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7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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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희대의 악녀라고만 생각했다. 지니아의 모습을 보는 순간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내가 바라는 모습이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기 나오는 여자 주인공들 모두 지니아에 의해 고통받지만 동시에 그녀의 모습을 갈망하고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그러했다. 그러했기에 다가오는 지니아에게 곁을 내어준 것이겠지... 그녀의 아름다움, 즉 사악한 아름다움에 말이다.

악한 것, 퇴폐적인 것... 이런 것들은 왠지 모르게 강하다.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쿨한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면 달라진다. 부럽거나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끔찍하거나 두려운 존재로 변한다.

여기 지니아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 초월적인 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출생이나 가정사 등등의 거의 묘사되지 않는다. 모를 존재, 신비 그 자체이지만 세 여주인공들을 통해 지니아의 모습은 너무도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외적으로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도 그러하다.

소설 [도둑 신부]는 원래 독일의 전래 동화 [도둑 신랑]에서 그 제목을 차용했다고 한다. 도둑 신랑에서는 사악한 도둑들이 가짜 신랑 행세를 하면서 신붓감인 처녀를 잡아먹는 설정인데 반해 애트우드가 창조한 [도둑 신부]에서 악, 즉 지니아의 존재는 오로지 세 명의 친구들에 붙어서 그녀들을 어떻게 하면 더 불행하고 고통을 줄까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토니, 캐리스, 로즈에게 있어서 지니아의 존재는 자신들이 갈망하는 모습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불행의 존재였다. 영혼까지 갉아먹는 바퀴벌레 같은 지니아... 그런 지니아가 그들에게 한 가장 긍정적인 일은 바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각 세 명의 주인공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을 딛고 나아가게 한 존재는 다름 아닌 지니아였다. 나름대로 이름을 바꾸면서까지 새로운 모습과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 흔적들... 그 사이에는 지니아란 악녀가 존재했다.

결국 그래서 그들은 모였고, 스스로 지니아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을 열었으면 끝도 지어야 한다. 토니가 느끼는 것처럼, 그녀들에게는 지니아를 기억할 책임이 있으며 끝을 맺어줄 책임 역시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들은 죽기 직전까지 지니아를 기억할 것이다. 어쩌면 그녀들 사이에서 지니아는 불사신처럼 살아갈 것이다. 실체는 없지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일상 중에 느닷없이 말이다.

우리의 모습 속에서도 그런 존재가 있을까? 과연 애트우드가 말하고자 하는 지니아라는 존재, 그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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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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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유키 하루오 (지음) |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 (펴냄)

유키 하루오의 전작 <방주>도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같은 세계관으로 묶여있는 작품이 또 나왔다니...... . 이 얼마나 반가운가? 또 여기에 더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낙원>도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대망의 성서 3부작이 완성. 기대되는 추리소설이다.

클로즈드서클물의 특징은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범인이 누굴까를 유추해내고 막힌 공간에서 숨구멍을 찾아내는 묘미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범인을 아예 알아맞히지 않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다. 만일 당신이 범인이 누구인가를 맞춘다면 그 즉시 당신은 죽는다. 최대한 모르는 척 끝까지 사흘을 버텨야만 살아남는 것이다.

주식으로 큰돈을 번 큰아빠, 그리고 그가 사들인 많은 것들 중 하나인 에다우치지마섬. 어느날 큰아빠가 죽었다. 그리하여 그 섬을 리조트로 개발하려는 니초 관광개발회사의 사와무라씨... 큰아빠는 결혼을 안해서 그 유산은 모두 오무로네가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오무로네 중에서도 섬의 시찰을 갈 멤버는 바로 화자 리에와 그녀의 아빠이다. 니초 관광개발회사 사와무라와 여자 인턴 아야카와, 구사카 건축사무소 건설회사에서 나온 구사카씨와 노무라씨, 거기에다 하제쿠라 부동산 회사에서 온 후지와라와 오사나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아빠의 친구인 야노구치까지 모두 9명이 에다우치지마섬에 모였다.

에다우치지마섬은 둘레가 1킬로미터도 되지 않은 작은 무인도이다. 그리고 그 모양이 흡사 콜라병 뚜껑처럼 생겼다고 한다.(친절하게 책 안에는 삽화도 실려 있다.) 그 안에서 9명의 인원들이 모인 후 사건은 일어난다. 바로 그들이 폭탄을 발견한 순간이다. 이 조용한 섬에 왜 이다지 많은 폭탄이 있는 것일까? 그 의심이 가시기도 전에 석궁에 맞은 오사나이가 절벽 밑에서 발견된다. 오사나이의 죽음 이후로 섬 안의 인물들은 복잡해진다. 바로 범인이 남긴 십계때문이다. 그 누구든 범인을 밝히려하는 즉시 이 섬은 폭발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말이다.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지만 함부로 범인이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무사히 사흘을 넘기면 육지를 밟을 수 있다고 하니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이에 누가 죽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반전을 위한 반전 그 자체는 의미가 없지만 이 소설에서의 반전은 치밀하게 계산되어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아마도 초반에 알 수도 있었겠지만 다들 설마 설마하면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게 될 것이다.

유키 하루오의 다음 작품도 클로즈드서클물일까? 그리고 범인은 과연 어떤 인물들일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범인과 그리고 범인의 캐릭터 설정에 탄복한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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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6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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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이은선 (옮김) | 민음사 (펴냄)

여중, 여고를 다닌 여학생들은 알 것이다. 남녀공학보다 오히려 여학생들로만 구성된 학교생활이 더 치열하고 더 남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더 외롭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도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 누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그런 말을 퍼트렸는지... 사실 알고 보면 그 말을 한 자는 남성이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그 모든 것을 깨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이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릴 자, 그런 캐릭터의 등장... 소설 [도둑 신부]에서 독자는 만날 수 있다. 바로 팜 파탈 같은 존재인 지니아라는 여인을. 그리고 지니아의 입속으로 모든 것들은 그냥 소리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말이다.

그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왔다. 토니, 로즈, 캐리스가 한 달에 한 번 하는 여성들만의 모임.. 거기에 오 년 전에 죽어 장례까지 치른 지니아가 온 것이다. 아니, 어떻게 죽었는데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가 있는 것일까? 모두들 멘탈붕괴에 빠진다. 그러면서 과거, 미래, 현재, 옛 유년의 기억까지 넘나들면서 소설은 펼쳐진다.

지니아를 처음 만나서 알게 된 이는 토니였다. 냉철한 역사학자의 이미지를 지닌 토니는 애클렁 홀 기숙사에서 그녀를 알았다. 자신과 지니아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그녀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고 칭송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웨스트가 있었다. 토니와 웨스트 사이를 지나아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파고들었고 웨스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귀찮은 장난감인 듯 웨스트를 떠났다. 그리고 지니아가 떠난 후 토니는 웨스트와 결혼을 한다. 모든 것은 이런 식이었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빌리를 지니아는 또 다른 희생물로 여긴다. 빌리와 캐리스 사이에는 오거스트라는 자식도 있었다. 하지만 빌리는 아무런 제약 없이 모든 것을 지니아에게 맡겼다. 아니 그냥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듯이 빠졌다고 하는 편이 나으리라. 그리고 토니는 알았다. 빌리 역시 웨스트처럼 지나아의 또 다른 타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한바탕 가지고 놀 새로운 장난감이라고.

역사학자인 토니, 온화한 성품으로 텃밭 가꾸기가 취미인 몽상가 캐리스, 그리고 당당한 사업가인 로즈... 이 세 명의 친구들은 지니아와 연관되어 있다.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그들은 그녀에게 당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망쳐놓는 지니아.

캐리스는 생각한다. 그녀는 바로 영혼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빨아먹는다. 그것도 한 번에 죽이지는 않고 천천히 시름시름 앓도록 만들면서 말이다.

[도둑 신부1]의 마무리는 캐리스의 다짐이다. 그녀는 빌리와의 일을 한 번쯤은 지니아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숨을 곳이 없다고도 느낀다. 정면으로 부딪혀야 한다. 어차피 지니아는 성서 열왕기하 속에 존재하는 이세벨의 운명이라고 여긴다. 과연 기묘함으로 설명될 수밖에는 지니아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세 친구들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지는 것일까?

이야기는 [도둑 신부 2]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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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하여
이토 히데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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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두렵다. 언젠가 꼭 찾아올 그날을 알기에 말이다. 이런 책이 나왔다니. 반갑다. 미리 읽어보기 싶다. 그 날이 오기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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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90
제임스 볼드윈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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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제임스 볼드윈 (지음) |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요즘은 성적지향에 대한 많은 이름들이 있다.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이성애, 동성애, 무성애 등 등. 아무래도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도 이성애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음지에 가려져있다. 심지어 최근까지 퀴어 축제가 한국에서도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반대한다는 성명과 여기저기서 고발하는 등...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소설 [조반니의 방] 속의 주인공들은 시대를 앞섰다. 지금 이 시대에 조반니나 데이비드, 자크 같은 인물이 나왔다면 어찌됐을까? 최소한 데이비드의 방랑은 짧은 시간에 끝났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이리저리 떠돌던 데이비드가 조반니의 삶이 교도소 철장 속으로 영원히 닫힐 때쯤에야 그의 방랑은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소설에서 계속 말하는 [조반니의 방]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것이다. 하나는 공간으로서의 방과 또 다른 하나는 숨겨둔 자아, 즉 자신의 성적갈망이 온전히 표현될 수 있는 내면의 방이다.

아마도 데이비드는 알았을 것이다. 십대 시절부터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그리하여 미국청년인 그가 도피하듯 파리로 와서 이탈리아인 조반니를 만날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면 낯선 곳에서 낯선 남성과 바로 동거를 시작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1956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자유와 낭만, 거부와 갈등 등이 씨실 날실처럼 얽히고 태동하는 시기였다. 그때는 무엇이라도 될 법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랐던 시절이다. 전쟁이 끝난 직후 새로움의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또 다른 갈등이 싹튼 시기, 자유를 말해도 그것을 어찌 쟁취해야하는지 모를 시기였다.

혼란의 시기에 데이비드 역시 혼란에 빠졌다. 사회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말이다. 그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인정할 수가 없다. 인정한 즉시에 고민해야한다. 인정한 즉시에 고통스러워야한다. 아파야한다.

헬라가 파리로 돌아온 순간 데이비드는 자신이 정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한다. 아니 착각에 빠진다. 그는 누구보다 정상적이라는 남자다움을 찾기를 바라면서 그것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느낀다. 있지도 않는 것을 찾는 자, 그 결말은 뻔하다.

조반니의 방은 데이비드에게는 자기 자신으로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반면 탈출하고 싶은 공간이기도하다. 왜냐하면 그 공간이 없어야만 자신의 남자다움이 살아날 것이기에. 공간이 있다면 자신은 되돌아가야한다. 조반니의 방으로, 그 안으로, 조반니 속으로 말이다.

끝내 헬라의 부탁, 즉 자신이 여자로 느끼게 해달라는 그 말을 데이비드는 거부한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조반니의 방에서만 그는 그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속에서 데이비드는 결국 그를 구원할 열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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