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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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화두다. 이제는 좀 지난 감이 있지만 우리 사회는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인문학 열풍이 대단했다. 각종 강좌와 프로그램이 오프라인에서 부터 온라인 방송까지 폭 넓게 퍼져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좋은 인문학 강의를 방송에서 수시로 들을 수 있고 또 온라인에서 유투브 등을 통해 무료로 스트리밍 되고 있으니 현대 사회는 인문학 공부하기 너무 좋은 사회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면 대개 어떤 말을 할까?

저자는 교사들을 위한 인문수업에 간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철학과 비슷한 학문인지, 인문학이 주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인지 등 용감한 질문? 등을 받고 현 사회의 인문학이 어디까지 와있나 자문했다고 한다. 인문학 강의와 수업이 유료든 무료든 너무나 풍족하고 여러 매체에서 얘기한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며, 그것이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그 목적을 생각하고 더 넓게는 표현하고 실천하고자 애쓰는 모든 활동 등을 말한다. 책에서 말하는 걸 인용하자면 삶의 영광을 확인하고 높이려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 삶이 기쁘다. 사는 것이 행복하다 같은 것을 느끼거나 말로 하게 될때 이는 바로 삶의 영광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실천하지 않는 인문학은 더 이상 인문학적 가치가 없는 것같다. 사람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더 나아지고 공동선을 위해 애쓰는 것일진데 그것을 배우기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집안이 더럽다고 쯧쯧 혀만 차고, 스스로 치우지않는 사람처럼 ) 사람답다는 것은 바로 무엇과 차등을 둘 수 있을 것인가?

얼마전 누가 우럭을 사왔는데 그 배를 갈라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 기사를 보았다. 바로 페트병이 우럭 배에 들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서는 낚시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횟감의 신선함에 대해 말하지만 그 생선이 어떤 환경에서 키워지고 남획되는지는 보여주지않는다. 또한 물이 오염되고 바다가 오염되는 현 상황에서 미디어에서는 이 공기청정기가 얼마나 청정기능이 뛰어난지, 정수가 얼마나 잘 되는 정수기가 새로 나왔는지만 떠든다. 이제는 일본마저 오염수를 바다로 쏟아내려한다. 아마 방사능을 거르는 정수기나 청정기 광고가 나오지않을까 싶다. 오히려 지구가 오염이 될 수록 거기에 맞는 상품이 쏟아져나오는 행태,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임기응변일 뿐이다.

인문학이란 임기응변이 될 수 없다. 인문학은 본류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기본을 다시금 생각케하는 것이다. 바늘이 오른쪽에 떨어졌는데 왼쪽이 더 잘보인다고 왼쪽을 찾아서는 안된다. 좀 더 힘들더라도 어렵더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 인문학이란 바로 그런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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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카의 여행
헤더 모리스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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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카의 여행은 아우슈비츠의 문신가의 후속작으로 문신가 랄레의 이야기 속에서 영감받아 기획되어지고 씌여진 실화 기반의 소설이다. 어린 여성의 몸으로 한번도 아닌 두번이나 수용소 생활을 겪여야했던 실카... 정말 상상도 되지않는다. 실카가 3년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끝내고 나온 나이는 열여덟살이었다. 하지만 다시 나치의 공모자라는 이유로 시베리아 수용소까지 끌려가게 된다. 그 시절에 수용소 생활을 겪은 유대인인데 나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다시 수용소로 보내지다니...

예전 어느 책에서 대부분 궃은 일은 모든 유대인들이 다 했다고 읽은 적이 있다. 가스실에 보내고 그들을 묻고, 그들을 관리하고, 나치는 자신들은 통제만 하고 유대인들을 시켜서 굴복하게 하고 다스렸다. 그들이 할 일은 죽지 않기 위해서 협조하는 것이었다. 그 중 아마 나치에게 잘 보이기위해 더 유대인을 혹독하게 고문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카는 달랐다. 그녀는 수용소장의 겁탈을 매일 참아내야 했으며 자신의 어머니까지 가스실로 향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했다. 그 때에 과연 권력있는 수용자들이 있었을까? 다만 나치에 의해 이용당하는 것뿐이다. 실카의 권력이란 오직 따뜻한 옷이 있고 혼자 누울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시베리아 수용소는 황량했지만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싫든 좋든 같이 끌려온 수용소 생활을 함께 견디고 인내할 사람들... 실카는 강한 정신력과 희생정신으로 친구들을 만들었고 수용소 생활을 견디었다. 그리고 알렉산드르를 만났다.

실카는 과연 어떤 여성이었을까? 그녀는 집중하는 여성이었다. 강한 여성이어서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 실카는 삶에 집중하는 여자였다. 빠른 판단력과 지혜로 상황을 파악하고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실카는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두번의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실카카 두려워했던 것은 바로 삶이었다. 삶이 두려워 삶에 집중했다. 그냥 하루 하루, 한 순간 순간 살아간 것이다. 그냥 산 것이다. 두려움없이 말이다.

내가 실카라면? 이라는 상상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난 실카같은 인내도 판단력도 지혜도 없다. 하지만 기타를 보호해준, 조시를 사랑한 실카란 여성이 옆에 있다면 한번쯤 견뎌볼 힘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지만 말이다.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전쟁의 비극은 모든 인간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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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시집을 덮고 났을 때 무언가 뒷덜미를 끌어당기는 힘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시가 독자의 앞에 있는 시라기보다는 독자의 뒤에 있는 시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앞에 두고 바라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 그러나 등을 돌리면 무딘 감각으로 와닿는 그의 별난 시.

181 페이지

그런 시가 존재한다. 무심코 핀 페이지의 글자를 읽어내려가다 그냥 덮었다. 하지만 삼사일후, 혹은 일주일 후 느닷없이 그 시 구절이 생각난다. 저자는 시인 이영유의 시를 바로 그런 뒷덜미를 당기는 시로 비유한다. 난 이영유 시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저자의 글을 읽으니 궁금해진다.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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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죽음이 떠나감이나 나그네길이 아니라 돌아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바리데기는 말해주고 있다. 생명의 꽃이 피고 목숨의 물이 샘솟는 곳이 저승이다. 그곳은 모든 생명 있는 것의 원천이고 본향이다. 거리로 가는 것이 되돌아감이고 복귀, 그나마 원천 회귀가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중략)

돌아가는 죽음, 복귀하는 죽음은 떠나가는 죽음에 떠밀려서 죽고 만 셈이다.

310 페이지

죽음을 생각할때 난 먼저 탯줄로 이어진 자궁을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낳아졌는지 알 지 못하기에 죽음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여기서 돌아가는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떠나는 죽음이 아니라 본향으로 되돌아 가는 죽음이다. 이어령 박사는 죽음을 앞두고 탄생을 생각한다고 하였다. 내 생각과 같아서 난 놀라면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었다. 돌아간다 생각하면 죽음은 더 이상 터부시할 것도 아니고 생과 빗금을 그어할 그 무엇도 아니다. 생과 사는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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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숙 씨는 잘 모르겠지만, 난, 항시 면회를 끝내고 문까지 걸어가는 뒷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뒷맛(면회의 뒷맛)을 즐겨왔습니다.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뒤를 쳐다보지 않고 총총히 걸어가선 문 사이로 사라지는 모습은, 외워버릴 정도입니다.

315 페이지

당신은 뒤돌아보는 자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난 예전에는 항상 뒤돌아보는 자였다. 왠지 그 풍경, 그 걸음걸이, 아니, 정확하게는 그 사람을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말이다. 뒤돌아보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기억이 더 생긴다. 바로 그 사람의 뒷모습이다.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쩔 때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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