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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ㅣ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지음) |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유전학에 대한 모든 정보가 망라되어 있는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이다. 사실 표지 속 인물들의 얼굴 모습으로 제목을 짐작했다. 하지만 아마 중의적인 표현이 있으리라... 지은이 칼 짐머는 30대 이후로 아이를 출산하면서 의사로부터 유전병에 대한 경고 아닌 경고를 들어야 했고, 후에 아내에게서 나는 듯한 웃음소리를 딸 샬럿에게 들었다고 한다. 웃음이 웃음소리였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표지 속 두 인물은 미소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닮은 듯도 하다.
책의 내용이 얼마 전에 무척이나 잘 읽었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속의 내용도 떠오르게 하고, [총, 균, 쇠] 같은 벽돌 책이 떠오르기도 하다. [사피엔스]나 다윈은 말해 무엇하랴... 아마 이 책이 유전학에 대한 모든 내용을 방대하게 또한 세밀하고도 친근하게 다른 이유에서 일 것이다.
가장 유전학에 대해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비극이다. 특히 홀로코스트로 대변되는 유대인들의 처형은 우월한 코카서스 인종을 키우고 열등한 민족을 없애려는 우생학에서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인종이 사실 우수하다는 말인가? 형질의 유전은 실로 광범위하고 세포 마디 마디에 포개어진 수조개의 세포들은 각기 서로 다른 가계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것들이 유전이 될지 인간들이 어찌 알 수 있는가? 히틀러는 사실 볼품없는 인물이었음에도 그가 독일의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언변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대중을 다스릴 줄 아는 그 기술, 말솜씨... (아, 그에게 그러한 언변술이 없었다면 무척 좋았을 것이다.)
자식이 있는 사람들은 자식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본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나 때도 저랬는데... 아, 나 닮으면 어떡하지? 혹은 하나도 안 닮았네, 저런 녀석은 어디서 난 거야? 아니면 내 속 이런 유전자가 있었다니, 천재 아닌가? 등등...
아마 모두들 자식으로 대물림되는 그 무엇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쉽게 말해 대물림된다. 그 자체가 유전이 아닌가? 하지만 그 대물림이라는 것은 정말로 어떤 형질이 내려올지 모르고, 조상의 조상까지 거슬러올라가야하는 실로 방대한 여정이다. 그래서 아마도 사람들은 그렇게 퍼센트에 민감한가 보다. 확률, 퍼센트.... 그리고 그 속에는 또 나만 아니면 돼... 아니면 설마 내 상황이 저렇게 되겠어? 하는 기대와 망상이 뒤섞인 바램이 존재할 것이다.
책 속에 나온 모든 예시들이 흡사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잘 읽히고 흥미로웠다. 저능아에 대한 연구 [칼리카크 가족]의 이야기, 익히 아는 펄 벅에 관한 이야기, 네안데르탈인의 DNA의 비밀, 키메라에 대한 이야기 등등이 유전에 얽힌 사례들로 나와있다. 또 유전이라는 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전달되는 유전자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포가 만들어내는 가계도에도 존재하고, 몸속에서 우글거리는 미생물의 진화, 또한 과학기술 역사 등등 역시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갱신되는 유전의 정의들에 포함된다.
사이코패스를 연구했던 한 과학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그 자신이 바로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모두 지닌 놀랄만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과학자가 사이코패스로 성장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어린 시절 그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사랑했던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는 점이다. 만일 그 축이 없었다면 그는 자신도 희대의 사이코패스가 됐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사례는 아마 많을 것이다. 일례로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어느 백인이 자신의 유전자를 검사했다. 그러자 그 자신의 조상이 무려 80퍼센트 흑인의 핏줄에서 왔음을 알게 된 사례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고 말이다..
유전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웠던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 순간 나의 피로 흐르는 유전자의 서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끊임없이 갱신할 유전자의 미래에 대해서.. 아이들에 대해서... 그때는 분명 지금과 같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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