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대원씨아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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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소설』​​

앙투안 로랭 (지음) | 김정은 (옮김) | 하빌리스 (펴냄)

큰일이다. 만일 여러분이 출판사의 편집자인데 최고의 소설의 작가를 모른다면 어찌하겠는가? 편집자들은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바로 작품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심미안이다. 현대 각종 출판사의 편집자들의 이메일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소설, 에세이, 기타 출간을 원하는 원고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그리고 흔히들 요즘 시대를 독자들은 점점 적어지는 반면 자신의 출판물을 출간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진다고 한다. 읽어달라고 하는 책들은 쏟아지는데 정작 읽는 독자들은 희귀해지는 시대이다.

그런 때에 이건 딱 한눈에도 그럴듯해 보이는 소설이 등장했다면? 출판사 원고 검토부에서 일하고 있는 비올렌은 고민에 빠진다. 프랑스 최고의 문학 상인 콩쿠르 상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만한 소설이 탄생했지만 출판부에서는 작가 이름은커녕 성별조차 모르고 있다니 말이다. 익명의 작가인 카미유 데장크르... 비올렌이 작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이메일뿐이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계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도 잠시 곧 그녀에게 경찰이 찾아오는데...... .

소설 [익명 소설]은 소설이기 전에 사회문제를 포괄하고 있기도 하다. 누구나가 수긍하는 나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나쁜 짓을 대놓고 하지 않고 모르게 한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들킨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면... 아마도 누구나 핏대가 솟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문제는 엉뚱한 이들의 숙제로 되고, 그들이 고통받는다. 내 생각엔 이 소설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따로 있다고 생각이 된다. 정작 피해자로 묘사된 엘렌보다도 더 한 피해자는 존재한다.

카미유는 소설에서 이런 대목을 써 놓는다. 책은 작가를 떠나서 스스로 살 것이라고 말이다. 솔직히 세상에 나와있는 모든 책들은 그러하다. 그리고 작가들은 출판을 하기로 한순간부터 그 책들의 해석은 독자에게 열어놓는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독자 스스로 무언가를 발견하고 느끼기를 원한다. 아마 그것이 책이 스스로 살아 숨 쉰다고 느끼는 것, 누구나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겐 이 부분이 와닿았지만 다른 이에게는 다른 부분이 인상이 깊을 수도 있고, 나눌수록 더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책의 마법 같은 생산성들...

책과 책 사이를 종횡 무단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익명 작가의 존재를 심연에서 떠올리게 된다. 소설 말미에 가서는 아마도 모두들 깨닫게 되겠지만 말이다. [익명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인 [설탕 꽃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왜 파비엔은 그 수첩을 발견했을까 하는 점이다. 파비엔의 삶은 결코 잘못된 삶이 아니다. 그의 존재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의 희생은 절대 옳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아... 괜찮아... 하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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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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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부터 들은 말이 있다. 왜 너는 스스로를 그렇게 힘들게 하니..라고... 정말 그런가? 왜 나만 사는 게 힘들까? 이 물음을 떠올릴 때 이 책을 만났다. 책은 어떤 말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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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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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김소월의 시어들... 시는 그림으로 피어나고, 그림은 시로 인해 더한 의미를 갖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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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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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인간의 존재방식은 무엇인가? 미래파 환상 문학인 알도 팔라 체스키의 글은 보다 인간 존재의 심오함의 끝을 사색하게 해준다. 얼마 전 아이들과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인 [벼랑 위의 포뇨]를 같이 보았다. (사실 둘째 아이가 무척 좋아하여 매번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이다.) 그 속에서 포뇨의 엄마로 상징되는 바다를 관장하는 여신과 포뇨의 인간 아빠의 대화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아빠는 포뇨가 너무 어려서 혹시 마법을 잃고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혹시나 소스케의 사랑이 사라지면 포뇨가 물방울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포뇨의 엄마는 원래 포뇨는 물방울었으니 괜찮다고 한다. 인간이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신이 말하는 방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일례로 우리가 익히 아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도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왕자의 심장이 찌르라면서 칼을 동생에게 건네주지만 공주는 그 칼을 버리고 스스로 물거품을 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물방울 요정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서 자유로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원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기 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로서 모습을 내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은 아마도 능히 그 존재를 탐할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궁정 하인 알로로의 선택 역시 그러하다. 그는 아마도 자신을 불태우면 연기 인간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을 터이지만 페레라의 말처럼 그는 그저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 인간의 존재 목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가볍게 존재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 존재에 무한의 의미를 부여한다. 왕이 연기 인간인 페렐라에게 법전을 맡기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애초에 연기였던 페렐라에게는 이름도 없었다. 그 이름은 그저 인간들이 세 노파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에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존재하는 것마저도 의미없이 그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연기 인간을 가두려 했다는 발상 자체도 너무 인간스럽다. 어디에나 갈 수 있는 그저 연기로 존재하는 페렐라를 가두려 했다니.... 왜 인간은 그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페렐라는 성인이었다가 한순간에 범죄자로 추락하고 만다. 페렐라는 그저 가볍게 존재한 이유밖에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가볍다는 것을 정의했을 뿐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한 것이 없는 연기일 뿐이었다. 인간의 변덕이 페렐라를 영원히 인간 밖으로 추방시키고 말았다.

연기로 존재할 뿐인 페렐라에게 지식적인 가르침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선물이 되는 삶도 있기 마련이다. 굳이 뭘 바라지도 않고, 존재 이유에 대해 물을 필요도 없이 말이다. 왜 ... 인간은... 그저... 참아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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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 일상을 충만하게 채우는 시의 언어들
이영주 지음 / 뜨인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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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의 밤 백 편의 시』​​

이영주 (지음) | 뜨인돌출판 (펴냄)

시란 과연 어찌해야 하는가? 쉽게 쓰여야 하는가? 아니면 비유와 상징으로 점철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는가? 혹은 자신의 감상을 더 중요시해야 하는가? 시를 읽는 시대는 과연 어떤 시대인가... 시 한 편을 대할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쉬운 시를 선호했었다. 이해할 수 있는 시, 내 입을 통해 나오는 시어들... 단 한순간의 머무름 없이, 생각 없이 이해되는 시들... 하지만 세월이 흐름으로 나의 시의 취향도 변해가는 것 같다. 이제 쉽게 씌는 시어들은 왠지 인생을 쉽게 사는 듯해서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있는 대로의 감정을 그저 내지른 시들도 내겐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그렇다고 상징으로 꽉 차있어서 해설서 없이는 읽기 힘든 시도 멀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책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의 독특한 점은 시인에 의해서 고르고 골라진 백 편의 시란 점이다. 이영주 시인과는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친한 언니가 이영주 시인에게 시를 배운 적이 있어서 언니를 통해 많이 들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 [차가운 사탕들]이라는 시인의 시집을 읽은 기억이 있다. 시인의 시어들은 쉽지도 그렇게 너무 어렵지도 않았다. 물의 온도라면 딱 따뜻한 정도랄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목 넘김이 좋은 적당한 온도를 지닌 시어들을 그녀는 선택하고 골랐다. 왠지 이영주 시인이 고른 시들이라면 내게 맞지 않을까? ㅎㅎ 그런 느낌으로 하나 둘 읽은 시들... 역시 내 느낌은 옳았다.

현대를 시를 읽지 않는 사회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언제는 시를 읽었던가... 싶기도 하다. 시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어느덧 먼 존재, 특별한 누군가가 읽거나, 특정 시기 때 읽는 그런 괴상하면서 고상한 문학의 한 장르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싶다. 요즘 유행하는 힙합의 가사 또한 한편으로는 시일 텐데, 그렇게 접근한다면 오히려 너무 많은 시어들의 혼란으로 정작 시라고 일컬어지는 장르를 멀리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흔히들 시는 잠이 안 오는 밤이나 새벽에 읽는다고 말하지만 난 시란 자고로 쨍한 정신으로 읽어야 맞는다는 생각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환한 불빛 아래서 시어들을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한 줄 한 줄이 피를 타고 몸 전체 곳곳으로 퍼져나갈테니까 말이다. 그 짜릿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여기 [백 일의 밤 백 편의 시]는 모두 소리 내어 읽기 마땅하다.

다시금 시를 읽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저마다 시 한 편쯤은 외우고 다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따뜻한 일인가.... 정쟁과 반목으로 하루하루를 소모하지 않고, 별것 아닌 일에 울컥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회가 된다면... 생각만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늘도 시 한 모금 따뜻하게 마시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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