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현훈 지음 / 메이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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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절대위기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경제학자 이현훈 교수의 책이에요.

한국은 2024년 12월 벌어진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 탄핵 사태로 정치뿐 아니라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최악의 상황, 심각한 위기로 내몰렸어요.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를 미루면서 지연된 시간만큼 한국경제는 가파르게 곤두박질쳤고,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하자마자 국내 증시는 급등하고, 크게 떨어졌던 원화 가치는 강세를 나타냈어요. 정치가 흔들어놓은 123일, 겨우 숨을 돌렸지만 한국 경제에 남긴 상흔은 너무나 치명적이네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도박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들이 할부로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한국 경제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고, 이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저자는 한국경제의 현재 상태를 사람에 빗대어 조로증에 당뇨병이 걸렸다고 진단하면서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지 그 대책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오늘날 전 세계의 변화를 디지털혁명, 인구고령화, 사회양극화, 기후위기라는 네 가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변혁으로 설명하면서, 세계경제 상황과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차례로 분석한 뒤에 대한민국을 위한 긴급처방전을 제시하고 있네요. 전문가들이 공통된 목소리는 한국의 교육제도를 개혁하는 수준을 넘어 혁명하는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백퍼센트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여전히 고리타분한 교육으로 어떻게 새로운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겠어요. 디지털시대의 교육혁명은 필연적인 수순이며, 저자가 제안하는 원칙과 방법을 포함하여 가장 최적의 길을 찾아야만 해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위기를 인식하고,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런 다음이라야 정책이든 혁명이든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어요. 절대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는 해법, 그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무게를 짐이 아닌 희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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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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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작정 바다를 보러 가는 일.

어쩌면 소설을 읽는다는 건 그와 비슷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밤 인사》는 함정임 작가님의 소설이에요.

소설은, "포르부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간절곶으로 달려가던 새벽, 윤중의 차 안에서였다." (9p) 로 시작되고 있어요.

연남동 카페에서 열두 명이 모여 밤 9시부터 다섯 시간 동안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묵독한 뒤였고, 그녀가 "이대로, 어디든!" 작게 중얼거렸고, 옆에 앉아 있던 그가 "그럼 갑시다."라며 손목을 부여잡고 일어나 차에 시동을 걸고 새벽 고속도로를 달린 거예요. 새벽 2시에 벌어진 깜짝이벤트, 두 사람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두 사람이 출발점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2시경이었고, 작별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그는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라는 책을 건넸어요. 그녀의 파리행은 포르부에 가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보들레르, 벤야민, 프루스트, 랭보, 발레리... 수많은 문인들의 문장으로 대변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샤를 드골 공항에서 그녀를 환한 미소로 맞아준 사람은 장, 그녀의 포르부 여정을 함께 한 사람은 장이었어요. 왜 포르부였을까요. 그녀는 페르피냥에서 잠들기 전에 쉼보르스카라는 폴란드 여성 시인의 시를 읽었고, SNS에 이 시의 일부를 소개했어요. "너는 사라진다. 그러니 너는 아름답다." (137p) 어쩌면 이 시처럼 너와 나, 우리의 삶은 언젠가는 사라지기에 덧없이 느껴지는 것인데, 시인은 그 사라짐을 아름답다고 노래했네요. 그리고 쉼보르스카의 시,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149p), 이 부분을 되풀이하여 읊조리는 그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웠네요. 소설 첫 장에 적혀 있는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 (5p) 라는 문장을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되뇌이게 되네요. 마치 우리 모두의 밤을 위로하듯이, 편안하게 두 눈을 감고 잘 수 있는 이 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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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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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맞게 눈물이 났네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 아픈 사람이나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나 속상한 건 매한가지...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유미 님의 에세이예요.

소설 같은 책 제목이 비유가 아닌 실화였네요. 뇌종양 수술 후 요양원에 있던 엄마의 탈출은 작은 에피소드일 뿐, 나이 들고 아프면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저자는 딸의 입장에서 한순간에 아기가 되어버린 엄마를 마주하며 좌절했다가 분노했다가 슬퍼했던, 그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요. 아픈 부모님을 직접 간병할 수 없는 자녀들이 많아졌고, 그 자녀들을 대신해주는 간병인들과 요양원이 점점 늘고 있어요.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진짜 중요한 걸 놓쳐서는 안 돼요. 바로 아픈 당사자, 집이 아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기를 원하는가. 살아도 사는 게 아닐 때가 있잖아요. 뇌종양 수술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치매 증상인지 알 수 없는 엄마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돌볼 수 없은 딸과 아들은 간병인을 구했고, 요양원에 모실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완전히 인지 능력을 상실한 치매 환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신이 들 때마다 살려달라고, 자신을 꺼내달라고 외쳤던 거예요. 몸이 아픈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경우라면 가족들이 24시간 지키며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모두의 일상이 망가지게 되는 거예요. 어느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거죠. 늙고 병들고, 돌봄이 필요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죽는 순간까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일까요. 처음엔 딸,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다가, 점차 아픈 엄마의 모습이 '나'의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한 달 전만 해도 활기찬 일상을 보내던 엄마가 응급실에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때,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읊어주었어요.

"사랑하는 이여, 나 죽거든 날 위해 슬픈 노래를 부르지 마오. 내 머리맡에 장미꽃도 그늘진 사이프러스도 심지 마오. 무덤 위 푸른 잔디가 비와 이슬방울에 젖게 해 주오. 그리고 생각이 나시면 기억하고, 잊고 싶으면 잊어 주시오. 나는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내리는 비도 느끼지 못할 거요. 고통스럽게 노래하는 나이팅게일 소리도 듣지 못할 거요. 해가 뜨거나 저물지도 않는 희미한 어둠 속에서 꿈을 꾸며 어쩌면 기억하겠지요, 어쩌면 잊을지도 모르지요.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야." (52p) 딸은 엄마가 시를 외우며 죽음을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틀렸어요. 엄마는 아름다운 시처럼 후회 없이 주어진 삶을 잘 살겠노라고 다짐했던 거예요. 늙었다고, 아프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길 순 없노라고, 요양원 창문을 넘어 도망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엄마는 죽는 날까지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엄마에게 자유는 위험했다.

... 만약 야생에서 살던 새가 늙고 병들어 평생 새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 새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리고 사람의 선택은 짐승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같을까, 다를까?" (1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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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요괴 병원 1 - 요괴도 감기에 걸려요! 여기는 요괴 병원 1
도미야스 요코 지음, 고마쓰 요시카 그림, 송지현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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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요괴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한 판타지 동화 속에도 흥미로운 요괴들이 잔뜩 등장하니 말이에요.

《여기는 요괴 병원 1 : 요괴도 감기에 걸려요!》 는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요괴 판타지 동화예요.

"만약 그날, 흰여우못에 낚시를 하러 가지 않았다면 길을 헤매다가 이상한 골목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골목 안쪽 병원에서 내가 만난 건 세상에 딱 한 명 밖에 없는 요괴 전문 의사였다." (5p)

주인공은 마루 초등학교 5학년 2반 18번, 미네기시 준이에요. 평범한 초등학생인데 요괴 병원의 호즈키 선생님을 만나면서 아주 특별한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어릴 때는 다들 한 번쯤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꿈 혹은 상상을 해봤을 거예요. 호기심 많은 준이 호즈키 선생님을 통해 수상한 요괴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귀신, 유령, 요괴, 괴물, 요정... 이밖에도 우리가 잘 모르는 존재들이 세상 어딘가에, 어쩌면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 거라는 상상, 그 상상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주는 이야기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1권에서는 요괴를 치료하는 호즈키 선생님을 만난 준을 통해 요괴 병원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요괴 세계의 문을 열었네요. 음,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요괴들이 나올까요. 호즈키 선생님이 준에게 건넨 꽈리 모양의 종은 요괴 병원과 바깥 인간 세계를 연결하는 열쇠래요. 병원에 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우체통 앞에서 그 종을 울리기만 하면 골목을 막고 있던 문이 스르르 열린대요. 그 종을 받는 순간, 준이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요괴 병원의 요괴 의사의 인간 어린이 조수가 된 거예요. 완전 설레는 일이죠. 근데 준이만 모르는 한 가지 비밀이 있어요. 이 동화책을 읽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얼른 준에게 비밀을 말해주고 싶을 테지만 어쩌겠어요. 정말 아이들이 딱 좋아할 만한 판타지 동화네요. 띠리링 종이 울리면 나타나는 이세계 요괴 병원, 앞으로 조수의 활약상을 기대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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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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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제겐 생소한 작가지만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면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라고 하네요. 특히 이번 작품은 2023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공쿠르상 수상작이라는 점, 소설의 배경이 파시즘이 득세하던 이탈리아라는 점에서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시기가 절묘했던 것 같아요. 왠지 지금 이 소설을 읽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닌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녀를 지키다》는 이탈리아의 사크라 수도원 지하에 감금된 그녀에 관한 이야기예요.

처음에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리석의 어둠에 갇혀 기다리고 있는 그녀, 40년 전부터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그녀" (9p)라는 표현이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그녀의 정체가 피에타 석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설이 뭔가 더 은밀하게 느껴졌네요. 소설 속 주인공은 그 아름다운 조각상이 아니라 천재적인 조각가와 그가 사랑한 여인이에요. 먼 나라에서 벌어진 낯선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음을 일렁이게 만드는지, 서서히 조금씩 베일을 벗겨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놀라웠네요.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만약 전부 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겠지.

네가 단 한 번도 틀리는 법 없이 처음부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넌 신인 거야." (422p)

똑같은 말이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귀한 약이 될 수도, 끔찍한 독이 될 수도 있네요. 인간이기에 실수는 피할 수 없는 법이지만 때로는 한 번의 실수가 남은 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태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비극이네요.

"그 누구도 나에 대해 아무 짓도 할 수 없어. 난 모든 걸 겪었어.

누가 나를 가장 아프게 한 줄 알아? 나야." (595p)

괴롭힌 그들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라고 탓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스스로 고통을 줬다면 치유할 사람도 자신인 것을...

"잘 들어라. 조각한다는 건 아주 간단한 거야. 우리 모두, 너와 나 그리고 이 도시 그리고 나라 전체와 관련된 이야기, 훼손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축소할 수 없는 그 이야기에 가닿을 때까지 켜켜이 덮인 사소한 이야기나 일화들을,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 내는 거란다. 그 이야기에 가닿은 바로 그 순간 돌을 쪼는 일을 멈춰야만 해. 이해하겠니?" (613p)

인간에게 자유와 사랑이란, 존재의 이유이자 권리가 아닐까 싶어요. 소설 제목에서 '그녀'는 누구이며, 왜 '지켜야'하는지, 과연 이 문장에 숨겨진 깊은 뜻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사랑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로 즐길 수도 있지만 비극적인 운명과 투쟁에 초점을 둔다면 의외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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