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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과 글, 소리내어 말하고 글로 적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머릿속이든 가슴속이든 언어가 담기면 어떤 식으로든 흘러나오니까, 물론 그때의 언어는 품고 있던 사람의 향이 묻어날 수밖에 없어요. 번드르르 멋진 말에 잠시 현혹될 수는 있으나 본연의 향은 숨길 수가 없기에,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지요. 쉽게 거짓말을 한다는 건 말의 힘을 모르는 어리석음의 증거인 것 같아요. 반면 한마디의 말, 하나의 문장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현자가 있네요.
《이어령의 말》은 이어령 선생님의 어록집이자 위대한 유언을 담은 책이에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에게 '말'을 남기셨네요.
"선생님은 암 발병 이후, 그러니까 작고하기 7년쯤 전부터 '이어령 어록집'을 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치셨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수백 권의 책 중에서 '이어령의 언어'로 재정의한 부분을 추리고 추려 한 권의 사전으로 엮어내길 바리신다는 것이었다. '그 한 권을 통해 후대의 독자들이 내가 평생 해온 지적 탐험을 쉽게 이해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 시간성을 초월해 울림을 주는 문장들, 지적 상상력에 충격을 주는 문장을 위주로 담으려 했다. 본격적인 작업에 수십 명이 투입되었고, 나 역시 합류해 5종의 책을 맡아 밑줄을 그었다. 밑줄을 그으며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이 밑줄은 나만의 밑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 ... 밑줄 그은 말들의 저 너머에 이어령의 반짝이는 언어가 무수히 남아 있다는 얘기... 독자들이 이 책을 '이어령 입문서' 내지 이어령이라는 세계의 현관문으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다. ... 이 책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법을 깨우는 종이자, 시대의 어른이 남긴 생의 비서로 읽히길 바란다. 그것이 선생님의 뜻이리라고 감히 헤아려본다."
_ 편집위원 김민희 (『톱클래스 topclass』 편집장) (351-355p)
평소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아예 밑줄을 긋질 못했어요. 사금 채취를 하듯이 추리고 추려낸 반짝이는 문장인지라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순 없으니까요.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라는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누어, 각 주제에 해당하는 단어들이 새롭게 정의되어 있어요. 책 표지 중앙에는 기다란 틈, 뚫려 있어서 첫 장에 적혀 있는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이라는 문장이 보이네요. 이어령 선생님이 남기신 수백 권의 책 중에서 뽑은 문장들로 구성된 이 한 권의 책에서 자신을 움직이는 하나의 문장은 무엇일까요. 단 하나만을 고를 수 없어서 여러 번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차근차근 필사하며 음미해볼 생각이에요. 시간을 두고, 최대한 천천히... 한 번 읽기는 쉽지만 제대로 읽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통찰의 언어, 지혜로운 말은 마중물이 되어 심연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는 힘이 있어요. 열심히 길어올리다 보면 진짜 나 자신의 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정
사람은 태어나면서 사람인 것이 아니라, 끝없이 사람이 되어가는 존재다.
한 발 한 발 걸어가는 그 모습 (人)은 바로 사람이라는 이 목표,
이상적인 인간상을 향해서 가는 형상이다.
그래서 겉만 사람, 생물할적으로만 사람이라고 지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완성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과정의 존재,
즉 '비잉 Being'인 것만이 아니라 '비커밍 Becoming'이기도 하다. (63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