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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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전을 읽기에 딱 좋은 나이가 있을까요.

제 경험상으론 청소년기엔 읽어도 좋은 줄 모르다가 성인이 된 뒤에 다시 읽은 고전이 참 좋더라고요. 십대 시절에는 하기 싫은 숙제처럼 읽었던 고전들인데 지금에서야 돌아 보니 인생에 보탬이 되는 숙제였던 것 같아요.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처음 고전을 읽는 이들에겐 고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책 모임을 사랑하는 독서 활동가 신은하님은 여러 도서관과 기관, 학교 등에서 '고전문학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전의 맛과 멋을 나누고, 독서와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해요. 이번에는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라는 책을 통해 우리를 고전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네요. 고전 맛집이랄까요. 저자가 엄선한 고전들은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상처 입고 흔들리며 불완전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견뎌내기 위한 책, 슬픔을 안고도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이들에 관한 책, 완벽하지 않아도 길은 계속된다고 이야기하는 책, 흔들림 속에서도 '나'로 살아가는 책으로 어떤 고전을 읽을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마음이 끌리는 책을 고르면 돼요. 흔들리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메뉴는, 프란츠 카프카 <변신>,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나쓰메 소세키 <마음>,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에요. 단순히 고전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고전 속 문장들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 안에서 발견한 슬픔과 위로, 질문과 해답, 함께 읽은 이들과 나눈 따뜻한 온기를 담아낸 책이라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네요. 좋은 책일수록, 두꺼운 고전일수록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을 때 더 깊이, 더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믿는 '함께 읽기' 마니아인 저자 덕분에 다시 읽는 고전은 여럿이 함께 읽어볼 생각이에요.


"얼마 전 책 모임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다다서재, 2023)로 독서토론을 했다. 전맹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겐지 씨가 비장애인 친구와 함께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시각적인 '본다'라는 행위에 대해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이 책을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맥락의 단편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가 1981년에 발표한 작품집에 실린 <대성당>이다. <대성당> 역시 '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화자인 '나', 그의 아내, 그리고 시각장애인 로버트가 전부다. ... 눈으로 보지 않고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화자가 처음 경험한 진짜 이해였다. <대성당>은 한 사람이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통해, 진정한 '이해'란 결국 마음으로 보는 것이며, 교감은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8-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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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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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여왕 테스 게리첸의 마티니클럽 두 번째 이야기, 여름 휴가철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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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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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지속되면서 열기에 온몸이 녹아버릴 지경이네요.

시원한 계곡,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지만 당장 떠날 수 없어서 선택한 차선책은 얼음 둥둥 띄운 커피를 마시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책을 읽는 거예요. 무더위 지친 여름 오후, 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테스 게리첸 작가님의 《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두 번째 이야기예요. 아참, 마티니클럽부터 소개해야겠네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은퇴한 스파이들의 독서모임인데, 이들에 대해 궁금하다면 《스파이 코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전작을 읽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여름 손님들》을 읽게 된다면 분명 전작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걸요.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요.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가 은퇴 후 정착한 곳이 메인주의 작은 해안 마을 퓨리티인데,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인주 메이든 호숫가의 저택 문뷰, 코노버 가족들이네요. 조지 코노버의 추모식을 위해 온 가족이 문뷰에 모였고, 조지의 아들 에단은 3년 전 결혼한 아내 수잔과 의붓딸 조이, 그리고 아버지의 유골함과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함께 도착했어요.

"여기 온 지 몇 년은 됐을 거야. 이제 난 그저 여름 손님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기분이야."

"당신은 손님이 아니야, 가족이지."

"알지, 알아."

"이번 여름은 다르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오케이?" (35p)

에단과 수잔의 대화가 복선이었네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에단과 문뷰가 처음인 수잔과 조이는 '여름 손님들'이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내게 됐으니 말이에요. 에단이 문뷰를 찾지 않았던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수잔은 에단과 결혼하면서 코노버 집안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만 진짜 가족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퓨리티 마을 사람들이 메이든 호숫가 저택의 사람들을 여름 한철의 손님으로 여긴 것도 알고 보면 일방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수영을 좋아하는 조이가 도착하자마자 메이든 호수에 뛰어들었고, 신나게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수잔은 흐뭇했어요. 하지만 계속 바라보고 있진 않았아요. 조이는 열다섯 살이니까요.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안 보이는 조이를 신경쓰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 수잔은 불안해졌고, 급기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거예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종된 조이를 마지막으로 본 매기의 이웃인 루터 윤트가 유력 용의자가 되면서 그를 돕기 위해 매기와 마티니클럽이 나섰네요. 은퇴한 스파이들의 추리가 이번엔 살짝 어긋나는데,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과거의 진실들이 몹시 충격적이라서 혼선이 빚어졌던 거예요. 그래도 마티니클럽의 활약은 대단했고,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관절은 더 이상 유연하지 않더라도 예리한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끄덕없다는 걸 보여줬네요.

"비록 삐끗했더라도 우린 여전히 경찰보다 앞서 있었어요."

"그건 좀 낮은 기준 아닐까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죠."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

"무슨 교훈요?"

"모든 화의 근원인 인간의 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4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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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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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에서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가 펼쳐지네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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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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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 사랑해?"

"그럼~"

"얼만큼?"

사랑하는 연인들이 나누는 흔한 대화일 거예요. 근데 진짜로 그 사랑이 시험대에 오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마늘밭의 파수꾼》은 도직 작가님의 미스터리 로맨스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 로맨스의 주인공은 유민과 이한이에요. 우선 두 사람의 인연은 남모를 사연으로 얽혀 있는 데다가 현재는 은밀한 연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건 이한이 외모, 연기력, 인성까지 두루 인정받는 인기 톱스타 배우이기 때문이에요. 그에 비해 유민은 평범한 외모에 딱히 잘나간다고 할 순 없는 소설가라서 내심 불안감과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가 이한의 고백 이후 스무 살부터 서른 살 현재까지 10년을 변함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이한에게 유민은 왜 그의 사랑을 의심하는 걸까요. 그건 두 사람 사이에 암묵적인 금기가 된 이한의 해묵은 과거와 관련이 있어요. 말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과거가 아닌 것을, 그 금기를 깨뜨리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하필이면 유민은 오랫동안 묻혀둔 사건,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져가네요. 처음에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시작할 때만 해도 로맨스 장르였는데, 마늘밭 사건을 계기로 '사랑한다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어?'라는 질문으로 바뀌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네요. 나라면 어땠을까, 글쎄요, 아무리 상상해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단순히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마음만으로 모든 걸 극복하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말이에요. 단단하게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관계도 작은 의심의 틈이 생기는 순간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때로는 한순간에 모든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니까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그 마음에 대해, 유민과 이한을 바라보면서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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