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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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근대사에서 빛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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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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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세기 한국 근대미술사, 솔직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잘 모를 뿐 아니라 관심분야가 아니었어요.  예술이라고 하면, 서양미술과 클래식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한국 예술가들에 대해 무지했는데,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을 통해 한국 근대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알게 되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으로 일하면서 저자가 한국 근대미술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훌륭한 우리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근대미술관 하나가 없는 우리 현실과 무관하지는 않을 거예요.

《살롱 드 경성 2》는 《살롱 드 경성》 두 번째 이야기예요. 이번 책의 부제는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이며, 개화기에서 20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스물세 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 인물인 오세창은 나라가 망해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문화운동을 주도했고 조선인 화가의 이름을 부활시키는 작업을 했고, 후배 화가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해요. 간송 전형필이 한국의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존할 뜻을 품었을 때 찾아간 스승이 바로 오세창이며, '간송'이라는 호도 그가 지어주었다고 하네요. 대일항쟁기(일제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화가들 덕분에 예술의 맥이 끊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존경스럽고 감사하네요. 한반도를 호랑이 모양으로 처음 그린 이는 심전 안중식이며, 격동기 개화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해요. 우리 역사에서는 암흑기였던 근대사에서 민족의식과 독립사상을 고취하고 울분을 예술로 승화한 예술가들이 없었더라면 고난을 견디기 힘들었을 거예요.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조들과 똑같이 우리 시대 예술가들은 치열하게 저항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암울한 역사라서 외면했던 근대사에 이토록 빛나는 화가들과 작품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가슴을 뜨겁게 하네요. 우리 근대미술의 보석 같은 존재들, 근대 화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눈을 뜨는 계기였네요. 김구 선생님이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강국은, 이미 근대 화가들과 예술인들을 통해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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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 푸른사상 교양총서 23
민정호 지음 / 푸른사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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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10대에 읽었던 책들, 흥미롭기는 했지만 마음을 울릴 정도로 아니었어요.

근데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읽으니 그제서야 보이고 느껴지는 게 있더군요. 책을 읽는다는 건 책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인 것 같아요. 어린 아이가 어른으로, 변화가 늘 성장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 시간만큼 쌓여진 것들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만든 것 같아요.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 읽었기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할 순 없지만 지금이라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미처 몰랐던 문학과 역사의 힘을 하루하루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네요.

《봄에는 기쁘다 : 한강의 문장들》은 민정호 교수(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의 독서 에세이예요.

저자는 국문학과에 입학했던 스무 살 무렵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었는데, 너무 어렵다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캄캄한 '터널' 같은 게 그 책과 나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대요. 20년이 훌쩍 지난 뒤, 스무 살의 내가 느꼈던 그 터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열한 권의 한강 소설을 다시 탐독하면서, 한강의 문장들을 저자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작품 해설이나 비평이 아니라 저자의 독서 감상과 인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독서모임에서 한 권의 책으로 각자의 소감을 나누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듯이, 저자가 뽑은 한강의 문장들과 그에 대한 내용들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징검다리가 되어주네요. 얕은 개울물 위에 띄엄뛰엄 놓여진 돌들이 디딤돌이 되어 누군가를 건너게 하듯이, 한강의 문장들은 단순히 한강의 작품만이 아니라 문학에서 다루는 삶의 다양한 측면들과 인간 본질을 들여다보게 만들어요. 한강의 소설을 어렵게 느낀다는 건 생각할 것들이 많다는 의미일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 무슨 선택을 하느냐, 소설 속 주인공에게 완전히 몰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인물을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것이고, 그 덕분에 몰랐던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거예요. 남남, 나와 무관할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와 '우리'라는 인식이 깨어날 때, 비로소 이야기는 생명을 얻게 되는 거예요. 캄캄한 터널에서 벗어나 함께 걷는 길을 만난 기분이네요.



"그런데 왜 작별한 것처럼 마음이 흔들리는가?"

_ 「새」 , 『작별하지 않는다』 , 122쪽

병원에서 인선은 경하에게 자신이 키우는 앵무새 '아마'가 살아 있는지 살펴주고, 살아 있다면 물을 주라는 부탁을 한다.

... 소설에서 먼저 내렸다는 할머니를 보고 느낀 경하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나도 느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작별하고 싶지 않았달까? 그냥 같이 있어줬으면 하는 그 마음뿐이었다. 김연수의 『시절일기』를 보면, "한 번의 삶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인생의 의미를 알아내려면 적어도 두 번의 삶은 필요하다." (20쪽)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 당시 일은 거의 내 기억에서 잊혔다고 생각했는데, 한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다시 생각났다. 일종의 이것도 두 번의 삶이라면 삶이 아닐까? ... 갑자기 김애란의 『잊기 좋은 여름』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것들은 영영 사라진 게 아니라 라디오 전파처럼 에너지 형태로 세상 어딘가를 떠돌고 있지는 않을까." (43쪽) 정말 맞는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작별하지 않는 건 기억하는 것, 그리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뿐 아닐까? (115-1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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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주교 유흥식
김민희.한동일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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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유흥식 추기경님을 잘 모를 수 있지만 두 가지 소식으로 많이 알려졌을 거예요.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면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렸어요. 교황령에 따르면 사도좌 공석이 된 시점에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135명의 추기경이 참석했고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유흥식 추기경님이에요. 그리고 종교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12·3 계엄 선포에 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어요.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 하는 사회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합니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입니다.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십시오." (92p) 라면서 윤대통령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네요.

《명랑 주교 유흥식》은 추기경님이 쓴 글은 아니고, 톱클래스 매거진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든 책이네요.

이 책은 종교인, 성직자에 관한 내용이지만 종교 서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정 종교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솔직히 종교를 앞세워서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거나 억지 주장을 펴는 이들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종교 이야기를 꺼리는 편이에요. 근데 유흥식 추기경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정의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이비 종교, 이를 추종하는 무리들이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편가르기를 통해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에 가짜 신앙이 넘쳐나는 거예요.

유흥식 주교님은 한국인 사제로는 처음으로 2021년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이듬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 서임을 받아,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대한민국 네 번째 추기경이 된 분이에요.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되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뵈었을 때, "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었더니 교황님은 지체하지 않고, "십자가(La Croce, 라 크로체)" (69p)라고 답하셨대요. 이 답변에 대해 유흥식 추기경님은 "십자가 없이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 자기 마음의 평화와 안식만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면 많은 부분 실망할 수 있고 잘못된 신앙생활이 되기도 하지요. 사랑의 정의를 실천하는 일에는 많은 시련이 따릅니다. 시련을 회피하며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을 때야말로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인데, 이런 상태가 정직한 순간입니다. 그리스도가 가르친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 말씀대로 살아내는 시간들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71p)라고 이야기해주네요.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유흥식 추기경님의 꿈이에요. "신부답게 살고 싶어요. 재밌고, 신나고, 명랑하게." (81p) '신부'라는 단어에 내 이름을 슬쩍 넣어 봤더니, 진짜 재밌고 신나고 명랑하게 살고 싶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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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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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도 불과 몇 달 전에는 꽃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하면서 눈이 부셨던 햇살을 떠올렸다.

그때의 추억은 어느새 청춘을 향한 선망으로 바뀐다. 두려움 없이 전진하는 청춘의 강인함을 생각하고 있자니 서서히 끝이 보이는 내 모습에 서글퍼진다." (125p)

인간은 태어나서 오래 살아봐야 100년, 그에 비해 나무는 최적의 환경에서 1000년 이상 살 수 있다고 해요. 함부로 베어버리지만 않으면 그 땅의 주인은 나무일 텐데... 이 소설을 읽다가 어릴 적 살던 집 마당에 있던 라일락 나무가 생각났어요. 태어나서 쭉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 지냈던 라일락 나무, 근데 지금 그곳엔 새로운 건물이 세워져 있어서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허전하고 쓸쓸하네요.

《그해 푸른 벚나무》는 시메노 나기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일본에서 유명한 힐링소설 스타작가라는 소개글처럼 이 소설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이야기예요. 앞선 문장에서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고 말했던 '나'의 정체는 카페 체리 블라썸 마당에 있는 100살이 넘은 벚나무예요. 100년 넘게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산벚나무는 3대째 이어온 '체리 블라썸'의 여성들을 지켜주고 있어요. 히오의 외할머니 야에가 호텔을 운영하다가 야에의 딸 사쿠라코가 대를 이어 호텔을 양식 레스토랑으로 바꿨고, 지금은 사쿠라코의 딸 히오가 서른 살이 되던 3년 전부터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호텔에서 레스토랑으로, 카페로 변했지만 가게 이름은 벚꽃을 뜻하는 '체리 블라썸'으로 한결 같아요. 그만큼 벚나무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늘 곁에서 지켜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 것인지... 바로 그 벚나무의 시선으로 히오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가야 할 때를 알고 있는 벚나무 자신의 속마음도 들려주고 있어요. "벚나무는 여러 생명체와 얽혀 살면서 꽃을 피워. 그러니까 혼자 애쓸 거 없어.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앞으로 걸어가면 돼." (229p)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네요. 벚나무와 그녀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야 알게 됐네요.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지켜줬구나, 그래서 다시 꽃을 피워냈구나. 잔잔하면서도 뜨거워지는 감동이 있네요. 만약 나였다면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라일락 나무를 지켜줄 방법은 없지만, 어쩐지 이런 내 마음을 라일락 나무는 알아줄 거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에서 오직 하나뿐인 라일락 나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나무 한 그루는 있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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