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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ㅣ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평점 :
폭염이 지속되면서 열기에 온몸이 녹아버릴 지경이네요.
시원한 계곡,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지만 당장 떠날 수 없어서 선택한 차선책은 얼음 둥둥 띄운 커피를 마시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책을 읽는 거예요. 무더위 지친 여름 오후, 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테스 게리첸 작가님의 《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두 번째 이야기예요. 아참, 마티니클럽부터 소개해야겠네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은퇴한 스파이들의 독서모임인데, 이들에 대해 궁금하다면 《스파이 코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전작을 읽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여름 손님들》을 읽게 된다면 분명 전작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걸요.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요.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가 은퇴 후 정착한 곳이 메인주의 작은 해안 마을 퓨리티인데,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인주 메이든 호숫가의 저택 문뷰, 코노버 가족들이네요. 조지 코노버의 추모식을 위해 온 가족이 문뷰에 모였고, 조지의 아들 에단은 3년 전 결혼한 아내 수잔과 의붓딸 조이, 그리고 아버지의 유골함과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함께 도착했어요.
"여기 온 지 몇 년은 됐을 거야. 이제 난 그저 여름 손님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기분이야."
"당신은 손님이 아니야, 가족이지."
"알지, 알아."
"이번 여름은 다르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오케이?" (35p)
에단과 수잔의 대화가 복선이었네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에단과 문뷰가 처음인 수잔과 조이는 '여름 손님들'이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내게 됐으니 말이에요. 에단이 문뷰를 찾지 않았던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수잔은 에단과 결혼하면서 코노버 집안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만 진짜 가족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퓨리티 마을 사람들이 메이든 호숫가 저택의 사람들을 여름 한철의 손님으로 여긴 것도 알고 보면 일방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수영을 좋아하는 조이가 도착하자마자 메이든 호수에 뛰어들었고, 신나게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수잔은 흐뭇했어요. 하지만 계속 바라보고 있진 않았아요. 조이는 열다섯 살이니까요.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안 보이는 조이를 신경쓰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 수잔은 불안해졌고, 급기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거예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종된 조이를 마지막으로 본 매기의 이웃인 루터 윤트가 유력 용의자가 되면서 그를 돕기 위해 매기와 마티니클럽이 나섰네요. 은퇴한 스파이들의 추리가 이번엔 살짝 어긋나는데,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과거의 진실들이 몹시 충격적이라서 혼선이 빚어졌던 거예요. 그래도 마티니클럽의 활약은 대단했고,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관절은 더 이상 유연하지 않더라도 예리한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끄덕없다는 걸 보여줬네요.
"비록 삐끗했더라도 우린 여전히 경찰보다 앞서 있었어요."
"그건 좀 낮은 기준 아닐까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죠."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
"무슨 교훈요?"
"모든 화의 근원인 인간의 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41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