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로망스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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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모태솔로는 왜 연애를 못하는 걸까요.

질문을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연애를 못하니까 모태솔로인 것을.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모태솔로의 등장은 다소 김이 빠질 수 있어요. 삐걱대는 모습을 진득하게 참아내야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될 테니 말이에요. 이 소설의 프롤로그, 첫 문장을 읽으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네요.

"내 이름은 김철. 나는 잘생겼다. 180cm 정도 되는 키에 약간 마른 타입이면서 얼굴도 하얗고 눈도 큰 편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사람이 붐비는 주말의 대전역 근처를 걸으면,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들과 종종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이놈의 인기란. 하지만 나는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 (7p)

김진성 작가님의 《문래동 로망스》는 모태솔로 김철의 짠내 나는 사랑 이야기네요. 주인공 김철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대략 입만 열지 않으면 준수한 외모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가 여자를 대하는 태도와 언행을 보면 모태솔로인 이유가 납득이 되네요. 만약 김철이 연예인 뺨 칠 정도의 미모였다면 상황은 달랐겠지만 호감형 수준에서 본인이 잘생겼다고 여기다 보니'도끼병' 증세와 헛소리로, 인생 첫 소개팅녀를 기겁하게 만들었네요. 스무 살의 첫 소개팅이 처참하게 끝난 뒤로 7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여자친구가 없는 김철은 공대 졸업 후 다시 남자들이 드글드글한 공대 대학원에 입학했네요.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서 대학원 입학하자마자 데이트 앱을 깔았는데 쭉 거절만 당하다가 처음으로 '호수향'이란 여성에게 메시지를 받으면서 만남까지 이어지는데... 소설의 제목이 '문래동 로망스'인 것은 문래동이라는 장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겠지요. 대학원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특성 연구를 하고 있는 김철은 금속을 녹여 합금을 만드는 용해로라는 장비를 사용하는데 고장나는 바람에 문래동 철공소를 찾아가면서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은아연이네요. 철과 아연의 만남이라니, 드라마 속 로맨스 못지 않은 달달함과 재미를 주는 이야기였네요. 아참, 순수한 김철 덕분에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모태솔로의 매력이 뭔가를 알게 됐네요. 연애의 횟수가 뭐 그리 대수라고, 중요한 건 진짜 사랑을 만나는 거라고요. 온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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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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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은 오늘날 적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감지하기는 하나, 그런 사람은 보다 쉽게 죽어간다.

내가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난 뒤에 쉽게 죽을 수 있듯이.

... 어떤 인간도 아직까지 완전히 자기 자신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가 그것이 되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해석은 각자가 각자에 관해서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다."

(9-10p)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신기하게도 일 년에 한 번 꼴로 《데미안》을 읽게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빠져 있던 사춘기 시절에 《데미안》을 읽고서 엄청난 뭔가를 깨달았다고 착각했더랬죠. 삶이란 자아를 향해 가는 길이며,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애쓰는 과정인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네요. 《데미안》을 독일어로 쓰여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번역에 따라 미묘하게 문장의 느낌이 달라지는데, 본래 독일어 문장이 지닌 느낌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이번에 읽은 《데미안》은 전혜린 번역으로, 1964년 출간된 최초의 독일어 원문 번역본이라고 하네요. 전혜린 타계 60주기를 기념한 복원본 개정판이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독문학자였던 전혜린의 <전통주의적 작가 헤세>와 <《데미안》에 대하여 - H. 헤세의 경우>라는 두 편의 해설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와 그의 작품을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헤세는 인간이 자기를 세계 내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 - 우리가 사춘기 때 갖게 되는 고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를 어느 작품에서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통틀어 테마는 언제나 '자아로부터의 해방'이었고, '참된 자기의 길'이었으며, 이 모토에 그는 끝까지 충실했었다. ... 그가 문제시하고 있는 것은 '단 한 사람이 세계와의 관계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관찰되는 것'이었고, 그의 방법은 '내성과 명상'이었다. 그의 정신의 외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지만, 그것은 문외한의 의식에서 하는 현상적인 비평이지 제현상의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연관을 철저히 분석해서 현장의 내부에서부터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열려는 리얼리즘을 취하지는 않는다. 이 점에 관해서 그는 어떤 애독자에게 작가의 과제는 독자에게 사회적인 일상적인 생활태도의 규범을 지어주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315-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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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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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전을 읽기에 딱 좋은 나이가 있을까요.

제 경험상으론 청소년기엔 읽어도 좋은 줄 모르다가 성인이 된 뒤에 다시 읽은 고전이 참 좋더라고요. 십대 시절에는 하기 싫은 숙제처럼 읽었던 고전들인데 지금에서야 돌아 보니 인생에 보탬이 되는 숙제였던 것 같아요.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고, 처음 고전을 읽는 이들에겐 고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좋은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책 모임을 사랑하는 독서 활동가 신은하님은 여러 도서관과 기관, 학교 등에서 '고전문학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전의 맛과 멋을 나누고, 독서와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해요. 이번에는 《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라는 책을 통해 우리를 고전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네요. 고전 맛집이랄까요. 저자가 엄선한 고전들은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상처 입고 흔들리며 불완전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을 위한 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견뎌내기 위한 책, 슬픔을 안고도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이들에 관한 책, 완벽하지 않아도 길은 계속된다고 이야기하는 책, 흔들림 속에서도 '나'로 살아가는 책으로 어떤 고전을 읽을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마음이 끌리는 책을 고르면 돼요. 흔들리고 방황하는 이들을 위한 메뉴는, 프란츠 카프카 <변신>,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나쓰메 소세키 <마음>,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에요. 단순히 고전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고전 속 문장들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 안에서 발견한 슬픔과 위로, 질문과 해답, 함께 읽은 이들과 나눈 따뜻한 온기를 담아낸 책이라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네요. 좋은 책일수록, 두꺼운 고전일수록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을 때 더 깊이, 더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믿는 '함께 읽기' 마니아인 저자 덕분에 다시 읽는 고전은 여럿이 함께 읽어볼 생각이에요.


"얼마 전 책 모임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다다서재, 2023)로 독서토론을 했다. 전맹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겐지 씨가 비장애인 친구와 함께 일본 각지의 미술관을 방문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시각적인 '본다'라는 행위에 대해 '진짜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 이 책을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맥락의 단편소설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1938~1988)가 1981년에 발표한 작품집에 실린 <대성당>이다. <대성당> 역시 '보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화자인 '나', 그의 아내, 그리고 시각장애인 로버트가 전부다. ... 눈으로 보지 않고도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화자가 처음 경험한 진짜 이해였다. <대성당>은 한 사람이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통해, 진정한 '이해'란 결국 마음으로 보는 것이며, 교감은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78-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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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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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여왕 테스 게리첸의 마티니클럽 두 번째 이야기, 여름 휴가철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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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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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지속되면서 열기에 온몸이 녹아버릴 지경이네요.

시원한 계곡,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지만 당장 떠날 수 없어서 선택한 차선책은 얼음 둥둥 띄운 커피를 마시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책을 읽는 거예요. 무더위 지친 여름 오후, 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테스 게리첸 작가님의 《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두 번째 이야기예요. 아참, 마티니클럽부터 소개해야겠네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은퇴한 스파이들의 독서모임인데, 이들에 대해 궁금하다면 《스파이 코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전작을 읽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여름 손님들》을 읽게 된다면 분명 전작을 찾아 읽을 수밖에 없을 걸요.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요. 전직 CIA 요원인 매기 버드가 은퇴 후 정착한 곳이 메인주의 작은 해안 마을 퓨리티인데,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인주 메이든 호숫가의 저택 문뷰, 코노버 가족들이네요. 조지 코노버의 추모식을 위해 온 가족이 문뷰에 모였고, 조지의 아들 에단은 3년 전 결혼한 아내 수잔과 의붓딸 조이, 그리고 아버지의 유골함과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함께 도착했어요.

"여기 온 지 몇 년은 됐을 거야. 이제 난 그저 여름 손님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기분이야."

"당신은 손님이 아니야, 가족이지."

"알지, 알아."

"이번 여름은 다르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오케이?" (35p)

에단과 수잔의 대화가 복선이었네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에단과 문뷰가 처음인 수잔과 조이는 '여름 손님들'이었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을 보내게 됐으니 말이에요. 에단이 문뷰를 찾지 않았던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수잔은 에단과 결혼하면서 코노버 집안의 새로운 가족이 되었지만 진짜 가족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퓨리티 마을 사람들이 메이든 호숫가 저택의 사람들을 여름 한철의 손님으로 여긴 것도 알고 보면 일방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수영을 좋아하는 조이가 도착하자마자 메이든 호수에 뛰어들었고, 신나게 물놀이하는 모습을 보며 수잔은 흐뭇했어요. 하지만 계속 바라보고 있진 않았아요. 조이는 열다섯 살이니까요.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저녁 늦게까지 안 보이는 조이를 신경쓰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 수잔은 불안해졌고, 급기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거예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실종이 아니라 납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종된 조이를 마지막으로 본 매기의 이웃인 루터 윤트가 유력 용의자가 되면서 그를 돕기 위해 매기와 마티니클럽이 나섰네요. 은퇴한 스파이들의 추리가 이번엔 살짝 어긋나는데,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과거의 진실들이 몹시 충격적이라서 혼선이 빚어졌던 거예요. 그래도 마티니클럽의 활약은 대단했고,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네요. 관절은 더 이상 유연하지 않더라도 예리한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끄덕없다는 걸 보여줬네요.

"비록 삐끗했더라도 우린 여전히 경찰보다 앞서 있었어요."

"그건 좀 낮은 기준 아닐까요."

"그래도, 그런 생각이 우리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죠."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교훈."

"무슨 교훈요?"

"모든 화의 근원인 인간의 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4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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