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밸런타인데이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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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마득한 옛 기억이 나는 달달한 연애소설이었다. 좀 오그라들고... 이젠 나이가 들었구나하고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나를 다시, 대학시절로 돌려놓았다.
혹자는 현시대를 연애 불능의 시대, 혼자지상주의 라고들하지만 20대, 막 10대를 벗어나온 그들에게는 그런 것은 그냥 남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왜냐면 그들 맘 속에는 사랑하고픈 욕구 밖에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대학 새내기 시절, 처음 쓰는 호칭 선배님... 그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꼭 교회 오빠처럼 말이다. 어떤 신비한 동경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막상 가까워지면 거리감이 생기는 묘한 느낌말이다.
다시, 밸런타인데이를 읽으면서 내가 받은 선물들 혹은 편지들을 생각해보았다. 그 시절에 서로를 응원하고자 주고 받은 편지와 작은 선물들... 나도 많이 밤새워 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들을 포장했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손편지를 쓰지 않는다. 아니, 너무 귀해진 시절이다. 그래서 손 편지를 쓰고 주는 일이 어색하지만 색다른 재미로 느껴지는 이벤트가 되었다.
친구가 준 편지들을 오랜만에 펼쳐보았다. 나를 격려해주는 말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나의 솔직함에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자신의 필요를 알아보는 섬세함에 힘이 되었다는 말들까지...
그때는 그랬다. 서로 표현하고, 말하고, 같이 웃고, 울고 물론 오해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풀려고 노력했다.
젊은 그들을 보면서 맹숭해지고 기대가 없어진 지금이 너무 반성되었다. 그리고 다시 손편지를 쓰고 작은 선물들을 포장하던 그때가 그리워졌다. 아... 나도 편지를 뒤적이다가 생각나는 누구에게 손편지를 써봐야지..물론 부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다시, 밸런타인데이 가 온다면... 나는 누구에게 못다한 고백을 하게 될까? 나의 20대가 다시 온다면...
사랑...하고..싶다... 당당하게 고백하면서 말이다.

출판사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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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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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즈키 루리카 ... 생일마다 소설집을 낸다는 14세의 소설가다. 부럽다. 이런 재능이 그리고 그 재능이 부디 잘 키워졌으면하는 바램도 든다.
엄마의 엄마란 대제목으로 태양은 외톨이, 신이시여 헬프, 오 마이 브라더 라는 세 작픔이 묶여서 실려있는데, 그 중 태양의 외톨이가 큰 중심으로 우리 나라 제목으로 엄마의 엄마란 제목을 달게 나오게 된 듯하다.
스즈키의 첫 소설집인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하고 이어져있고 다나카 모녀의 소소한 주변인들의 일상이 녹아있다.
사치코와의 에피소드는 너무 귀엽다. 두 아이들이 그림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하는 발상부터 신선했고 또 그것을 가지고 나름 많은 고민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이 귀여워보였다. 하나미의 엄마는 00갑부란 말을 즐겨쓰고, 또 신통치않는 선물을 받아도 변변찮아도 마음이란 말로 위로한다. 이 대목은 우리네 삶하고도 닮았다는 생각이든다. 소소하지만 일상이 차곡 차곡 모여서 이야기로 완성되는 느낌이다.
하나미의 할머니는 이해가 안돼지만 스스로 자기는 과분한 아이를 낳았다고 말하며 많은 불행 속에서 작은 행복의 씨앗들을 하나미의 엄마에게 남겼다. 그래서 엄마는 할머니를 버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계속 돈을 부치고 또 아무 말없이 집으로 쳐들어와도 할머니에게는 부드럽고 약간 더 비싼 히레가스를 사준다.
모두의 인생이란 아무리 불행해도 작은 행복의 씨 하나 때문에 온전히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인가?
14살 소녀의 글 솜씨라고 보이지않게 문장 하나 하나가 섬세했다. 그리고 작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사고하고 글을 읽고 써야 이런 문장들을 완성해 낼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일본 소설 특유의 경쾌함은 여타의 다른 작가들 예를 들어 에쿠니 가오니나 하시모토 바나나를 못 따라가지만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면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이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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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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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리스.. 이쁜 이름이다.
할머니 이름이어도 이쁘고, 젊은 이름이어도 이쁘다. 작가는 왜 이 소설을 그냥 클로리스라고만 했을까?
첫 장면에서부터 비행기 조난이라는 흔치않는 소재를 다루면서.. 잔잔히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스포트라이트를 확하고 켠다.
루이스는 얼핏 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끈기있고 강한 여성이다. 물론 루이스의 현 상황은 너무 비극이지만 말이다.
할머니 클로리스가 주인공이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한 사연을 담당하고 있어서 오히려 클로리스는 너무도 평범한 이웃집 할머니가 된다.
클로리스를 오두막에 안에 멈추게 한 것을 무엇일까? 루이스와 클로리스는 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루이스는 포기하지 않고 클로리스를 찾는 와중에 구원을 얻는다. 아니, 그런 것같다. 루이스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사람이 말이다.
정작 클로리스는 없는데 희망이라는 두 글자와 포기를 모르는 신념과 포기할 길 없는 마음가짐 (포기를 하면 다시 지옥같은 일상에 집중하게 될 것이 뻔함으로)이 이 소설을 하나의 구심점을 엮는 것같다.
클로리스는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여자였지만 조난 사고를 통해 그 스스로 만족을 얻은 느낌이다. 자연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생명의 희생을 통해 그녀가 살 수 있었다.
한 사건을 통해, 그리고 사건만 있고 인물은 없는 모호한 것을 통해... 그것에 집중함으로 모두가 살 수 있었다.
모두가 스스로의 문제에서 벗어나서 타자를 생각할 수 있었다. 신은 이렇게 때론 가혹하다.
자기 안의 문제를 덮기 위해 더 큰 문제를 앞에 던져주니 말이다.
우리는 모두 조난 당했지만 스스로의 구멍에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타자를 바라볼 때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클로리스는 그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을까...... .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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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블러드
임태운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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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sf를 영화와 소설을 분리해서 그동안 생각해왔다. 영화는 세련되고 발전됐지만 그에 비해 소설류는 왠지 유치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sf 소설들을 접하면서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그러함에 놓친 걸작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테드 창의 소설부터 몇년 새 스타로 등극한 작가 김초엽 까지... 모두 sf의 토양 아래 우뚝 서있다.
최근 김초엽 작가의 북토크를 듣게 되는 일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당신만의 우주선을 디자인해보라는 것이 명제였다. 나만의 우주선이라... 상호적인걸까? 아니면 배타적인걸까? 순전히 인간만을 위한 기획인걸까? 아니면 노아의 방주처럼 짝이있는 생명들을 모두 태워야하는 걸까?
작가의 명제를 들으면서 나름 재미있는 상상놀이를 한 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되새겨졌다.
화이트 블러드란 표제에서 나름 피가 그럼 화이트란 걸까? 좀비인가? 아니, sf에서도 좀비인가?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막상 페이지를 넘기니 덮기가 힘들었다. 이게 바로 소설 읽는 재미던가? 싶었다.
인육을 먹는 설정은 끔찍했지만 우주 공간으로 쏘아올려진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좌충우돌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세 인물이 주인공이었지만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마리 역시 이 소설에서는 큰 인물이다. 오히려 마지막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을 덮으면서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이 우주선에 탄 생존자라면 어떤 것을 택했을까? 끊임없는 우주를 유영하면서 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실체적 진실에 앞장 서서 죽더라도 싸워서 카난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
좀비가 득실되는 끔찍한 경험을 직접 겪어본 자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아마 허구에서의 삶을 택했겠지만 허구는 진실이 아니라는 명제를 우선하고 용기있는 사람들은 죽더라도 싸웠겠지..나는 ..아마... 아..모르겠다.
그 절망의 끝을 가늠할 수 없기에 답하기가 어렵다.

미지의 신대륙을 향하겠다는 목표 때문에 동료들이 하나 둘 다쳐가는 것을 방관하는 선장 쿤타를 용납할 수 없었던 파테카르는 형편없는 약골이지만 동료 선원들을 치료해주는 좀약술사 니모이로가 되기로 결심하고 다른 세계를 우주선 안에 만들었다.
하지만 인육을 먹는다거나 아이들을 납치하는 건 다른 문제다. 좀약술사 니모이로만 됐어야지 신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소설을 읽는 재미, 특히 sf를 읽는 재미을 알게 해 준 소설 화이트 블러드... 후속편이 나올 것같은...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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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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