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악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하지만 법망에서 교묘히 빠져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법제도가 미미해서, 아니면 증거 부족의 이유로 뻔하게 보이는 살인자들을 놓치는 경우, 누가봐도 사형이고 천벌을 받아도 마땅한 자가 사법부로 넘기진 재판에 가서는 턱없이 적은 형량과 심지어 증거 부족으로 집행 유예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해 본다. 아무런 꺼리낌없이 이런 죄를 심판할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조차도 손을 대지 못한 영역이다. 신에게 아무리 억울함을 외쳐봤자 들리는 건 용서하라는 말뿐이면 어쩌겠는가... 일본에는 개인이 탐정을 고용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얼마 전 탐정 제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듯하지만 법에 막혀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렇게 답답할 때 외치고 싶다. 기요하루...
기요하루는 누가 봐도 상사맨이다. 깔끔한 외모에 옷도 나름 잘 입는다. 감정에 동요도 없다. 그런데 그는 알고보면 상당히 감정적이다. 스스로가 못 참아한다. 자신의 소중한 무엇을 망가뜨리는 것에 대해서... 끝까지 찾아가서 복수한다. 복수 역시 군더더기를 남기지않고 깔끔하게 해치운다. 그것이 바로 기요하루의 숨겨진 재능이다.
기요하루의 남다른 탁월한 병과적 능력과 과거의 이력으로 레이미는 그런 그를 무서워한다. 어찌 무서워하지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마지막에 그를 찾는 사람은 바로 레이미다. 아니, 끊임없이 그를 찾았다. 그가 자신에게 와주길 말이다.
아쓰코의 감정변화도 놀랍다. 그녀는 처음에 기요하루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그에게 다가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를 걱정하는 동시에 이런 감정 변화에 스스로도 놀라워한다.
머더스에서 진짜 악인은 누구일까? 레이미에게 접근한 무라오 씨일까? 아니면 나나미에게 접근한 마스이 씨일까? 아니면 그들을 숭배하고, 어쩌면 이용당했을지 모를 수많은 머더스일까?
쉽사리 답을 못하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언가를 끊어내려한다면 그것은 자신 스스로가 끊어야하는 거라고...
복수를 하기 위한 복수, 죽음을 갚기 위한 죽음... 어쩌면 이것은 끝나지 않은 소용돌이다. 끊임없이 희생자가 나오고 거기서 알지 못하는 씨앗이 계속 잉태된다. 한 쪽에서 끊어내지않는다면 절대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참을 수 없는 분노는... 어쩌란 말인가?
분노할 일이 세상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지만 너무 많이 일어난다. 적합하게 심판 받았으면 좋겠지만 죄 지은 자들은 그 죄를 부인하고 사법부의 아량 아래로 숨어들어간다.
기요하루에게 묻고 싶다. 어찌하면 되는지... 그는 왠지 답을 알 것같다. 그 답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