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적인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첫 에세이가 나왔네요.
어려운 양자물리학 대신 심오한 철학과 정치, 예술,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카를로 로벨리가 유럽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엮어낸 책이라고 하네요.
원래 이 책의 원제는 《여기 호수 위에서 알았네》, 중국 고전 《장자》의 유명한 변론에서 따온 것으로, '하나의 선善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과학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철학자의 통찰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 신기했어요.
장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세.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자네가 물었을 때, 자네는 내가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네. 나는 여기 호수 위에서 알았지"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 장자는 물고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하는 논점에서, 이런 생각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로 질문을 전환합니다. 아찔한 도약이죠. 초점을 말의 내용(물고기의 즐거움)에서 말 자체(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고 말함)로 옮긴 것입니다. ... 앎, 마음, 물고기가 느끼는 즐거움 등은 자연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정상적 측면이고, 우리가 자연의 복합적 구조에 부여하는 이름이며, 우리도 그 일부입니다. (12-17p)
첫 장은 장자의 철학으로 시작되지만 난해한 철학 이야기와는 거리가 머네요.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인식하여 우리 모두가 인류 공동선을 위해 협력하고 소통하자는 거예요. 과학자로서 정치적인 제안이나 목소리를 냈더니, "닥쳐라, 로벨리. 정치에는 신경 끄고, 가서 과학이나 해라!" (20p)라는 얘길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그들이 모욕하고 비웃는 건 그들에게 더 나은 논리가 없다는 거니까요. 그가 말하는 정치 이야기는 단순해요. 부의 재분배, 공정과 정의, 전쟁을 반대하며 모두의 안녕을 위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자는 거예요.
"'움직이는 배에서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움직이는 지구에서 지구의 움직임을 알아차라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은 그야말로 위대한 수사학적 예술입니다." (122p)
지구의 자전 가능성을 언급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업적은 과거의 상식, 즉 당연해보이는 것과 대결하며 고난을 뚫고 나아갔다는 점이에요. 그것은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했어요. 움직이는 배 안에서 조금의 변화도 알아차리지 못하던 우리가, 비록 시간은 걸렸지만 '움직인다'라는 것을 납득했듯이, 이제는 우리 모두가 세계의 일부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수많은 다른 존재와 함께 실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그 앎은 바로 여기, 호수 위에 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