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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의 정원 - 빨강 머리 앤이 사랑한 꽃, 나무, 열매 그리고 풀들
박미나(미나뜨) 지음, 김잔디 옮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 지금이책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앤을 떠올리면 매슈와 벚꽃 길 가득한 숲을 지나오면서 이름을 여기저기 붙여주는 모습이 생각난다. 종알 종일 거리는 앤 옆에서 무뚝뚝한 매슈는 듣고만 있다. 앤은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전혀 주눅들지않고 모든 것에 상상력을 발휘하며 맘껏 누리는 소녀였다. 앤과 함께 벚꽃 길을 걷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쉴새없이 종알대는 앤을 상대하느라 진이 빠질까..아님 덩달아 나도 명랑해져서 여기 저기 기웃거릴까...아마 후자일것이리라... 즐거움과 명랑은 쉽게 전염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앤은 남의 기분을 잘 맞춰주는 공감능력 백퍼의 여자아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앤의 성인시절 이야기를 담은 내용까지 총 망라해서 그 시절 앤과 함께 해 온 꽃과 풀, 열매, 나무 들에 관한 일러스트집이다. 앤하면 숲 속 이외의 곳에 있는 앤을 연상하기 힘들다. 그만큼 앤은 숲과 자연에 친숙해져있고 그 속에 박혀있는 존재이다. 학창시절에 앤 전집을 사서 며칠 동안 꼬박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그다지 기억나지않지만 앤이 공부를 마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교편을 잡고 길버트를 만나고...하는 장면 장면은 잊혀지질 않는다. 그 속엔 모두 풀, 나무 ,꽃, 열매 들이 존재했다. 자연이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앤을 만나고 싶었다. 그 시절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날들로 돌아가고 싶다. 앤과 함께 웃고, 울고 설렜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초록색 지붕 아래서 그 지붕보다 훨씬 큰 꿈들을 키우고 우정을 쌓았던 앤....
우리 모두는 앤과 같은 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앤과 같은 항상 거기 있어주는 자연이 필요하다.
요즘은 자연에서 위로를 얻는다. 피우지 못할 줄 알았는데 열심히 봄 햇살에 올라온 튤립 구근... 민들레, 개나리...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들... 아름다움은 순간이고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 순간과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앤에게서 지금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다시 앤의 벚꽃 길을 떠올린다. 앤이 붙여준 이름이 뭐였지....음.... 기억이 안난다. 다시 책을 펼쳐야겠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