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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ㅣ 책세상 세계문학 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3년 12월
평점 :
『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 고봉만 (옮김) | 책세상 (펴냄)
생텍쥐페리가 1943년에 펴낸 [어린 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된 책이라고 한다. 그만큼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줄거리일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출간한 후 이듬해인 1944년 마지막 정찰 임무를 끝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실종...그는 예정된 시간에 귀환하지 않아서 미확인 전사자로 등록되게 된다. 그는 과연 왕자를 만난 것일까? 왠지 그의 글과 생 모두가 아련하다. 이렇듯 나도 어린 왕자에 대한 줄거리를 몹시 잘 알고, 몇 번이나 읽어보고 그에 관한 영화나 만화도 보았지만 왜 항상 어린 왕자는 새롭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다른 판형과 다른 출판사로 만난 어린 왕자 역시 나에게는 그러했다.
전에는 이렇게 읽었던 것 같다. 어린 왕자가 있던 소행성을 외우고, 또 그가 방문한 행성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고... 어린 왕자는 그저 어린 왕자일 뿐이데 왜 나는 어른의 시각으로 소설을 낱낱이 분석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잘못된 방식 같았다. 그리고 그 당시 난 딱히 어린 왕자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왕자의 순수함과 느껴지는 쓸쓸함이 잠깐 마음을 끌었을 뿐...
하지만 이제 다시 읽는 책에서 내 모습이 보인다. 세월이 지나서 읽는 어린 왕자에서 내 모습이 읽히는 것은 그저 늙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현명해졌다는 것일까? 전혀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어쩌면 우리 각자는 어린 왕자가 아닐까 싶다. 어디로부터 왔는지 모를 행성에서 지구라는 곳에 떨어진 존재이다. 누구에게 보살핌을 받아도 우리 각자는 어차피 홀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돈이 최고라는 금전주의자도 만나고 시간에 대해 강박을 갖는 많은 이들도 만난다. 사실 그들도 처음에는 벌거벗고 태어난 어린 왕자와 같은 존재였다. 세월이 지나 세상을 만나면서 다른 가치관을 머릿속에 심은 것이다.
내가 어린 왕자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사랑이다. 꽃 한 송이를 간절히 보살피는 그의 마음이다. 외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의 방법이다.
마음속에 작은 사랑 하나만 있다면(설령 그것이 한 송이 꽃이라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지 않아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눈을 감으면 우주를 만난다는 생각이 든다. 꼭 감은 두 눈 속의 세상은 우주와 비슷하다. 검은 세상에 한두 점 빛들이 소용돌이친다. 그 속을 여행한다. 외로워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난 이 세상에 홀로 왔으니 이 고독쯤은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사랑을 줄 이들, 사랑을 준 이들을 만났으니 행운이다. 덤덤하게 세상을 나아갈 수 있다.
세상에 맞설 거라곤 가시 네 개뿐이었던 꽃을 위해서 어린 왕자는 꽃이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 또한 저자는 말한다. 양이 꽃을 먹었을까? 먹지 않았을까? 그것에 따라서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고 말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주 사소한 것들이 당신을 구할 수 있다. 어린 왕자는 어른이 된 어린이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이 어린이였던 순수함을, 처음 이 지구라는 행성에 왔을 때의 마음을 기억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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