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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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쉽고 재밌게..ㅎㅎ 신곡이란 재미있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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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어디에 있는가 - 행복서사의 붕괴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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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설화에서 부터 문학, 그리고 종교에서 부터 동물에 관한 저자의 인문학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책...바로 공주는 어디에 있는가...... .

어린 시절에 디즈니의 공주 동화책에 빠져서 결혼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으로 그 시절을 보냈던 나는 지금에 와서야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방식이었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절에도 그러했듯 지금도 아이들에게 여러 공주들을 들먹이며 광고를 해대는 미디어의 영악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론 겨울왕국이나 뮬란 등을 통해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도 보여줬지만 아이가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하고 그것이 예쁘고 당연하다는 듯이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건 아니지 싶다. 어른을 따라하는 것이 예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아이다울 때 이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 공주이야기가 허상이 잔뜩 찬 광고라는 것을 비로소 인지할 때는 이미 더 이상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것과 더불어 저자의 글 중 리터러시의 발견이란 부분은 한번 쯤 되새길만 한 부분이었다. 리터러시란 언어를 읽고 쓰는 피상적 개념이 아닌 문자화된 기록물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더불어 사회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능력까지 포괄한다. 저자는 책을 읽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도서관은 더 이상 여가시설이 아닌 생산시설이며 책 읽는 국민을 갖는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무척 중요하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 중요성을 모르는 사회에서는 거기에 대한 정책이 나오지않으니까 말이다.

현대는 정보가 양분화되었다. 이제 선택과 집중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는 미디어를 골라듣는 세상이다. 듣고 싶지않은 부분은 스킵해서 넘길 수 있다.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는 중요하지않는다. 다만 그것을 내가 듣고 싶은가? 듣고 싶지않은가? 그 부분이 중요할 뿐이다. 이런 사회에서 리터러시란 얼마나 중요한가? 많은 정보 속에서 진실한 내용을 추려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 리터러시 능력이 우수한 국민일 수록 그 나라가 안정되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않을까...... .

그런 부분에서 저자는 독서를 강조한다. 미국 리터러시 운동이 일주일에 네 번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권고하는 이유 역시 아이들의 첫번째 교사는 부모이며 미디어와 밀접한 아이들에게 책이란 편협한 세계관을 넓게 갖도록 키워주는 가장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이제 정보의 양과 질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그것을 찾는 자에게 그것이 돌아갈 뿐이다. 리터러시, 문해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양쪽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지 한 쪽 눈만 비대하게 큰 채로 왜곡된 세상을 볼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고 어디를 보든 지 간에 살아갈 수 는 있겠지만 진실은 역시 하나다.

찾으라... 찾는 자만이 찾을 것이고, 두드려라... 두드리는 자에게만 열릴 것이다. 진실을 보고자하면 진실을 볼 것이고 거짓을 보고자 원한다면 넘치도록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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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위손 - 공포의 서사, 선망의 서사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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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가위손은 저자가 전부터 써온 문화 전반에 걸친 칼럼들을 한 데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부터 시장과 한국인문학, 도덕과 윤리, 남북 공존, 독서 체험 까지 폭 넓게 망라되어 서술되어 있다.

그 중 내게 인상깊게 다가왔던 것은 가치의 물구나무란 대목이었다. 그리고 21세기를 위해 해야할 것이 사회갱신의 작업이란 점도 인상깊었다.

얼마 전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7주기였다. 저자의 책에서는 씨랜드 참사로 인해 어린아이를 잃은 전 운동선수 출신 어머니가 그녀가 가진 훈장을 모두 반납하고 이민을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이 곳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씨랜드 참사를 겪은 아이가 살았다면 지금 몇살이나 되었을까? 2019년이 씨랜드 참사 20주년이었으니 아이러니 하게도 세월호의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였으리라 추측된다. 그 어머니는 세월호를 뉴스로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 아이를 씨랜드에서 잃지 않았다면 또 다시 세월호에서 잃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참사 공화국이다. 그것도 아이들과 관련한 이런 대참사는 뼈 아픈 고통을 유발하며 그 상처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아이를 잃은 후 이 나라를 떠나는 어머니 더불어 삼풍백화점 붕괴때 딸아이를 잃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버지에 관련된 일화도 언급되는데 저자는 이 둘의 떠남을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라를 떠나는 것과 죽음으로 떠나는 것... 아이를 떠나게 한 나라에서는 그 어머니, 그 아버지도 떠나야함으로... 아직 국회 앞에서는 세월호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한다. 그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땅을 떠나지 못하는 그들이 오로지 생존하는 방식은 아이들 곁에 머무는 일이다. 그리고 어둡게 가려진 진실 사이에서 조그만 횟불을 드는 일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회 갱신의 작업이란 무엇인가? 겨울이 오기 전 나무가 그 자신이 가진 잎을 모두 떨구고 새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듯 우리 사회도 이러한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행이라 여겨지는 무분별함을 다 털어내야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저자가 언급한 가치의 물구나무서기다. 스스로가 무엇이 중요하고 옳은지 판단조차 못하고 불분명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요즘 뉴스에서 언급하고 있는 LH 사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만 잘살고, 나만 법망을 잘 빠져나가고, 돈이 들어올때 확 벌어야하고, 인생은 타이밍이고, 영끌이니, 뭐니...... . 이 모든 것이 과연 정상일까?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게 과연 부자가 되는 것일까? 사람답게 사는 사회, 씨랜드나 세월호같은 참사가 없는 사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나 맥도널드 햄버거 병등을 유발한 대기업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사회, 그런 사회로 먼저 나가야하는 것 아닐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을 지켜주는 사회가 우선이다. 어설픈 난간 위에 서서 고급 파티를 즐기는 것보다 튼튼한 내 집에서 소박한 밥상을 받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곡성의 대사가 메아리친다. "도대체 뭣이 중한듸...... ." 사람이 없으면 결국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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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 - 국가는 정당한가
홍일립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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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딜레마란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내가 즐겨썼던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바로 허무주의다. 그때 한창 개선문을 읽으면서 프랑스 레지스탕스 운동을 알게 되었고, 아일랜드의 독립 투쟁의 비극에 대해서도 대략적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까닭에서다. 그때 내가 생각한 건 차라리 국가란 없어도 좋을 것 아닌가? 히피같은 사상을 지닌 무정부주의자야말로 앞으로 추구해야할 국가상이라고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국가의 비극도 비극이지만 국가가 없으므로 치르는 비극은 너무나 더 크다. 우리는 이미 전쟁을 겪어왔고, 인류는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져리게 느끼고 느꼈다. 하지만 그 느낀 점이 군비증강,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면서 힘이 아닌 힘의 경쟁을 하게 되고 이제 미, 중 양국의 줄다리기로 인해 우리나라는 어디에 손을 들어줘야할지 진퇴양난에 빠진 듯하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거의 공용으로 쓰는 이 시대, 유럽은 이미 화폐가 통일되고 길도 자유롭게 왕래하는 이 시대에 국가의 국경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싶을 때도 있다. 어서 어서 서로 마음을 열어 도와주고 길을 놓고 인적, 물적 자원을 교류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란 여러 이해관계로 엃혀있다. 서로 가진 국력도 다르고 자원도 다르다. 영국이 브랙시트 탈퇴를 선언한 것은 정말 이례적인 결정이었고, 또 그런 결정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 인간사회이다.

미얀마 사태는 국가의 권력이 얼마나 단단해져야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단단하지 못하고 국민이 투표로 준 힘을 믿지 못해 강단있는 정치를 못한다면 얼마나 그 권력을 노리는 무리에 업신여김 당하며 또 그것이 얼마나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 그 결과는 뻔하다. 국민, 그 안에 속한 무고한 시민의 희생만이 있을 뿐이다.

권력의 딜레마, 국가의 딜레마이다. 어리석고 힘만 좋은 자가 권력 욕심을 낸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목표로 한다. 왜냐면 평화로운 권력 이양은 없으니 말이다. 투표로 이양되는 권력이라도 서로 상대방끼리 비방하고 헐뜻는데 힘만으로 전복되는 권력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국가는 개인없이 존재할 수 없고 개인이 국가에 우선한다면 깨어있는 인간, 깨어있는 시민이 국가를 진화시켜야 할 것이다. 국가는 생물처럼 움직이며 발전해야한다. 지금 우리 체제는 바로 그 생물적 진화의 결과이다. 이제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한다. 양극단의 정치가 아니라 상생의 정치, 이분법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양성과 합일의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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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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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책 말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자신의 조국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 어디를 가도 자신의 조국처럼 느끼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 모두가 다 타국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야말로 완성된 사람이다.

빅토르 휴고의 말

극 중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영국 은행에 취업한다. 조선어는 못했지만 일본어는 모국어로 뛰어났고 영어 실력 역시 그러했다. 그는 조선사람일까? 일본사람일까? 솔로몬에게 일본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지만 그는 아직도 등록증을 갱신해야하며 그 혼자서는 도쿄에 방 하나 얻기도 힘들다. 부자임에도 일본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다 이방인이다. 이렇게 이방인으로 평생을 산다면 그는 완성된 사람이 될 수 있나? 완성된 사람이 못된다면 노아와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저자가 2007년 남편을 따라 도쿄로 들어오면서 많은 조선계 일본일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인생사를 참고해서 거의 30년에 걸쳐서 쓴 책이다. 재일동포의 삶... 남들이 무시하는 파친코 사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같은 일본인이지만 차별 당하는 일본사람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버려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는 같은 존재로 나온다. 어디에 발붙일 데 없는 신세,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야만 하는 집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경희야말로 완성된 이방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평양을 떠나와서 요셉을 만나 목회자의 사모로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 여인, 하지만 자신의 태는 수태하지않는다. 경희는 그토록 원하는 아이를 얻지 못하고 선자의 아이들을 자신의 아이 삼아 키우고 사랑을 준다. 요셉은 병을 얻어 가장의 구실을 못하고 마음을 줬던 남자는 떠나버린다. 경희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녀는 여자로 완성됐을까? 어머니로, 아니면 아내로 완성된 존재였을까? 경희야말로 이방인으로 완성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노아는 또 어떠한가? 그는 동화되길 원했다. 아버지, 어머니와 달리 노아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수많은 차별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가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기에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지고 일본인으로 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맘 저편으로는 무언가 다른 결심도 한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결심...... .

소설로 접한 재일동포들의 전쟁 이후의 삶은 처참했다. 현실은 아마 더했을 것같다. 조선계라는 이유로 졸업앨범을 훼손당한 중학생 남자이야기의 사연을 저자가 잊지 못하고 소설의 모티브 삼은 것은 아마 그런 현실의 일부 였을 것이다.

일본에서 일본인이 아니란 이유로 차별, 일본인임에도 가난과 불명스럽다는 이유로 당하는 차별, 이 모든 차별은 이름만 바꿨을 뿐 지금 여기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인간세계에서 아마 차별은 없어지지않을 것같다. 그 차별과 동등하게 사는 법을 배우려면 완성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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