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가의 상자 - 스튜디오 지브리 프로듀서 가족의 만화 영화 같은 일상
스즈키 마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니들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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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스즈키 집안에는 커다란 상자가 있는데, 그 상자에는 즐거운 일이 가득하다.

철들었을 때부터 스즈키 집안은 사람이 모이는 집이었다. 엄마의 학창 시절 친구, 아빠의 직장 동료, 내 친구들, 동네 사람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고 TV를 보고 만화를 보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떠들썩했다.

... 타인과 가족의 경계가 모호하여 뭐든지 허용되는 재미있는 집. 나는 그런 우리집을 상자 같다고 생각했따. 상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엇을 넣을까, 눈앞에 상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상상력이 부풀어 오른다. (14-16p)

어쩐지 만화에 나오는 집안 풍경 같아서 믿기지 않지만 현실에 존재한다니 신기해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 가족이고, 《스즈키 가의 상자》는 스즈키 도시오의 딸 스즈키 마미코가 쓴 일상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는 지금 다른 집에서 살고 있지만 각각의 스즈키 가에는 그때와 똑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렇듯 만화 같은 일상이 가능한 이유는 스즈키 가의 사람들이 특별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집을 사랑방처럼 열어두고, 친구의 친구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도 금세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려 즐길 줄 아는 것이 스즈키 가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스즈키 가의 상자는 이사를 하면 사라지는 공간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하는 마음 안에 있는 상자라고 소개했나봐요. 대부분 가족들과 소소한 일상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영화 <귀를 기울이면>의 주제곡 <컨트리 로드> 가사를 쓰게 된 일처럼 지브리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들어 있어서 흥미롭네요. 무엇보다도 스즈키 마미코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좋았어요. 지브리의 만화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팬들은 알고 있을 텐데, 《스즈키 가의 상자》를 읽고 나니 따스한 햇볕의 온기처럼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그냥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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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아트북
제스 해럴드 지음, 김민성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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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마블 영화에서 가장 친근하고 호감가는 존재를 꼽으라고 한다면,

역시 스파이더맨이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고등학생 피터가 거미에 물려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되어 악당과 맞서는 영웅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매력적이잖아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스파이더맨, 바로 그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아트북》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대서사시를 담아낸 아트북이에요.

이 책에서는 영화 제작부터 감독, 각본가들, 아티스트들의 심층 인터뷰, 멀티버스의 세계관을 하나로 합쳐 만나게 된 스파이더맨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날 수 있어요. 스파이더맨 홈커밍 트릴로지 완결판이라서 더욱 특별한 것 같아요. 세 명의 스파이더맨과 여러 버전의 악당들이 총출동하여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 20년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 점이 놀라워요. 원래 빌런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법인데 이번 만큼은 과거의 빌런들이 왕년의 스타 느낌이라서 반갑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 빌런들을 멋지게 소환시킨 아티스트들의 숨은 노력들을 알고 나니 하나하나 다 소중한 보물 같네요.

오글오글 대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는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말이라서 의미가 있네요. 십대 소년의 변신, 스파이더맨과 현실 사이의 갈등과 고민, 긴 방황 끝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스펙타클하네요. 완성된 영화도 멋지지만 그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전 과정 속에서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영화의 장면들과 캐릭터에 관한 세부적인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미 봤던 시리즈도 다시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내용들인 것 같아요. 톰 홀랜드의 <홈커밍> 3부작을 좋아하는 팬들에겐 뜻깊은 선물이라는 것, 물론 스파이더맨의 팬이라면 시리즈를 가리지 않을 것 같지만 새삼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아트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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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 - 니체,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칸트, 키르케고르
에이미 리 편역 / 센시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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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몇 년 전부터 철학책을 자주 읽게 되네요.

철학을 배워야 할 이유를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며 서서히 깨닫게 된 거죠.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려면 올바른 나침반이 필요하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의 아포리즘 필사책》은 다섯 명의 철학자가 쓴 책에서 뽑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니체, 쇼펜하우어, 데카르트, 칸트, 키르케고르, 다섯 명의 철학자로 나누어 그들이 남긴 문장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엮은이가 일일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철학 공부를 하듯이 읽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철학하는 시간이에요. 다섯 철학자들의 문장을 읽고, 직접 쓰는 과정 속에서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크게 보면 '어떤 인생을 살기 위해 애써야 할까요?'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인 거예요. 각자의 사정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겠지만 삶의 무게를 버텨내는 힘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쇠렌 키르케고르는 "위험이 너무 커서 죽음조차 희망이 될 때의 절망은 죽을 수조차 없는 완전한 절망이며, 완전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274p) 라고 했어요. 우리 모두에겐 피할 수 없는 삶이 주어졌고, 인간은 존재하는 한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 그 절망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두려움을 떨치고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해요.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당신은 지금을 살면 된다, 그거면 된다." (92p) ,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법 하나. 현재에 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적절히 배분한다.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집중한 탓에, 다른 한쪽이 망가지지 않도록 하라." (122p) 라고 했어요. 단편적인 문장만으로 심오한 인생의 답을 단번에 알아낼 수는 없어요.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쓰는 것이 시간이 더 걸리고, 손으로 쓴 내용을 내 것으로 흡수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아야 해요. 천천히, 철학자의 문장을 통해 나 자신과 삶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의 시간인 것 같아요. 철학을 어렵다고 느끼는 건 철학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철학은 지식이 아니라 삶 그 자체, 그러니 살아가며 익혀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사철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필사하기도 편하고, 멋진 철학 필사책이 생겨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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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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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할 거라는 착각으로 내뱉은 말들이 다툼의 불씨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말 때문에 생긴 오해는 말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 때는 진심을 담아 꾹꾹 적어내려간 편지가 도움이 되기도 해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심전심을 조심해야 되더라고요.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있고, 말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잘 표현하는 일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언제든지 필요할 때 자신의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먹의 흔들림》은 미우라 시온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라는 부제를 보자마자, 먼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상상했는데, 첫 장을 펼치니 21세기 도쿄를 배경의 현대소설이었네요. 기대와 다른 설정에 살짝 실망할 뻔 했지만 독특한 캐릭터의 두 사람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네요. 도쿄에 위치한 미카즈키 호텔에서 일하는 쓰즈키가 고객 요청으로 초대장에 붓글씨로 적는 대필 일을 맡기려고 필경사이자 서예가인 도다를 찾아간 것이 첫 만남이에요. 격식을 갖춰야 할 문서를 손으로 직접 적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필경사라고 한대요. 붓글씨를 쓰던 조선시대가 아닌 현대시대에 필경사가 존재한다는 건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컴퓨터가 발전하기 전에는 관공서에 일하는 필경사가 많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작성하는 국가직 공무원인 필경사가 유일한 대표직군으로 남은 것 같아요. 암튼 요즘 세상에 붓글씨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데, 이 소설에선 쓰즈키가 도다와 함께 편지 대필 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서 색달랐네요. 달라도 너무 다른 성향의 쓰즈키와 도다를 보면서 서로 관계를 맺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겉으론 얼마든지 가깝게 지내고 친한 듯 지낼 수 있지만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없더라고요. 우연으로 이어진 관계를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 길은 무엇일까요. 먹의 흔들림이 제게 던진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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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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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필사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좋아요.

사실 필사가 목적이라면 어떤 책이든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골라 쓰면 될 일이지만 굳이 필사책을 찾는 건 그만큼 장점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이 책은 인문학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인 이명현님이 정성껏 고른 인용문으로 이루어진 필사노트예요. 단순히 좋은 문장만을 모아 엮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문장마다 책방 과학자의 생각을 덧붙였다는 점이 특별해요. 세상에 좋은 책은 수두룩한데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어떤 책은 좋은지, 그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책방 과학자가 선택한 인문서, 과학서, 문학서, 에세이가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서 짧은 문장을 통해 아직 읽지 않은 세상을 만날 수 있어요. 그동안 인문과 문학 분야의 책으로 구성된 필사책은 접해봤지만 과학책이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 색달랐어요. 다양한 과학 지식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교양 과학책을 찾아 읽긴 해도 주로 읽는 장르가 아니라서 한계가 있었는데, 흥미로운 과학서들을 문장으로 소개받는 느낌이라 유익하고 도움이 됐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지속되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갈등과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올바른 선택,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이라 이 책을 보면서도 현실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했더니 미토콘드리아의 진화 방식이 힌트를 주네요. 유전적인 진화의 과정은 지속되고 있고, 우리의 일상도 그 안에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나만의 철학을 갖기 위한 인문서, 알고보면 재미있는 과학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학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에세이까지 마음의 양식을 골고루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는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는 맛있는 문장 맛집이네요. 짧은 문장이라도 읽고, 필사하다 보면 더 넓은 지식의 바다로 나아갈 수 있네요.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처럼 지극히 공격적인 박테리아가 자신의 숙주세포를 사멸시키면 결국 자신도 죽게 된다. 따라서 공격을 자제함으로써 (숙주세포에 치명적이 아니거나 만성적으로 죽음으로 유발하는 정도의 공격) 진화 역사에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었다. 침략 근성을 가진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들은 그들의 숙주세포를 유린했지만 일부 숙주 박테리아는 살아남았다. 미토콘드리아의 선조들은 숙주 박테리아의 전체를 탐하지 않고 숙주에게서 취해도 좋은 부분(부산물)만을 얻도록 적응하면서 숙주세포를 죽이지 않고도 자신을 증식시킬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둘 사이의 적대적 관계는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청산되었다. 증오는 연민이 되었다."

_ 「마이크로 코스모스」,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지음, 홍욱희 옮김, 김영사, 2011년, 175~176쪽

◎ 책방 과학자의 생각

미토콘드리아는 먹이가 포식자의 일부가 된 극단적인 공생 상황에 있다. 비록 이 정도는 아니라 해도, 공생관계에는 늘 어떤 형태로든 갈등과 긴장이 존재한다. 공생이라고 하면 모든 것을 함께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각자가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한 채 다른 것과 공감하는 것. 그것이 공생이 아닐까. 각자 공감의 반경을 넓혀가다 보면 다른 것과 만나게 되는 시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감의 교집합 영역이 넓어지면 공생관계가 생긴다. 고립과 격리에 따른 '증오'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반경이 넓어지면서 '연민'이 된다. 공생의 발명이다.

(158-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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