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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중국을 왜 알아야 하는가?
사실 진지한 의미를 찾고자 이 책을 펼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수수께끼 같은 역사가 궁금했다. 예전에 중국 국보전이란 전시회를 간 적이 있었다. 중국 역사를 잘 모르다 보니 설명을 듣지 않고는 그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중국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설명하는 분이 중국 사람들이니까 국보급 유물을 해외 전시한다고, 우리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물론 이송 과정도 각별히 신경 쓴다고는 하지만 파손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말이다. 덕분에 중국 유물을 가까이 관람할 수 있었지만 국보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편견이었다.
국보급 유물들이 발굴된 과정을 보면 우연히 모습을 드러내어 발굴한 것이지 일부러 발굴한 것들은 없다고 한다.
책에서도 소개된 진시황릉의 발굴문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어설프게 알고 있던 진시황릉 병마용갱은 마을 사람들이 봄 가뭄 때문에 우물을 파다가 처음 발견된 것으로 흙으로 빚어 만든 병사와 말이 출토되었다. 병마용갱에서 발견된 군사들이 모두 진나라 군사들인데 이들만 가리킬 때 대개 진용이라 부른다. 이것이 진시황릉 능원의 일부로 파악되어 국가적 차원의 발굴 사업이 되었다. 그들은 유적을 보호하면서 일반인 관람을 위해 유적에 돔을 씌워 박물관을 만들었다. 이들 박물관 입장료로 인한 부가가치는 엄청나서 진시황릉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금까지 발굴된 것은 진시황릉 주변 능원이었고 진시황릉 자체는 아직 한 번도 도굴된 적 없이 잘 보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시황릉은 왜 발굴하지 않을까?
1950년대부터 엄청난 관광 수입과 그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를 고려하여 지방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발굴을 건의했다고 한다. 그 당시 발굴 계획서를 검토한 저우언라이 총리는 이렇게 지시했다고 한다.
“ 우리는 이 일을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으므로 후손들이 완수할 수 있게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깨어 있는 지도자의 소신 덕분에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무분별한 발굴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발굴은 영원한 파괴’라는 사실을 인식한 현명한 지도자였다.
그에 비해 2007년 대한민국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누구나 문화재를 발굴할 수 있다.
어제 신문을 보니 경복궁 복원사업 일환으로 광화문 옛터를 해체 이전한다고 한다. 발굴 조사 결과 고종 시대 광화문터는 물론이고 그 아래 지하 70cm 지점에서는 경복궁 창건 당시 광화문터가 완벽한 상태로 확인됐는데 굳이 해체하여 제 3의 장소로 이전한다는 문화재청 방침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이런 내용이 내 눈길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기를 바란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 역사는 조금씩 해체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 15개의 주제를 통해 역사와 사회 각 방면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타산지석이라고 했다. 우리 역사가 아닌 중국의 역사를 통해 현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기회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대운하 문제’도 그들의 대운하 역사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들은 역사를 국가적인 대형 프로젝트로 만들었다. 이러한 공정은 개혁, 개방을 염두에 두고 세계사 전면에 등장한 중국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초대형 국가 정책이다.
문제는 그들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가 위협 받고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중국사회과학원은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서 빼고 기술한 중국사를 펴냈다. 그것은 현재 단군조선의 건국 연대를 사실로 인정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탐원공정이 계속 진행되는 한 우리는 안심할 수 없다.
우리 국사 교과서 연대표에는 기원전 2333년 단군 고조선 건국 이후 무려 2000년 이상이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국사를 배우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자칫하면 고조선 건국 연대가 중국사를 새로 쓰기 위한 증거로 쓰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의 연표를 채워넣는 작업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우리의 역사가 단순히 신화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 요즘 모드라마를 통해 판타지 사극이 인기를 끌었다. 사극을 통해 역사에 관심을 갖을 수 있는 계기가 된 점은 좋았지만 너무나 판타지 요소가 강하여 사실적인 역사로 인식하기 힘들었다.
며칠 뒤면 한국을 이끌 중요한 지도자를 뽑는다. 보여지기 위한 공약이 아닌 역사 의식을 지닌 주체적이고 현명한 지도자가 선출되기를 기원해본다.
한 권의 중국사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역사를 돌아보게 되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