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은 여자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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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인 그녀의 소설들은 그녀의 삶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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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여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4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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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의 소설들은 당시의 관점으로는 파격적일 정도이다.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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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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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체인저』​​

닐 셔스터먼 (지음) | 이민희 (옮김) | 열린책들 (펴냄)

닐 셔스터먼이 다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수확자 시리즈를 너무도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열린 책들에서 나온 [게임 체인저]도 흥미가 있었다. 제목부터가 내게는 생소하면서 흥미로웠다. 게임 체인저라니. 게임 체인저란 어떤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 판도를 바꿀만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혁신적인 인물이나 사건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경영 분야 등에 있어서 기존의 시장에 충격을 가할 정도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 제품 등이라고 하니 예를 들면 인물로 말하자면 스티브 잡스나 갈릴레오 등이 있을까 싶다.

제목과 더불어서 내용 역시 범상했다. 최근 닭강정이라는 소재가 충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하는), 그것에 어느 정도 버금간다고나 할까? 주인공인 애슐리, 자칭 애쉬는 풋볼로 살고 죽는 그야말로 풋볼 소년이다. 그는 티버츠빌 추나미스 고등학교 풋볼팀에서 라인맨 포지션이다. 주목받는 것보다는 날것의 에너지를 사랑하고, 공격 라인을 돌파할 때의 느낌과 헬멧끼리 부딪치는 감각과 소리를 사랑하는 들이받는 태클, 들이받기 기술로 유명한 소년이다. 아마 그의 성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듯하다. [털고 일어나라]가 집의 좌우명이듯 안되면 말고의 정신이랄까. 아버지 역시 풋볼 선수로 활약하다가 목표가 좌절되자 바로 큰아버지 밑에서 부품 유통 관리자로 방향을 바꿨으니. 아버지의 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는 것은 뭔가 인생의 본질을 꿰뚫어 본 현자의 말처럼 들린다.

애쉬가 무지막지한 태클을 당한 어느 날 그는 뇌진탕을 일으키게 되고 날카로운 추위와 함께 찾아드는 짜릿한 느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 후 교통신호의 정지등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자신이 뭔가 이상해짐을 감지했지만 이내 넘어가게 되고, 다시 며칠 후 이번에도 또다시 태클을 하다가 뇌진탕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이 부자로 바뀐 걸 알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상태 역시 가차 없이 바뀌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때 알게 된다. 자신이 대체 우주에 떨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혼돈 방지를 위해 그 앞에 나타난 쌍둥이 형제가 나타나서 애시 보먼이 바로 우주의 중심이 되었다고 말한다.

항상 우리는 나라는 존재 자체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루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광고들은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스스로의 삶과 모습에 불만을 갖게 한다. 나로 산다는 것은 멋없는 것이며 너로 산다는 것, 다른 이로 되고 싶은 소망만이 넘쳐난다. 하지만 언제 진정으로 스스로의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있다는 말인가?

소설 [게임 체인저]는 소재 자체가 독특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네 현실이 모두 담겨있다. 차별과 오해와 억압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져 있다. 책 첫 부분에 언급된 것처럼 샌드위치 속에 숨어있는 정체불명의 고기, 소화하기도 삼키기도 힘든 현실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져 있다. 인종 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등에 대한 소재들이 들어가 있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스스로 차별주의자였음을 느끼게 된다.

소설 마지막에 언급된 우주의 중심이 이제는 안드로메다 외곽에 사는 지각 있는 바이러스로 바뀌었다니. 웃음이 난다. 세상에는 가만히 있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이 참 많다. 어리석은 지도자, 중심자가 오히려 무엇을 해보려고 이것저것 건드는 순간 세상은 더 위험해진다. 어쨌든 주인공 애쉬는 스스로의 희생도 감수하면서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길 원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이제 모든 것에 들이받을 준비가 된 애쉬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어디 덤벼 보라고 말이다. 어차피 내가 주인공인 세상인데,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뭣이 중한데. 그래, 네 멋대로 살아라. 어차피 이것도 곧 끝이 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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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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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선』​​

아멜리 노통브 (지음) | 이상해 (옮긴이) |열린책들 (펴냄)

아멜리 노통브를 [살인자의 건강법]이란 소설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소설들도 역시 읽어보았다. 하지만 지금 만난 [비행선]이라는 소설은 왠지 노통브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느 정도의 그로테스크한 감성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 잔혹한 방식의 사고 등등이 그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피와 앙주다. 앙주는 피의 아버지인 그레구아르에 의한 고용된 과외교사이다. 고등학생인 피는 이제 열여섯 살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몹시 불안하다. 이제는 껍질을 깰 때가 온 것이다.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살아야 할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닥친 질풍노도의 시기... 그의 불안은 독서 장애로 이어진다. 소설책 한 권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과외 선생 앙주는 피에게 첫 소설로 적과 흑을 권한다. 그리고 그 둘을 아버지인 그레구아르는 몰래 거울 너머로 감시한다.

피와 앙주는 서로 달랐지만 몹시도 비슷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 아니면 거울의 앞과 뒤 같은 모양새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았고, 구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혹은 그 구원은 멸망이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가위로 모든 것을 자르고 비행선처럼 둥실 떠오르고 싶은 피... 그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 가능 한 대목이기도 했다. 피는 진짜 삶을 살고 싶어 했다. 아버지, 어머니 즉 어른들의 삶은 그가 보기에는 가짜 삶이었다. 진짜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오히려 소설 속 세계는 간접 경험이지만 진짜로 가득했다. 그런 피를 앙주는 부축인다. 마지막에 앙주의 말은 섬뜩하기도 하다. 지옥이 무엇으로 도배되어 있는지 안다는 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

아이는 스스로 서야 한다. 모든 아이는 비행선이 되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아이는 더 이상 어른이 될 수 없다. 혹 피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것은 앙주가 아니었을까? 또한 드는 생각은 어른은 아이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진짜 삶을 살아야 한다. 진짜의 삶을 여러 번 살아내야 한다. 가짜의 삶, 사이버의 삶, 휴대폰 너머의 삶.. 그것은 과연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가 가장 절망감을 느끼는 순간이 부모가 핸드폰만 보느라고 자신의 물음에 대답도 안 해주고 관심도 안 가져줄 때라고 한다. 아... 지금은 모두가 블랙미러에 빠져있다. 진짜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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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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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2세』​​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박우수 (옮긴이) | 열린책들 (펴냄)

왕권은 신에 의해 부여받는 신권인가? 아니면 백성에게 오는 것인가?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2세]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왕권에는 백성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다시 알려준다. 리처드 2세는 에드워드 3세 손자로 열 살에 즉위한다. 이른 나이에 즉위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삼촌의 섭정이 이어져 나름 힘든 시기를 거치지만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현명? 한 자이기도 했다. 재임 중 일어난 농민반란을 기지로 봉합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읽는 [리처드 2세]는 셰익스피어의 시각에서 다루므로 그의 다른 면은 읽어내기가 힘들다. 책에서의 리처드 2세는 유약하고 판단력이 부족한 성급한 이미지이다. 셰익스피어의 책 중 [리처드 2세]가 비교적 역사적 사실의 충실의 반영이라고는 하나 기저에 깔린 취향은 무시 못 할 것이다.

불링브루크와 모브레이가 서로를 반역죄로 기소하게 되고 리처드 2세는 중재를 자청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투 재판을 벌이나 리처드 2세는 즉시 그 둘 모두를 추방시킨다. 그 후 리처드 2세는 불링브루크의 아버지인 곤토의 존의 재산을 압류해서 원정길에 오른다. 그리고 끝까지 전쟁을 치르지 않고 눈앞의 적만 멸한 후 다시 원정길에서 돌아오는데, 이는 곧 화근이 된다. 불링브루크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반란을 일으키게 되니까 말이다.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2세를 보는 시각과 불링브루크를 보는 시각은 명백히 차이가 난다. 리처드는 왕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이고 불링브루크는 나름 자비를 가진 것같이 묘사가 되어있다. 맨 마지막 장을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리처드 2세에서 셰익스피어가 찬탈보다는 폐위로 규정되지만 이 작품보다 앞서서 헨리 6세에서는 요크 가문 사람들은 헨리 불링브루트를 찬탈자로 규정한다. 헨리 6세에서 죽어 가는 모티머는 자신의 조카인 요크에게 무해한 리처드 왕이 은밀하게 살해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불링브루크는 의회의 동의를 얻은 리처드의 폐위로 스스로가 적법한 후계자라고 생각하지만 강제된 폐위를 당한 리처드의 편에서는 불링브루크는 왕권을 유린한 자이다. 오랜 기간 장미전쟁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내란은 이런 정통성 시비를 둘러싼 복수전이라 할 수 있다.

역사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 가진 자에 의해, 획득된 권력에 의해 구술된 사례집이라는 것도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권력이 백성에게서 오는 것임을 이처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는 예술이 역사 속으로 파고들 때의 파급력을 가장 크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기억하기 좋은 것은 바로 예술을 통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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