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른 곳에서 온 언어
미즈바야시 아키라 지음, 윤정임 옮김 / 1984Books / 2023년 6월
평점 :
『다른 곳에서 온 언어』
미즈바야시 아키라 (지음) | 윤정임 (옮김) | 1984북스 (펴냄)
두 언어로 생활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예전에 누구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두 가지 언어로 말하는 사람은 마음 길도 두 개라고 말이다. 그래서 믿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마음이 두 개란 말인지... 그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건지...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느낀다. 전자는 맞았고, 후자는 달랐다.
저자인 아키라는 스스로 모국어의 굴레에서 탈출했다. 자신의 언어를 프랑스어로 규정하고 그 속에 자유를 느꼈다. 유년의 언어는 일본어였고, 그 언어를 사용할 때도 있지만 내면의 언어를 프랑스어로 규정했다. 왜 하필 프랑스어였을까? 아마 아버지로부터의 영향이었으니라.. 한국어라면? 영어라면? 이탈리아어라면? 어떤 사고를 가지게 되었을까? 하지만 작가에게는 탐험할 부계의 언어가 존재했다. 유년시절의 삶, 일본어로 된 세상에서 느껴진 언어의 인플레, 언어의 질병... 그 안에서 저자는 입을 닫아버린다. 자신의 사유의 언어는 더 이상 일본어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담는 언어로서 존재... 그것은 다른 곳에서 온 언어였다.
생각은 언어를 통해 오는가? 아니면 언어가 생각을 통해 오는가? 아키라는 여러모로 다와다 요코를 떠올리게 한다. 요코 역시 이중언어 작가이다. 그녀의 삶은 1979년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독일에 가는 경험을 한 후 바뀐다. 대학 졸업 후 요코는 독일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독일어로 글을 쓰면서 생활하고 있다. 생각을 담는 언어가 바뀌면 새로운 눈을 가질 수 있다. 사물이 다른 식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키라와 요코 모두는 그 경험을 했고, 스스로 생각을 담는 다른 언어를 선택한 것이다.
작가를 소개하는 글에서 아키라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를 고민하는 작가라고 한 대목을 읽었다. 정확하게 또 명확하게 말하기 위해 언어를 고르는 것이다. 낯선 프랑스어를 자신의 내면의 언어로 선택한 작가이니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고르는 것이리라... 어떻게 담아야 할지.. 생각을 고르는 것... 언어에서 오는 생각일까? 아니면 생각에서 오는 언어일까?
말을 할 때는 세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첫째는 이 말이 옳은 말인가? 둘째는 꼭 해야 할 말인가? 셋째는 친절한 말인가? 쏟아지는 말들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생각의 가치를 알 수 없다. 말을 하기 위한 생각인지, 생각을 위한 말인지 도대체 감응이 안된다. 아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은 다 느낄 것이다. 말의 홍수, 말의 인플레, 말의 말 등등
자아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말이 아니라 자아로 근접하는 언어를 갖자. 주눅 들고 보수적인 주입식 말이 아니라 경탄의 훈련을 하는 언어를 갖자. 그리고 생각하자.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를 말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