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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주교 유흥식
김민희.한동일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면 유흥식 추기경님을 잘 모를 수 있지만 두 가지 소식으로 많이 알려졌을 거예요.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선종하면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렸어요. 교황령에 따르면 사도좌 공석이 된 시점에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135명의 추기경이 참석했고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유흥식 추기경님이에요. 그리고 종교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12·3 계엄 선포에 관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어요. "누구보다 정의와 양심에 먼저 물어야 하는 사회지도층이 법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합니다. 되어야 할 일은 빠르게 되도록 하는 일이 정의의 실현이며 양심의 회복입니다.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의에는 중립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주십시오." (92p) 라면서 윤대통령의 조속한 파면 결정을 촉구했네요.
《명랑 주교 유흥식》은 추기경님이 쓴 글은 아니고, 톱클래스 매거진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든 책이네요.
이 책은 종교인, 성직자에 관한 내용이지만 종교 서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정 종교를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솔직히 종교를 앞세워서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거나 억지 주장을 펴는 이들을 몹시 싫어하기 때문에 종교 이야기를 꺼리는 편이에요. 근데 유흥식 추기경님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정의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이비 종교, 이를 추종하는 무리들이정치권력과 결탁하여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편가르기를 통해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에 가짜 신앙이 넘쳐나는 거예요.
유흥식 주교님은 한국인 사제로는 처음으로 2021년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되었고, 이듬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 서임을 받아,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대한민국 네 번째 추기경이 된 분이에요. 로마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되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뵈었을 때, "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여쭈었더니 교황님은 지체하지 않고, "십자가(La Croce, 라 크로체)" (69p)라고 답하셨대요. 이 답변에 대해 유흥식 추기경님은 "십자가 없이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 자기 마음의 평화와 안식만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면 많은 부분 실망할 수 있고 잘못된 신앙생활이 되기도 하지요. 사랑의 정의를 실천하는 일에는 많은 시련이 따릅니다. 시련을 회피하며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을 때야말로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인데, 이런 상태가 정직한 순간입니다. 그리스도가 가르친 사랑을 실천하고 복음 말씀대로 살아내는 시간들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71p)라고 이야기해주네요. 가장 마음에 와닿는 건, 유흥식 추기경님의 꿈이에요. "신부답게 살고 싶어요. 재밌고, 신나고, 명랑하게." (81p) '신부'라는 단어에 내 이름을 슬쩍 넣어 봤더니, 진짜 재밌고 신나고 명랑하게 살고 싶어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