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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다. 역시 첫 작품다운 신선함이 느껴진다. 다양한 직업을 거쳐 마흔이라는 나이에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내용에 깊이가 있다.
그의 작품을 분석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지만 감상을 말하자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아침에 마시는 한 잔의 생수 같다.”
흔하게 여기는 한 잔의 물이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준다. 어떤 이는 진수성찬의 음식을 먹고 난 뒤 한 잔의 물을 마시면서, “역시 물맛이 최고야.”라고도 말한다. 평생 마셔도 질리지 않는 그 맛이 물맛이니까.
수상한 제목처럼 이 소설은 팝 스타 존을 통해 원초적인 이야기를 한다. 실존 인물인 존 레논을 모델로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 후기를 보니 존 레논의 생애 중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1976년에서 1979년에 걸친 은둔 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팝 스타에게는 4년간의 공백기였겠지만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는 행복한 시기였을 거란 짐작은 된다.
그런데 작가는 기발하며 다소 원초적인 상상을 더했다. 주인공 존을 괴롭히는 병은 바로 ‘변비’다. 왕년의 팝 스타의 병치고는 참 어이없다. 그러나 고작 변비 이야기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왜 변비가 생겼을까? 단순히 약으로 해결될 변비였다면 존도 그토록 불안해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변비 증상이 생기면서부터 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시작된다.
어디선가 들은 내용인데,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 성격에 따라 변비 혹은 설사로 나타난다고 한다. 쌓인 것을 배설하지 못하는 성격과 쌓인 것을 참지 못하는 성격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심리와 성격은 우리 몸에 다양하게 작용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존은 변비 증세로 괴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 그가 치료를 위해 다니게 된 아네모네 병원은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병원에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마음의 상처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사람은 건강하고 편안할 때는 마음을 들여다 볼 생각을 안 하지만 이상하게 아프면 마음이 보인다. 병이 나고 아픈 경험은 정말 싫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일단 아프고 나면 정신적으로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건강한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거나 지난 일들이 문득 떠오르면서 정리될 때도 있다.
존의 지긋지긋한 변비를 치료하는 과정을 단순히 변비 치료로만 본다면 답답할 수도 있다. 그까짓 변비가 심각한 질병도 아닌 것이고,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몹쓸 변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심리적인 이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람마다 숨기고 싶은 과거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았거나 마음의 상처가 된 경험들은 세월과 함께 묻어두게 마련이다. 망각의 힘을 빌려 숨길 수는 있지만 어느 순간 튀어나와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기억들이다.
바로 우리 마음 속을 괴롭히는 찌꺼기들을 쏟아내는 일이 변비 치료의 핵심이다.
미움, 증오, 죄책감, 두려움, 불안 등 감정의 찌꺼기를 남김없이 쏟아버리는 일.
자, 이제부터 존과 함께 통쾌한 변비 탈출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