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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청춘 ㅣ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의 [청춘] 을 읽고
소설은 역시 재미가 있다. 한 번 빠지게 되면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문학의 장르 중 소설을 애용하는 독자가 많은 이유도 이런 매력 때문이 아닐까?
난 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지금까지는 소설은 별로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설을 대하게 되면 거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고, 몰입하다 보면 다른 일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작품에 대해서도 왠지 마음에 끌리지 않아서 관심 밖이었다.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다 보니 이런 마음도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일본 소설도 거의 잘 알지 못한다.
평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인지 작가들과 작품 세계도 별로이다.
이번에 좋은 소설과 작가를 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매우 중요한 행운이고 중요한 시간이 되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춘을 보낸 일본의 두 작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가 중단편 소설 작품을 통해 오늘의 청춘에게 전하는 공감과 위로를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일본 근대 문학사의 거대한 획을 그었으며, 20대에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문단에서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인정받으며 일본 문학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이다. 하지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작가였다.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러시아문학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가 특징이지만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왕조물’, ‘기독교물’, ‘에도물’, ‘개화기물’, ‘현대물’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나생문(羅生門)』, 『마죽(芋粥)』 등 15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남겼으니 대단한 작품력을 지닌 천재 작가인 것이다.
얼핏 보기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다자이 오사무 작가와 둘 다 천재 소설가였고, 30대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괴롭혔을까. 그들의 청춘이 담긴 각 열두 편의 작품을 모아 엮어서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었다.
오늘의 청춘이 느끼는 고뇌와 닮은 작품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청춘들에게 불완전한 기대, 모호한 미래, 불편한 자유 가운데 불안으로 침참하는 청춘의 고뇌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오늘날의 청춘의 문제에 대한 여러 대응책도 함께 고려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오늘의 청춘이 가장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들을 골랐다.
책에는 사랑에 빠졌을 때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남녀 「게사와 모리토」의 게사와 모리토, 권태로운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장면에 감동받는「귤」의 나, 전시회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그림 하나에 끌리는 「늪지」의 나, 타국에 온 이방인으로 혼란을 느끼는 「신들의 미소」의 신부,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괴로움에 빠지는「꿈」과 「톱니바퀴」의 화가와 소설가 등이 언급되고 있다.
청춘의 시기엔 꿈을 꾸고 망상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
망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을 확인하는 것은 청춘에게 가장 두려운 일일 것이다.
명확한 현실을 확인하는 것, 진실을 마주하는 것, 내 상황과 수준을 인식하는 것은 청춘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계속해서 망상과 타협하고자 하는 마음과의 치열한 싸움이 필요한 일이다.
바로 청춘의 고뇌와 함께 방향성을 향한 강력한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것도 30대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것이다.
그가 청춘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차마 받아들이지 못했던 현실은 무엇인지, 어떤 마음이 그를 두렵고 우울하게 했는지, 청춘의 고민과 괴로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어려운 책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나고 보면 청춘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최고의 멋진 시기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동안에는 그 빛나는 이름이 버겁게 느껴지는 고뇌하고 좌절하고 불안에 잠기는 순간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바로 이러한 청춘의 모습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청춘은 흔들리는 것이 나약한 것이 아님을, 불안하고 불투명한 미래도 어둠도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역시 나 자신의 당당한 주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위로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