개념 자체는 단순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낯선 용어와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보드리야르가 처음 제시한 개념인 시뮬라시옹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뜻하는 프랑스어 시뮬라크르에서 나온 단어이며, 그 시뮬라크르가 작용하는 것을 말하는 명사형이 시뮬라시옹이에요.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단순화하면, 우리는 실재와 동떨어진, 실재는 없고 기호와 이미지만 넘치는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거예요. 현대 사회는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고 지배하는 현상, 그리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하이퍼리얼리티(시뮬라크르)에 포위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보드리야르의 문제의식은 전방위적이라서 이미지를 지탱하고 있는 실체가 사실은 공허한 것이며, 따라서 미디어, 역사, 정치, 철학 모든 영역에 걸쳐서 많은 것들이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허구라면서,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 문제적 발언은 실재의 걸프전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재의 걸프전이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을 생산하고 규정하며 대신하는지를 말하고자 했던 거라고 보고 있어요. 현재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시뮬라크르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너무나 소름돋는 통찰인 거죠.

저자가 2003년 4월, 장 보드리야르의 아파트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한국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한국인다음'입니다. 그들은 서양인들에게 '한국인다움'을 말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것이 그들에게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며, 그것을 발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와서 문화적 구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들은 둘 사이에 동일한 문제, 동일한 교차성에 갇혀 있어요." (214p)라고 말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무척 놀라지 않을까 싶네요. 중요한 건 보드리야르의 독창적인 시뮬라시옹 이론이 대중매체, 인터넷과 사이버 문화,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시대를 해석하는 탁월한 이론이며 포스트모던 문화이론과 철학, 미디어, 예술이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주체로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라이브 이론 수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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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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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

《나의 돈키호테》는 김호연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추억의 비디오 영화들과 그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열일곱 살에 쓴 일기장을 끄집어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쭉 써왔던 일기장을 어른이 된 뒤에도 보물단지마냥 보관하면서도 막상 꺼내 볼 마음은 들지 않았어요. 명작 소설도 아니고, 뻔히 알고 있는 내 이야기를 굳이 다시 봐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근데 이 소설을 읽다가 문득 일기장이 떠올랐고 과감하게 펼쳤다가 혼자 민망해서 끝까지 다 읽진 못했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그렇게나 자세히 시시콜콜 적어놨을 줄은 몰랐어요.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들이 소환되면서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그 안에서 나름 괜찮은 '나'를 딱 '한 줄' 발견해서 '휴~ 다행이다.'로 마무리했네요.

2018년, 주인공 솔이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대전 엄마 집에 내려왔어요. 방송국에서 잘 나가던 PD였지만 대표의 꼰대질에 참지 못해 대들고 메인 피디의 말을 어기고 맘대로 편집한 게 탈이 났던 건지, 결과적으로는 나이 서른의 실업자가 되었어요. 대전은 솔이가 태어난 고향은 아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내려와 중학교 3학년까지 고작 5년 남짓 지낸 곳인데 중학교 2학년 무렵에 동네 비디오 가게인 '돈키호테 비디오' 사장 아저씨(일명 돈 아저씨)와 친해지면서 또래 친구들과 라만차 클럽을 만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추억이 있어요. 우연히 한빈을 만나 돈 아저씨의 근황을 물어보니, 그 가게 건물 지하에서 글을 쓰던 돈 아저씨가 3년 전 아들인 자신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갑자기 사라졌고, 현재 건물주가 지하실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했다는 거예요. 돈 아저씨가 머물던 지하실에는 비디오와 DVD, 일반도서와 만화책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고, 솔이는 이곳에서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촬영하게 되는데, 콘텐츠는 영화 소개와 '돈 아저씨를 찾아라!'예요. 이 소설은 한빈과 솔이가 각자 다른 이유로, 돈 아저씨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숨겨둔 보물도 아니고 과거에 알던 아저씨를 찾으려고 애쓴다는 게 영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솔이의 마음과 동기화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진짜 재미있어서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열혈 구독자처럼 몰입했던 것 같아요. 특히 『돈키호테』 의 재발견, 아니 이제서야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솔이와 라만차 클럽의 아미고스를 통해 꿈과 희망, 자유를 새롭게 꿈꾸게 되었어요. 

자, 다 같이······ 바모스¡Vamos!



"돈키호테는 무슨 장르예요?"

"돈키호테는, 온갖 장르란다. 이 세계의 모든 게 담긴 용광로 안에서 끓고 있는 이야기인 거야." (9p)

"나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이름 짓고 살아왔지. 하지만 『돈키호테』 를 받아쓰면 받아쓸수록, 세상에 맞설 내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나는 돈키호테가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어. 돈키호테라면 벌써 그 모든 불의와 부패를 향해 몸을 던지지 않았겠니? 그런데 나는 한순간도 온전히 몸을 던지지 못했어. 그저 시늉만 한 거야. 나는 범접할 수 없는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며 그를 흉내 낸 산초일 뿐이더라고?"

"그럼 산초였던 나는, 나는 어떡하란 말이에요?"

"내 생각엔, 솔이 네가 돈키호테다. 나는 네가 비디오 가게에서 늘 TV 프로그램 보며 깔깔 웃던 게 기억이 나거든. 마치 브라운관으로 들어갈 것처럼 몰두했지. 그런데 나중에 네가 그런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는 얘길 듣고 정말 깜짝 놀랐어. 저렇게 솔이는 자기 꿈을 이루며 사는구나. 그때 나는 이미 널 돈키호테라고 생각했단다." (2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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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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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가까워졌을 무렵에 그가 무엇을 갖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편지를 받고 싶다고 말했어요.

돈으로 살 수 있는 선물은 많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은 드물잖아요. 편지는, 쓰기 전에 상대방을 떠올려야 하고 자신의 마음을 이리저리 들여다봐야 겨우 몇 줄을 적어낼 수 있기 때문에 쓰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 소중한 편지를 너무 오랫동안 잊은 채 지내왔다는 걸, 편지 가게 '글월' 덕분에 알게 됐어요.

《편지 가게 글월》은 백승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편지 가게 '글월'에서 일하게 된 효영이 다양한 사람들과 편지들을 만나면서 상처받았던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예요.

우선 편지 가게 '글월'을 소개하자면 편지지를 판매하면서 손님들에게 매우 독특한 펜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모르는 사람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을 때 펜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는데, 가게 안에 있는 원목 책상과 의자에 앉아 글월에서 마련한 편지지에 자신만의 문장을 쓰면 돼요. 편지봉투에 자기를 표현하는 형용사가 나열되어 있어서, 해당되는 항목에 동그라미를 치고 네모난 스티커 위에 자기만의 표식을 그려 우표처럼 붙이는 거예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편지, 다만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답장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글월은 편지를 전달하는 집배원이자 우체국 역할을 하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가족의 전 재산을 사기 당한 언니 효민 때문에 쑥대밭이 된 집을 수습하느라 대학 졸업 영화 촬영을 포기하게 된 효영은 막막하기만 한데, 사라진 언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효영 앞으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언니의 편지를 읽고 싶지 않은 효영은 편지를 피해 서울로 도망쳤어요. 스물여덟 나이에 가출한 효영은 편지 가게 '글월'의 점원이 되어 근처에 자취방을 구해 살고 있어요. 마음의 여유라고는 조금도 없는 효영이지만 글월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펜팔 서비스를 권하면서 효영의 마음에도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주고 받는 한 통의 편지가 이토록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고인 물은 썩듯이, 마음도 그 안에 진심들을 표현하지 못하면 곪아서 아프게 되나봐요. 근데 펜팔, 편지를 통해 닫힌 마음이 열리면서 아픈 상처가 나아지고 있어요. 마지막에 가장 놀랐던 점은 편지 가게 '글월'이 서울 연희동과 성수동 두 곳에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공간이라는 거예요.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글월'을 찾았던 손님들로부터 편지를 응모 받아 작가님의 선별한 일곱 통의 펜팔 편지가 소설에 등장한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어요. 소설과 현실을 오가는 마법 같은 이야기라서 간만에 설레고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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