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
서정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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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무리 바빠도 해야 할 건 하잖아요.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이 책 덕분에 유익한 1분을 보냈네요. 진짜 1분은 아니고, 그만큼 짧게 느껴질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만화로 보는 1분 철학 관계수업》은 10명의 철학자를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일단 만화라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동글동글 큰 눈을 가진 소년이 등장해서 시간여행을 하듯,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프로타고라스부터 현대 철학자 레비나스까지 직접 찾아가 인간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이야기라서 철학자들의 지혜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네요.

"오, 인간관계라··· 아주 단순하지. 먼저 나를 보호하는 것, 그게 핵심이야."

"나를 보호하는 거요? 인간관계는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게 먼저 아니에요?"

"순진하긴. 그런 소리를 믿으니깐 꼭 한 번은 크게 다치지. 자기를 못 지키는 사람은 남과도 오래 못 가."

"갑자기 쿡 찔리네요···"

"인간관계는 배려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네가 무너지지 않을 기반을 만드는 게 먼저야." (14-15p)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 선생님의 말씀인데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요. 내 안에 중심을 잡는 일이 나만의 철학을 갖는 것이며, 그게 나를 지키는 무기가 되는 거예요. 자기 중심이 없으면 타인의 감정에 휩쓸리고, 누군가의 판단을 따라가게 되니까 온갖 문제들이 생겨나는 거예요. 각자 동등한 위치에서 진정한 '나'로서 상대방과 따뜻함, 신뢰를 나눌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는 자신을 보호하는 법이고, 그 다음은 나만의 무기를 만드는 법인데, 열 명의 철학자들로부터 열 개의 무기를 얻을 수 있어요. 자신을 보호하는 법, 이성으로써 나를 지키는 법, 덕을 실천하는 법, 적을 만들지 않는 법, 의견이 달라도 대화하는 법, 의무로 관계를 지키는 법, 행복을 추구하는 법, 관계를 직시하는 법,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프로타고라스, 제논, 아리스토텔레스, 아우렐리우스, 볼테르, 칸트, 쇼펜하우어, 니체, 사르트르, 레비나스의 철학에서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지혜를 쏙쏙 뽑아서, 대화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이 책의 특징이자 매력이네요. 대부분 감정이 앞서는 편이지만 철학자들의 조언을 듣고 나니 이전보다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지 않고,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할 거예요. 인간관계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들, 결국 답은 철학 속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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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행선 강도 사건 브리짓 밴더퍼프
마틴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하벤 그림, 윤영 옮김 / 정민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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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린 마음에 진짜 영웅이라고 느꼈던 첫 대상은,

TV를 통해서 만났던 말괄량이 삐삐예요. 빨간 머리의 주근깨 소녀 삐삐는 깡마른 몸매에도 엄청난 괴력을 지녔어요.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남들이 뭐라 하건 늘 당당하고 씩씩하다는 거예요. 부모님 없이 혼자 지내지만 무슨 일이든 용감하게 척척 해내는 모습에 반했더랬죠. 오히려 동네에 말 많은 어른들이 쑥덕거릴 때 유치하고 한심해 보였어요. 삐삐는 무조건 어른들의 말을 따르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르지만 그건 순전히 독립심이 강해서,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똑똑해서 그런 거라고요.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나의 영웅, 삐삐를 소환하게 만든 동화책이 나왔어요.

《브리짓 밴더퍼프 대비행선 강도 사건》는 마틴 스튜어트 작가님이 쓰고 데이비드 하벤 작가님이 그린 어린이 판타지 동화책이에요.

처음 만나는 괴짜 소녀 브리짓 밴더퍼프, 나만 몰랐었네요. 이번 책은 브리짓 밴더퍼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였더라고요. 우리의 주인공 브리짓은 몹쓸 고아원에서 지내다가 행복을 퍼트리는 제빵사 밴더퍼프 씨가 아빠가 되어주면서 신비로운 빵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밴더퍼스 씨에게 제빵기술을 배운 브리짓은 기상천외한 빵을 만들고, 미스터리를 풀고, 케이크 도둑을 잡으려 다니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선을 타고 파리 제빵 경연대회에 참가하는데, 아빠의 황금 거품기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브리짓의 활약이 펼쳐지네요. 용감한 브리짓 덕분에 악당들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예요. 브리짓 밴더퍼프가 사는 세계의 악당들은 티나게 악취를 풍겨서 정체를 들키지만, 가끔 깜짝같이 속일 때도 있어요. 물론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브리짓을 속일 순 없어요. 속는 척 연기를 해서 악당들을 골탕 먹이는 장면은 속이 후련하네요. 브리짓은 자신의 능력이 발명품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 밴더퍼프 씨는, "사랑하는 딸, 네가 마음먹은 건 뭐든 해낼 수 있어!" (301p)라며 진심을 전해주네요. 아낌없이 사랑하며 응원해주는 가족의 존재만큼 강력한 힘이 또 있을까요. 작은 영웅 브리짓은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어요. 통쾌하게 악당들을 무찌르는 색다른 영웅의 탄생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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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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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까요.

아무것도 장담할 순 없지만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역시 민주주의 위기를 회복하는 과정에 있으니 말이에요. 미국은 현재, 이민자 추방에 군대까지 동원하며 마구잡이식 정책으로 혼란에 빠져 있어요.

하퍼 리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된 해가 1960년이니 벌써 6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 소설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데, 2025년 다시금 주목해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소설의 원제는 '앵무새(parrot)'가 아니라 '흉내쟁이 지빠귀(mockingbird)'라고 하는데, 실상 새의 종류보다는 '죽이기'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인간들은 왜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상에게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걸까요. 피부색, 인종, 성별 등등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혐오와 폭력, 급기야 목숨까지 빼앗는 끔찍한 비극의 현장을, 저자는 여덟 살 소녀 스카웃(진 루이즈 핀치)의 시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요. 1930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작은 마을 메이콤에서 강간 사건이 벌어졌는데,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이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었고, 스카웃의 아빠가 변호를 맡았어요. 스카웃은 네 살 많은 젬(제러미 애티커스 핀치) 오빠, 변호사인 아빠,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딜(찰스 베이커 해리스)은 이모인 레이철 아줌마 집에 여름을 보내러 놀러왔다가 핀치 남매와 친해졌는데, 어쩌면 이 세 명의 아이들이 순수한 양심의 표본이 아닐까 싶어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동조하고, 방관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하네요. 남다른 정의감으로 톰 로빈슨을 변호하는 스카웃의 아빠조차도 주저하는 것들, 견고한 그들만의 세상이 얼마나 추악한가를 아이들에게 들키고 말았네요. 더 이상 앵무새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잘못한 그들이 부끄러워하며 참회하도록 만들어야 해요.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네?」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65p)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건 바로 그 사람 때문이야. 그 늙은이 길머 검사 말이야. 그런 식으로 그를 대하다니,

그렇게 경멸적으로 말하다니 ······.」

「딜, 그게 그분의 직업이잖아. 검사들이 없다면, 그럼 아마 피고를 변호해 줄 변화사들도 없게 될 걸.」

「스카웃, 나도 그건 알아. 난 바로 그 사람의 말투 때문에 구역질이 난 거야. 그냥 구역질 말이야.」

「딜, 길머 검사님은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 반대로 -」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그런데 말이야, 딜, 결국 그는 흑인이잖아.」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핀치 아저씨는 그렇지 않잖아.」

「딜, 아빠는 표본이 아니지. 아빤······.」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딜이 말했습니다.

「얘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너희들은 낯가죽이 두껍지 않아. 그래서 구역질이 나는 거지?」 (367-369p)


도대체 왜 아저씨는 가장 깊숙이 숨겨 둔 비밀을 우리에게 털어놓고 계신 걸까요. 그래서 그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너희들은 어리고, 어린이들은 그걸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저 애가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야.」

아저씨는 딜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 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 봐, 그렇게 될 테니.」

「아저씨, 내가 도대체 뭐 때문에 운다는 거예요? 」 딜의 남자다움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아빠는 흑인을 속이는 것이 백인을 속이는 것보다 열 배는 더 나쁘다고 말씀하세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행동이라고 하셨어요.」 내가 중얼거리며 말했습니다. 레이먼드 아저씨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곤 생각하지 않는다만. 진 루이즈 양, 너희 아빠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너는 아직 잘 몰라. 그걸 제대로 깨달으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거야.」 (372-3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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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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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이 서늘해지는 귀신저택, 떨리면서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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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 노트
정이든 지음 / 세네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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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말의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소위 엘리트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말들이 너무 격이 떨어져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많이 배웠다고 해서 저절로 품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말이 천박하면 그 말을 내뱉는 사람도 천박해진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됐고, 반면교사 삼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말은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그 이상의 힘을 지녔고, 무엇을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을 채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루 한 장, 내면의 지성을 깨우는 필사노트》는 내 안의 정원을 아름다운 언어들로 채워갈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이며 좋은 글을 읽으며 내면을 들여다 보는 순간을 사랑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모두를 위한 좋은 문장들을 골라 필사 노트를 만들었네요.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책속의 문장들을 읽고 나란히 있는 빈칸에 따라 쓰면 돼요. DAY 1부터 순서대로 읽고 쓸 수도 있지만 현재 나에게 필요한 문장부터 읽을 수도 있어요. 짧은 문장이라서 전체를 읽은 다음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골라서 필사하기 시작했네요. 저자가 고른 문장들은, '주저앉고 싶은 날, 하루를 살게 하는 문장의 힘', '불안을 끌어안을 힘 기르기',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이 이어주는 마음', '세상을 알아가며, 나를 이해하는 사색의 문장', '오늘을 바로 보게 하는 역사적 장면들', '진실을 탐구하는 지적 탐험가의 문장들', '삶의 지침이 되는 통찰의 글', '품격 있는 언어'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유명한 작가 혹은 사상가들의 문장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글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된 문장들 덕분에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네요. 좋은 말에서는 향기가 느껴져요. 비난과 혐오의 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할 것 같아요. 하루 한 장으로 내면을 채우는 중이네요.

"말은 큰 말보다 작은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준다. 작으면 작을수록 뚫는 힘이 날카로우니까. 아, 누가 알까. 작은 불씨가 온 불을 태워버리는 것처럼 조그만 말 한마디가 여러 영혼의 복스러운 잔치의 잔칫상을 뒤집어놓을 것을!" _ 변영로 에세이, 「개자 몇 알」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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