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윤동주의 시를 일본 교과서에 수록한 국민 시인, 개정판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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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펴냄)

나와 같은 결의 사람을 만난 느낌이 든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 시인이 윤동주 시인을 알게 된 계기가 어느날 우연히 접한 그의 시와 사진이라고 한다. 청초한 시어들과 단아하고 말쑥한 젊은 청년의 모습은 이바라기 시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궁금증을 일게 했다. 궁금증이란 그것이 해소되면 이내 관심이 식을 법도 하지만 이바라기 노리코는 아니었다. 한국어를 공부했으며 더 나아가 윤동주 시인을 알리는 일에 누구보다 중점을 두었다. 일본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이 시가 실리는 것에 기여하기도 했다.

사실 나도 윤동주 시인에 대해 알게 된 계기는 그의 훈훈한 모습을 통해서였다. 사진 속에서 비쳐나오는 그 모습은 사춘기 어린 소녀의 가슴을 콩닥이기에 충분히 젊고 멋졌다. 그리고 그의 시들은 너무도 서정적이고 흡사 모범생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은 내게는 윤동주 시인을 통해 알게된 시인이다. 그녀의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가장 좋아한다. 대표작이기도 하지만 제목과 달리 그렇지 못한 삶이 그려지는 시이기에 더욱 더 애절한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신의 가장 좋은 시절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기에...

[내가 가장 예뻤을 때]란 제목이 왠지 기시감이 있었는데 전에 이 제목으로 한 어떤 소설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마 공선옥 소설가의 표제어였을 것이다. 그것이 원조가 아니라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의 이 시가 시작이라니... 아마도 오래 전부터 이바라기 노리코를 알 운명이었나보다. 그것이 바로 지금이었을뿐...

좀 더 오래도록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어들을 곁에 두고 싶다. 그리고 그녀의 시들을 주변과 나누고 싶다. 그녀가 그 시절 윤동주의 시어들을 나눴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시들은 어둡고 애처롭지만 어떤 시어들은 상당히 유머스럽다. 그 시절에도 위트를 잃지않으려던 시인의 기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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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시집,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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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펴냄)

날이 풀렸다. 물론 아직 바람은 찬 듯하지만 꽃 망울이 고개를 들고, 벌써 개나리 가지 중 몇 몇은 노랗게 색을 입었다. 김소월은 왠지 이름에서 느껴지듯 봄의 시인같다. 그리고 대표적인 시들을 보아도 서정적이고 한스러움이 묻어나는 시어들이 그득하니 그의 현실의 삶도 왠지 서정적이려니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그토록 혹독한 세월을 온 몸으로 맞서서 싸운 시인의 삶이라니... 더군다나 경제적으로 힘들고 하는 일마다 안되는 상황을 맞이했던 시인... 아버지는 일본인의 심한 매질로 인한 정신이상자가 되고 그로 인해 소월에게만 온전히 의지했던 어머니... 시인의 돌파구는 그저 하얀 종잇장에 시구를 적는 것 뿐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나라 잃은 땅에 사는 시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본래의 성정이 섬세한 사람은 이런 세상에서 과연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가까운 문우의 요절을 지켜보고 아끼던 친구의 자살을 목도한다면 말이다. 아마 희망없는 세상에서 희망 찾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없는 세상에서 끊없이 봄을 외치는 것... 소월의 삶을 다시금 생각하고 그의 시를 읽으니 예전과는 다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은 이제는 더 이상 밥과 돈을 걱정하지 않겠지. 마음껏 시를 쓰겠지. 하지만 시인이 사는 그곳운 이제 더 이상 시가 필요없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시란 오히려 밥과 돈이 궁할때 나오는 법이기도 하지. 그래서 우리는 김소월을 만난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입장에서는 몹시도 슬픈 일이겠지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다고 한 시인의 말이 가슴이 아프다. 십자길 한복판에 서 있어도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김소월은 1902년도에 태어나서 1934년도에 유명을 달리했다. 참으로 짧은 생애다. 이제 내 나이가 그의 나이를 훌쩍 넘겼음에도 길을 찾을 수 없음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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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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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펴냄)

너무 재밌는 발상이다. 소설과 하이쿠를 어떻게 이렇게 연관 지어 생각을 하다니... 작가 미야베는 천상 글쟁이, 천상 소설가인가 보다. 그녀의 그런 능력이 잠시 부러워진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보석 같은 능력이다.

작가의 하이쿠 사랑은 어느 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신곡을 외워서 서로에게 들려주는 가라오케 모임이라니... 참 신선하고도 노년에 꼭 필요한 모임의 양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명 치매 방지도 되니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작가가 말한 공포를 주제로 한 하이쿠가 있다는 것도 무척 신선했다. 하이쿠를 통해서 새로운 장르, 그리고 생각의 확장을 열 수 있다니 새로울 것이 없는 시대에 새로운 것이 이렇게 나올 수도 있구나... 항상 새로운 것은 있는 것을 통해 탄생된다.

일본의 짧은 시 중 요즘 뜨는 것 중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이런 시가 있던데.. 이런 류의 시는 일본의 정형시인 센류라고 한다. 센류와 비교하자면 하이쿠는 아마도 대구나 형식에서 더 규범을 요하는 것이리라... 한 줄의 시로 대표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미야베를 주축으로 한 모임에서 사람들은 노래에서 하이쿠로 그리고 작가 미야베에 의해서 자신의 하이쿠를 소재로 한 한편의 소설들을 갖게 되었다. 이야기는 작가의 재량이어서 어디로 어떻게 뻗어갈지 짐작을 할 수는 없지만 12편 소설 모두 훌륭하고 각기 다른 개성이 넘치니 이번 시도는 가히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하이쿠를 제목으로 소설을 쓰니 그 제목 자체가 더 범상치 않게 보인다. 제목으로 실린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도 인상 깊었는데 [어스름한 저녁 이끼 낀 묘석에 새끼 도마뱀]이라든지 [날선 가위여 꽃밭의 맨드라미의 목을 자르리] 등등은 하이쿠 자체 속에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가 숨어있는 듯하다.

장르 역시 다양하다. 미래의 모습이 담긴 SF도 있고 판타지 소설 역시 존재한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묘하게 섞여버려서 어떠한 것이 진짜인지 헷갈리기까지 하다. 일명 예전에 즐겨 봤던 드라마 [환상특급]이 생각난다고나 할까...

하이쿠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한다. 그 한 줄에 모든 세계가 들어있다. 한 줄 속에 들어있는 세계를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에게 확 펼쳐놓는다. 그 속에 그렇게 깊고 놀라운 세상에 들어있는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드물기는 하지만 상상력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하이쿠를 지어놓고 그 속에 더 다른 세상을 꿈꿔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저자가 실은 하이쿠를 가지고 자신만이 구축한 또 다른 세상을 만들 수도 있겠다.

나만의 시를 가지고 나만의 세상을 가지고, 게다가 그것을 펼쳐놓는 꿈... 그것은 과연 언제 실현될 것인가? 꿈속에서는 가능한 것 같은데 막상 현실 속에서 눈을 뜨면 짧은 하이쿠 속 세상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나도 나만의 한 줄 시를 적어볼까... 꽃잎 터지는 한숨이 길고도 짙은 밤. 봄이 짧음을 미리 아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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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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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 인구가 늘어나고 노인층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독사도 증가한다. 그런데 난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그 흔적을 청소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너무나 하기 끔찍한 일일 텐데 분명히 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일상이 돌아간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아르바이트로 친구가 시체를 닦아주는 일을 해서 용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일에 대한 것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동시에 해볼 법한 가슴 뛰는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것으로 여겨져서 나도 대학생이 된다면 꼭 영안실에서 시체를 닦아주는 알바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물론 생각은 그 시절에 잠깐이었다. 막상 용기도 없을뿐더러 공포영화 보기도 무서워했던 나로서는 그런 알바를 찾았을 리는 만무했다. 세상에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못하는 일이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여기 특수청소부 일도 마찬가지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말이다. 자신이 하지 못하면 남을 시켜서라도 해야하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사회 초년생 가쓰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앤드 클리어의 오너인 이오키베는 베테랑이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막상 처음에 일을 시작하는 가쓰미가 보게 되는 충격은 실로 대단할 텐데 소설상 맥락으로 가쓰미는 튼튼한 간을 가진 주인공으로 보인다. 담대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면서 하나 둘 그저 눈앞에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사건 역시 해결하게 되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가슴이 아프고 마음에 남았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아무도 못 알아주고,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가족마저 등진 것... 죽어서까지 인정받지 못한 것... 등등이 가슴 아프다. 아마 살아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꿈꿨나 보다. 본인을 부정 당한 마리나가 하는 유일한 복수는 그저 마룻바닥에 다들 망해라..를 쓴 것이다. 그녀의 마음의 외침은 그래도 들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그녀의 흔적을 지우러 온 사람들... 다행이다. 그들이 들어서 말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펼쳐져 있다. 한 벤처기업의 대표는 욕조 속에서 온몸이 그야말로 녹은 채로 발견되고, 잘나가는 영업사원도 어느 날 퇴사한 후 쓸쓸하게 고독사한 채로 발견된다. 갖가지 이야기들, 그야말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작가가 이 분야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했구나 싶다.

누군가는 하기 싫어하는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사람들,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런 사람들이다. 신중함과 둔감함을 무기로 죽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흔적을 지운다. 한 사람이 살다가 죽어간 흔적... 소설 속 말처럼 그렇게 쉽사리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는 남기고 누구는 지운다. 최소한 자신의 흔적은 자신이 지우고 가야 하지 않을까... 소설의 말미에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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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제3부 (2024 리뉴얼) - 신들의 신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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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쯤엔 아마도 새로운 우주의 한 페이지가 열릴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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