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박사 석주명에게 배우는 몰입 고정욱 선생님이 기획한 어린이 인성 개발 동화 2
박현수 지음, 김정혜 그림, 고정욱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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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역사 속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분들뿐 아니라 현재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분들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수많은 위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만날 분은 한평생을 나비 연구에 전념한 나비 박사 석주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어릴 적 읽던 위인전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나비 박사 석주명의 삶을 동화처럼 들려주면서 중간중간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 재미난 책입니다. 그래서 딱딱하게 <위인전>이라 하지 않고 <어린이 인성 개발 동화>라고 이름 붙였나 봅니다.

물론 일반적인 위인전처럼 쓰여졌다고 해도 배울 점은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훌륭하다고 느끼는 것과 훌륭한 점을 배우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나비 박사 석주명에게 배우는 몰입>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몰입이 무엇인지, 어떤 힘을 지녔으며 어떻게 몰입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암울한 일제 시대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비 박사가 되었다는 것은 실로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일입니다. 세계 속에 한국을 빛낸 석주명 박사를 있게 한 비결은 바로 몰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입은 무엇일까요?

석주명 박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의 비결을 배우게 됩니다.

몰입은 다른 말로 집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훌륭한 위인들의 공통점이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몰입 혹은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몰입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에게 억지로 공부하라고 잔소리 한들 말하는 입만 아픕니다. 반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나는 놀이를 할 때는 엄청 몰입하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니 몰입을 잘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대로 된 목표와 대상에 대한 몰입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가 미래에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몰입은 꿈을 이루기 위한 열쇠입니다.

저는 그 동안 아이를 위해서라는 숭고한 목표 아래 무차별 잔소리 정책을 펼쳐 온 사람입니다. 이제 보니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 자신을 위해 잔소리에 몰입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잠시 잔소리를 멈추고 아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있으려니 아이와 함께 행복한 몰입의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정감 있는 그림과 재미난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어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문득 엉뚱한 얘기지만 석주명 박사의 몰입에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나비 연구를 향한 몰입의 결과로 나비 박사가 된 점은 매우 훌륭하지만 나비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에게 소홀했던 점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몰입은 대단한 힘을 지녔습니다.

멋진 인생을 위해 우리가 몰입할 것은 꿈과 사랑이 아닐까라는 나름의 결론을 지어 봅니다. 어린이 인성 개발 동화를 읽으면서 제가 더 배운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은 늘 어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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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Miracle 2
김재한 외 지음, 김봉석 해설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환상은 현실을 벗어난 도피처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준다.

이것이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을 읽은 소감이다.

소재가 기묘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전히 나의 감상만을 적어보면 이렇다.

* 상아 처녀 김철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인가?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한다.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가장한 욕망일 뿐이다. 함부로 사랑을 말할 때 순수한 영혼은 상처를 입는다.

** 카나리아 정지원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는 뭘까? 인간답지 못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을 흡혈귀에 비유한다. 그런데 그 흡혈귀가 미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이미 미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노래 부르지 않는 카나리아는 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래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용의 비늘 최지혜

신비로운 우투 족의 왕녀 레첸의 이야기다. 환상문학다운 소재다. 용의 비늘을 찾아나서는 용감한 그녀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닮아있다. 시련과 고통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시기. 우리의 모습은 곧 우리의 역사다.

**** 윈드 드리머 방지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마치 꿈 속에서 벌어질 일들 같다.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의 꿈-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다.

***** 사육 홍정훈

햇빛 아래에 설 수 없는 자, 그는 흡혈귀다. 그는 불법 체류자가 살아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어째서 흡혈귀인 너는 쫓기고 숨어사는 불쌍한 존재인 거니? 세상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헷갈린다.

****** 목소리 류형석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권선징악, 사필귀정 등의 교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다.

*******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이성현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나름의 신선함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을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 세계는 도둑맞았다 김재한

SF적인 소재가 마음에 든다. 과학의 시대를 지나 마법의 시대인 미래세계는 지구의 평화를 위해 마법사가 활동한다. 왠지 애니메이션 느낌이 충만한 이야기다. 가장 독특한 이야기로 꼽고 싶다.

********* 과거로부터의 편지 이상민

마지막에 소름이 돋는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 같다. 믿거나 말거나.

환상문학이 무엇인지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약간은 부풀리고 뒤집는 환상의 맛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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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 단편선 Miracle 2
김재한 외 지음, 김봉석 해설 / 시작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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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현실을 벗어난 도피처가 아니다.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워준다.

이것이 <한국 환상문학 단편선>을 읽은 소감이다.

소재가 기묘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전히 나의 감상만을 적어보면 이렇다.

* 상아 처녀 김철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누구를 위한 사랑인가?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을 말한다. 내 방식대로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가장한 욕망일 뿐이다. 함부로 사랑을 말할 때 순수한 영혼은 상처를 입는다.

** 카나리아 정지원

노래를 잊은 카나리아는 뭘까? 인간답지 못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피도 눈물도 없는 파렴치한을 흡혈귀에 비유한다. 그런데 그 흡혈귀가 미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이미 미쳤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노래 부르지 않는 카나리아는 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노래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용의 비늘 최지혜

신비로운 우투 족의 왕녀 레첸의 이야기다. 환상문학다운 소재다. 용의 비늘을 찾아나서는 용감한 그녀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닮아있다. 시련과 고통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시기. 우리의 모습은 곧 우리의 역사다.

**** 윈드 드리머 방지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다. 마치 꿈 속에서 벌어질 일들 같다.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의 꿈- 훨훨 자유롭게 날고 싶다.

***** 사육 홍정훈

햇빛 아래에 설 수 없는 자, 그는 흡혈귀다. 그는 불법 체류자가 살아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어째서 흡혈귀인 너는 쫓기고 숨어사는 불쌍한 존재인 거니? 세상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헷갈린다.

****** 목소리 류형석

전설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권선징악, 사필귀정 등의 교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냥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다.

******* 내가 바란 단 하나의 행복 이성현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은 뭘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나름의 신선함을 찾을 수 있다. 행복을 보여지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

******** 세계는 도둑맞았다 김재한

SF적인 소재가 마음에 든다. 과학의 시대를 지나 마법의 시대인 미래세계는 지구의 평화를 위해 마법사가 활동한다. 왠지 애니메이션 느낌이 충만한 이야기다. 가장 독특한 이야기로 꼽고 싶다.

********* 과거로부터의 편지 이상민

마지막에 소름이 돋는 무서운 이야기 중 하나 같다. 믿거나 말거나.

환상문학이 무엇인지 아홉 편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을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는 약간은 부풀리고 뒤집는 환상의 맛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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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13주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에 독깨비 (책콩 어린이) 1
알렉스 쉬어러 지음, 원지인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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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깜빡 속은 느낌이다. 공포 영화 <13일의 금요일>을 떠오르게 만드는 묘한 제목 때문이다.

단순히 공포물을 상상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이 책이 주는 섬뜩함은 피 튀기는 공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원초적인 공포가 아니라 슬프면서 무섭다.

늙은 마녀가 어린 소녀의 몸을 빼앗는다는 흔하디 흔한 스토리가 왜 나를 슬프고도 무섭게 하는 것일까?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마녀가 어디 있어?라고 말하며 콧방귀 뀌는 어른들에게 진짜 마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동화 속에서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두꺼비, 지렁이, 이상한 약초로 마법의 약을 만드는 마녀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분명히 여기에도 그런 마녀가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늙고 힘없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틀니를 낀 할머니가 마녀라니, 왠지 불쌍하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인자한 할머니가 아니라 사악한 마녀다.

, 칼리,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한 가지 말해 둘 게 있어. 너에게 꼭 경고해 주어야 할 일이야. 그건 바로 사악함이 방식이야. 사악함이나 죄악이 언제나 무시무시하고 추한 얼굴과 함께 오지는 않아. 때로는 친절해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사악하기도 해. 사악함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고, 또 무엇을 말하는가에 있는 게 아니야. 선과 악은 사람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거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하는가야. 듣기 좋은 말과 약속과 예쁜 얼굴이 좋긴 하겠지만, 그 어떤 것도 어떤 일을 하느냐 만큼 중요하진 않아. (78p)

이 못된 마녀가 순진한 소녀들을 유혹하여 자신의 늙은 몸과 바꿔 치기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순진하고 어린 소녀는 순식간에 자신의 젊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무도 할머니의 영혼이 소녀라는 것을 모른다. 소녀의 부모조차도.

할머니의 영혼이 사악한 마녀인지, 순진한 소녀인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혼자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약해진 할머니가 갈 곳은 양로원이다. 괜히 길거리를 다니면 사람들에게 어설픈 동정이나 핀잔을 듣기 일쑤다.

사람들에게 소외되어 양로원에서 지내는 노인들을 생각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젊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듯,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정말 그럴까?

아무도 세월을 피해갈 수는 없다. 젊을 때는 자신의 젊음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한다. 그러다가 문득 젊음이 사라지면 알게 된다. 내 마음은 여전히 젊지만 세상은 나를 쓸모 없는 노인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열 두 살 소녀가 순식간에 아흔 살이 다 된 할머니가 된다는 건 너무나 슬프고 무서운 일이다. 세상에 마녀는 존재한다. 세월이라는 모습으로 다가와 어느 순간 우리의 젊음을 빼앗아간다. 때로는 선량한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13개월 13 13일 보름달이 뜨는 밤은 바로 오늘이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한 번의 기회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지혜들을 무시무시한 마녀 이야기로 들려주는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명 상상하면 무서워지는 이야기다.

메르디스, 넌 이 세상에서 그 무엇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돼. 그 무엇도 영원히 그대로일 거라고 기대하지 마. 무엇이든 다 변할 수 있어. …… 행운이란 밀물과 썰물처럼 바뀔 수 있는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를 바라고, 바로 지금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는 일뿐이야. 현재를 위해 살지 말고, 현재를 살아.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야. (49-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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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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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심각하게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분명 처음에는 흥미로운 의학소설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수록 심각해지는 이유는 뭘까?

이 소설이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몰입해서 이 지경이 된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의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다.  

뇌사 상태의 열 여덟 살 대학생의 몸과 두 팔을 잃고 전신 화상을 입은 서른 두 살 화가의 머리를 합치는 세계 최초의 전뇌 이식 수술이 벌어진다. 이름 또한 기가 막힌 프로메테우스 재단은 독일의 대규모 사립병원으로 모든 종류의 이식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일반인들에게 지나친 희망을 품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거부하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니 말이다. 이 부분이 내게는 윤리적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생명을 얻는 사람이 있으면 포기해야 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장기이식이 당연한 일로 여겨질수록 한 편에서는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바랄 수 밖에 없다. 각자가 어느 입장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상황이 내게는 끔찍스럽다. 뇌사 상태의 아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어머니와 두 팔을 잃은 화가의 비극이 만나 21세기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한다. 프랑켄슈타인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괴물의 대명사지만 원작에서는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빅터 프랑켄슈타인)의 이름이다. 현대판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스러운 괴물이 아닌,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지닌다.

아름답고 완벽하다면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완벽이란 말은 지극히 주관적인 의미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기준이 되곤 한다.

두 사람의 온전한 머리와 몸을 합쳐 한 사람을 만드는 일, 걸작 인간의 탄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머리인가, 몸인가?

머리와 몸을 구분 짓는다는 것이 매우 황당한 일이지만 서로 다른 머리와 몸이 합쳐진 경우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 황장군은 미단 공주의 눈 앞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목을 베어버린다. 잔인한 이 장면에서 미단 공주는 사랑하는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는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끌어안겠는가? 기분 나쁜 상상이긴 하지만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걸작 인간이 지닌 모순이며 갈등이다.

여기에서 걸작 인간을 탄생시킨 중요한 인물, 레나 마리아 크라프트라는 의사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녀의 고뇌는 의사로서의 냉철함을 벗어난다. 이성의 가면을 벗고 본능을 깨닫는 과정 속에서 그녀 자신이 새로운 삶을 찾게 된다.

전뇌 이식 수술을 결정하면서 레나는 토마스 만의 소설 <뒤바뀐 머리들>을 떠올린다. 옛 인도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 시타는 실수로 두 남자의 머리를 바꿔 붙인다. 잠재된 욕망이 그녀로 하여금 이상적인 남편을 창조해낸 것이다.

 

상이함은 비교를 낳고, 비교는 경탄을 낳지만, 경탄은 교환과 결합에의 갈망을 낳는다. 각자의 단일체에서 핵심이었던 것이 결합하여 모든 소망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단일체를 형성했다.  (106p)

 

그러나 현실은 소설처럼 단순하지 않다. 여주인공이 창조해낸 남편은 이상이 아닌 허상이다. 바꿔야 될 것은 여주인공 자신이 아닐까?

<걸작 인간>은 의학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어찌 보면 뻔한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오늘은 행복한 날이고 나한테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행복이 뭔가요? 아니, 이런 날에는 그런 질문을 해도 돼요.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을 인용하고 싶어요. 그는 행복하다는 것은 두려움 없이 자기 자신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지요. (2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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